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Jerry
Cinderella 03
아, 왜 이렇게 뒤가 아프지, 허리도 뻐근해, 몸을 뒤척이다 이불을 끌어당겼다. 잘 덮고 있던 익숙한 이불이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 누가 자꾸 이불을 가져가, 성규가 신경질 적으로 이불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다시 반대쪽에서 이불을 끌어당긴다, 아 - 짜증나게 뭐야, 하고 몸을 느리게 일으켰다. 도대체 누가 옆에서 자고 있길래… 성규는 여전히 짜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누가 이불 잡아 당겼는데, 왜 아무도 없지? 반대편 침대 아래를 쳐다보니 누군가 몸을 숨기고 있다, 헐? 성규는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침대 끝으로 몸을 옮겼다. 누, 누구세요? 당황한 성규와 다르게 숨어있던 남자는 웃으며 벌떡 일어섰다. 성규씨, 은근 잘 놀래네요 " …김명수 씨…? 왜, 여기… " " 잘 잤어요? "
지금 잘 잔걸로 보여요? 성규는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스토커 입니까? 도대체 우리집은 어떻게 알고 들어온 거에요? 성규가 하품을 하며 이불을 거두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펴고 자신의 아래를 보니… 헐, 왜 텅 비어있지?
" 성규씨 당당하네, 자신감 있어요. "
성규는 비꼬는 듯한 명수의 말에 다시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 있는 이불을 끌어왔다. 으악, 왜 다 벗고 있어! 성규는 울상을 지으며 이불을 몸에 둘둘 둘렀다. 봐, 봤어요? 성규가 더듬으며 몸을 비죽비죽 움직여 침대에 다시 걸터 앉았다. 명수는 괜찮아요, 하고서는 아래 널려있는 정장 마이를 집어 들더니 팔 한쪽을 끼워넣기 시작했다. 근데 김명수 씨는 도대체 무슨일로 여기에, 하며 성규가 조심스레 물었다. 명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나머지 한 팔을 끼워넣으며 답했다. 어제 성규씨랑 같이 좀 놀아 주느라, 그러더니 허리에 두 손을 올리더니 뒷쪽으로 허리를 꺾는다, 뼈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허리가 아프다고? 성규는 여전히 멍 하니 명수를 쳐다보았다. 진짜 스토커에요? 뭐, 자던 나를 덮치기라도 했나? 성규는 비웃는 듯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명수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 어제 기억 안 나는구나 " " 회식 빼먹고 혼자 술 마셨거든요, 볼일 끝나셨으면 나가주실래요, 출근 준비 해야되서 "
성규는 뒤뚱뒤뚱 이불로 감은 몸을 움직여 서랍 앞에 도달했다. 서랍을 열어 속옷을 하나 꺼냈다. 명수는 그 장면을 그냥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성규는 살짝 눈치가 보이는지 눈을 흘기더니 뭘 봐요, 하고서는 몸을 홱 돌렸다.
" 성규씨 어제 진짜 기억 안 나요? " " 아, 기억 안 난다니까요 "
우리 어제 같이 잤는데. 명수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성규에게 다가갔다. 성규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었다. 그리고는 제 멋대로 해석했다, 아 그냥 같이 잔거겠지?
" 아- 그냥 같이 잤다구요? 왜 우리집에서 자셨어요? 술 마시다가 막 찾아왔나? 집이 이 근처에요? " " 아니요, 그냥 같이 잔 거 아닌데 "
성규가 속옷을 펼쳐 한쪽 다리를 집어넣는 순간이었다. 명수의 말에 당황한 성규가 허우적 대며 한 쪽 다리를 겨우겨우 밀어 넣었다. 그리고 말 없이 나머지 한 쪽도 마저 밀어넣었다. 반바지 마냥 편안한 속옷이 성규를 감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말은 그대로 그 감정을 들어 보였다. 더듬는 어투가 서툴렀다. 그, 그럼 뭐 했어요?… 같이 술이라도 더 마셨나? 성규는 일부러 시선을 회피했다. 그리고 다시 맨 아랫쪽 서랍을 열었다. 저, 전 출근 준비 해야되서… 그럼, 아, 안녕히 가세요… 여전히 말을 더듬는게 선연히 드러났다. 명수는 주저앉아 티셔츠 하나를 찾는 성규 옆에 쭈그려 앉았다. 저희 어제 술 더 안 마셨어요. 성규는 못 들은척을 하며 서랍을 뒤졌다. 명수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 저희 어제 술 안 마셨다니까요, 뭐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 " ……뭐, 뭐 했는데요?… "
성규가 말을 더듬으며 하얀색 티셔츠를 꺼내들었다. 명수는 역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 우리 어제 섹스했는데 "
성규는 그대로 얼 빠진 상태로 명수만을 쳐다보았다. 명수는 티셔츠 마저 입어요, 라는 말 만을 남기고 방을 빠져나갔다.
If Your Cinderella
아니 왜? 우리가 왜? 성규와 명수는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게다가 성규 쪽에서는 명수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아니었다. 술김? 어제 분명히 혼자 마셨는데 어떻게 들어온거야? 내가 뭐 김명수 씨 한테 전화왔을때 막 하자고 졸랐나? 성규는 핸드폰 목록을 확인했다. 하지만 모르는 번호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성규 딴에서는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임이 분명했다. 도대체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래도 뒤가 아리는것 보니 제가 박힌 듯 싶었다. 세상에, 32살에 남자한테 따이다니, 이게 뭔 개같은 상황이야. 상대가 엄청 돈 많은 연예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니 돈을 얻어낼 수 있는것도 아니고, 기집애 마냥 책임지라고 할 수도 없고, 아니 만약 기집애여도 책임지라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저런 놈 이랑…! 성규는 말끔히 정장을 차려입은 몸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평소랑 같은 출근길이었다. 명수가 깨워서 그런지 조금은 늦은 시간 이었다. 사무실로 들어서니 마치 빛 마냥 빠르게 출근해 있는 사원들이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었다. 아직은 업무 시작 전이니 조금 풀어진 분위기였다.
" 부장님 안녕하세요- " " 부장님 어제 회식 완전 재미있었는데…! "
다들 어제 회식이 주 대화 주제였다. 아침부터 어제 완전 재밌었지- 하며 몸을 흔들어 대는 서 차장님을 보다 성규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일단 회사 메일부터 확인하고, 성규는 부팅시킨 컴퓨터의 마우스를 움직여 회사 전용 메신저를 틀었다. 읽지 않은 메일 12개, 성규는 메일함을 열었다. 거의 회사 전체 메일이었다. 성규는 맨 처음 메일 부터 차근차근히 열었다. 1차 기획안 제출 결과, 디자인 부 만점 400에 367점. 광고부 만점 400에 344점. 홍보부 만점 400에 329점. 성규는 한숨을 쉬고 메일을 쭉 내렸다. 마지막에 급하게 써서 낸 기획안들이 아무래도 결과에 영향이 많았던 듯 싶었다. 그리고 다음 메일을 클릭했다. 2차 기획안 제출, 10일 내로 2차 기획안을 제출하시오. 성규는 아침 조회때 할 장부에 2차 기획안 작성, 이라고 삐뚤한 글씨로 적었다. 다들 출근 제한 시간을 보내고, 곧 아침 조회가 시작될 즈음. 사무실 문이 덜컥- 소리와 함께 열렸다.
소리와 함께 등장한 사람은 우현이었다. 한 손에는 컵라면이 들려있었다. 우현은 안녕하세요, 하고서는 서 차장에게 다가갔다. 차장은 우현을 쳐다보며 반겼다.
" 어, 우현씨 " " 저번에 먹은 컵라면이요, 200원 비싼거에요. 이자. "
고마워, 차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컵라면을 받아들었다. 곧 제자리로 향하는 우현에게 여 사원들은 꽃 미소를 보내며 반겼다. 우현은 그에 단조하게 안녕하세요, 라는 말 만을 남겼다. 맨 끝 자리에 우현이 앉고, 그제야 9시가 되는 알람이 울렸다, 성규는 장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아침 조회 시작합니다.
" 일단, 1차 기획안 제출은 이 건물에 위치한 세개의 부 중 제일 못 했다고 공지 메일이 떴습니다 "
아마 이번 2차 기획안을 좀 제대로 실수 없이 작성 하셔야 될거 같아요, 성규는 볼펜으로 장부에 적힌 '2차 기획안 제출' 이라는 글을 벅벅 그었다. 10일 내로 제출이라고 하니 이번에는 자료도, 아이디어도 제대로 사용해서 1등 한번 해 봅시다. 호탕한 말투로 말한 성규는 장부를 제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럼, 각자 업무 보시죠. 성규는 그 말을 남긴 채 사무실을 걸어서 빠져나왔다. 아직도 후들거리는 다리가 제 안정을 시켜주지 못 하고 있었다. 사실 아침조회도 그냥 비서한테 전달하라고 하고 청심환이라도 하나 사 먹으려 했지만, 우현이 또 그걸로 시비나 걸까봐 성규는 나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바로 앞 휴게 의자에 몸을 앉힌 성규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아, 이제 어떻게 김명수를 보지? 2차 기획안 제출 전 대표 회의 때 또 분명히 김명수랑 마주쳐야 할 게 뻔하고… 성규는 불안한 듯 손을 마구 꼼지락 대며 핸드폰을 이리저리 터치했다.
" 성규씨, 핸드폰에 원한 있어요? "
그 순간, 한 사내가 성규의 옆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성규는 놀라 옆을 쳐다보았다. 아- 왜 하필 너야. 성규는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다 대며 고개를 숙였다. 아으- 탄식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명수는 음료수 드실래요? 하고서는 아무렇지 않게 사이다를 건넸다.
" 저 탄산 안 마셔요 " " 까다롭네, 그럼 이거 드세요 "
명수는 반대편 손에 있던 이프로를 건넸다. 성규는 두 손으로 음료수를 받고는 또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뭘 그렇게 고민해요? 명수는 태연하게 물었다. 성규는 몰라요… 하며 개미만치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고민이 안 되면 그게 이상한거야… 명수는 고민하지 마요, 하고서는 음료수 캔을 땄다. 성규는 황당한 듯 벌떡 일어나 물었다.
" 아니 도대체 어떻게 고민이 안되요? " " 그냥 남자랑 한번 잤구나- 이렇게 넘기면 되지 "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요? 전 남자랑 자본거 처음이라구요, 세상에 기억도 안나. 뒤가 아픈걸 보니 아무래도 제가 당한거 같은데, 이제 김명수 씨 어떻게 보고 회사는 도대체 무슨 낯으로 다녀요… 성규는 다시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다 대며 고개를 숙였다. 난 망했어… 명수는 그저 말 없이 음료수를 한 번 더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성규가 벌떡 일어나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도대체 우리집은 어떻게 알고 들어온 거에요? 아니 그래놓고 어떻게 나를 먹을 생각을 했어요? 아니면 김명수 씨도 술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 없었나?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성규는 마구 질문을 쏟아내었다. 명수는 성규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그쪽이 알려줬잖아요, 다. 성규가 흥분을 하며 저는 기억에 없다구요! 하면서 소리쳤다. 그럼 기억이 안 나는거겠죠, 명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음료수를 들이켰다. 그게 말이 되요? 혹시 뭐 나 좋아해요? 명수씨 남자 좋아했는데 내가 막 이상형이었나? 성규는 말 되는 대로 쏟아부었다. 명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게 편하면 그렇게 생각해요 " " 뭘 어떻게 생각해요 "
내가 김성규 씨 좋아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라구요. 명수는 마지막 남은 음료수를 입에 털어넣으며 답했다. 곧 음료수 캔은 의자 옆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 아 그게 어떻게 되요… 아 진짜 "
성규는 한숨을 쉬며 손에 들고있던 음료수를 입에 털어넣었다. 아직 반쯤 남은 음료수가 캔 안에서 출렁거렸다. 명수는 그냥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하고 답했다. 아니 그게 안되니까 그렇지 이 답답한 사람아. 성규는 차마 겉으로 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되야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하지, 성규가 한숨을 쉬고 나머지 음료수를 입 안에 털어넣은 후, 의자에서 일어서서는 쓰레기통에 캔을 버렸다. 나중에 다시 말해요, 성규는 한숨과 함께 명수에게 말했다. 그리고서는 몸을 돌리고 사무실로 돌아가려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 나 김성규 씨 좋아하는데 "
성규는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명수는 특유의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라구요? 얼굴을 찌푸리며 성규가 재차 물었다. 명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성규의 물음에 답했다.
" 이제 생각 되죠? " " …아 깜짝아……하나도 안되거든요…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
한숨을 쉬며 성규가 놀랐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람 놀라게 하는데 뭐 있어… 이제 업무 봅시다. 명수의 말을 끝으로 둘은 대화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If Your Cinderella
" 성규씨, 이번 2차 기획안 주제 뭐에요? "
저번이랑 비슷한거요, 왜요? 성규가 고개를 들어 답했다. 우현은 성규 옆에 보조 의자를 질질 끌고와 앉았다. 업무시간에 뭐 하시는 겁니까, 가서 일 보세요. 회장 아들께서 할 일도 많을 텐데. 성규가 비꼬듯 말했다. 우현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데요. 하고 답했다. 그럼 뭐가 문젠데요? 성규는 서류를 꽂이함에 꽂으며 물었다. 우현은 의자를 성규쪽으로 조금 끌었다. 부담스럽게 왜 이래요, 성규가 꽂이함에서 손을 떼며 물었다. 우현은 저 카드 없어요. 다짜고짜 이상한 말을 건넸다. 그게 지금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잃어버리셨어요? 성규는 결제 서류들을 하나 둘 씩 열어보기 시작했다.
" 아,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주시죠? " " 서류 확인하면서도 귀는 열려있어요, 말하세요 "
하여튼, 저 카드 한도 초과해서 오늘 내일 집 못가요. 우현이 급작스럽게 제 처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성규는 그래서요? 하고서는 서류를 또 한 장 넘겼다. 우현은 그러니까, 저 이번에 2차 기획안 제가 반쯤 써서 디자인 부 이기면 카드 한도 초과 풀어준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 그러니까 뭐요? " " 아 좀 도와달라구요 "
우현이 신경질 적으로 대답했다. 성규는 보던 서류를 덮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게 누가 돈 막 쓰래요? 내가 그랬죠? 돈 막 쓰면 안된다고. 남우현 씨 언젠가 그럴줄은 알았지만 그게 너무 빠르네, 알아서 하세요. 전 도와줄 생각 없으니까. 덮은 서류를 다시 들은 성규는 말을 끝맺었다. 우현은 20 하죠, 하고서는 지갑을 꺼내들었다. 성규가 눈치를 봤다. 누굴 돈으로… 됐으니까 가세요. 그럼 30? 카드 없어지면 저 죽는다고요, 합의 보죠 여기서. 우현은 수표 3장을 꺼내들어 성규 책상 위에 올렸다. 이거 뇌물인거 몰라요? 우현씨 정신 좀 차려요, 성규는 수표를 들어 우현에게 들이밀었다. 우현은 그럼 돈 말고, 밥 먹죠. 하고서는 수표를 집어들어 지갑에 넣었다. 성규가 밥이요? 하고서는 관심을 보였다.
" 성규씨가 못 가본데 같이 가드리죠, 예약 해야 되니까 날짜는 따로 통보할게요 " " …대신, 2차 기획안 작성할때도 땡땡이 치면 계약이고 뭐고 확 다 엎어버릴테니까 그런 줄 아세요 "
우현은 그제야 입에 미소를 띄었다. 성규는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그럼 가보세요, 2차 기획안 아이디어는 몰라도 타자로 작성은 해야될거 아닙니까. 하며 말했다. 우현은 의자에서 일어나 보조 의자를 옆에 가져다 놓고는 제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맞다, 하며 잊은게 있다는 듯 다시 성규에게 다가왔다. 성규는 왜요? 하고 우현을 쳐다보았다.
" 성규씨 집에 혼자 살아요? "
If Your Cinderella
아 진짜 도대체 왜 우리집에 이렇게 원한이 많아, 다들. 성규는 집에 돌아가면서도 불만이 많았다. 퇴근시간, 간만에 정시 퇴근에 기분 좋았던 모든 것들이 다 확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혼자 집에서 누워서 TV나 보려고 했던 퇴근 후 여유는 없어졌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우현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 레스토랑 두번 가죠. 뻔뻔히 말했던 우현이 눈 앞에 그려졌다. 여기서 좌회전? 우현이 핸들을 붙들고 물었다. 성규는 네비 보면 몰라요? 하면서 짜증을 냈다. 우현이 다시 와서 말했던 내용은 이러했다. 카드 한도초과 갯수가 많아 집에 들어갈 수 없으니 한번만 재워달라. 오늘은 아는 사람들이 다 스케줄이 있어 잘 수가 없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성규는 처음에 미쳤냐며 손사래를 쳐댔지만 우현의 말 놀림에 결국 운전을 하라며 차 키를 건네주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투덜투덜 대며 도착한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성규는 문을 열었다. 오늘 아침 급하게 출근하느라 벗어놓은 옷 들이 보였다. 명수의 양말도 보였다. 이 자식 양말도 안 신고 구두 신었어 또라이 새끼, 성규는 속으로 생각하며 양말과 빨랫거리를 집어들었다. 들어오세요. 밖에서 우물쭈물 거리는 우현을 성규가 불렀다.
" 집이 이게 다에요? " " 그럼 뭐 얼마나 넓길 바래요? "
되게 좁네, 우현은 투덜거리며 신발을 벗곤 성규의 방으로 향했다. 그래도 나름 깔끔한 하얀 침대가 보였다. 우현은 가방을 내려놓고 넥타이를 풀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 거기 제 자리에요! 성규가 투덜거리며 우현을 밀었다. 우현이 아 좀 누웁시다. 하면서 몸을 더 안으로 밀었다. 이 웬수 새끼. 내가 레스토랑에 넘어간게 잘못이지. 우현은 마이를 벗어 땅에 던져놓고는 와이셔츠 단추를 풀렀다. 목욕좀 해도 되죠? 우현의 태연스러운 물음이 들렸다. 성규는 보일러 틀어줄테니까 좀 이따가 욕실에 들어가서 물 틀어요, 라며 보일러 버튼을 눌렀다. 아 뭐 온수 전용 샤워기 이런거 없나? 우현은 성규에게 수건을 받아들며 투덜거렸다. 거 참 바라는거 많네. 성규는 속옷 하나를 던져주며 우현의 투덜거림에 반박했다. 우현은 속옷을 받아들고는 두 손으로 펴보였다.
" 속옷이 왜 이렇게 작아요? " " 뭘 펼쳐보고 그래요! 작으면 입지 말던가! "
김성규 씨 여자들한테 인기 없겠다, 이렇게 작아서 쓰나. 우현이 놀리듯 혀를 찼다. 성규가 부끄러운 듯 손을 뻗었다. 입기 싫으면 내놔요! 우현은 성규 손을 피하며 속옷을 뒤로 했다. 작아도 어쩔 수 없죠, 그냥 입는 수 밖에. 우현이 속옷을 접으며 욕실로 향했다. 저거 진짜 웃기는 새끼야. 성규는 투덜거리며 열었던 속옷 서랍을 신경질 적으로 닫았다. 욕실에서 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현의 투덜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 아 물이 너무 차가워요! " " 내가 좀 이따 틀라고 한 말 어디로 들었어요? "
아 어떻게 좀 해봐요! 우현이 물은 계속 틀은 채로 투덜투덜 거렸다. 성규가 일단 물부터 꺼요! 하고는 소리쳤다. 그제야 물 소리가 그쳤다. 30초 세고 다시 트세요, 성규는 우현에게 명령조로 말하고는 거실로 나와 리모컨을 집어들었다. 우현은 아 되게 오래 불편하네, 하면서 끝까지 말을 이었다. 곧 30초가 지나고 물 소리가 다시 들렸다. 중간중간 김성규씨! 샴푸 좀 좋은거 써요! 하고 투덜거리는 우현의 말 빼고는 조금 평화로웠던 것 같기도 했다. 곧 우현은 머리를 수건으로 박박 털며 욕실에서 나왔고, 속옷 한 장을 걸친 우현이 성규를 보며 김성규씨도 씻으세요, 하고는 제안했다. 성규는 알아서 할거니까 신경 끄시죠, 하고서는 다시 티비로 시선을 옮겼다. 우현은 제가 비상으로 가지고 다니던 티셔츠를 몸에 걸쳤고, 곧 씻긴 몸으로 쇼파에 누웠다. 성규가 놀라 소리쳤다.
" 아 젖은머리로 쇼파 올라가지 마요! " " 다 마르는데 뭘 "
우현은 태연스럽게 답했다.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성규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만 했다. 우현은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다 쇼파 앞에 앉은 성규를 손으로 툭툭 건들었다. 성규가 왜요, 하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 나 배고픈데, 우현이 투정을 부렸다.
" 돈 많으신 회장님 아들께서 알아서 사드시죠 " " 지금 없는거 알잖아요, 아무거나 해줘요, 나 요리 못해 "
아니 누군 잘하는 줄 아나? 성규는 투덜거리면서도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했다. 선반을 몇 번 열어보고, 냉장고도 몇번 열어보던 성규는 그냥 라면을 꺼내려다 찬장에 라면이 빈 것을 보고는 금방 포기했다. 아 뭐하지… 그냥 있는거 갖고 대충 볶음밥 할까, 하던 성규는 요리법을 찾기 위해 핸드폰을 가지러 다시 거실로 향했다. 우현이 제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표정은 생각보다 이상했다. 도대체 뭘 보는거야?
" 왜 남의 핸드폰을 맘대로 봐요? "
성규가 신경질 적으로 핸드폰을 빼앗았다. 핸드폰을 마구 터치하던 우현이 아무렇지 않게 성규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 성규씨 김명수씨랑 잤어요? "
이걸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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