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Jerry
02. '연인' 이라는 단어랑 종이 한장 차이 관계
아침에 와서 더럽게 까였다. 교수는 나를 따로 불러 상담까지 했다. 무슨 일 있냐고 학자금 모자라냐고, 대출 해줄까? 이런 동정 따위의 말들을 했었다. 학자금 모자라는거 없어요, 바빠서 그랬어요. 할 일이 많았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서는 겨우 그 방을 빠져나왔다. 빠져나왔을땐 문 바로 옆에 성열이 서 있었다. 왜 기다렸냐, 먼저 가지. 성열 옆에 있던 가방을 챙겨 매자 성열이 흐흐, 미소를 지었다. 뭐야? 야 오늘 미팅있어, 성열이 핸드폰을 마구 터치하며 말했다. 웬일이냐? 새끼 정신차렸냐? 팔꿈치로 성열의 배 부근을 치자 성열이 나 쩔지? 나 짱이지? 하고 자신을 치켜세웠다. 나는 당근이지! 우리 성열이 밖에 없어! 하며 성열을 껴안았고, 성열은 그러니까 오늘 맛있는 거 좀 쏴라, 나 돈 안가져 왔어, 하고 베시시 웃었다. 내 돈 갉아먹는건 너였어 이성열. 실용음악학과 아이들과 미팅이라는데 그것도 좋을만한 인연이었다. 요즘들어 연애도 안하느라 연애세포도 죽고 헤롱헤롱 미친사람처럼 살던 참이었는데 그것 참 좋구나. 섹스는 주기적으로 해줘서 성욕은 다 풀었다만. 혼자 중얼거리며 베시시 웃었다. 뭐야, 언제 했냐? 뜰 사람 없다며! 클럽 감? 성열이 내 어깨를 흔들었다.
" 내가 무슨 클럽 죽돌이야? 니 같은 생활 안 해 나는 " " 그럼 나 몰래 숨겨둔 여친이라도 있음? "
연애 안 한지 오래 됐다고 등신아! 말을 귀로 안 듣고 뭐하냐! 소리치며 성열의 어깨를 내리쳤다. 뭐야, 그럼 섹스는 어떻게 하는데. 끝발나게 집착 쩐다. 몰라도 되 임마. 하고는 동아리방으로 먼저 발을 옮겼다. 끝난 수업 강의실은 한산했다. 성열은 새끼야 같이가! 하고 가방을 허겁지겁 집어들었다. 가볍게 무시하고는 빨리 와라 하인 새끼야. 중얼거리고는 마지막 코스인 동아리방 문을 열었다. 여자 후배들의 안녕하세요!, 그리고 남자 후배들의 안녕하세요! 이중창으로 귀에 인사가 들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 보자마자 나오는 소리는 헉, 이 한 단어 뿐이었다. 아 이 새끼 또 뭐야! 아 씹새… 진짜 인생에 도움안되,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여 후배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 쿨한 척 했다. 자연스럽게 물었다.
" 얜 누구냐 "
이번에 편입한 후배래요, 1학년. 여자 아이들이 건반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 왜 이렇게 늦게왔어 여보 "
상황파악 하나는 진짜 오질나게 못하지. 우현은 나에게 그냥 집에서 말하던 것 처럼 행동했다. 씹새야 이미지 관리 하잖아! 떨어져! 손으로 훠이훠이, 신호를 보냈지만 알고서 엿맥일라는건지 아님 진짜 모르는 건지 왜 오늘 아침에 안 깨웠냐고 징징댄다. 아, 인생 좆망 내가 니랑 사귀냐? 와, 여보래. 우현이랑 무슨 사이에요? 선배? 여자애들의 눈길이 보내진다. 무슨 사이긴, 그냥 룸메이트야. 애써 웃어보였다. 왜 모르는 척 했어요! 장난스런 대답이 들려왔다. 그럼 쟤랑 어떻게 아는척을 해. 괜히 딴 쪽으로 말을 돌리자 아이들이 화제에 뒤 따라가듯 말을 잇는다. 주제 돌리는건 내가 짱이지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자 금세 떠드는 걸 멈추고 건반을 쳤다. 한 여자후배가 손가락을 움직이며 건반을 치는데 그게 너무 예뻐보여서 한참이나 쳐다보니 우현이 얼굴을 잡고서는 제 쪽으로 돌렸다.
" 어디 봐, 나 봐 "
지랄하네, 손을 쳐냈다. 우현이 다시 손에 힘을 주고는 얼굴을 부여잡았다. 빨리 나 봐, 다른 사람 보지마. 억지 식의 칭얼거림이 들렸다. 알았어! 짜증을 내며 우현의 손을 쳐냈다. 우현이 잘한다, 우리 여보. 하고서는 엉덩이를 토닥인다. 아, 진짜 정신병자 새끼! 엉덩이를 토닥이는 손을 쳐냈다. 곧 연주 연습이 시작되었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연습은 금세 끝났다. 알고보니 나를 보러왔던 우현은 당연히 연주에 참가하지 않았고, 나는 조용히 시키는 대로 노래를 불렀다. 성열 역시 우리 동아리가 아니라 나를 기다리느라 컴퓨터만 줄창 해댈 뿐.
오후 조금 늦었을 즈음, 연습이 끝났고, 성열은 야 빨리 가자! 오늘 오후야, 하고 나를 끌었다. 아마 아까 말했던 미팅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야, 빨리! 늦으면 쪽박이야. 다급하게 나를 보채는 성열의 음성이 들렸다. 알았어, 짜증을 내며 가방을 챙기고 가디건을 휘젓자 누군가 가디건을 붙잡는 느낌이 났다. 뒤를 돌아봤다. 여자 후배면 존나 좋겠다 생각했지만 얘가 누구야. 우현이 어디가, 집에 가자. 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제안한건가.
" 싫어, 나 오늘 미팅있어, 너 먼저 가던가 " " 어떤 새끼랑? 날 두고 누굴 만나 "
무슨 널 두고야, 나 늦었으니까 간다. 재빨리 우현의 손을 떼어내고 성열에게로 가려는데 우현이 저도 가방을 챙겨 나온다. 나도 갈래, 넌 안돼, 단칼에 거절하자 제 맘이라며 나를 따라나섰다. 가라고 100번 말해도 안 갈 우현이를 알기에 그냥 냅뒀다. 저러다 무관심하면 가겠지, 그리고 알아서 하겠지.
곧 택시를 타고 이동한 카페는 고급스러웠다. 생각보다는. 다행히 2명일거란 여자분은 3명이었다. 아, 덕분에 남우현도 여자 소개 해준 꼴 됐네. 여자들은 이미 커피를 시키고 지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었고, 늦게 도착했다는 명목으로 우리는 들어오자마자 사과를 해야했다. 여자들은 생각보다 친절했다. 괜찮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정말 재수없으면 욕도 얻어먹는데.
우현은 오, 진짜 이뻐. 단자로 중얼거리고는 앉았다. 나름 부끄럼 타는 척을 하는것이 꽤나 안 어울렸다. 다들 우현이나 성열이를 쳐다보았다. 그래, 잘생겼으니 호감 가겠지. 특히 호감 쪽인 외모인 남우현은 벌써부터 눈길을 자주 받았다.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도 그랬다. 우현이랑 같은반이 되면 쉴새없이 여자아이들이 남우현의 번호를 물어봤었다. 부끄럼 탄다고 남우현 말고 나 한테. 덕분에 번호 셔틀 생활 잘~ 했지. 여자들은 각자 소개를 했다. 두번째 여자가 조금 맘에 들었다. 실용음악과 라는데 건반 치는 손 정말 예쁘겠다. 싶어 혼자 몰래 상상했다. 그리고 우현이도 소개를 했다. 무한 대학교 1학년 실용음악과, 올해 편입했어요 누나들. 같은 과니까 잘 부탁해요.
어떤 재력인지 모르지만 실용음악과 쪽으로 편입 한 듯 싶었다. 성적 안되서 경영학과를 지원하고는 동아리 활동만 음악쪽으로 하는 내가 한심해 보였다. 차라리 재수할걸. 곧 성열이도 소개를 했고,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왔다.
" 아, 무한 대학교 2학년, 경영학과 김성규에요 "
어색한 말투에 돌아오는건 자그마한 박수였다. 이런 하찮은 소개에도 박수를 쳐주다니. 진짜 천사들이다. 소개를 다 들어보니 대부분 23살이었다. 한 살쯤은 누나라는 소리였다. 우현은 벌써 분위기 파악까지 끝내 누나, 누나 아양을 떨어대고 있었다. 저래봤자 내 예상에는 1주일도 못갈 여자들이지만. 대충 섹스만 하고 끝낼 인연들이라는 거다. 아쉽지만 너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남우현은 바람둥이야. 아주 아주 징그러운. 외모로는 도저히 예측하기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래도 두번째 있는 여자가 맘에 들어 결국 마지막엔 번호를 교환했다. 이름은 영은이었다. 김영은. 번호를 저장하고는 애프터를 약속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우리와 달리 우현은 이미 한 명 잡은 듯 싶었다. 성열과 나는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번호를 교환했지만, 우현은 벌써 여자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있었다.
누나, 영화보는거 좋아해요? 응, 우현이 너는? 나야 당근 좋아하죠, 누나가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즐겁게 할거 같은데.
벌써 말도 텄구나, 역시 진도 빠르다. 나는 영은이라는 여자와 어색하게 웃음을 나누고는 카페를 나섰다. 우현은 여자의 허리에 여전히 손을 두르며 카페를 빠져나갔다. 나갈때는 징하게 모른척, 쓸데없이 아는척 하는건 겁나게 잘하면서 여자 만날때 모른척이랑 내뺴는건 거의 신급 기술이다. 정말 대단하다. 벌써 반대쪽으로 여자와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영화 보고 나서 한판 뜰거 같은데. 성열 역시 여자와 번호를 교환하고는 헤어졌다. 택시에 태워 보내고는 카페 앞에 쓸쓸하게 남은 우리 둘 만 보였다. 성열이 한참 우현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나를 불렀다.
" 야, 쟤 뭐냐? 쩐다, 벌써 모텔 갈 기세인데? " " 고등학교 때도 끝발 날렸지 "
뭐야, 고딩때도 알고 지내던 놈이냐? 근데 왜 이렇게 쌀쌀맞아? 성열이 놀란듯 물었다. 우리는 슬슬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9년 알고 지냈어. 그래서 이번에 새로 구한 룸메이트가 쟤야? 와, 진짜 쟤 집에 여자는 안 끌고 오냐? 아마 끌고 오겠지, 내 장담하는데 일주일 내로 우리집에서 여자 신음소리 들린다에 내 전재산 건다. 정말 장담하듯 말하자 성열이 내 말에 웃음이 터진듯 호탕하게 웃었다. 야학학, 대박이다. 후배라면서. 성열이 어깨를 내리쳤다. 등신아, 편입이니까 동갑이지… 그냥 학년만 후배야…… 아, 그래? 근데 쟤랑은 무슨사이? 친구? 아님 애인? 무슨 애인이야, 애인 없다니까. 성열이 타박하는 말에 아 맞다, 그랬지. 하고는 재차 물었다. 그럼 뭔데?
" 파트너 " " 뭐? 무슨 파트너? "
섹스. 간단히 답변했다. 성열이 놀란 듯 물었다. 뭐야, 그래서 아까 주기적으로 한다는 거였냐?
" 어, 어제도 했는데 " " 뭐야, 안 서운해? "
뭐가 서운해? 말도 안된다는 듯 답했다. 몸정 같은거 안 생기냐? 하나도? 성열이 황당하다는 듯 답했다. 어, 하나도 안생겨. 저 씹새끼한테 몸정이 생기느니 강아지한테 생기겠다. 진짜? 너 이번 해 내로 저새끼랑 사귀면 개랑 섹스해라. 성열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거야 쉽지, 어차피 남우현이랑 안 사귀면 되는거 아냐. 물론 중간에 떨어져 있긴 했지만 수도 없이 많이 몸을 나눠본 결과 저새끼 한테는 몸정이 안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성열은 몸정이 안 생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제 경험담을 마구 늘어놓았다. 예전 대학 1학년 초기때, 처음으로 클럽을 알아서 갔는데 거기서 만난 누나랑 원나잇 하고서는 속궁합이 잘 맞아서 다시 만나고, 계속 만나서 하다보니 결국 정 생겨서 사귀었었다는 내용이었다. 아, 그래. 대충 대답을 해주고는 핸드폰을 꺼내 들어보였다. 7시, 생각보다 늦은 시간이었다.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 지고 있었다.
* * *
집에 돌아와보니 우현이 앉아있었다. 해맑게 돌아보며 여보 왔어? 하는게 낯설었다. 뭐야? 오늘 집에 안들어 올줄 알았더니. 신발을 벗어 던지고는 쇼파 의자부분을 기대고 앉은 우현을 보며 생각했다. 생각과 다르게 우현은 옆에 과자를 잔뜩 사다놓고는 티비를 보고 있었다. 정말 기이한 현상이었다, 나는 정말 많이 우현과 알고 지냈지만 한번도 남우현이 여자를 잡고나서 밤에 섹스를 안 해본적이 없었다. 그만큼 우현은 매력이 있었고, 여자를 잘 꼬셨다.
나는 신발을 벗고 들어와 가방을 쇼파 옆에다 냅두고는 쇼파에 앉았다. 핸드폰을 들어보니 영은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잘 들어갔어요?^^. 전형적인 여자의 카톡이었다. 와, 씨발 이게 얼마만의 연애야. 나는 기뻐하며 답장을 보냈다. 답장을 쓰며 자연스레 우현에게 물었다. " 왜 집에있냐? " " 왜, 내가 내 집에 있겠다는데, 방 비 올랐어? 더 내야해? "
아니, 왜 여자랑 안 떠? 허리 부여잡고 나가더니 카톡이 전송되는 화면이 떴다. 핸드폰을 쇼파에 내려놓았다. 꼭 떠야 해? 우현이 답했다. 아니, 너 원래 여자 만나면 항상 원나잇은 하잖아, 중,고딩때 한것만 해도 몇번인데, 제 손으로 과자를 집어먹는 우현을 보며 답했다. 이제 안해. 우현이 짧게 답했다. 왜? 섹스 공포증이라도 생겼냐? 우현의 대답에 비아냥 대듯이 물었다. 우현이 답 없이 과자를 마저 씹었다. 기분 나빴나? 은근 신경쓰여 우현을 들여보자 우현이 쇼파로 올라 앉았다. 그래놓고 쇼파에 멀쩡히 앉은 내 무릎에 얼굴을 베고 눕는다.
" 응, 여보랑 하는거 말고 다른 사람이랑 하는 섹스에 공포증 생겼어 " " 지랄 한다… 구라 작작쳐 "
얼굴 치워 임마, 징그러워. 우현의 얼굴을 밀자 우현이 싫어, 하고는 다시 얼굴을 제 자리에 갖다 놓는다. 우현이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손을 떼어내자 끝까지 따라붙는다. 아주 지는적이 없어. 과자나 내놔봐, 하고 손을 뻗자 사귀면 줄게. 하고 개드립을 친다. 새끼가 아까 마신 커피 잘못됐나.
" 성규야 나랑 사귀자 " " 작작 하고 과자나 내놔 "
우현이 결국 과자를 던졌다. 그리고는 과자 봉지를 뜯는 순간, 내 허벅지 두 다리를 들어올렸다. 아ㅡ 야! 짧은 짜증을 뱉었다. 제 다리를 안에 넣더니 내 허벅지를 제 다리 위로 올린다. 아, 또 지랄병 도졌어! 이놈의 금욕 안되냐? 마구 불만을 뱉었더니 허벅지 안쪽을 손으로 슬슬 쓰다듬는다. 아오, 이 씹새끼 진짜. 싫다고 지랄할 수는 없는 모냥새로 하악, 하으, 짧게 숨을 뱉었다.
나 오늘 너 때문에 못했는데, 풀어줘. 지랄, 하악…. 손 떼라.
우현이 뒤통수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무래도 내 머리를 내릴 모양이었다. 짧게 입술이 겹치고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입술이 겹쳤다. 이번엔 좀 진하게 키스하고는 다시 떨어졌다. 고개를 돌리면서 키스했다. 짧게 진한 뽀뽀를 하다 끝내 입술을 움직이며 키스했다. 입술이 우현의 입술에 겹쳐 꺾였다. 손을 어디다 둘지 몰라 망설였다. 우현의 손은 버라이어티 하게 돌아다녔다. 한쪽은 뒤통수 한쪽은 아래. 너도 참 두 손으로 열심히 먹는구나. 혀가 밀고 들어오고, 짧게 또 입술이 떨어지고 급하게 붙었다.
티비가 켜진 나름 시끄러운 거실에서, 우리는 여전히 진하게 키스했다.
BGM. Phantom - 어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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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벌써 와서 죄송해여.. 생각해보니 내일부터 야자에요 저 야자하고 들어오면 맨날 쓰러져 자요ㅠㅠ 이것을 끝으로 일주일 후에 올게요ㅠㅠㅠㅠㅠㅠㅠ1편에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S2 진짜 너무 힘이 됐어요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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