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별을 해요. 나는 사랑을 할 겁니다.
01 동화 같은 이야기
[정재현. JAY pictures 제작사 대표]
Q: 자기소개 먼저 해주시죠.
안녕하세요. JAY pictures 대표 정재현입니다.
Q: 재경그룹의 대표이사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오늘은 JAY pictures 대표로 뵙게 되네요.
한자리 맡아야 한다고 하셔서 이름만 올려둔 거죠. 사실상 제가 하는 일은 영화사 일이 전부에요.
Q: 필름 스쿨을 졸업하셨다고 들었는데, 영화계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죠?
저희 집에서 저는 망나니에요.
대한민국에서 저희 회사 이름을 모르는 사람을 없으실테고, 제가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사실 저는 기업이니 사업이니 정치니 그런 것들과 거리가 멀게 자랐어요. 내로라하는 과외 선생님들한테 수업을 받았지만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그 다음은 뭐, 뻔한 얘기들이죠.
그런 저는 어머니 눈에 눈엣가시였고, 유학길에 올랐고, 덕분에 저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 더 심취할 수 있었죠. 경영 수업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영화판에 뛰어들어서 연출부 막내부터 시작했어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거든요.
Q: 제작사 대표가 되시기 전에 영화 감독을 꿈꾸셨네요?
영화를 다섯 편 정도 찍고 나니 제가 영화 찍을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영화 제작사를 차렸습니다. 잘 찍진 못해도 보는 눈은 밝아서 그럭저럭 잘 되고 있습니다. 재벌 아들인 게 알려 지면서 판권을 따 오는 게 쉬워지기도 했고요.
올해의 영화인들 잡지에 실려 있는 한 페이지의 사진과 짧은 인터뷰.
재현은 경쟁 한 가운데 에서도 여유로웠고, 다 가졌지만 굳이 밖으로 과시하려 하기 않았고, 위트 있고 겸손했다.
중요한 자리이니 최대한 마음에 들게 행동하라는 조언들에 떠밀려 나온 자리.
마주 앉은 자리에는 아까 잡지에서 봤던 남자가 앉아있다.
“저는 그림을 그려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처음 꺼낸 말은 "저는 그림을 그려요." 였다.
가만히 있다가 옅게 웃은 재현이 대답했다.
“저는 영화를 만들어요."
.
.
.
그리고 나서는 뭐라 할 자기소개가 없었다. 이미 누군지 알고 있었고 이 결혼으로 오고 갈게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재현이 길었던 침묵을 깬다.
“이런 자리 어색하죠”
“네”
“술 한잔 할까요?”
“……..저기요. 나 정재현씨 마음에 들어야 하나 봐요. 근데 이런 거에 영 소질이 없어서요.”
“지금 잘하고 있어요. 나는 차준희씨 마음에 들어요?”
“네?”
“그런 노력은 안 해줘도 돼요. 우리가 사랑하지 않아도 이 결혼은 하게 될 테니까.”
"그렇죠."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은 우리 사이에 너무 웃긴 것 같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게요."
"저도 제 최선을 다 할게요."
당신의 마음에 들어야 겠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으니 알려달라.
마음에 들 필요 없다. 피차 싫어해도 하게 될 결혼이다.
꾸밈 없는 대화였다. 가식 없이 각자 할 말을 했다.
- 영화 만드는 남자, 그림 그리는 여자.
- 동화 같은 사랑 정재현 대표이사
- 정재현 대표이사 열애
어색한 식사 자리는, 몇 장의 사진으로 남았고, 사람들은 영화 만드는 남자와 그림 그리는 여자의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에 관심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