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연하 좋아하세요?
w.1억
"아냐, 그냥.."
대충 둘러대고선 바닥에 앉아서는 송강을 떠올렸다. 연하 좋아하냐고?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 그럴 수가 있나.. 아니면 그냥 물어 본 건가? 잘생긴 친구들은 뭔가 의심이 된단 말이지...
괜히 송강이 한 말이 떠올라 혼자 생각을 하고 있으면, 원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언니 방금 송강 오빠랑 무슨 얘기 했어요..?"
"어?"
"뭐 좋아하냐고 물어보지 않았어요?"
"아... 그냥..."
강이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알렸다가 괜히 또 멋대로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그냥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그냥 음식 좋ㅇ.."
"연하 좋아하냐고 물어보지않았어요?"
"응?"
"송강 오빠가 언니한테 왜 연하 좋아하냐고 물어봐요..?"
뭐야 다 들었던 거였어? 괜히 뻘쭘해서 가만히 원이를 바라보자니...
"설마 강이오빠가 언니 좋아한대요? 자기 마음에 안 드냐고 막 그래요?"
"……."
원이가 송강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니! 좋아한다는 소리 안 했는데. 그냥 물어본 것 같던데."
"어떻게 관심도 없는 사람한테 연하 좋아하냐고 물어봐요. 강이 오빠가.. 언니 좋아하나봐요."
근데.. 진짜로 좋아한다는 얘긴 안 했는데.. 뻘쭘해서 원이를 당황스러운 듯 계속 바라보게 되었다.
"저 송강오빠 좋아해요."
"…진짜...???"
"네."
원이가 이런 말 하는 애가 아닌데. 이렇게 좋아한다고 말하다니.. 진짜 진심이구나 싶었다. 이상하게 원이가 저 말을 하고나서 화라도 난 듯 바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아무말도 안 하길래 나랑 아린이랑 서로 마주보고 한참을 있었다.
지금.. 원이가 저 말을 했다는 건.. 미리 경고를 하는 건가....? 아린이가 원이 눈치를 보다가 곧 핸드폰으로 무언갈 쳐서 내게 보여준다.
[강이오빠 복학 하자마자 원이가 좋아했거든요.. 근데 인사도 못 하는 사이에요...]
오늘까지만 여기 있고, 내일 집에 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힘든 것도 없는데 그냥 힐링을 하고 가는 것만 같았다.
아침에 되었고,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송강이 내 옆자리에 앉는다. 할머니가 비빔밥을 해주셨고, 나는 가지를 싫어한다.
가지를 한쪽에다 몰아놓고서 밥을 먹는데 내 맞은편에 앉은 표지훈이 말한다.
"가지가 그렇게 싫냐? 애도 아니고 정~말~~"
"네가 홍삼 싫어하는 거랑 똑같아."
갑자기 송강이 내 밥그릇에 있는 가지들을 가져가서 먹었고, 나는 벙쪘다.
"……."
나만 벙찐 건 아니었다. 아린이랑 원이가 당황해서는 나랑 강이를 번갈아보았고
"……."
"가지 맛있어요 형? 오늘은 더 맛있을 걸?"
"……."
"뺏어먹는 가지니까...!!!???"
저둘은 왜 놀리는 분위기인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이 상황을.
"언니도 못 먹는 게 있어요?? 가지 왜 싫어해요? 맛있는데!"
"가지.. 그냥 뭔가 막 미끌미끌 하고.. 맛도 좀 별로야."
"그래도 몸에 좋다는데! 한 번 먹어봐요!!"
"그럴까?.. 한 번 먹어볼까.."
"양념 다 돼 있어서 하나도 몸에 안 좋아요. 먹지 마요."<- 송강
"아..."<- 아린
"……."<- 나
또다. 송강의 말에 모두가 또 조용해진다.
"…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똥 치워봐.."
"나도 ㅋㅋㅋㅋ."
"엊그제랑 어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네.. 오늘이 절정이었어.. 소똥.. 우웁... 어우 쉣.."
"소 귀여워어어 ><"<- 아린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한우야."<- 지훈
"네에?!?!?!?!ㅠㅠㅠㅠㅠㅠㅠ왜 그런 말을 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귀엽고 불쌍하면 먹지 말던가."
" ㅠㅠㅠㅠㅠㅠㅠ"
아린이랑 지훈이랑 얘기 하는 걸 보고 웃는데..
"……."
송강한테 시선이 갔다. 자꾸만 나랑 눈이 마주치는 건 기본이 되어버린다. 몰래 몰래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자꾸 대놓고 쳐다보다가 나한테 들켜버리니까. 조금은 귀엽단 생각이 들었다.
"……."
자꾸 신경쓰이게 쳐다보다가 나한테 들켜버리면,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갑자기 왜 연하 좋아하냐고 물어봐서는....
쓰레기들이 가득 담긴 큰 쓰레기봉투를 들고 쓰레기장으로 가고 있으면, 나한테 말도 없이 다가와 내 손에 들린 쓰레기봉투를 그냥 가져가버리지를 않나..
"야."
"네?"
버려주겠다는데 여기서 화를 낼 수도 없고.
"아냐. 고맙다고."
"…아, 네."
"야!"
"네."
"줘. 그냥 내가 들게."
"됐어요. 무거운데."
"……."
"누나 그거 알아요?"
"뭐?"
"누나 강아지 같아요."
"……."
강이가 하는 말에 나는 벙쪄서 한참 서있었고, 언제부터 따라오고 있었는지.. 지훈이가 내 옆을 지나며 말한다.
"무슨 잘못을 했길래 개같다는 말을 돌려서 하냐 강이가?"
"뭐래????"
"뭐뤠~~?"
"…참나."
"같이 가시죠~ 강씨~~"
같이 가자며 강이한테 붙은 지훈이를 바라보다가 콧방귀를 뀌었다. 뭐야.. 나보고 개같다고 한 거야 진짜?
강림이 가만히 서서 강과, 지훈을 보고 있으면 뒤에서 힘겹게 쓰레기봉투를 들고 뛰어오는 아린과는 다르게 멈춰서서 모든 상황을 본 원의 표정이 좋지않다.
"……."
아까부터 자꾸만 강림이만 바라보는 강을 보았기에, 더 의심스러웠을 것이다. 아니, 확실하다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훈과 걸어가면서도 힐끔 강림을 보는 강을 본 원이 한숨을 내쉬면, 저 멀리 아린이 강림과 같이 걷다가도 뒤돌아 말한다.
"##원아! 안 와???"
"…가!"
뛰어 강림과 아린에게 온 원은 강림을 힐끔 보았고, 강림이 웃으면서 원에게 손을 뻗는다.
"무겁지? 내가 들어줄게. 줘!"
"…아니예요. 안 무거워요."
낮에 일을 하고나서는 여자 남자 갈라서 일을 했다. 그래서 밤 9시쯤 되어서야 남자들과 마주칠 수가 있었다.
힘들다며 먼저 방으로 들어간 아린이와는 다르게 원이가 내 옆에 서서 어딘가를 계속 보길래 따라 보면, 강이를 보고 있었다.
티 한 번 안 낼 것 같은 애가 이렇게 티를 내다니.. 진짜 많이 좋아하나보네.
다 씻고 누웠을까, 애들은 다 자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오길래 급히 밖에 나왔을까... 아 뭐야... 끊겼네... 근데...
"…뭐야. 눈이다...."
눈이 온다... 너무 예뻐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으면, 저 앞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깜짝 놀라서 뒷걸음 쳤을까.
"…송강??"
"…왜 나왔어요?"
"…아, 전화 받으러 나왔다가.. 근데 끊겼네."
"…아."
"눈 예쁘지."
"…아."
"눈 오는 것도 몰랐어? 거기서 뭐하고 있었어?"
"…강아지요."
"아아아, 너한테 가려져서 몰랐다.. 강아지 좋아해?"
"네. 귀엽잖아요."
"강아지 하니까 생각났는데. 너 아까 나한테 개같다고 한 거였냐? -_-.."
"…미쳤어요?"
"……."
"누나 강아지 같아서 귀엽다구요."
이게 미쳤을까..확실해졌다. 얘는...
"너, 나 좋아해?"
날 좋아한다. 근데...
"……."
"……."
"뭐야 왜 웃어?"
"원래 그런 걸 막 대놓고 물어봐요?"
"…아니야?"
"아뇨. 맞는데.."
"……."
"되게 누나다워서요."
"……."
"누나 말대로 누나 좋아하는데. 누나는 저 어떤데요?"
송강은 의외였다. 안 그렇게 생겨서 너무 솔직했다. 이상하게 여기서 또 설레버리는 나는 미친 걸까.
"너랑 안 사귈 거야."
"제가 싫어요? 그냥 막.. 사람이 싫은가.."
"아니.. 싫지는 않은데.. 지금 누가 사귀기도 싫고.. 말했잖아. 연하 별로라구."
"싫지는 않다는 건.. 좋아질 수도 있다는 거네요."
om..g... 이 청년을 어쩌면 좋죠? 잘생긴 애가.. 생긴 거랑은 다르게 행동하는 애가.. 자꾸 내 마음을 들쑤신다...
누나..소리 듣는 거 진짜 싫어하는 내가.. 누나 누나 거리는 애한테 설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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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글은 초단편이 될 수도 이떠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