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메리 미
w. 오즈
Prologue: Marry Me
"엄마, 왜 내가 고딩하고 같이 살아야 되냐구요."
"그럼 정국이 엄마가 신신당부하고 갔는데 어떡해."
"아, 그래도 새파랗게 어린 남자애하고 어떻게 동거를 하라고?"
"걔 미성년자도 아냐. 이제 스무 살인데 한 학년 늦게 들어갔대."
"그럼 더 위험하잖아!"
이제야 대학에 적응해 처음 독립하는 내게 엄마의 명령이 하나 떨어졌다. 이번에 서울에 상경하는 남자 애와 함께 살라는 것. 아무리 순종적인 딸이라지만, 어떻게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느냐는 말이다. 엄마는 싫다고 발악하는 내게 믿을만한 남자 애, 라고 말했다. 이제껏 봐왔던 아이라 잘 안다고. 아니, 그래도 무슨 남자 애랑 같이 살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확 짜증이 나서 '몰라, 끊어!'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보니 왜 굳이 혼자 사는 내게 쓰리룸을 구하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엄마가 방문할 수도 있으니 뭐, 방 하나를 구해야 한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말을 횡설수설 늘어놓더니. 다시 세차게 진동하는 핸드폰을 빤히 보다 전화를 받았다.
"정국이 오늘 너네 집 간다니까 기다리구 있어. 응?"
"뭐어? 아, 엄마, 진짜."
"한 번만 봐줘. 엄마가 정국이 엄마한테 도움 많이 받은 것도 있구…."
"엄마, 그래도……."
"엄마가 부탁할게. 응?"
엄마가 부탁한다는 애절한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나는 마지못해 '응?', '응? 여주야.'라고 반복해 되물어오는 엄마에게 '알았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 듯 고맙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됐어. 엄마 딸인데 뭘 고마워.'라고 말했다. 연신 고맙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괜히 아까의 짜증이 미안해 부드럽게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침대에 철푸덕 누웠다. 예전부터 '정국이 엄마', '정국 엄마'하더니, 언제 그렇게 친한 사이가 됐는지 모르겠다. 생식 집에서 생식을 받아오다 알게 된 인연인데 참 깊게도 간다 싶더니.
「저기, 라망빌 203호 주인 맞아요?」
「여기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뭐예요?」
누워서 가만히 천장을 보고 있던 내게 문자 두 개가 연속으로 왔다. 문자를 보니 그 고딩인가 싶어서 「1013이에요.」라고 보내주었다. 벌써 온 건가. 우리 엄마도 참. 어떻게 오기 5분 전에 그 사실을 알려주냔 말이다. 이젠 어이가 없다기보다는 엄마가 귀여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엄마도 참. 이제 보니 어제 그렇게 집을 치우라고 강박적으로 전화를 해댔던 것도 이 이유에서였다. 아, 그리고 갑자기 화장을 하고 있냐고 물어본 것도. 외출복을 입고 있냐고 했던 것도. 이상하다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엄마도 진짜 너무하지. 곧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문에다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나는 발을 엉기적엉기적 옮겨 문을 열었다. 삐비빅 소리가 들리고 내 집에 들어선 건 토끼 같이 생긴 남자 애였다. 안녕하세요. 아으, 씨바, 추워 죽는 줄 알았네. 빨개진 코를 몇 번 비비며 캐리어를 빈 방에다 집어 넣는 남자 애를 보고 직감했다. 이 남자 애의 씨발데레 캐릭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