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w. 옥수수소세지
Q. 혹시 두 분도 싸운 적이 있으세요?
"와- 저희 연애 초반에는, 후... 말도 마세요."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었...지 않나?"
"아니라고? 그래 아니었겠지- 누구 때문에.
저희 중간에 한 번 헤어질 뻔 한 적도 있어요. 모르셨죠?"
EP. 05-1: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
"헐 대박. 결국 쟤 애였나 봐! 어쩌면 좋아!!"
"아줌마- 아."
오랜만의 휴일.
요즘 아내에게는 아주 푹 빠진 주말 드라마가 있어요. 평소에도 잠이 많으신 분이 유일하게 알람 소리 없이도 벌떡 일어나게 되는 마법 같은 이유죠. 부엌에서 요리하는 남편의 허리를 꼬옥 끌어안은 채 붙어 있다가도 그간 시선이 고정되어 있던 거실에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에 놀라 또 금세 팔을 놓고 떨어져 텔레비전 앞으로 튀어 나갈 기세를 보입니다. 흔하디 흔한 막장 전개를 보고 삿대질까지 하며 흥분하는 아내를 장난스레 아줌마라 부르는 주지훈 씨는 그 무엇보다 그런 제 아내의 귀여운 모습이 더 흥미로운 것 같아요.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이 딱 아침 겸 점심으로 출출할 때라 지훈 씨는 미간까지 찌푸리며 진지하게 시청하는 아내를 옆구리에 끼고 늘 간단한 메뉴를 준비하시곤 한대요. 오늘 아내를 위해 준비한 음식은 바로
그녀가 좋아하는 국물 떡볶이입니다.
"뭐야. 왜 저딴 이유로 싸워! 장난 똥 때리나?!"
"뭘 때려요? 왜 그래- 풋풋하니 귀엽구만."
"저게 뭐가 귀여워?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하면 되잖아."
"볼 수가 없는데 보고 싶다고 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야. 투정이지."
"그냥 그 순간에 솔직하면 되는 건데, 말이라도 해달라 이거지.
대체 표현을 안 하면 누가 알아!!"
"아니 왜 우리가 싸워..?"
저 드라마 제목이 대체 뭡니까?
방금까지 유전자 검사를 하더니 갑자기 분위기 사랑 싸움이네요.
어울리지 않게 투덜대는 ㅇㅇ 씨를 달래고자 그녀를 사랑스레 안으니 닿은 이마에 자잘한 키스를 하며 사과를 건네는 지훈 씨. 언제 삐쳤나는 듯 말간 웃음이 끊이지 않는 두 분의 모습, 보기야 좋습니다만... 이제 그만 하시죠.
에라이- 떡볶이 다 타버려라, 퉤.
*
"누나! 주호 선배랑 헤어졌죠? 내가 아는 형 소개,"
"꺼져. 나 남친 있다."
"에헤이- 제 앞에서 자존심은 무슨! 괜찮습니다 누님."
ㅇㅇㅇ 씨 대학교 후배이자 지금은 같은 잡지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고 있는 이도현 씨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서둘러 퇴근을 준비하는 ㅇㅇ 씨의 자리로 쾌활하게 달려간 도현 씨는 아무래도 결별 소식은 접했으나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는 건 듣지 못했나 봐요. 하긴 그 당시에는 두 분도 비밀연애가 더 편하셨겠죠? ㅇㅇ 씨의 어깨에 있던 가방까지 낚아채며 옆에서 열심히 아양을 부리는 도현 씨는 무적의 그녀에게 별 타격을 입히지 못한 듯 하네요.
"가방 내놔. 진짜 죽인다."
"아아 진짜! 누구? 누구우?! 보여주지도 않을 거면서!"
"됐고. 야... 이도현 너도 꼴에 남자니까 하나만 물어보자."
"잠깐만 그게 무슨 뜻이에요? 기분이 좀 나쁘네? 꼴에?!"
"내가 남자랑 연락을 해도 괜찮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괜찮고,
좋다, 싫다.. 자기 의사 표현도 잘 안 하는 거, 이건 뭐냐.
신종 밀당인가?"
"뭐야.. 설마 진심이에요? 누나 늙어서 밀당 뜻도 잘 모르는 거?
누가 밀당을 그렇게 합니까. 그냥 관심 없는 거지."
겨우 두 살 터울의 후배에게 나이 들었다는 타박까지 들으며 마주한 팩폭이 다 틀린 말은 아니죠. 그게 무슨 밀당이에요! 혹시 또 어장이라면 모를까. 근데 지금 ㅇㅇ 씨 설마... 주지훈 씨 얘기하는 건가요?!
밀당이요?
그 불도저 같으신 분이 밀당이라뇨?!
저희가 아는 그 애정 폭격기에 질투 대마왕이라면 괜찮을 리가 없을 텐데요.
자초지종을 듣자하니 첫 번째 사건은 대략 3주 전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두 분이 지훈 씨의 집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날. ㅇㅇ 씨는 지훈 씨의 무릎 위에 제 다리를 포갠 채 서로 소파를 등받이로 삼아 카펫 위에 철썩 붙어 앉고서 한 편의 영화를 보고 계셨다고 합니다. 아- 물론 영화 내용은 기억이 안 나신다네요 ^^ 그 아무도 보지 않을 영화는 대체 왜 틀어두셨는지 모르겠어요. 전기세 아깝게 말이에요. 아무튼, 그러다 앞에 놓여있던 탁자 위 핸드폰 화면에는 알림 하나가 번쩍 띄였죠.
[ 누낭 🧡 ]
오밤중에 온 이도현 씨의 깨똑이었습니다. 무언가 부탁할 일이 있으면 늘 혀 짧은 소리와 하트를 보낸다는 도현 씨. 위에 대화를 보면 알겠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눈곱만큼의 사심도 없어요. 원체 애교가 많은 아이라 그간 별 다른 생각없이 흘려 넘겼으나 하지만 현재 옆에 애인이 버젓이 눈을 뜨고 있는 이 예상 밖의 상황이 어색하다 못해 괜한 죄책감까지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만일 반대였다면 저는 분명 다 뒤집어엎었을 테니 말이에요.
연애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다투려나 했지만 전혀요. 분명 제 핸드폰에 지훈 씨의 시선이 고정 된 걸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도, 조금의 신경은 커녕 집에 바래다 주실 때까지 그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고 하네요. 심지어 잘 자라는 키스로 하루를 마무리 한 것까지 다 똑같은 하루의 끝이었다고요.
저 홀로 찜찜한 것이냐며 물으셨는데,
아뇨..? 저희도 조금 희한하긴 하네요.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은 약 이틀 전이었죠.
지훈 씨가 영화 촬영 차 지방으로 내려가 있을 때였어요. 어쩌다 분위기에 휩쓸려 그 날 당일에 잡히게 된 회식을 빠져나가 보려고도 했으나 위에서 내려오는 은근한 압박으로 인해 마냥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퇴근 후 연락을 하니 들리우는 목소리가 너무나 반갑다가도, 서로 못 본지가 거의 4일이 넘어가는 그 시점에 보고 싶다는 그 흔해 빠진 말 한마디를 안 하시더래요. 그저 오늘은 제가 데리러 갈 수 없으니 조금만 마시라는 애정 어린 걱정을 바랬건만 막상 듣게 된 건 즐겁게 놀라는 쓸데없는 소리였어요.
결국 그날은 배 째라는 식의 과음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지만 듣는 저희도 힘이 쭉 빠지네요.
멱살 잡고 싸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연예인과 연애는 또 처음이라 원래 다 이러는 건지 알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혹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그러는 것인가 괜한 고민까지 하게 되더라고 하셨어요.
만일 그런 것이 아니라면 모든 어른들의 연애란 다 이런 걸까 생각도 해보며 저를 달랬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어린 아이처럼 보일까 마냥 티를 낼 수도 없고 씁쓸한 무관심의 끝을 달리는 이런 게 상대방이 추구하는 연애라면 결단코 다시 뛰어들 마음이 없다라는 결론에까지 다다르셨대요.
주지훈 씨, 정신 차려요! 모태 솔로 아니시잖아요.
후... 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누나 진짜 똥차 컬렉터예요? 이번에는 또 뭔데요."
"아아! 몰라... 나 바빠. 지금 밑에 와 있대."
"그래도 꼬박꼬박 데리러는 오나 보네. 가요."
남자는 남자가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며 제 팔짱을 낀 채 씩씩하게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두 사람. 시무룩할 일이 따로 있지 얼른 어깨나 좀 펴라며 잔소리를 하는데, 그래도 참 듬직한 후배네요.
로비에 다다르자 저기 멀리 서 있는 주지훈 씨가 보입니다.
혹 새로운 연락이 온 것이 있나 핸드폰과 시계를 번갈아 보던 지훈 씨의 설레이는 표정이 아주 밝은 걸 보니 별반 이상할 게 없는데요? 이리도 ㅇㅇ 씨를 좋아하면서, 그저 그녀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입이 아주 귀에 걸리도록 함박웃음을 짓는 사람이 대체 왜 그런 답답한 행동을 하시는 건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무슨 대단한 꿍꿍이라도 있는 걸까요?
어라라?! 지금도 봐요!
아직 저를 보지 못한 채, 도현 씨와 장난을 치며 내려오는 ㅇㅇ 씨를 보자마자 표정이 굳는 사람이 무슨 연유로 연애 고자들도 저지르지 않는 그 따위의 실수를 하는 거냐구요! 누가 모델 아니랄까 봐, 긴 다리로 몇 걸음 조금 휘적휘적 걷자 금세 로비를 다 가로질러 둘의 앞에 다다르는 지훈 씨.
저희가 딱 한 마디 하죠.
아저씨, 혹시 진짜 어디서 이상한 밀당 배워 오신 거면 이번엔 저희가 나서서 싸우겠습니다. 각오하세요.
"와- 깜짝이야. 주지훈.. 와."
"뭘 그렇게 놀라. 인사해, 내 남친.
이 쪽은 제 후배, 이도현이에요."
"이도현..?"
"안녕하십니까! 이도현입니다.
와! 저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연예인 처음 봐요... 엄청 팬인데!
되게 신기하다, 누나랑 사귀시는구나! 와!"
"댁 어깨에 있는 그거, 우리 애 가방 같은데."
"예?! 아! 제가 잠시 들어준,"
"예. 감사하네요. 이제 제가 들겠습니다."
워. 카리스마.
당사자 마저도 잊고 있던 제 가방의 행방을 한눈에 알아차리시네요.
그나저나 지훈 씨가 원래 누구 인사를 안 받고 그러시는 분이 아닌데 말이죠. 이도현 씨의 이름을 듣고나서 더욱 까칠해진 것 같은 건 그냥 저희의 착각이겠죠? 말까지 끊으며 가방을 받아 가는 지훈 씨를 필두로 어딘가 숨이 막혀오는 듯한 이 삼자대면. 그저 바삐 제 갈길을 가던 주변의 인물들까지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인지한 것인지 괜히 이쪽을 힐끔거리네요.
이 어색한 공기.
제발 아무나 무슨 말이라도 좀 해주세요.
"누나 그냥 닥치고 만나요. 주지훈인데 뭐가 문제야.
형님도 다 사정이 있으시겠죠."
"너나 닥치고 가라. 짜증나게 하지 말고.
오빠, 가요."
"네, 가요. 그럼."
귓속말도 아닌 것이 서로만 알아들을 수 있게 속삭이는 두 분의 모습이 못마땅하신 것 같네요. 지훈 씨 서운해하지 말아요. 보이는 것과 달리 그닥 다정한 대화를 나눈 건 아니었어요. ㅇㅇ 씨를 뒤따라 나가는 그 마지막까지도 한 번을 안 웃어 주시네요. 도현 씨는 학창 시절서부터 지훈 씨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죠. 도현 씨 힘 내시구요.
우리 지훈 씨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ㅇㅇ 씨를 조수석에 안전하게 태우고 나서야 운전석으로 올라타는 지훈 씨를 매우 흐뭇하게 바라보던 도현 씨의 얼굴에는 그제서야 걱정을 한시름 놓은 듯한 안도감이 묻어납니다.
"에이, 우리 누나 혼자 삽질하는 건 아니네."
그러게요. 그나마 정말 다행이네요.
"이게 예쁜가? 아니면 이거?"
"둘 다 예쁜데. ㅇㅇ 씨는 뭐가 더 좋아요?"
"..."
"응?"
"혹시요. 저랑 이렇게 나오는 거 귀찮아요?"
저런. 참다 참다 결국 터졌나 봐요.
아무래도 두 분이 지훈 씨의 집에서 데이트하는 일이 잦다 보니 그가 홀로 보내던 공간은 어느 순간부터 아주 자연스레 ㅇㅇ 씨의 체취로 스며들기 시작했죠. 오늘은 그간 부족하다고 느꼈던 식기와 수저를 사러 왔나 봐요. 함께 쓸 물건들을 고르는 내내 무슨 이유로든 전혀 집중을 하지 못하는 지훈 씨에게 ㅇㅇ 씨는 그간 쌓인 울분을 터뜨립니다.
"우리 지금 며칠만에 만나는 건지는 알아요?"
"ㅇㅇ 씨..."
"숨 막혀요. 그쪽이랑 있으면.
나만 안달난 거 같고, 나만 서운한 거 같고... 이럴 거면 우리 왜 만나요?
호감이 가서 고백은 했는데 막상 만나 보니 별 거 없다 싶어요?"
"그게 다 무슨 소리예요?
내가 ㅇㅇ 씨를 안 좋아하는 거 같아요? 내가,"
"말을 안 하면 어떻게 알아요?! 내가 대체 무슨 수로?"
"..."
"...저 이만 갈게요."
붉어진 눈시울을 숨기려 서둘러 자리를 뜨는 ㅇㅇ 씨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무언가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 됨을 느낀 지훈 씨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향해 달려나갑니다.
"ㅇㅇ 씨 잠깐만..."
"아뇨. 오늘은 정말 아닌 거 같아요.
다음에, 다음에 얘기해요."
"...하."
그 자리에 얼어붙은 지훈 씨의 눈가에도 눈물이 핑- 도는 듯 합니다. 겨우 마주 닿은 두 손이 힘 없이 스르르 풀린 채 멀어지는 게 꼭 저 둘의 관계인 것 같아 괜히 더 쓰리고 아프게 다가오네요.
두 분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이별은 꽤 슬픕니다.
얼른 화해하셔야 할 텐데요.
EPILOGUE.
Q. 듣는 저희가 다 서운하네요.
"저라고 괜찮을 리가 있습니까?
그 어느 남자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 남자랑 연락해도 괜찮고, 위험하게 밤 늦게까지 놀러다니는 걸 좋아해요.
Q. 이도현 씨는,
"아... 다시 생각해도 짜증나네."
Q. ㅇ, 이도현 씨는 결혼식에 참석을 하셨던가요?
"애기가 초대하자고 해서 했죠.
승우 형 다음으로 그 동현인지 동혁이가 제일 싫어요."
"이름 좀. 도현이야."
"그래 장동혁."
나의 이유들 |
귱 꾸까 꾸리 놔쯍 다내꺼 대추배청 댕쥰 도담도담 도라방스 도레미 두부 둠칫 떡보끼 또담 뚜비 라미 레몬 룰루 망고 몽몽 뮤리무 박력녀 복슝아 삐빅 샬뀨 소슈 썬 아봉 에잇 우리 웅이 잉스 주쥰귀염뽀짝말랑콩떡 지그미 트위티 파스타 하마 헬로키티 |
오랜만이에요 여러분!
자 일단 다들 진정해요...
우선 제게도 변명할 기회를 주십시오.
와 이번 편은 왜 이렇게 안 써졌나 몰라요
정말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다음 편까지 구상은 끝났는데 이번 편과 다음 편을 구상하기까지가
너무 힘들었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거의 4-5일을 구상하고도 이런 똥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다음 편은 재밌을 거예여!!!!!!!!
맨날 이런 말 하는 거 같긴하지만 진짜에여!!!!!!!!
다음은 지훈님의 이야기로 찾아올 거거든요?!
기대해주세요!
열심히 끄적이는 중입니다!
금방 다시 올게여!!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