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w. 옥수수소세지
Q. 네? 변해요? 에이- 설마요.
"아뇨. 내가 알지. 확실해.
요즘 주지훈 걔, 자꾸 뭘 숨긴다니까요?!
안 그래도 이 망할 호르몬 때문에 짜증나 죽겠는데에!
아아아! 서운해! 서러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EP. 10: 엄마, 아빠도 다 처음이라 그래
- 아니, 이 사람아. 형부는 그럴 위인이 못 돼요.
너만 몰라, 너만.
"내가 봤어. 아내가 임신하면 더이상 여자로 안 보인다는 글..."
- 너, 이씨. 우리 상콤이 예쁜 것만 봐도 모자랄 시간에, 확!
너 앞으로 인터넷 금지. 압수야.
혼자 영화 좀 그만 찍고, 형부한테 직접 물어봐 그냐앙!
"아니이 글쎄!
저번에는 침대 옆 탁자에 웬 못 보던 공책이 있길래 이게 뭐냐고 물으려던 걸, 그 거대한 몸까지 날려가면서 그 종이 쪼가리 하나를 못 읽게 막더라니까?!!
와, 살다 살다 그런 고급 인터셉트는 처음 봤어.
지가 무슨 미식 축구 선수야? 숨길 거면 좀 제대로 숨기던가아!
참나- 그래놓고 한다는 말이 아무 것도 아니래. 장난하냐?!
명색이 배우라는 사람이 연기가 왜 그따군데?! 겁나 어색해!"
- 그래, 너의 마음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백수, 넌 몰라도 난 겁나 바쁘거든?
형부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했다, 난.
그리고 아마 별일 아닐거란 데에 내 손모가지를 걸지. 끊어라.
"나쁜년."
- 웅! 나두 사랑햄!
꽤나 매정하게 뚝- 끊겨버린 친구 현승희 씨와의 전화네요.
힘껏 일방적인 수다를 우다닥 토해내고 나니 핑- 도는 열기에 ㅇㅇ 씨는 볼통볼통 화를 삭히는 듯한 숨을 뱉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벌써 임신 말기에 접어든 ㅇㅇ 씨의 배가 보기 좋게 볼록 솟아올라있어요. 어라? 그러고 보니 ㅇㅇ 씨가 집에 혼자 계시네요.
아내 껌딱지 남편은 대체 어디를 간 거죠?
그 어느 자세로 누워도 불편할 시기.
ㅇㅇ 씨는 밤새도록 몸을 뒤척이다 지훈 씨에게 기대어 겨우겨우 선잠에 나마 들 수 있었습니다. 혹여 간신히 잠든 아내의 속이라도 쓰릴까 남편은 새벽 내내 그녀의 여린 등을 토닥여 주었죠.
덕분에 꽤나 늦은 오전이 되어서 눈을 뜨게 된 아내. 그런 그녀가 제일 먼저 애타게 찾은 건 당연 제 남편이지만 텅 빈 거실을 지나 고요한 부엌과 옷방, 화장실은 물론 희미한 온기만 남긴 채 온데간데없는 주지훈 씨.
아내는 오늘따라 더욱 넓게만 느껴지는 쓸쓸한 저들의 신혼집이 괜시리 미운 것 같아요.
그나저나, 지훈 씨가 말 없이 아내를 두고 어디를 갈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
저를 위해 자그마한 쪽지 하나 조차 남기지 않은 남편이 야속한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퉁명스레 발을 동동 굴리며 기다리는 아내의 얼굴에는 애살스러운 심술이 가득합니다.
바로 그때, 현관문 너머로 인기척이 들리우네요.
"뭐야? 어디 갔었어?"
"아이, 내가 한 발 늦었네. 예상보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잘 잤어?"
"..."
총총총- 달려나가 저를 맞이한 아내를 눈에 가득 담자마자 함박미소를 짓는 남편. 어라? 아직까지 저희가 보기에는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인데요?
ㅇㅇ 씨가 착각하신 ㄷ, 오오?
아... 저런. 포옹은 가볍게 건너뛴채 남편은 아내의 배를 매우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가벼운 뽀뽀를 건넵니다.
아뇨아뇨.
뱃속의 아기에게 뽀뽀를 건넸다구요.
카메라를 넘어 저희에게 동의를 구하는 ㅇㅇ 씨의 눈빛에서 새어나오는 살기. 아내의 편만 든다고 억울해 하셔도 저희는 몰라요. 이건 저희도 정말 어쩔 수 없다구요. 지훈 씨 살짝, 아주 살짝쿵 변한 거 맞는 거 같네요. ㅇㅇ 씨가 요즘 자꾸 섭섭하다고 하시던데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만도 해요.
ㅇㅇ 씨 입술 삐죽이는 것 좀 보세요!
우리 눈치 조금만 챙기자구요 지훈 씨.
"야... 나는 안 보이냐?"
"아니요? 너 밖에 안 보이는데요."
"늦었어. 저리 가."
"여보는 이렇게 눈곱이 끼어도 귀엽네?"
"짜증난다. 어디 갔다 왔냐고."
"누님이 찾으시던 붕어빵 사러요.
마실 우유랑 같이 준비해서 제가 깨워드릴려고 했는데."
"내가? 내가 언제?"
"어제 잠꼬대로 또박또박, 붕어빵 만 원어치 주세요- 하길래
일부러 나 들으라고 하는 줄 알았지.
그래서 자기 일어날 시간에 맞춰서 딱 만 원어치 사왔어. 나 잘 했지?"
따듯할 때 먹는 게 맛있잖아. 배고파? 언제 깼어? 나 많이 기다렸어? 누가 보면 이산가족 상봉인 줄 알겠어요. 신혼부부의 호들갑이란 참 대단하네요. 제 어깨를 감싸 안고 머리에 자잘한 키스를 남기는 남편의 애정어린 모습에 ㅇㅇ 씨는 괜히 섭섭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 합니다.
후... 저희만 솔로죠?
그래요. 강산은 변해도 주지훈 씨가 변하기는 무슨. 에잇- 퉤.
"천천히 먹어. 우유도 마시고."
"웅."
"진짜 신기하다. 자기 원래 흰우유 못 먹었는데, 그치?"
"오오!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또 나 못 먹었던 거 뭐 있지?"
"음... 새해에도 떡국은 안 드시던 분이
요즘은 툭하면 떡국이나 수제비만 찾고,
고기반찬 아니면 상종도 안 하시던 분이
콩자반이랑 나물무침을 좋아할 줄 누가 알았어.
우리 상콤이가 복덩이야. 엄마 편식하는 버릇 다 고쳐주네."
"우리 남편은 요리하느라 고생이 많구먼."
"고생은 무슨. 이건 당연한 거죠."
"그래도, 내가 가끔 정말 힘든 부탁할 때 없어?"
"없는데? 그래도 뭐, 굳이굳이 하나 꼽아보자면…
누님이 가끔 술이 땡기신다고 할 때는 솔직히 조금 많이 당황스러워요."
"그건, 그냥 하는 말이잖아아!!"
"아아- 그건 상콤이가 찾는 게 아닐 텐데,
다른 건 다 되어도 도저히 그건 제가 드릴 수 없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어어..! 이번에는 또 어떻게 달래지?
정말 머리에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든다니까?!"
역시는 역시인가요.
예비 아빠 9개월 차를 바라보고 계신 주지훈 씨께서 가장 곤란할 때는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한 맛집의 음식을 찾는 것도, 제철이 아닌 과일을 구해다 달라는 부탁도 아닌 그저 제 아내가 알코올로 제 간을 원 없이 적시기를 바랄 때라고 하네요. 조금만 더 참아요, ㅇㅇ 씨!
아- 그리고 출산 후의 건강한 음주가무를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과음은 언제나 해롭습니다^^ 잊지 마세요.
- 동상이몽 스태프 일동 -
"앞으로도 우리 사이에는 새로운 변화들이 많겠지?"
"뭐여… 갑자기 왜 이렇게 분위기를 잡아?"
"뭐, 별 건 아니고… 오다 주웠어요."
"이게 뭔데?"
"내가 자꾸 숨기던 거."
글로 배운 것이 분명한 츤데레미를 폴폴 풍기는 남편.
퍽이나 무심한 듯한 저 시선처리가 완벽할 법도 했으나 이미 세계적으로 아내 바보 주지똥이라 낙인 제대로 찍히셨는데 지금 누굴 속이시려고. 그 쓸데없는 쿨한 척 전혀 안 어울립니다.
아, 이건 혹시 그때… 맞네요!
아내의 어이는 전부 다 잃게 만들었으나 남편의 한 몸 다 바쳐 지켜낸 그 부부 사이 불화 전문 공책이네요!
남편에게 전해 받은 것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기에 싶어 자세히 보니, 그건 그저 깜찍한 연두색의 다이어리였습니다. 적당히 빛바랜 표지에 한참을 머무르던 아내에게 남편은 얼른 읽어보라는 듯 애교 섞인 손짓을 보내네요.
종이를 사락이며 넘기는 손가락에 내린 사랑은 아내의 마음을 또 몽글몽글 젖어들게 만들었죠.
정성껏 한 자, 한 자 조심스레 꼭꼭 눌러쓴 투박한 손글씨에 ㅇㅇ 씨의 눈시울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기 시작합니다.
무슨 내용인지 우리 함께 볼까요?
[ 아가야, 안녕.
널 이렇게 처음 불러보네. 정말 반가워.
와... 우리가 엄마 아빠라니… 기분 째진다.
이런. 엄마가 이제 예쁜 말만 쓰라고 했는데..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앞으로 널 부를 일이 더 많겠지만 아빠는 아직도 믿기지 않아.
초음파 사진으로 오늘의 널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콩알 보다도 자그맣고 소중한 널 아빠는 한눈에 알아 봤어!
의사 선생님도 칭찬해 주셨다?
아무래도 아빠는 아빠가 체질인가 봐.
엄마는 아무리 찾아도 사진 속 네가 안 보인다며 집으로 오는 내내 울었어.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마.
아빠가 바로 찾을 수 있으니까, 아빠가 엄마한테 잘 알려줄게.
사실은 우리에게 선물처럼 와준 너에게 정말 고마워서 아빠도 오늘은 아주 조금 울었어. 너무 행복해서 정말 아주 조금만!
사랑하는 아가야,
엄마랑 아빠 잘 부탁해. ]
[ 상콤아!
오늘 정한 너의 태명이야, 마음에 들어?
꼭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널 가지고 엄마는 자꾸 레몬을 처럼 신 과일을 찾아.
그래서 엄마는 널 레몬이라 부르자 했는데, 아빠가 가위바위보로 이겼어.
아가, 승부는 냉정한 거야.
상콤이 네 인생 첫 교훈이다, 알았지?
우리 아가 태명은 아빠가 지어줬으니까
나랑은 더 친하게 지내야 된다! ]
"어머니! 저희 방금 택배 받았어요!"
- 그래? 빨리 도착했네. 다행이다. 그거 전복이거든?
너희 아버지가 부산까지 내려가서 직접 공수해온 거야.
"우와아아! 감사합니다아! 잘 먹을게요, 진짜.
완전 감동쓰."
- 전복 손질 같은 건 새아가 네가 하지 말고, 지훈이 시켜.
"엄마, 아들은 지금 입덧으로 고생 중인데 내껀 뭐 없어?"
택배 상자에서 뽁뽁이를 꺼내어 아내에게 곧바로 건네준 남편은 이미 제 핸드폰으로 전복 손질하는 법을 알아보고 있네요. 스피커폰 너머 퉁명스러운 어투와는 달리 제 옆에서 해맑게 뽁뽁이를 터뜨리며 노는 아내를 바라보는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요즘은 자나깨나 오로지 며느리 생각 뿐인 시아버지의 과일청과 꽃 배달, 위와 같이 전복은 물론 며느리의 입맛만을 고려한 반찬과 그녀를 위한 보약까지 다달이 보내고 계신 시어머니의 넘쳐흐르는 며느리 사랑은 친아들도 뒷전으로 밀어내는군요.
뭐, 주지훈 심은데 주지훈 나온 거죠.
부럽습니다.
- 네가 대신 그런 거라도 해야지, 네가 거기서 뭘 할 거야.
다행이지 정말. ㅇㅇ는 뭐 안 가리고 잘 먹고 있지?
아직 초기니까 몸 관리 잘 해야 한다.
주지훈, 너는 우리 ㅇㅇ 옆에서 하나하나 잘 챙겨라.
남편이 옆에서 외조를 똑바로 해야 돼, 알았냐?
"알았냐, 주지훈?"
천군만마를 등에 업은 듯, 기세등등한 자세로 제 앞에서 엉덩이를 씰룩이며 알밉게 춤을 추는 아내를 품에 꼬옥 가둔 채 이미 극진히 모시는 중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남편은 전화 통화를 끝마칩니다.
[ 상콤아,
팔불출끼가 유전이라는 말은 못 들어본 것 같은데
역시 넌 내 새끼인 게 틀림없어.
상콤이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빠와 통한 것 같아.
요즘 아빠도 엄마를 너무너무 사랑해서 엄마를 대신해 입덧으로 조금 힘을 들이는 중이야. 그래서 할아버지가 엄마를 위해 보내준 속쓰림에 좋다는 생강청은 아빠가 다 마시고 있어.
아빠가 엄마를 챙겨줘야 하는데, 엄마가 아빠 때문에 더 고생이다…
그래도 엄마는 상콤이 덕분에 전보다 훨씬 더 잘 먹고 잘 자니, 참 다행이지?
이게 다 우리 상콤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뜻이니까, 고마워 아가야.
그리고 오늘도 아빠는 할머니한테 구박 받았어.
할머니 너무하지? 그러니까 상콤이가 빨리 나와서 아빠 좀 지켜 줘.
할머니는 언제나 엄마 편이니까
상콤이 너라도 아빠 편 들어줘야 한다?
아빠는 무척 잘 삐져. 무슨 말인지 알지?
엄마 배고프겠다.
아빠는 이제 코 막고 엄마 전복 먹이러 간다. ]
"어떤 자식이야. 누구야. 어디 갔어."
"내 남편 주지훈이라고 하니까 도망가던데? 뛰어왔어?"
"아니 그럼 그 문자를 받고 안 뛰어와?"
어떤 못 배워 먹은 놈의 자식이 남의 와이프한테 작업을 걸어. 간도 크지 - 궁시렁궁시렁. 함께 바닷가를 거닐었던 깍지 낀 두 손이 잠시 멀어진 틈을 타 아내에게서 날라온 문자 한 통은 지훈 씨의 이성의 끈을 끊어내기에는 충분했죠.
[ 오 ㅇㅇㅇ 안 죽었다. 이런 게 헌팅인가. ]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멜로디 삼아 아내가 잠시 쉴 수 있게 남편 혼자 근처 카페에서 따듯한 차를 주문할 때였어요. 그렇게 뛰었는데 용케 차는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네요. 이런 것도 능력이죠. 헉헉- 숨까지 헐떡이며 제가 앉아 기다린 곳으로 달려온 남편의 땀을 닦아주던 아내는 참 걱정도 팔자라며 남편을 호쾌하게 타박합니다.
"에이- 귀엽잖아."
"귀엽..! 뭐가 귀여워. 넌 나만 귀여워 해, 좀!"
"곧 애 엄마 될 사람한테 전화번호를 달라니,
저 풋풋한 패기와 청춘... 핵 부럽다."
"...애 엄마?"
"왜. 나 애 엄마 맞잖아."
"..."
"..."
"..."
"어머?"
"..."
"어머나?"
"..."
"야?! 너 우냐?! 대체 어디가 눈물 포인트인 거야?!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아마 제 아내가 저 자신을 엄마라 칭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게 분명합니다. 부질없는 질투심에 놀란 가슴이 채 다 진정되기도 전에 닭똥같은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하는 남편. 영혼없이 남편의 등을 토닥이는 아내의 차분한 모습을 보자하니, 이런 일이 꽤 자주 있었나 보군요. 족히 두 배는 더 큰 제 몸집을 꾸겨가며 아내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찔끔찔끔 닦아내는 예비 아빠 5개월 차 지훈 씨의 다사다난한 하루.
참 바쁘시네요.
[ 상콤아!
오늘은 널 위한 여행을 왔어.
아빠 눈에 제일 예쁜 엄마가 상콤이를 위해 더욱 예쁜 것만 눈과 귀에 담을 수 있게 제주도에 있는 한적한 시골 동네로.
엄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제주도를 참 좋아했었어.
바다도 좋고, 공기도 좋고, 풍경도, 사람들도 다 좋다고.
그래서 아빠도 제주도가 참 좋아.
상콤이, 너도 엄마 아빠처럼 꼭 제주도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 오늘은 엄마가 웬 못된 악당을 만났어
그래도 걱정하지 마! 아빠가 씩씩하게, 한 방에 무찔렀어.
사실, 엄마는 아빠가 지켜주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하고 멋진 사람이라 굳이 아빠가 필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빠가 엄마 없이는 절대 못 살아서 말이야.
그래서 앞으로도 오래오래 엄마 옆에 꼭 붙어서 걸리적거릴 예정이야!
엄마랑 예전부터 약속했거든,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엄마가 가끔, 아주 가끔가다 아빠를 귀찮아하는 척하긴 해도 아빠는 다 알아.
엄마가 부산 사람이라 표현이 조금 서툴러서 그렇지,
엄마도 아빠를 무척이나 사랑한다는 거.
엄마가 우리 상콤이 신을 신발도 엄청 많이 샀으니까
다음에는 우리 가족 셋이서 손 꼭 잡고 걷자?
바람 좋고, 별 가득한 밤바다에서
우리끼리 조잘조잘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알았지?
오늘도 많이 사랑해 상콤아. ]
"여보야. 준비 다 했어?"
"아니이…"
산부인과 내원을 위해 각자 바삐 보스락보스락 준비를 하던 움직임이 멈추자 들리우는 추욱- 풀이 죽은 목소리 하나. 어딘가 시무룩한 말꼬리에 놀란 남편은 제 긴 다리를 휘적이며 금세 아내가 있는 안방으로 후다닥 달려갑니다.
워- 반응 속도 보소.
"왜, 왜 그래 자기야? 어?"
"양말… 양말을 못 신겠어어어어어…
짜증나아아아아아!!!!!"
"아... 깜짝이야, 놀랐잖아.
내가 해줄게, 내가. 아이고- 미안해애… 뚝- 그만 울고오, 마음 아프게 진짜."
원통하리만치 칭얼거리는 표정에 마음이 짠하다가도, 꽤나 앙증맞은 이유에 남편은 또 헤실헤실 말간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네요. 남편이 다 됐다며 볼에 뽀뽀를 하자 아내는 그제서야 코를 훌쩍이며 그렁그렁했던 눈물을 닦아냅니다.
고마웡.
신발도 신겨줄게, 가자.
[ 상콤아,
엄마는 요즘 부쩍 어리광이 늘었어.
그래서인가 아빠는 요즘 참 행복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이 많아져서 말이야.
너희 엄마는 짜증을 내도 귀엽고, 화를 내도 귀엽다?
그래도 엄마가 오늘 같이 서글프게 울때면 아빠는 늘 어리바리해.
상콤아, 우리 엄마는 늘 웃게만 만들어 주자?
아빠는 조금만 닮고, 엄마 많이많이 닮아라.
아빠가 상콤이도 많이많이 귀여워해줄게. ]
[ 상콤이 너,
요즘 엄마 잠도 못 자게 자꾸 괴롭혀?
엄마가 잘 자야 우리 상콤이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랄 텐데.
아빠가 걱정이네.
아빠가 자랑 하나 해도 돼?
엄마가 곤히 자는 모습은 꼭 하얀 눈꽃 속의 천사 같아.
넌 아직 못 봤지? 아빠는 맨날 볼 수 있어. 부럽지?
새근새근 숨소리도 참 듣기 좋고,
꿈속에서는 자꾸 뭘 먹는지 가끔 입술을 오물오물거리는 것도 참 예뻐.
우리 상콤이는 아빠 닮아서 착하니까
엄마 힘들게 뱃속에서 발로 막 차고 그러면 안 돼.
잘 자고, 잘 먹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나와서 아빠랑 신나게 놀자. 알았지? ]
[ 상콤아!
너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날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어.
널 맞이할 준비를 다 마친 것도 같은데
왜 벌써부터 더 주지 못해 부족한 느낌일까?
엄마는 더 그렇겠지? 너무 떨린다…
더 늦기 전에 혹시 몰라서 오늘 아빠가 딱 한 번만 말할게.
잘 들어. 엄마는 아빠꺼야.
우리 유치하게 이런 걸로 싸우지 말자.
알았냐 라이벌?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마. 아빠가 이전에 뭐라고 했어?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고 일찍이 알려줬지?
나중에 눈치껏 일찍일찍 자고,
절대 엄마 속 썩이지 말고,
엄마랑 아빠 데이트 나갈 때 눈치껏 빠질 줄도 알아야
그제서야 멋쟁이 아가가 될 수 있는 거야.
엄마랑 아빠도 이 모든게 다 처음이라 많이 어설프고 서툴겠지만
우리 소중한 상콤이가 많이많이 행복할 수 있게
엄마랑 아빠가 많이많이 노력할게.
상콤아, 엄마한테 잘 해야 해.
엄마란 참 대단한 사람이야. 절대 잊으면 안 돼.
아빠 말은 안 들어도 엄마 말은 꼭꼭 잘 듣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해.
우리 셋, 잘 살아보자!
아가야, 엄마랑 아빠가 정말 많이많이 사랑해.
곧 만나서도 많이많이 말해줄게. ]
"어우- 그만 봐. 부끄러워."
"우씨… 짜증나 주지훈... 왜 나 울려어어!"
"가만 보면, 우리 여보..? 순 헛똑똑이야. 내가 변하기는 무슨."
"..."
"이 세상에 내가 너보다 더 사랑할 사람이 어디있어?
내가 너 말고 누구를 사랑해."
와- 이건 인정입니다. 최수종 님 저리 가라네요.
이젠 정말 국민 사랑꾼해도 될 것 같은데요.
"사랑해 ㅇㅇㅇ."
곧 태어날 아기에게도, 지금 제 품 속의 아내에게도
남편의 일기장 속에 가득 담긴 사랑은 차고도 넘칩니다.
EPILOGUE.
Q. 육아 수첩이라니, 감동이네요.
"하여튼, 우리 누님 성질 급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상콤이랑 같이 보여줄려고 했는데 그걸 못 참고."
"근데 왜 갑자기 오늘 보여준 거야?"
"승희 처제가 문자 보냈거든.
숨기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ㅇㅇㅇ 똥촉 섬- 이라고.
무서워서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어휴."
나의 이유들 ❤️ |
귱 꾸까 꾸리 놔쯍 다내꺼 대추배청 댕쥰 도담도담 도라방스 도레미 두부 둠칫 떡보끼 또담 뚜비 라미 레몬 룰루 망고 몽몽 뮤리무 박력녀 복슝아 뿌 삐빅 샬뀨 소슈 썬 아봉 에잇 엔 오잉 우리 웅이 잉스 주쥰귀염뽀짝말랑콩떡 지그미 트위티 파스타 하마 햄치즈 헬로키티 혜맑 |
미쳤어.
역대급 분량 찢었다.
저 빨리 왔쥬?! 헿
행방불명이 되었던 옥수수소세지의 사죄하는 마음을 담아,
오늘의 글은 족히 글 두 개정도의 내용으로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부작용으로 좀 지루하실 수도...
허허...
간간히 개그 소재를 넣긴 했는데...
오늘은 뭔가 투머치 달달함..?
글쎄..? 달달한게 있기는 했나..?
아잇... 연애하고 싶네요
(의식의 흐름)
시부모님께 사랑 받는 소재를 추천해주신 댕쥰님❤️,
그리고 태교여행에서 이성 퇴치 소재를 추천해주신 웅이님❤️,
정말정말 감쟈합니다!
덕분에 일기장 내용을 손쉽게 채우는데 성공했슴돠!
그대들이 아니었다면, 후...
너무 늦어져서 다시 한 번 죄송해유
아 질문이 있어요!
새 글을 쓰기 전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아무래도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을 따서 쓴 글이다 보니
약간 관찰예능 느낌으로 해서 삼인칭으로 글을 썼는데
많은 분들이 이러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신작 또 삼인칭으로 글을 써야 할지
아니면 여주의 시점으로 써야 할지 고민 중인데
혹시 그대들이 선호하는 글 스타일이 있을까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그대들의 월요일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우리는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