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미는 주인/메리 미로 나눠져서 여주/정국 시점으로 갑니댜!
정국이가 하숙생이라니 굉장한 클리셰지만 달달구리구리달달하게 써볼게여 엉엉
암호닉*_*♥ |
정국주인님! 암호닉이라니...☆ 정국주인님 처음으로 암호닉 신청해주셔서 감사해요 도키도키ㅠㅠㅠㅠ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오래, 오래 봐요! |
주인, 메리 미 1, 주인
w. 오즈
"아으, 짐은 존나 많아가지고…. 하여튼 엄마, 진짜 욕심도 많지."
"저, 저기."
다소 거칠게 짐을 휙휙 던지며 정리하는 고딩을 불렀더니, 고딩이 휙 하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음, 뭐라고 해야 하지? 고민하다가 고딩에게 '밥은 먹었어요?'라고 물었다. 고딩은 '아니여. 졸라 배고파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다시 홱 돌아서 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굉장히 독특한 아이라고 생각하다 고딩을 한 번 쳐다보고, 부엌으로 갔다. 뭘 할까, 하다가 고딩이 좋아할 만한 걸 시켜주자 싶어 피자 한 판을 시켰다. 솔직히 피자는 가난하디 가난한 대학생이 사주기엔 아주 거금의 식품인데 말이지. 몸을 쭉 빼 고딩을 한 번 쳐다보니, 아직도 짐 정리 중이다. 큰 캐리어에 있던 걸 한꺼번에 정리하는데, 아주 그냥 전쟁터다. 도와줄까 하다가 그만 뒀다. 아악! 졸라 많네! 씨바, 이건 또 뭐야? 이건 왜 넣어준 거야? 아아, 배고파악! 뭐, 이런 각종 욕설이 들려오니까 왠지…. 절대 무서운 건 아니고! 그냥… 쪼옴…….
"아! 아아! 아, 진짜 지랄! 하아, 좀 도와줄래요?"
"아, 네, 네. 그래야죠."
민망하게 러그에 앉아 있다가 고딩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도와달라기에 금세 일어났다. 그 전에 비명소리 비슷한 소리가 난 것 같은데 환청이었나? 나는 서랍장 앞에 조용히 앉아 서랍 안에 들어갈 옷들을 정리해주었다. 옷 입는 스타일을 보니까 왠지 동기 한 명이 생각난다. 박지민. 뭐, 진짜 귀엽게 생긴 앤데. 관심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유심히 지켜보는 정도랄까. 걔도 이렇게 힙합 스타일로 입던데. 걔 생각이 나서 자꾸 웃음이 난다. 저번에 주점 열 때가 정말 재밌었는데. 내 옆에 앉아서 한참동안이나 술을 마시기에 그 다음 날 바로 탈이 나버렸다. 너무 경직된 채로 술을 먹다보니 얹혀버려서 하루종일 변기 앞에서 생활할 정도였으니까.
"어, 그거……."
"네?"
"제 팬틴데여."
아, 미안해요. 자꾸 지민이 생각이 나서 옷을 정리하다가 고딩 팬티까지 만져버렸다. 팬티를 만졌다니 손이 찝찝해진다. 그러니까 고딩은 혈기왕성한 그런 나이니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나인데, 그러니까…. 나는 미간을 꾹 찌푸리며 다른 옷들을 정리했다. 얼굴 겁내 빨개요. 고개를 푹 숙이고 옷을 정리하는데, 반쯤 누운 채로 헤드보드에 기대있던 고딩이 말을 걸어왔다. 아, 아닌데? 아닌데요? 고딩이 그런 말을 하니까 더 뭔가가 올라오는 기분이다. 내가 고딩 데리고 뭐하는 짓인지,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세 얼굴이 화끈거려 얼굴에다 부채질을 했다. 참나. 고딩이 참 못돼먹었다.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 옷을 정리하는데, 그러고보니 그림이 이상하다. 고딩 왜 누워 있지? 나는 고딩을 다시 쳐다보았다. 누워서 팔로 제 얼굴을 받치곤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허, 참. 그래도… 뭐라고 하기엔 속 좁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테니 핀잔을 주지 않기로 했다.
"피자 왔습니다."
"네!"
옷을 마저 정리해주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피자 배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섰는데, 고딩이 눈코 뜰 새 없이 쌩 달려나갔다. 역시 혈기왕성한 나이지. 나는 피자를 먹기 위해 고딩의 방을 나서는데, 고딩이 민망하게 내게 다가왔다. 계산…. 고딩이 작게 말해오길래, 나는 '아!'하고 지갑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체크카드로 계산을 하고 들어서는데, 이미 피자가 없기에 거실로 나가보니 이미 세팅이 완료되어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고딩 앞에 앉았다. 고딩 눈이 반짝거린다. 완전 아기네, 아기야. 안 먹고 뭘 하나 했더니 내가 먹는 걸 기다리나 보다. 강아지 같아서 빤히 지켜보고 있다가 피자를 한 쪽 들었다. 내 손이 움직이자마자 고딩이 잽싸게 피자 한 쪽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여기 와서 제일 밝은 목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이름이 뭐예요?"
"전정국이요."
"아아."
"학교는 전학 온 거예요?"
"아니요. 친척 집 살다가 거기서 못 살게 됐어요."
왜요? 나는 피자를 흡입하는 고딩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제가 노래하는 게 시끄럽다던데요. 고딩은 잠시 침울해졌다. 오호라, 노래하는 고딩이었단 말이지? 역시 우리 엄만 이런 정보를 말해줄 리가 없다. 하긴 뭐 소음에는 딱히 크게 그렇게 피해 받지 않는 성격이라 상관은 없으니까. 전 그런 거 상관 없으니까 맘껏 불러요. 나는 피자를 먹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한 마디에 고딩 얼굴이 다시 밝아지며 미소가 가득해졌다. 나는 살짝 웃었다. 참 잘 먹는다, 피자 레귤러 한 판을 순식간에 뚝딱해버렸으니. 고딩은 마지막 조각을 꿀떡 삼키곤 '아, 졸라 배불러.' 하고 몸을 젖혔다. 고딩 배가 불룩 튀어나왔다.
"나한테 궁금한 건 없어요?"
"응, 없어요."
"음……, 그렇구나."
치. 서운해지려는 찰나, 고딩이 '엄마한테 다 들었어요.'하고 말해왔다. 역시 엄마 네트워크보다 빠른 정보 교환망은 이 세상에 없다. 여주, 대학생. 고딩은 이내 내 이름과 신분을 서슴없이 부른다. 호칭이 빠진 것 같아 갸우뚱하는데 '집 주인.'하고 말을 덧붙였다. 내가 이 집 주인은 아니니까 '아, 난 이 집 주인은 아닌데….' 하고 정정해주려고 했는데, 고딩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입을 가지고 여러 표정을 지으며 장난 치던 고딩은 '귀찮으니까 주인. 주인 해요.'라고 대답했다. 내가 고딩한테 뭘 바라겠어. 나는 그냥 '그래요, 그럼.'하고 수긍해버렸다. 고딩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말 놓는다, 주인."
"응? 아니, 그…."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데 고딩은 씨익 웃으며 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니, 아니…. 왜 당한 것 같지? 기분이 이상해져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고딩이 다시 나왔다. 젤리 두 개와 함께. 이건 피자 사줬으니까 후식. 곰돌이들이 몇 개 들어가있는 젤리를 건네며 고딩은 러그에 길게 누웠다. 아, 씨바, 배불러서 움직이질 못하겠네. 고딩 입에서 다시 찰진 욕이 흘러나온다. 나는 욕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곰돌이 젤리들이 귀여워 다시 웃었다. 포장지를 주욱 찢어 젤리를 입에 넣었다. 고딩만큼이나 귀여운 곰돌이가 입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아!"
"왜! 왜, 왜요. 아니, 왜!"
"나 아까 여기 다쳤는데."
배를 퉁퉁 만지던 고딩이 갑자기 일어나기에 놀라 들고있던 곰돌이 하나를 고딩에게 던졌다. 고딩은 무심히 제 바지 위에 떨어진 젤리를 주워 먹으며 말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디요? 아니, 어디?'라고 물었다. 자꾸 존댓말이 나온다. 빨리 말을 놓아야 하는데, 원래 말을 잘 못 놓는 성격이라 그런지. 고딩은 바지 소매를 쓰윽 올리고 무릎을 보여주었다. 아까 어디에 찍혔는지 살짝 피부가 일어나 있고, 그 속으로 피가 조그맣게 맺혀 있다. 아, 멍도 나 있고. 나는 내 방에서 약 상자를 들고 와서 마데카솔을 손가락에 주욱 짰다. 갑작스레 놀려주고 싶단 생각에 마데카솔을 바른 손가락으로 상처를 만지다가 꾸우욱 눌렀다.
"아! 아! 아파여!"
"원래 이렇게 상처 깊숙이 파고들게 하는 거랬어요."
"아! 주인! 그만! 아! 멍! 피멍! 멍!"
괜시리 웃음이 튀어나온다. 아까 고딩 기분이 이랬나. 엄청난 희열이 찾아온다. 아, 나 무슨 새디스트도 아니고. 손을 허우적대는 고딩을 보고 간신히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웃어버렸다. 고딩이 입술을 삐죽인다. 귀여워라. 나는 다시 젤리 하나를 유유히 집어 먹었다. 요리조리 입 속에서 얄밉게 움직이는 젤리를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달콤한 맛으로 텁텁하던 입 속이 향긋하게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