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w. 옥수수소세지
Q. 화해는 금방 하셨죠?
"음.. 한 일주일 뒤에?"
"뭐, 체감 상으로는 일 년 같았죠.
음... 이제 이 얘기는 그만 합시다."
"뭐야. 주지훈! 울보네?! 우냐?!"
EP. 05-2: 남편의 이야기
글쎄요.
언제부터였으려나...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도를 넘으면 안 돼."
"어? 그게 무슨 소리예요."
"노파심에 말하는 거야. 뭐든 적당히 하라 이거지.
가뜩이나 젊은 친군데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겠냐.
띠동갑 아저씨가 막 질투하고, 집착하고 그런 거 못 견딘다고.
추접하게 행동하지 말고, 뭐든 이해하고, 배려하고 잘 만나."
"그런가..."
아무래도 정우 형이 한 충고가 다 틀린 말은 아니죠.
제가 그 적당히라는 걸 몰라서 그래요.
사랑하는데 적당히가 어디있냐, 이런 주의라.
제게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사람이 제 욕심으로 힘들어 하면 어떡해요.
제가 잘해야죠. 잘할 겁니다.
"아아아!! 짜증나..."
물론 마음먹은 만큼 쉽지는 않았어요.
그... 박동현?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가 신입생일 때부터 ㅇㅇ를 잘 따랐다고 하던데요. 같은 잡지사로 인턴을 나갈정도로 말이에요. 애인인 저도 끽해야 겨우 주말이나 혹 운 좋은 날은 ㅇㅇ 씨가 퇴근하는 시각에 맞춰 잠깐이나마 짬을 내서 볼 수 있는데... 아니, 그 자식은 무슨! 주 5일을 내내 옆에 붙어서 일한다는 놈이 대체 밤 늦게 우리 ㅇㅇ한테 연락을 할 이유가 대체 뭐가 있습니까?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도 모르는 새끼,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흥분을 했네요.
혹시 문자 보셨어요? '누낭' 이래요. 하트..!
아니 미친 거 아니에요? 제 정신이 아닌가? 그냥 누나도 아니고 '누낭'에 하트라뇨?! 혓바닥 가출한 것도 아니고, 나이는 다 어디로 먹은 거야... 아아, 화내는 거 아니에요. ㅇㅇ 씨한테 화낼 일이 뭐 있어요. 제가 지금 ㅇㅇ 씨를 못 믿어서 이러겠습니까? 다 그 개떡 같은 자식이 재수가 없으니 이러는 거지.
ㅇㅇ 씨를 바래다 주고 온 그날 밤은 단 한숨도 못 잤어요.
어후, 도저히 성질이 나서 잠이 안 오더라구요.
"그래요, 그럼. 촬영 열심히 하구요."
"응. 재밌게 놀아요."
"..."
보고 싶어서요. 보러 갔습니다.
아뇨- 촬영 중에 잠깐 쉬는 시간이 생겼거든요.
대략 한, 일곱 시간 정도? 왕복으로 운전해야 할 시간을 빼고 막상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한 시간이긴 한데... 그래도 그 잠시가 어딥니까. 안 보면 제가 죽겠는데. 오랜만에 ㅇㅇ 씨를 만나서 놀래켜 줄 생각에 아주 신나게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하니 들리우는 소식은 청천벽력이었죠. 웬 빌어먹을 회사가 무슨 회식을 그렇게 자주하는지, 참. 우리 애 간이라도 안 좋아지면 책임진답니까? 문제 생기면 제가 직접 고소할 겁니다.
어떻게 마음에 드는 구석 하나가 없는지 정말.
혹시 부담스러워 할까 봐 티도 못 냈네요.
괜찮아요. 멀리서라도 봤으니 됐어요. 많이 피곤해 보이던데.. 조금 걱정 되더라구요. 요즈음에는 통 잠에 들기가 어렵다고 해서 알아보니 국화차가 불면증에 좋다고 하더라구요. 때마침 촬영지 근처에 유명한 찻집이 있다고 해서 추천 받고 산 찻잎도 전해줄 겸 했는데. 뭐,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요.
애인 얼굴 한 번 보기 되게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뇨. 오늘은 정말 아닌 거 같아요.
다음에, 다음에 얘기해요."
"...하."
ㅇㅇ 씨가 다 맞아요. 의외로 무척이나 단순한 일일지도 모르죠.
그 후배가 싫다.
네가 보고 싶어서 왔다 그러니 가지 말아라.
네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매일매일이 더 좋아진다.
침묵이 배려일 것이라고 착각한 놈이 이해를 바란다는 건 분명 사치일 거예요.
이제야 가슴 속에 떠오른 '사랑'이라는 단어가 분명 나를 구원할 수 있었을 텐데. 주인 없이는 길을 잃고 말 한낱 감정에 불과하지만, 못난 나를 대신해 퐁퐁 솟아오른 이 사랑은 홀로 어지러울 만큼 반짝이다 아주 순조롭게 항해했어요.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닌 이 사랑이, 어느새 당신 이라는 사람이 나의 세상의 전부가, 나의 온 우주가 되었습니다.
전 왜 이렇게 서툰 걸까요.
[ 우리 그만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만나서 얘기해요. 집 앞에서 기다릴 게요."
도통 연락이 닿지 않다가 며칠 뒤 문자를 받았어요.
전화를 받지 않기에 음성 사서함에 간략한 메시지를 남기곤 출발했습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로 쌓여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전 ㅇㅇ 씨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거, 그거 하나만은 확실했어요. 후회와 원망의 굴레가 더욱 깊게 응어리지고,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인 이 관계가 더이상 손 쓸 수도 없이 망가지기 전 무작정 집 앞으로 찾아가 고집을 부렸죠. 나잇값 못한다고 욕해도 상관 없어요.
이제는 제 방식대로 하려구요.
그렇게 한참을 같은 자리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아파트 단지 너머 땅을 축축하게 적시는 빗방울을 타고 가까워지는 발자욱 소리가 가까이 들려올 때까지요.
"미쳤네. 이런 거 하나도 안 멋있어요.
지금 밖이 몇 도인 줄 알고... 야근이 더 늦어졌으면 어쩌려고 이래요?
기다리다 안 온다 싶으면 다시 가야지 미련하게,"
"왔잖아요. 지금."
"...얼른 가요. 감기 걸려요."
"우리 진짜 헤어집니까?"
"지금 그거 묻자고..."
"..."
"하- 안 맞는 거 같아요, 우리는."
나 피곤해요, 들어갈게요.
그때 저를 차갑게 지나쳐 간 ㅇㅇ 씨의 모습은 아직도 제 머릿속에 생생해요.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진 듯한 고통을 아세요? 제 남은 생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절대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죠. 제 욕심대로 그녀를 마냥 꽉 잡으려다 혹시 지레 겁먹고 도망칠 것이 두려워 그녀를 한 발치 떨어져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결국 제 바보같은 무심함이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죠. 제가 울렸어요.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구요. 용서를 빌어야죠.
고요한 사랑은 제가 아니라고 이해 시킬 기회를 달라고 빌어야죠.
시끄럽게 사랑할 수 있게 노력할 기회를 달라구요.
이대로 그녀를 놓칠 순 없어요.
난 죽을 만큼 간절하니까.
"처음부터 다 잘 맞는 사람들이 어딨어요!
한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맞춰가는 게
연애고 사랑이죠."
"..."
"나 한 번만 더 믿어주면 안 되는 겁니까?"
"..."
"내가 다 고칠 테니까... 나 버리지 마요. 제발."
에이. 사랑에 자존심이 어딨습니까.
제 눈물을 닦아주던 부드러운 손길.
다시 제 품에 안겨 준 그녀의 모습이 제 기억의 마지막입니다.
해피 엔딩이요.
*
"저 드라마 남자 주인공이 잘생겼어, 내가 잘생겼어?"
"헐 뭐야? 자기 쟤 알아?! 실제로는 어때? 귀엽지? 소개 좀."
"뭐?! 소개 좀? 너 떡볶이 먹지 마."
결국 제 아내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협박은 제가 만든 떡볶이 먹지 말라는 건가 보네요. 유치합니다, 지훈 씨.
"아잉, 지훈쓰. 또 삐쳤어?"
"아니요? 저는 뭐 맨날 삐치는 사람인 줄 알아요? 참."
"그치이?! 이런 걸로 삐치는 사람이 어딨어."
"..."
여기 있는데요, ㅇㅇ 씨. 저 가자미눈 좀 보세요.
본전도 못 찾을 거면서 왜 물어봤을까요. 이렇게 애정 넘치시는 분이 연애 초창기에는 아닌 척 하느라 참 힘드셨을 거 같네요.
"어휴- 저런 무뚝뚝한 스타일 별로야.
자고로 남자는 조금 귀여운 맛이 있어야지 안 그래?
근데 그냥 막 귀여우면 안 돼. 쌍꺼풀은 짝짝이에 콧대는 거기로 등산 갈 정도로 오똑하고, 약간 여우상? 그리고 키는 한 187 정도는 되야지.
성격은 조금 하찮은 능글뽀쨕에 툭하면 질투하고 나한테만 애교 부리는 그런 스타일. 그 배우들 중에 누구냐... 주지훈?
난 약간 그런 스타일이 좋던데."
"..."
"내가 유부녀이긴 한데 그래도... 혹시 아는 사람 있어?"
"지금 되게 나 놀리는 거 같은데... 예쁘니까 봐 준다."
남편은 역시 아내의 손바닥 안이네요.
아주 쥐락펴락. 귀여워요, 귀여워.
EPILOGUE.
Q. 부부 싸움이 아무리 칼로 물 베기라지만,
어딘가 조금 시시하게 끝난 거 같은데요?
"아- 삶의 지혜 같은 거죠.
제가 늘 지는 것 같아도 제가 한 번 울죠? 게임 끝이에요."
"나만 쓰레기야? 우리 남편 우는 거 내가 좀 보겠다는데!
꼬집어서라도 울리고 싶은 내가 쓰레기냐구요!"
나의 이유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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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부족한 글이긴 하나 늘 저의 글을 좋아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여러분들을 위해
저는 물론 그대들에게도 만족스러운 분량과 내용으로 찾아뵈려 욕심을 내다
저도 모르게 잔잔한 스트레스와 부담을 느꼈나 봐요
제 자신도 놓쳤던 상태를 바로 눈치채시고
예쁜 말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들의 위로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몰라요
그저께 올렸던 글에 달린 댓글들 보고
저 진짜 울 뻔 했어요...
제 텅텅 빈 가슴을 매우 따숩게 데워주신 그대들은...
정말이지... the love....❤️
저 앞으로도 열심히 제 속도에 맞춰서 글 쓸게요!
우리 오래오래 봐야하니까!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