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아카데미
<한국계열>
순영) 아니 우는 애들은 안주겠다며!!!!!!!!!
승관)그래, 형. 우는 애들은 안주기로 계약서에 썼잖아.
이 찬 어린이는 여름에 울었다고 보고서에 적혀져있고, 이석민 어린이는 셀 수 없이 울-,
승철) 그래도 선행한 애들이라서 줘야돼.
승관) 형. 선행보다 우는 횟수가 선물 기준상 더 높은거 알잖아-!
정한) 야, 너 니가 배달 안한다고 겁나 쉬운 줄 아나본데,
우는 애들 집까지 싹 돌려면 적어도 네시간이야. 알어? 근데 우린 두시간만에 돌리고 돌아와야한다고. 어?! 루돌프협회도 파업한다고 지랄 지랄들이던데 니가 이따구로 우는 애들 몇명 준다고, 아니 몇백명 더 추가해서 준다고 하면 우리가 어떻게 하냐!!!!!!!!!!! 이 총회장새끼야!!!!!!
승철) 야 그럼 어떡하냐!!!!! 찬이는 저번에 도로에서 차에 치일 뻔 한 유치원생 구해줬고!!!! 석민이가 운 이유는 죄다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봐서 그런거고 지가 잘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운건데!!!!!!!기타 등등 이런 애들을 내가 선처해주지않으면 누가 해주는데!!!!!!!!
승관) 아니 형! 법대로 가셔야죠!!! 어쨌든 울었잖아요! 울면 선물 안주는 건 이미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라구요!!!!
정한) 야 니 멋대로 할 거면 법은 왜 있어!!!!! 지금 안그래도 돌아야하는 집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두시간도 힘들어 이번년도는!!!!
승철) 도는 김에 더 돌다 오라고!!!! 문은 한시간 더 열어놓을게!!!!!
정한) 야 니 산타가 쉬운 줄 알아?!??!!?!!?!? 애들 깰까봐 까치발 들고 굴뚝 먼지 쳐먹어가면서 조용히 머리맡에 선물두고 나오는게 무슨 지구인들 택배마냥 쉬운줄 아냐고!!!!!!
승철) 누가 쉽대?! 그냥 더 수고하라고!!! 왜 난리야!!!!!!!!! 문도 더 늦게까지 연다니까!!!!
정한) 야이씨 나 미국계열로 보내줘!!!!!! 조슈아랑 일할래 차라리!
승철) 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섭하게하냐!!
순영) 녹용 값만 올라봐라! 바로 퇴사할거야!!!!!
승철) 권순영!!! 니네 진짜 왜그래!
승관) 다 때려쳐!!! 우리도 파업할거야!!! 형 솔직히 작년에도 이런식이라서 우리 완전 빡셌어!!!!
울면 안주는 게 법이라고!!!!!!!!!!!
<미국계열>
‘ 야, 거기 산타직 남냐???? 우리 여기 못다니겠다. 최승철이 너무 착해서 못다녀. 선물 안받는 어린이 찾는게 어려울 수준으로 선물공세 쩔어. 슈아야 살려줘. 나랑 승관이랑 순영이 좀 받아줘. 조슈서사ㅏ아엉우아아아ㅏ아아’
조슈아) ....?
슈아가 정한에게서 날라온 편지를 읽더니 눈을 찌푸리곤 곧 제 머리 위로 휙 던졌고 편지는 하얀 빛을 내며 사라졌다. 개소리야.
조슈아) 보고서 작성한 토대로 받을 애들 명부 정리해서 넘겼는데. 받았어?
버논) 응. 올해는 작년보다 적더라. 금새 끝나겠어.
준) 와 근데 원우는 맨날 받네. 나 여기 입사하고 원우네 집 맨날갔어.
버논) 걔 한인타운에서 유명해, 안착하게 생겨선 착하다고.
디에잇) 그거 욕 아냐?
버논) 글쎄.
준) 근데 한국계열 루돌프협회 파업한다는데, 진짜래?
조슈아) 내가 알기론 그랬던 것 같은데.. 사실 난 우리계열 빼곤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몰라.
내가 알아야 할 필요 없어서.
디에잇) 그 루돌프 협회장이 저번 사건 때문에 빡쳐서 그런거래.
준) 무슨 사건?
디에잇) 그거 몰라? ‘규돌프 탈진 사건’?
한솔) 아, 그거? 루돌프 협회장 이지훈이 제일 아끼는 루돌프가 김민규인데 알다시피 한국계열 선물공세가 좀 있냐. 그래서 규돌프가 싹 다 돌다가 탈진왔는데 보상 제대로 안해줘서 파업하는거야.
준) 아. 그럼 이번엔 어떻게 하려그러는거야?
조슈아) 최승철이 알아서 하겠지, 뭐.
결국 울었던 애들 몇백명 추가한 명부를 넘긴 승철이었고 규돌프는 이번 배달에서 제외한다는 명목에 지훈은 파업을 철수했다. 결론은 빡치는 건 순영과 승관, 그리고 정한이라는 것. 썰매에 기댄 채 서있는 셋의 표정엔 체념만이 가득했다.
순영) 엄마가 루돌프직 시험보라고 했을 때 말을 들어쳐먹었어야했는데..
승관) 내가 무슨 생각으로 산타직을 입사했지? 그냥 선물포장직 갈걸. 그거 막노동 같아서 안간건데 사실 숨겨진 막노동이 산타였어.
정한) 이번생은 글렀어.
셋이서 허공을 바라본 채 푸념 아닌 푸념을 가득 늘어놓을 때 즈음 루돌프들이 들어오고, 곧 모자를 쓴 산타들이 선물을 대충 확인하곤 썰매에 올라탔다. 서로를 보며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인사를 건넸다. 빡센 노동의 시작이었다.
승관) 아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순영) 야 너 늦장부리지말고 속도 높여~!
승관) 높일거거든?! 형이나 늦지않고 오시지! 저번에 늦게와서 하루동안 인간계에 머물렀던거 기억 안나시나보지?! 허!
승관이 순영쪽을 향해 눈을 부라리더니 곧 속도를 높여 순영의 시야를 벗어났다.
순영) 저자식이 진짜!!!
순영이 빠르게 사라지는 승관의 썰매를 바라보다 제 시야를 살짝씩 가리며 내리는 눈을 올려다봤다. 몇년만에 화이트냐. 적게 중얼거린 순영의 목소리가 적적하게 울려퍼지고, 곧 명부를 들추며 가장 가까운 집들을 찾았다.
순영) ...뭐야, 처음보는 이름인데. 이사온건가?
10317번으로 가자.
순영이 명부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곤 루돌프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루돌프 코가 붉은 빛을 내더니 속도를 높여 목적지로 향했다. 그러자 순영은 명부를 제 옆에 툭 내려놓더니 발로 박자를 타며 콧노래를 불렀다.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산타직을 후회하는 순영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산타직이 참 잘어울린 다는 걸 순영은 아직도 모르는 듯 했다. 순영이 낯선 이름을 본 것 처럼, 썰매가 멈춘 굴뚝도 역시나 낯선 곳이었다. 거센 바람 때문에 헝클어진 모자를 제대로 쓴 순영은 다시금 명부를 들춰 이름 옆에 자리한 선물 일련 번호를 훑었고, 곧 보라빛으로 감싸져있는 상자를 꺼내들었다.
순영) 와 뭐야. 왜이렇게 가벼워? 빈상자 같은데.
아무것도 들지 않은 듯 한 무게에 순영의 눈이 동그래지고,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굴뚝으로 향했다. 가볍게 날던 순영은 천천히 여주의 방안에 착지하고,
툭-,
“.........”
“.....헙,”
빈 상자를 떨어트리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정확히 마주친 두 눈 때문에.
그러나 놀란 건 순영 뿐이 아니었다. 태어나서 난생 처음 산타를 본 여주도 만만치 않게 놀랐고, 순영은 제 입을 막고있던 손은 천천히 내리며 입을 뻥끗거렸다.
순영) ...저,
여주) ...진짜네. 이석민이 거짓말하는 줄 알았는데.
순영) ...아느,
여주) ..그럼 그 선물도, 진짜 제거예요?
순영) ....아니 맞긴 맞는데,
순영의 말이 끝나자 여주는 침대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떨어져있는 보라색 상자를 천천히 뜯었고, 순영은 그런 여주를 내려다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 들킨거 알려지면 페이 깎이는데. 아니 지금 새벽 세신데 왜 안자? 어? 이런 잠에 늦게 빠지는 애한테는 왜 선물을 주는거야? 앞으로 잠에 늦게 드는 애들도 명부에서 빼야-,
여주) 여기요.
순영) ..어?
여주) 저 이거 쓸거에요!
어느덧 선물상자에서 선물을 꺼낸 여주는 순영에게 내밀었고, 엉겁결에 받아든 순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군다나 자신이 너무나도 익숙한 승철의 글씨체였다.
‘여주의 산타썰매 1회 이용권’
순식간에 오만가지의 생각이 지나가고, 곧 페이는 안깎인다는 다행스러움이 몰려오면서도 이 아이를 태우고 다녀야한다는 의무감에 순영이 옅은 한숨을 뱉어냈다. 순영의 심정은 모르는 듯 여주는 외투를 입곤 물었다.
여주) 썰매는 어딨어요? 전 갈 준비 다했어요!
순영) ...밖에 눈와.
여주) ...근데요?
순영) ....목도리도 해야돼. 되게 추워, 여주야.
외투를 입은 채 자신을 향해 말하는 여주에, 순영은 침대 끝자락에 걸려져있는 목도리를 들곤 여주 눈높이 만큼 허리를 숙이더니 휙휙 감아줬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진 벙어리장갑도 들고오더니 여주의 손에 끼워주고나서야 여주의 손을 맞잡고 붕 뜨며 굴뚝을 빠져나와 썰매에 올라탔다.
순영) 안전벨트 했어?
여주) 네.
순영) ..어디보자, 그럼 다음은... 이석민 네로 가자.
순영의 말에 루돌프가 천천히 시동을 걸더니 석민의 집으로 향했고, 여주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여주의 머리칼이 흩날리고 옆에 앉아있던 순영이 그 머리칼들을 정리해주더니 물었다. 근데,
순영) 내가 이 일을 꽤 오래했는데 너희집은 처음와봤어. 산타한테 편지 올해 처음 쓴거야?
여주) 아뇨? 매년 썼어요! 소원도 빌고.
순영) ..근데 왜, 아. 혹시 울었어?
여주) 에이, 아니요! 안울었는데?
순영) ...그럼 혹시 다른 산타가 줬나.
여주) 올해 처음 받은거에요, 선물.
여주의 말에 순영이 옅게 인상을 찌푸리더니 의문이 가득한 목소리로 여주를 향해 물었다.
순영) 편지에 뭐라고 썼는데? 최승철이 안봤을리가 없는데..
여주) 제 소원이 좀 어려웠나봐요.
한 번만 행복해보고싶다고 썼거든요.
여주의 짧은 대답과 함께 차가운 정적이 자리하고, 순영의 시야에 익숙한 석민의 집 굴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돌프가 천천히 속도를 늦추자, 순영이 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순영) 왜 그런 소원을 썼는데? 뭐, 보통 갖고싶은 걸 쓰지 않나.
여주) 그게 갖고싶었어요. 행복이.
순영) 그건,
여주) 가질 수 없는 거라는 거 알아요. 그게 무슨 장난감도 아니고,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죠. 다 아는데,
그 감정을 느낀 적이 없어서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건지, 아님 정말 느낀 적이 없던 건지 모르겠지만.
순영) ...그럼 올해는 산타 썰매 타보고 싶다고 쓴거야?
여주) 아뇨! 올해도 행복해지고싶다고 썼어요. 그랬더니 이런 쿠폰을 주셨네요.
..어,
여주가 순영에게 다시 돌려받은 쿠폰을 휙휙 펄럭여보이다가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글자들이 뒷편에 자리한 걸 발견하고,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epilogue
석민) 와, 우리끼리 크리스마스에 만나는게 벌써 9번째다.
찬) 징글징글하지?
여주) 그동안 우리가 솔로였단 증거지 뭐.
찬) 야, 아니지. 있는데 우리끼리 논거일 수도 있잖아.
여주) 그래서 있었단거야?
찬) 야. ..아니지^^
석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 산타한테 선물은 받았어?
석민) 아이~ 그럼!!! 이번에 우리집 오븐이 고장나서 오븐 좀 고쳐달랬거든? 일어나자마자 오븐 확인했는데! 와아안전 그대로 돌아왔어!
찬) 이야~ 진짜 대박이네! 난 우리 가족 신발 좀 사주셨으면 좋겠다고 보냈는데 아침에 신발장 확인하니까 딱 놓여져있던거있지? 진짜 감격했잖아.
석민) 여주 넌? 이번에도 패스?
여주) 음.. 패스 같지않은 패스..?
찬) 그게 뭐야.
여주) 꿈에 나타났어, 산타가.
석민) 에이 그게 뭐야! 꿈엔 나도 가끔 나와~
여주) 야, 완전 생생했거든? 어제 밤에 눈왔지? 나 눈맞으면서 산타랑 선물 나눠주고 다녔어!
찬) 에이! 그래도 꿈이잖아!
여주) ..아이 꿈은 꿈인데..! 아익까, 엄청 진짜같고 생생했다고! 그리고 산타한테 보낸 편지 답장도 받았어! 너넨 선물만 받고 답장 받은 적은 없지?!
석민) 와 근데 답장은 받은 적 없다? 생각해보니까.
여주) 거봐! 편지보니까 내 선물을 못주는데엔 다 이유가 있었고! 꿈에서라도 받은 것 같아서 좋았다니까?
찬) 근데 도대체 어떤 소원을 적는거야?
석민) 그니까. 어떻게 9년만에 꿈에서 소원을 받아? 너 막 미국으로 순간이동해달라 이런거 적어?
여주) 야 장난하냐. 그런 거 안썼거든.
석민) 이제 소원 좀 바꾸지그래?
찬) 그니까. 꿈에서 받는 것 보단 우리처럼 현실에서 받는게 좋잖아.
여주) 꿈이었지만 진짜 같았어, 그래서 이렇게라도 받을 수 있다면 난 좋아.
석민) 그럼 9년동안 고수해서 선물 받은거잖아. 이제 다른 선물 받아야지.
찬) 그니까. 다른 선물 받고싶은 거 없어?
여주) 다른 선물? 없어.
그냥 올해 받은 것처럼 내년에 또 받을 수 있다면, 난 좋아.
**
사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훠어얼씬 전! 한 10월인가? 쯤에 쓰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마무리는 크리스마스 직전 22일에.. 마무리를 했다는 점 ㅋㅋㅋㅋㅋ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가져온 글이구요. 업로드를 하기로 정한 날짜를 잘못 선정한 탓에 세때홍클 톔아이는 한 편씩 밀릴 것 같은 느낌이 들구영. 조금 일정을 말씀드리자면 세때홍클 시즌2는 아마도 내년 초에 (아직 쓰지도 못한) 첫회가 올라가지않을까 싶어요. 그 전에는 티엠아이가 계속 업로드 될 예정이구여! 올리기 전에 제가 예고 할테니까 넘 막 학수고대 하지마셔요 헿..
마지막 승철이가 여주에게 쓴 편지는 모두에게 하고싶은 말을 대사로 적어봤어요. 항상 행복하고싶고, 행복이 뭘까 싶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래서 진짜 쓰기가 힘들었어요. 정말 모르겠어서...)
왜이렇게 주저리가 길어지냐면, 제가 인티에 가입하고 글을 쓴지 100일이 지났대요! 100일에 글 올리고 싶었는데 그 땐 완성된 글이 없었어서 못올리고 이제서야 말하네요. (지금은 104일째) 저는 가입 하자마자 글을 올려서 진짜루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을 이렇게 글로 찾아뵙는게 저 날짜만큼인거거든요. 그래서 신기하고 막 그런거있져?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자님들, 항상 저는 여기서 여러분을 기다리고있어요. 제가 더 좋은 쉼터가 되어서 여러분들이 하루동안 힘들었던 걸 제 글을 읽는 순간에서 만큼은 좀 내려놨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제 글이 존재할 수 있는건, 읽어주시는 독자님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 헣헣핳
아우, 별것도 아닌데 장황해라. 여러분 어쨌든 메리크리스마스에요! 다음 글로 봐요 우리! 오늘은 우리 모두 꿈 속에서 저 산타친구들을 만나봅시다 흐흐 ㅋㅋㅋㅋㅋ 안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