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w. 옥수수소세지
Q. 이름이 뭐예요?
"내 이름은 주동화예요."
Q. 몇 살이에요?
"다섯 살!"
Q. 엄마가 좋아요 아빠,
"엄마!"
"저, 아드님? 질문은 끝까지 들으셔야죠?"
"시이러 ㅎㅎㅎㅎ"
EP. END: 둘에서 셋으로
"아들- 우리 아들은 왜 맨날 아빠를 놀리는 거야?"
"아빠가 귀엽짜나."
"역시… 내 아들이 확실하군."
우와- 대략 5년만인가요?! 시간 참 빠르네요!
어딘가 부부를 닮은 듯한 아기자기하고 세심한 인테리어 속 은은하게 풍기는 시트러스향은 여전하군요. 분명 처음 초대되었을 때와 같은 공간이지만 모든 게 두 개씩이었던 이곳에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순도순 소꿉놀이 같던 단꿈의 신혼 생활을 졸업한 두 분에게서 달라진 점이라 함은 나란히 놓여 있던 두 개의 컵은 어느새 세 개로 늘어났고, 보라색과 초록색 칫솔 사이에 더해진 노란색의 칫솔 덕에 한결 알록달록해진 화장실 선반과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세 쌍의 실내화, 그리고 검은색과 남색의 우산 옆에는 자그마한 빨간색의 우산이 있네요.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게 된 ㅇㅇ 씨!
너무너무 반가워요, 잘 지내셨죠?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그녀가 아닙니다.
사실 저희가 정말 만나고 싶었던 분은 지금껏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던 주동화 군이었다구요! 엄마를 꼬옥 닮은 흰 피부 위로 아빠와 판박이인 눈매가 어여쁘게 접힐 때, 그의 토실한 볼에 오목 파인 보조개가 마성의 매력을 뿜어내네요.
동화야, 안녕?!
이 넓디넓은 식탁을 두고 굳이굳이 서로의 옆에 찰싹 붙어 앉아 알콩달콩 간식 데이트를 즐기고 계신 두 분의 모습을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네요. 꺄르륵- 웃으며 지금의 ㅇㅇ 씨와 함께하는 분이 지훈 씨에서 그의 미니미로 바뀐 것 말고는 낯설지가 않은 걸 보니 말이죠.
그러고 보니 지훈 씨가 안 보이네요?
물론 아내 바보 사랑꾼 주지훈 씨도 멋지지만 저희가 분명 잊지 말아야 할 면모가 있다함은 그건 바로 그가 본업존잘 연기파 톱 배우라는 거죠. 동화 군이 태어나고 약 2년가량 오로지 육아에만 전부 몰두하셨던 두 분은 동화가 세 살이 되던 해에 맞춰 아내는 휴직을 냈던 잡지사로, 남편은 배우로서 촬영장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들은 씩씩하게 어린이집으로 각자 출근하기 시작하셨답니다.
서로 바쁜 주중을 빼고 주말은 늘 가족을 위해 비우자 미리 약속했지만 비교적 예측할 수 없는 스케줄을 소화해내야 하는 지훈 씨는 현재 막바지 드라마 촬영 크랭크 인에 들어감으로서 이번 주말은 어쩔 수 없이 반납해야 했답니다.
"저기 아빠다. 아빠 빠빠이!"
"아빠! 조딤해! 미끄러워, 미끄러!"
"아빠 힘내! 화이팅!"
"사랑해! 얼른 들어가 춥다."
베란다에 쪼르르 서 함께 아빠를 배웅하는 모습이 참으로 깜찍하네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달달한 집안입니다.
"아아… 가기 싫어."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출근길 단골 멘트.
도토리 같은 아내와 아들을 두고 가자니 무거워진 발길이 더더욱 안 떨어지시나 보네요. 밴에 오르기 전 한참을 서성이던 남편은 매우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어? 주동화!"
"아빠!!"
그리하여 모자가 몰래 준비한 서프라이즈 방문!
모니터링을 하던 남편의 시야로 들어온 한 깜찍한 생명체. 그와 더불어 함께 고생하시는 상대 배우 분들과 스태프 분들을 위해 일찍이 밥차와 간식차를 선물한 아내. 게다가 남편을 위해서는 따로 아들과 직접 만든, 사랑을 듬뿍 담은 도시락까지. 내조 제대로 하시네요. 남편 기 한 번 팍팍 세워주신 듯 해요.
다정히 손을 마주잡은 아내와 제 품에 쏘옥 안긴 아들로 인해 행복이 두 배가 되었네요. 하늘 끝까지 치솟은 광대와 헤벌레- 호선을 그리는 지훈 씨의 입꼬리가 아주 좋아 죽겠다는 그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대변할 뿐입니다.
점심 때에 맞춰 남편의 일터에 도착한 아내가 바삐 주변 사람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눌 때 옆에서는 눈물 겨운 부자 상봉이 한창이네요. 매번 티격태격이지만 또 이렇게 꽁냥꽁냥 귓속말을 나누며 애틋한 모습을 보이니, 아마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인 게 확실합니다.
"아빠, 아-"
"..."
"엄마, 아~"
"아~ 해봐!"
"그래. 음- 계란말이 맛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아빠를 쥐락펴락하는 걸 보아 하니 외모로는 아빠를 닮았을지 몰라도 성격으로는 ㅇㅇ 씨를 빼다박은 게 확실합니다.
"엄마는 소세지가 좋아요, 동화가 좋아요?"
"어떡하지? 엄마는 소세지."
"치이…"
이런 걸 동심파괴라고 하죠.
잔뜩 토라진 아들 볼에 뽀뽀를 해 주며 장난이었다고 빙그레 웃으시는 ㅇㅇ 씨. 말괄량이 같은 모습은 여전하시네요. 역시는 역시인가요? ㅇㅇ 씨의 밀당은 아들도 피해 갈 수 없었나 봐요.
"아들- 네가 듣고 싶은 말이 따로 있을 때는 그렇게 물어보면 안 돼.
답을 유도할 줄 알아야지. 아빠 하는 거 잘 봐.
여보- 여보는 시금치가 좋아, 내가 좋아?"
"시금치."
"짜증나. 시금치도 안 먹으면서."
마상. 이렇게 단호할 수가 있나요.
게다가 이번은 장난도 아닌 것 같은데요. 상처 외에 얻은 거 하나 없는 교훈.
지훈 씨, 그만 울어요.
다시 곧 촬영 들어가셔야죠.
"우리 자기 엄청 멋있더라. 역시 좀 쉬었어도, 배우는 달라? 앙?!"
"근데… 왜 질투 안 해?"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득 담아 남편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는 아내.
ㅇㅇ 씨의 넘치는 조공 덕이었을까요? 예정보다 꽤나 일찍이 촬영을 끝마친 지훈 씨는 세트장을 구경하던 가족과 함께 퇴근할 수 있었어요.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남편이 다시끔 아내에게 아양을 부리는 걸 보니 다 살아나신 듯 합니다.
"질투? 뭘?"
"오늘 꽤 애정씬이 많았을 텐데? 안 봤어?"
"지똥이 어차피 나 말고 다른 여자들은 다 싫어하잖아. 굳이?"
배우 아내 7년 차.
내 남자의 비즈니스 정도야 뭐- 콧방귀를 뀌며 너그러이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아내의 호탕한 모습에 괜히 섭섭하면서도 자연스레 흘러나온 '내 남자' 라는 호칭 하나에 사르르 다 풀리신 게 분명해요.
"좀 억울하긴 한데… 다 맞는 말이라, 어쩔 수 없네."
"주말까지 고생 많았어. 이번 주도 수고했어요."
"안아줘."
"엄마! 엄마아아!"
그때, 방 밖에서 들리우는 동화 군의 애처로운 목소리.
아- 오랜만에 주지훈 씨의 전매특허 멜로 눈깔이 나왔는데 말이죠. 아쉽습니다만 다시 집어넣어 주세요.
"동화 쟤, 일부러 그러는 거야. 무시하자."
"그게 아빠로서 할 말이냐? 아들 왜!"
아내의 허리 위로 감겨있던 팔과 그녀의 옷 속으로 슬금슬금 뻗는 손 그리고 남편의 동공이 풀린 듯 초점이 흐린 두 눈. 아무리 마지막이라고는 한들…
지훈 씨, 프로가 되어서 15세 방송에 임하는 자세가..?
하지만 후끈후끈 달아오른 이 공기의 완벽한 조화는 오로지 남편에게만 해당이 된 것 같아요. ㅇㅇ 씨가 누굽니까. 아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문을 막던 남편을 아주 가볍고 빠르게 처치한 후 당당히 거실로 향합니다. 역시 아들에 관한 일이라면 아내는 참지 않는 군요.
지훈 씨, 쥐어뜯기신 머리는 괜찮으신가요?
눈물이 찔끔 흐르던 것도 같았는데요.
"뭔데요? 엄마 왜 불렀어?"
"도와조."
"하여튼- 주동화 너.
아빠랑 엄마랑 분위기 조금 좋았다고 하면…"
아직 홀로 신발을 신을 줄 몰라서 그렇지 똑쟁이 주동화 군은 혼자서 척척 나갈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현재 시각 저녁 7시. 가족끼리의 오붓한 산책을 나갈 시간이거든요. 바람 좋고 별 가득한 밤 하늘 아래, 동화 군이 자전거를 타며 앞장을 서면 엄마와 아빠가 노닥노닥 이야기를 나누며 그 뒤를 따르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죠.
"아... 진짜- 주동화!
맨날 지는 조금만 타고, 결국은 내가 다 끌고 다녀야 하잖아."
"날 닮아서 그래.
내가 일 벌리는 건 좋아하는데 끈기가 없거든."
근처 산책로를 거닐다 보이는 자그마한 공원의 놀이터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동화. 오늘도 어김없이 주인을 잃고 쓸쓸히 내팽겨진 자전거는 물론 아빠의 몫입니다. 투덜투덜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그 긴 다리를 구부정하게 접어가며 유아용 자전거를 책임감 있게 몰아 아내가 있는 벤치로 가 옆에 찰싹 붙어 앉네요.
동화는 방방 뛰며 신나게 미끄럼틀도 타고, 스프링 목마에도 올랐다 이젠 그네를 타려는 듯 합니다. 열심히도 뽀쨕이는 사랑스러운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으로 쫓다, 꺄르르- 언제나 듣기 좋은 아들의 웃음소리를 귀에 가득 담으며 엄마와 아빠는 괜한 감성에 젖어 듭니다.
"우리 동화는 평생 아기였으면 좋겠다."
"난 아니야. 후딱- 컸으면 좋겠어."
"맨날 말만. 주지훈 동화 초등학교 입학할 때 운다에 오만 원."
꽤나 로맨틱한 제스처로 제 외투를 벗어 아내의 어깨 위로 덮어 주었으나 금세 오들오들 떨기 시작하는 허당미를 몸소 보이는 남편. 까불지 말고 감기 걸리기 전에 다시 입으라는 ㅇㅇ 씨의 꾸중에 지훈 씨는 제 마음도 몰라준다며 잔뜩 입을 삐죽입니다. 그런 남편을 모를 리 없는 아내의 손이나 잡아 달라는 깜찍한 애교에 서운했던 마음은 또 눈 녹 듯 사라지네요.
사랑꾼 주책바가지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다면 아내는 남편과 달리 몸에 열이 꽤나 많은 편이거든요. 제 목도리까지 꼼꼼히 둘러주는 아내의 입술에 가벼운 뽀뽀를 하며 애정을 표합니다.
"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우리 동화 처음 태어난 날."
"나도."
"웃기시네. 주지훈, 한 세 번 기절했나?"
네. 그게 말이죠, 저희도 오늘 ㅇㅇ 씨께 들은 건데…
죽을 힘은 저가 다 주는데 왜 때문에 남편이 꼴깍꼴깍 기절한 건지는 지금까지 도통 알 수가 없다고요.
이 터무니없고도 골때리는 상황에 ㅇㅇ 씨가 도통 집중하기를 어려워하자 결국 지훈 씨는 분만실에서 몇 번씩이나 쫓겨나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얌전히 밖에서 기다리셨다면 반이라도 갔을 텐데, 매번 꾸역꾸역 조각 얼음까지 챙겨 다시 들어가겠다며 고집을 피우셨다고요.
아이가 탄생하는 순간을 봐야 하는 것이 아닌 그저 아내의 옆에서 제가 직접 손을 잡아줘야 한다며 말이에요.
이런 집안은 처음 본다며 다른 의미로 병원에서 레전드를 찍으신 두 분.
뭐, 이걸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정말 못 말리는 건 확실하네요.
"그래도 참 감동이었지.
다 우리 동화 본다고 난리였는데, 자기는 나 준다고 꽃도 사오고."
"그러면 뭐해.
제발 가서 니 아들 좀 보라고 나만 자꾸 밀어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초지종을 듣자니 벌벌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아들을 품에 안자마자 눈물샘 대폭팔이셨다고. 이러다 탈수로 또 쓰러지는 건 아닌가 노심초사하며 진땀을 다 뺀 ㅇㅇ 씨.
지훈 씨, 이 정도면 국민 울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 밀어조!"
"뭐?"
"둘째는 무조건 천천히."
"왜? 언제는 축구 팀 만들고 싶다며."
"내 생각이 짧았어. 너 더 뺏기기 싫어."
"참... 지훈이 넌 언제까지 누나 좋다고 따라 다닐래?'
"평생이요. 오래오래."
"아빠아! 밀어조!"
"네네. 갑니당."
현실 육아 모먼트 도중에도 놓칠 수 없는 애정 표현.
두 분을 관찰하며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아마, 사랑은 시간이 아까운 게 맞다는 거 아닐까요? 지나가는 시간 하나하나가 소중하기에 말이죠.
두 분 덕분에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배워갑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PILOGUE.
"아니- 동상이몽은 끝났지만 뭐, 슈돌도 있고…"
"엄마 가면 안 돼에."
"슈돌 제작진 분들 연락 주세요."
나의 이유들 ❤️ |
귱 꾸까 꾸리 놔쯍 다내꺼 대추배청 댕쥰 도담도담 도라방스 도레미 두부 둠칫 떡보끼 또담 뚜비 라미 레몬 룰루 망고 몽몽 뮤리무 박력녀 복슝아 뿌 삐빅 샬뀨 소슈 썬 아봉 에잇 엔 오잉 우리 웅이 잉스 주쥰귀염뽀짝말랑콩떡 지그미 트위티 파스타 하마 햄치즈 헬로키티 혜맑 |
안녕하세요 여러분!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된 옥수수소세지입니다!
끝을 장식하는 글임으로서
오마주가 될 만한 장면들을 꽤 많이 넣었어요!
저 홀로 뿌듯한 거 아니죠?!
어? 어디서 많이 본 느낌?
여러분 다들 그런 느낌 느낄 수 있었죠?!?!
제발 그랬다고 말해줘요...
마지막 글의 소재를 추천해주신 분은 바로,
동상이몽은 저 또한 참 얻은 게 많은 글이었어요!
독자님들의 따스한 배려 덕분에 글에 대한 애정을 배울 수 있었고,
제게 보내주시는 한결같은 응원과 사랑 덕분에
제가 글을 쓰는 일에 있어 힘은 물론 자존감도 얻을 수 있었어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이요!
하지만 동상이몽은 끝이 났을지 몰라도
우리들의 사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쒀...
(질척)
그럼 전 다음주 중에 새로운 글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꼭 재미져야 할 텐데 말이쥬...
안전한 불금 보내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이번 주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