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왔다- "
" 어, 왔어? 너 언제올지 몰라서 나 먼저 시켰는데 "
" 엉 잘했어- 나도 시키고 올게. 뭐 빵이라도 먹을래? "
" 나는 당근 케이크! "
맡겨놨니? 안 물어봤으면 참 너가 섭섭했겠구나.
물어보자 마자 1초의 고민도 안하고 대답하는 너의 모습이란, 볼때마다 새롭구나 ^^
주문을 하고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바로 나온 케이크와 커피를 들고 가서 맞은편에 앉았다.
무표정하게 커피만 마시고 있자 시윤은 그런 내 표정을 보더니 포크를 들고는 내 컵을 톡톡 쳤다.
" 오늘 무슨 일 있어? "
" 일은 무슨... 그냥 선배때문에 생각할게 있어서 "
" 선배? 그때 그 선호선배인가 그 사람? "
" 아직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어? "
" 나 기억력 좋아~ 그건 그렇고 왜? "
" 아니, 너랑 데이트하냐고-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를 하더니! 기분 안 좋은 표정으로 먼저 가잖아.. "
" 너, 그 선배랑 사귀어? "
" 사귀기는.. 나 혼자 일방통행중이다- "
" 일방통행 아닌거 같은데... "
시윤이 잠시 고민하듯 생각하다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왜 이래, 좁아 절로가- 하고 밀려고 했는데 시윤이 내 폰을 가져가더니 사진어플을 켰다.
" 사진은 왜 "
" 넌 그냥 같이 하면 돼 "
" 나 셀카 안 찍어! "
" 자 하나 둘 하면, 돼지~ "
예상치 못한 돼지-라는 말에 그만 웃음이 났고, 시윤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내 얼굴에 맞대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확인하고는 '좋아, 마음에 들어' 하고는 내 sns를 들어가 찍은 사진을 바로 업로드 시켰다.
# 오랜만 # ♡
그러고는 바로 본인 폰으로 내 인스타에 ♡를 댓글로 달아놓더니 만족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 미쳤냐? 드디어 너가 정신을 놓았구나? "
" 영화나 보러가자 "
시윤은 자신의 짐과 내 짐을 챙기고는 앞장서 나갔고 나는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 급히 쫓아 나갔다.
" 야 내 가방이랑 폰 줘- "
" 영화표부터 끊고 줄게 "
" 무슨생각인지 도저히 모르겠네.. "
늘 어디로 튈지 모를 애였지만 오늘은 유독 더 신나서 막 움직이는 기분이였다.
포토티켓으로 뽑아와 자신의 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더니 이제 다 되었다며 내 짐들을 나에게 다시 건내줬다.
" 야 불안하니까 뭔지 빨리 털어놔 "
" 일방통행 아니고 쌍방이면, 곧 알게될거야 "
알수없는 말을 하던 시윤이 팝콘 하나와 콜라 하나, 빨대 두개를 가지고는 히히 웃으며 들떠보이는 모습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대체 왜 신난거야? 얘 오늘따라 진짜 왜 이래..
시윤은 화장실을 간다며 잠깐 자리를 비켰고 나는 의자에 앉아 영화시간을 기다리며 발을 통통 굴리고 있었는데 멀리서 어디서 본 실루엣이 보였다.
어...? 저 옷 선호선배 아닌가? 난 벌떡 일어나 다시 확인하고는 선배를 불렀다.
" 선호 선배- "
" 어? 아니 이게 누구야, 다은이 구나? "
선배는 두리번 거리다 날 발견하고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 저 신작보러 왔는데, 선배도 영화보러 오셨어요? "
" 어우- 나도 오늘 딱 그 영화 볼 예정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딱 만나지? "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말투와 함께 무언가 초조한지 발을 까닥대고는 앞머리를 불며 내 옆자리를 살펴봤다.
" 진짜요? 혼자 보러 오셨어요? "
" 어? 어- 친구가 갑자기 시간이 안된다고 해서 "
" 그러셨구나, 전 곧 있음 영화시작 하는데, 선배는요? "
" 나도 5시 영화야, J12 "
" 대박, 저 바로 옆 좌석이에요! "
" 와 진짜? 전혀 몰랐는데? "
" 근데 선배 뛰어왔어요? 이마에 땀이.. "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걸 보고는 옷 소매로 닦아주려고 손을 뻗었고
선배는 '아니야 괜찮아' 하면서도 굳이 내 손길을 피하지는 않고 내가 닦기 편하게 고개를 숙였다.
귀여워..ㅠㅠ 꼭 말 잘듣는 강아지 같네- 충동적으로 볼에 뽀뽀라도 할까 했지만 그러면 놀라서 도망갈까봐 꾹 참고는 그저 땀만 닦아줬다.
그러다 선배가 내 뒤를 보고는 한쪽 눈썹을 찡그리길래 누군가 싶어 돌아봤더니 시윤이 웃으며 나 왔어- 하고는 내 어깨위로 팔을 쓱 올렸다.
" 누구야? 아는사람? "
" 어, 학교선배야 "
" 아~ 혹시, 그 선호선배? "
괜스레 친한척 하는 시윤에게 나는 눈으로 욕을 하며 어깨에 있는 팔을 치우려했으나 시윤은 오히려 더 힘을 주어 버텼다.
' 미쳤냐? 팔 안치워? ' 복화술로 으르렁 거리자 그제서야 시윤은 조심히 팔을 내리며 선배에게 손을 내밀었다.
" 안녕하세요, 윤시윤입니다. 다은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
" 다은이가 제 이야길 많이했나봐요. 저는 그쪽 이야길 못 들어봤는데 "
" 그래요? 제 이야기 할만큼 마음을 안 터놨나보다~ "
시윤이 그치~ 하면서 자꾸만 친한 척 엉겨붙었다.
아닌데? 내 머리속이 선호 선배로 가득 차서 니 생각이 쌀알 만큼도 없었을뿐이야.
그리고 얼굴 좀 치워주겠니, 그러다 나한테 강냉이 털릴수가 있어.
차마 선배한테 그런 모습을 보일수가 없어서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 그럴리가, 하하.. ' 하고는 선배에게는 안 보이게 발을 살짝 밟았다.
" 친구라고 안 했나..? "
" 아 제가 유학을 갔다와서, 스킨십에 익숙해서요 "
선호는 표정관리가 안되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굳은 표정으로 말을 했고, 누가 봐도 화가난듯한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봤다.
아니 왜 둘이서 갑자기 싸우는 분위기냐고..
마침 영화 10분 전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시간 다 됐어요 들어가요~' 하며 끌고 들어갔다.
*
*
" 오, 야 잘생겼는데? "
" 눈독 들이지마라- "
영화 시작 전 시윤과 내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자
그걸본 김선호는 큼.큼! 헛기침을 하며 '영화관인데 좀 조용히 하지' 하며 나에게 눈치 아닌 눈치를 줬다.
영화가 시작을 하고 얼마 안되서 시윤은 전화를 받고 오겠다며 나갔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쪽에 앉은 선배를 흘끔 바라봤다.
매번 영화도 그냥 집에서 보다가 영화관에서 보니까 느낌이 달랐다.
주변의 불이 꺼진 상태에서 온전히 영화의 불빛만이 선배의 얼굴을 비추었고 그 덕인지 평소에도 빛나 보이던 눈이 빛에 반사되어 더 반짝거려보였다.
예쁘다... 높으면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코랑, 선해보이는 눈매랑, 적당히 도톰해서 한번쯤 만져보고 싶은 입술. 안 예쁜데가 없네..
혼자 선배의 얼굴을 몰래 바라보다 휴대폰의 불빛에 고개를 돌리니 '나 일이 생겨서 먼저 가-' 하고 시윤이 보낸 카톡이 보였다.
가방에 휴대폰을 넣고는 영화에 다시 집중하려다 내 왼쪽에만 있던 팝콘이 눈에 보여 선배에게 팝콘 몇개를 집어 건내주었다.
" 선배 혹시 팝콘 드실래요? "
김선호가 팝콘 몇개 올려진 내 손을 잠시 바라보다 팝콘을 집어 팝콘통에 다시 넣고는 남겨진 내 손을 자연스레 잡았다.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손을 살짝 뺄려고 했지만 다시 힘주어 잡는 선배의 손에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잡힌 내 손을 바라봤다.
" 왜? 선배랑은 손 잡으면 안되나? "
" 아.. 아뇨 "
영화를 보는동안 나는 온 신경이 선배와 맞잡은 손에 가 있어 영화가 무슨 내용이였는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그저 선배의 손의 촉감, 손가락의 길이, 맞잡은 손으로 느껴지는 따스함만 머릿속에 기억되었다.
긴장이 되어 손끝만 살짝 까딱 거리던 내 손에 맞추어 선배도 잠시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움직였고
손가락끼리의 사소한 부딪침은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온 신경이 집중되어 마치 선배에게 내 살결이 조심히 쓰다듬어 지는것 처럼 느껴졌다.
영화가 끝이나고 불이 켜지며 모든 관객들이 나갔지만 선배와 나는 여전히 손을 붙잡은 채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 저기... 선배 "
" 어.. "
" 이거.. 무슨 뜻 이에요? "
" ... 이런 뜻? "
김선호가 옆에 앉아있던 나를 살짝 당겨 내 볼에 입을 맞췄고, 너무 놀란 내가 그만 굳어버리자 씩 웃으며 가자- 하고는 손을 잡고 영화관을 나섰다.
집 앞에 걸어서 도착할때까지 나는 그저 선배의 손에 의지하며 천천히 걸어왔다.
어... 혹시 이거 꿈인가? 안되는데..!
집 앞 건물에 다다르자 슬슬 걱정이 된 나는 잡은 선배의 손을 잡아끌어 걸음을 멈추게했다.
" 선배.. 혹시, 이거 꿈이에요? "
" 응? 아니, 왜 볼이라도 꼬집어줄까? "
" 아! 그래볼까요?? "
내가 귀엽다는 듯 웃고있는 선배의 볼을 쭈욱 꼬집어 보았다.
어-! 몰캉몰캉 느낌이 진짜 생생한데??!
" 진짜니까 그만하지? "
" 그럼 오늘부터 1일 맞는거죠? 우리 사귀는 거죠? "
" 응! 오늘부터 정다은 남자친구인 김선호야. 잘 부탁해! "
계속 되물어보는 나에게 김선호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끄덕거렸고 나에게 악수를 하듯 손을 내밀었다.
남자친구... 내 남자친구...
나는 선배의 손을 맞잡고는 악수를 하다 당겨서 볼에 쪽-하고 뽀뽀를 했다.
선호는 그런 내 첫 뽀뽀에 너털웃음을 짓더니 이제 집에 들어가고 또 내일보자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나의 집과 선배의 집 층수를 각각 누른뒤 문이 닫혔고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 선배의 층을 다시 눌러 취소시키며 선배의 눈을 바라봤다.
" 선배, 저희 집에서 자고가면 안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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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넘어버렸...ㅠㅠ
얼른 사귀고 진도 나가고 싶어서 쓰다보니
글도 길어지고 좀 재미도 없어지고 ㅠ
다시 확 줄일려다가 그냥 독자님들만 믿고 다 써버렸어요!
드디어 선호선배와 1일 입니다!!
다음화를 불맠으로 쓸지 말지 고민이에요.
진도가 너무 빨라도 걱정, 너무 느려도 걱정.
글을 쓰는게 처음이라 어렵네요 ㅠ
그래도 독자님들이 보고싶으신 장면들을 최대한 반영해서 넣어보도록 할게요 ♡
울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
예전 글에 댓글로 메일 남겨주신분들은 다시 확인하고 내일중으로 보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