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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미팅?”


김인성의 눈이 똥그래졌다.
뭐, 그렇게 됐어.
캔음료를 홀짝이며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나한테 김인성을 질문 세례를 던지기 시작했다.
어느 학교? 무슨 과? 학번은? 설마 새내기는 아니지…?


“미쳤어! 나도 양심있거든? 그냥~ 애들이 이제 내년되면 더 하기 힘들어진다고 나가자고 하도 그러길래…,”

“시험 기간에 무슨 미팅이야, 미팅은. 너도, 애들도 미쳤나봐, 진짜.”

"맞아. 나도 내가 미친 것 같다."



[SF9/김인성] 12학번 언론정보학과 김인성 02 | 인스티즈


[SF9/김인성 빙의글]

12학번 언론정보학과 김인성

02



씁쓸하게 캔음료를 다시 홀짝이며 먼 산을 바라봤다.
김인성이 자꾸 남자로 보이는 게 어쩌면 내가 지금 너어무 외로워서 그런 거라는 내 가설을 시험해 보려고 시험 기간에 미팅까지 나가다니.
사실 미팅 제안도 거의 내가 주도했다.
미팅 시켜달라며 닦달하던 나를 바라보던 동기의 눈빛이 아직도 눈 앞에 어른거렸다.

아니 그나저나 김인성 오늘은 웬 안경이래? 시험 기간이라고 쓰고 왔나보다.
하, 미친… 아기 다람쥐 같다 존나 귀여워


“그래서 어느 학교, 무슨 과, 몇 살이냐고!”

“기억도 안 나. 진짜 관심도 없다니까.”

“이렇게 관심도 없으면서 무슨 미팅을 나간다고 그래.”


안그래도 눈치빠른 김인성이 알아챌까봐 괜히 마음이 불안했다.
아니지, 설마 내가 자기한테 관심있다는 거까지 알아챌까.
하지만 도둑은 발이 저려 괜히 발가락을 옴작거렸다.


“그래서 언제 하는데?”

“오늘 저녁 회기역 근처.”

“아, 진짜! 오늘 같이 저녁먹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려고 했더만!”


늘 함께 하던 일상이었지만 서운해하는 김인성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단톡방에 파토를 내고 싶어졌다.
안돼! 이렇게라도 안 하면 김인성 졸업할 때까지 내 마음이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끝날 게 뻔했다.



* * *



[SF9/김인성] 12학번 언론정보학과 김인성 02 | 인스티즈


“안녕하세요. A대 전전컴 강찬희입니다.”

“그럼 자기소개는 다 됐고, 학번은 다들 같으니까 말 편하게 할…까?”


바로 근처 학교 애들이랑 미팅이었고 자연스레 장소는 회기였다.

[ 나 지금 회기! ]

테이블 밑으로 김인성에게 카톡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1이 사라졌다.


[ 많이 마시지 말고 ]

[ 중간에 재미없거나 파하면 나 불러 ]

[ 어차피 오늘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할거야 ]


달달하다 못해 이가 썩을 것 같은 김인성의 카톡에 실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왜? 뭐 재밌는 거 있어?”

“아, 시ㅂ…!”

"…"

"…미안. 놀래가지고"


고개까지 쭈욱 빼서 남의 핸드폰을 훔쳐보려는 맞은 편 남자애 때문에 너무 놀라서 그만 욕을 할 뻔 했다.


“뭐야, 둘이?”

“아직 안주도 안 나왔는데 벌써 뭐냐~”


맹세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커플 분위기가 잡혀갔다.
적잖이 당황스러운 나와 달리 내 맞은편에 앉은 남자애는 태연해보였다.

핸드폰을 집어넣고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파트너를 정해서 술게임을 하는데, 맞은 편 남자애와 커플이 됐다.

아니, 근데 얘는 왜 이렇게 술게임을 못 해?
생긴 건 모든 술자리를 휩쓸 것 같이 생겨서는 애늙은이가 따로 없었다.
얘는 엠티도 안 가봤냐고.


“찬희야~ 힘들면 파트너보고 흑장미 해달라고 해!”

“아 자꾸 둘만 걸리냐~ 둘은 다음에 또 걸리면 러브샷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또 걸렸다.
다른 남자애들은 신이 나서 자기들끼리 쏘맥을 제조하고 나섰다.
아까부터 계속 내 파트너한테만 작정하고 노리는 것 같았다. 이것들이 진짜
둘이 머뭇거리며 러브샷을 하고 나자 술기운이 확 올랐다.
당연하지, 고작 30분 새에 거의 쉬지 않고 마셨으니.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폰을 들고 일어났다.
화장실에 가자마자 다른 동기들이 따라들어왔다.
화장을 고치며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봤다.
뭐, 아직까지는 버틸 만하다는 내 말에 동기들은 고개를 저었다.


“어우, 너 파트너말고는 다 별로야. 노골적으로 너 파트너만 공격해서 너네 먹이는 거 같더라.”

"아오, 동아리 오빠가 자기 믿어보라고 하더니 이상한 애들을 소개해 줘서는… 너 괜찮아?"

"아… 내가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지… 쬐애끔 힘든 것 같기도 하구… 또 우리 낼 모레 전공 하나 있기도 하니까… 어떻게 그만 슬슬 파할까?"


방금 연기 김인성이 봤으면 구 연극동아리 출신으로, 나한테 박수는 아니더라도 인정정도는 해줬을 텐데.
애들은 그렇게 하자고 했다. 다행히 이번 미팅에 별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애들이 먼저 나가고 나는 김인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서관이었는지 조금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 "왜?"


허겁지겁 열람실에서 뛰어나왔는지 조금 숨이 찬 듯한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스물스물 올라갔다.


"아뉘이~ 자꾸 맥이자너~"

- "뭐야, 뭐야? 너 목소리 왜 그래? 취했어?"


걱정하는 말투에 숨죽여 웃었다.
김인성은 바로 나갈테니 술집에서 나와서 고대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전화가 끊어지고 난 후, 나는 허겁지겁 화장실 거울로 상태를 체크했다.
애들하고 안 마주치게 얼른 나가서 학교 쪽으로 걸어가고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을 나와 헐레벌떡 자리에 돌아왔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서먹서먹한 게 이만 파하자는 얘기가 나왔나보다.
자연스러운 취기를 위해 나는 잔에 남아있던 쏘맥을 원샷하고 속이 안 좋아서 먼저 가봐야 겠다며 연기를 했다.
가방을 매지도 않고 낚아채서 나오다가 그만 테이블 위의 짐들까지 떨궜다.
입으로 중얼중얼 김인성을 염불외며 허겁지겁 주워놓고, 금액은 톡으로 보내달라고 한 뒤 먼저 술집을 빠져나왔다.

술집을 나오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액정에 '12 언정 김인성'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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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저 2편까지만 봤는데 벌써 설레고 간질간질해요 엉엉 좋은 글 감사합니다 ❤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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