커다란 뺑뺑이 안경에 하나로 묶은 머리.
너는 언제나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꾸미지 않은 모습이었다.
너는 어딜가도 한명씩 있는 매일같이 자리에 앉아 얌전히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평범한 모범생이었다.
평범한 너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나는 그날도 평소와 같이 축구부 연습을 위해 오전수업이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짜피 수업은 듣지 않았기에 교과서만 꺼내놓고 시계를 쳐다보다 교실을 두리번 거리다 반복이었다.
너는 옆자리에 앉아 평소와 같이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었고, 그냥 나는 너가 신기했다.
계속 같은자세로 다른 애들과는 다르게 졸지도 않고 열심히 필기를 하는 모습이.
'재밌나?'
문득 궁금한 마음에 칠판을 들여다 보았지만 뭔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었다.
다시 너를 쳐다보았을때 너는 안경을 벗고 안경을 닦고있었다.
내가 너에게 반한건 그런 사소한 이유였다.
안경을 벗은 너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여자애들이 많이 보는 순정만화에서처럼 안경을 벗은 너는 나를 반하게 할 만큼 너무 아름다웠다.
한번 안경을 벗은 너의 모습을 본 다음부터, 너는 내 눈에 계속 들어왔다.
그 다음부터는 안경을 쓰든 벗든 너는 예뻤다.
줄이지 않은 조금은 펑퍼짐한 교복도, 하나로 묶은 머리도 너에게는 너무 잘어울렸다.
분명 내 이상형은 너가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 너가 가장 예뻤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
오늘 너는 늦잠을 잔건지, 한번도 푸른적 없던 긴 머리를 푸르고 학교에 왔다.
뛰어왔는지 조금 너의 얼굴은 조금 붉었고, 다 마르지 않은 너의 머리에서는 샴푸냄새가 났다.
"안녕."
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너는 약간 김이서린 안경을 벗고 안경을 닦았다.
오늘은 더 예뻤다. 안경도 안쓰고 풀러내린 머리라니.
거기에 샴푸냄새.
오늘의 너는 나를 한번 더 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너에게서 눈을떼지 못하고 너를 바라보았다.
너가 안경을 다 닦고 다시 안경을 쓸때까지.
너가 안경을 쓰자 나는 너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머리. 덜말랐네."
"응 늦잠잤어. 그래서 다 못 말리고 뛰어왔다."
너도 늦잠을 자는구나.
너는 딱딱 정해진 시간대로 움직일줄 알았는데.
"머리 안묶어?"
안경을 쓰고도 머리를 묶지않는 너가 신경쓰였다.
다른 애들이 이 모습을 보는게 싫었다.
"아. 마르면 묶으려고. 왜? 이상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묻는걸까.
너무 예뻐서 미치겠는데.
"묶은게 더 예뻐."
나만 알거야. 너 예쁜건
내 말에 너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그리곤 곧 머리를 묶었다.
마르면 묶을거라더니.
붉어진 너의 얼굴이 귀여웠다.
"이쁘네."
너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아. 귀여워.
-
요즘 너는 전과 좀 다르다.
가끔은 안경을 벗고오기도 하고, 다른애들처럼 조금씩 꾸미기도 하고.
그래도 항상 머리는 묶여있었지만.
안경을 벗고 온 날은 너를 바라보는 남자애들이 많아 신경이 쓰인다.
나만 알고싶은데, 다른애들도 너가 예쁘다는 걸 알아버린 듯해 기분이 좋지않다.
"안경, 왜 안써?"
그 말에 너는 조금 당황한 듯 했다.
"응?"
"안경."
나는 너가 안경 쓰는게 좋은데.
"안경? 그냥. 도수가 너무 높아서. 눈도 작은데. 더 작아보이는것 같고."
너는 우물쭈물 나에게 대답했다.
"너 눈 안작아. 예뻐. 그니까 쓰고와. 안경."
너의 얼굴이 붉어지는 건 언제봐도 예쁘다.
어떻게 이렇게 매일봐도 질리지 않는지.
요즘은 고민도 한다.
어떻게해야 너가 얼굴을 붉힐지.
그래서 예쁘단 말이 입에 붙은듯 싶다.
뭐 너가 예쁜건 사실인걸.
-
평소였으면 수련회는 꿈도 못꿨을거다.
나는 축구부였고, 연습을 빠질수는 없으니.
하지만 나도 한번도 못 본 사복입은 모습을 다른 애들만 보게 할 수는 없었다.
몇일을 감독님을 설득했다.
수련회에 가고싶다고.
한번도 이런적 없던 내가 매일 달라붙어 조르니 감독님도 당황한듯했고, 나는 결국 허락을 받았다.
수련회 당일 나는 가장 먼저 도착해 너를 기다렸다.
오늘 너는 어떤 모습일까.
어제 밤부터 그 생각으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얼마후 도착한 너는 조금 커다란 가디건에 청스키니를 입고있었다.
다른 여자애들처럼 화장을 한것도. 화려한 옷을 입은것도 아니었다.
너는 사복도 딱 너였다.
단정하게. 예뻤다.
솔직히 너가 다른 여자애들처럼 화장하고 짧은 치마를 입었으면.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을거다.
너한테 홀려서.
그리고 다른 남자애들이 너를 보지 못하게 하려고.
지금 모습도 보여주고 싶지는 않지만.
얌전한 너는 마땅히 친한친구도 없었다.
너는 제일 앞자리에 혼자앉았고, 나는 당연스럽게 너의 옆자리에 앉았다.
옆에 앉는 나를 보고 너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여기 앉으려고?"
"응. 자리없어."
물론 이 말은 핑계였다.
자리는 많았지.
근데 여기를 내가 어떻게 왔는데 너랑 떨어져 앉고싶지않았다.
다행히 너는 자리없다는 내말에 굳이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너의 옆자리에 앉아 잠이 든 너를 바라보았다.
'피부도 진짜 좋네. 하얗고. 예쁘다.'
너를 바라보면 예쁘단 말밖에 안하는 나도 정말.
미치겠다.
이거 왜 점점 길어지지...
미치겟다
끝이안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