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와ㅠㅠ 다들 정국이가 귀엽다구 해주셔서 저도 하루종일 입이 귀에 걸린 하루였어요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암호닉*_*♥ |
정국이주인님, 설탕님, ㅈㄱ님, 미니미니님, 초슈님, 요괴님, 젤리님! 똥손인 제 글에 이렇게 암호닉까지 만들어주시니 쓸 힘이 마구마구 나요! 항상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가요! |
주인, 메리 미 2 메리 미
w. 오즈
친척 집에서 쫓겨났다, 결국. 씨벌놈. 나는 웃으며 그놈에게 보내는 욕을 내뱉었다. 진짜 너무한 거지. 친척만 믿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쫓겨난 거다. 그래서 엄마에게 급박하게 전화를 한 결과, 어떤 여자 집에서 살게 됐다. 여대생과의 동거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뭐, 음흉한 마음도 없다. 지금 나는 매우 지쳤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다. 그냥 노래를 할 수 있게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엄마 말로는 친한 지인의 딸이고, 노래하는 것쯤은 이해해줄 거라고 하니. 어쨌든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아, 아니지. 그 친척 새끼 천벌 받으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쯤이면 그 새끼 귀가 엄청 가려울 거다. 흥.
'제 팬틴데여.'
'아, 미안해요!'
아, 지금은 주인 생각. 나는 침대에 길게 누워 서랍을 바라보았다. 못 만질 걸 만지기라도 한 것 마냥 저 멀리 팬티를 던지며 울상을 짓는 주인이 꽤 귀여웠다. 태형이 형에 의하면, 놀려먹기를 좋아하는 '못돼먹은' 성질의 주인공이라. 아까도 그랬다, 대충 생필품들은 정리를 마쳤고 옷은 주인이 정리하기에 침대에 누워서 지켜봤더니…. 놀려먹고 싶은 성질이 자꾸만 속에서 나를 툭툭 치는 거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꾸 실실 웃기에 사실은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주인 마음 속에 음란 마귀가 들어선 게 틀림이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팬티를 들고 저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냐는 말이다. 어찌 됐든 아무렇지도 않게 내 팬티를 만지는 게 귀여워서 물어보았는데 반응이 꽤 재밌다.
'말 놓는다, 주인.'
'응? 아니, 그….'
그래, 말을 놓는다니까 당황해 말을 더듬는 것도. 당했단 생각을 한 건지 입술을 쭉 내민 모습이 오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만 잡아 당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입안이 텁텁해지는 느낌이 들어 젤리를 들고 왔다. 하지만 젤리도 무용지물. 젤리 하나를 집어 오물오물 열심히 움직이는 주인 입술에 정신이 팔려, 다시 한 번 잡아 당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근데 입술을 보고 나니 자꾸 볼이 보이고, 볼을 보니까 또 볼을 잡아 당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고….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정신을 차리고, 주인에게 다쳤다고 말을 했다. 자꾸 생각을 하다보면 길을 잃는다. 안 해도 될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러니까 뭐, 음…, 그러니까……. 아니, 아니, 착한 생각 해야지, 전정국. 착한 생각…. 착한 생각…. 나마스테…….
'아! 아! 아파여!'
'원래 이렇게 상처 깊숙이 파고들게 하는 거랬어요.'
아니, 그래도 주인한테 여우 같은 데가 있다. 놀려먹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당해버렸다. 안 그래도 살짝 피부가 일어나서 따끔거리는데 거길 대고 꾹꾹 누르니 죽을 뻔 했다. 멍은 더 심해지고. 아무래도 피멍이 든 것 같다. 나쁜 사람…. 아무래도 괘씸하다. 놀려먹기만 하던 성질인 내게, 이건 도화선에 불을 놓은 거나 다름이 없는 행동이다. 나는 다리 소매를 걷어 무릎을 확인했다. 이거 봐. 밴드 위로 빨개진 멍이 '주인 나쁜 사람…!'하고 외치고 있다. 어떻게 곯려주지. 분명히 나를 놀려먹는 거였다. 상처 깊숙이 파고들긴, 더 심해졌잖아.
"장 보러 갈 건데, 뭐 필요한 거 있어요?"
머리를 헤드보드에 박으며 곯려줄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주인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물어왔다. 나는 입술을 씨익 말아 올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같이 가. 행거에 걸려있던 후드를 대충 위에 덧대어 입고, 패딩을 걸쳐 입고 나섰다. 주인과 함께 원룸 앞 마트를 가는데 주인 머리가 눈에 띈다. 아깐 풀고 있었는데, 지금은 머리 위에 큰 동그라미가 하나 앉아 있다. 자기 얼굴만한 동그라미. 호기심이 생겨서 동그라미에 콕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주인이 흠칫 놀라 걸음을 멈췄다.
"되게 공들였네."
"이거 만지지 마요. 흐트러지면 다시 묶어야 된단 말야."
제 동그라미를 두 손으로 꼭 부여잡고 나를 경계하는 게 귀여워서 픽 웃어버렸다. 갑자기 칼바람이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솔로 마음에 바람이라도 끼얹는 건가. 아으, 씨바! 졀라 추워! 나는 패딩을 단단히 껴입으며, 동그라미를 붙잡고 있는 주인의 손을 쭈욱 밀었다. 빨리 가, 어으, 코 시려. 주인은 심통 난 목소리로 '알았어요!'하고 걸음을 아까보다 빠르게 옮겼다. 마트에 도착하자 주인은 동그라미에서 붙어 있던 작은 손을 떼, 카트 하나를 끌었다. 이리저리 끄는 게 힘겨워 보여 주인의 동그라미를 잡아 카트 옆으로 옮겼다. 자꾸 만지지 마요! 주인이 눈을 흘기며 말했지만, 나는 말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카트를 잡았다. 주인은 한 바퀴를 쭉 돌며 돼지고기와 고추장 같은 걸 샀다. 그리고 세탁 세제도. 과자 칸을 지나려기에 '잠깐!' 하고 과자 칸으로 입성했다. 벌써 신성한 기운이 나를 맴돈다. 나는 무턱대고 과자를 몇 개 집어 카트에 넣었다. 처음엔 별 생각이 없어 보이던 주인 표정이 나중에는 굳어버린다. 저게 얼말까, 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어찌 됐든 나는 과자를 몇 개 더 담고 계산대로 향했다.
"57080원이요."
"오, 오만 칠…."
주인이 지갑에서 체크카드를 꺼내며 덜덜 떠는 손을 지켜보다, 패딩에서 신용 카드를 꺼내 아줌마에게 건넸다. 주인이 의문스럽게 나를 쳐다본다. 역시 엄마 카드. 봉투도 같이 계산해주세요. 짧게 말하자 아줌마가 봉투를 주기에 주섬주섬 과자들과 생필품들을 담았다. 아직도 벙찐 표정의 주인을 계산대 앞에 두고 카트를 카트대에 집어 넣었다. 그나저나 봉투가 꽤 무겁다.
"아, 음. 내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아까 피자랑 나 도와준 값."
지금쯤 엄청 감동 먹었겠지? 한낱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피자를 덜컥 사주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존나 짠돌이 친척 새끼가 생각나서 열이 훅 뻗쳤다. 지금이 겨울이라 다행이다. 여름이었으면 봉투를 던지고 전정개가 됐을지도 모른다. 친척 새끼. 오늘 귀 존나 파다가 피 나라. 흥. 주인이 나를 쫄쫄 따라온다. 이렇게 보니까 존댓말을 쓰는 것도 그렇고 주인은 참, 동생 같다. 오늘 내가 계산도 했고. 그러고보니 머리를 묶으니까 더 애 같아 보이기도 하고.
"으와아앙! 엄마야아!"
"워, 씨발!"
봉투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데, 갑작스레 주인이 제 심장 자리를 부여잡고 풀썩 주저앉는다. 주인 소리에 나도 놀라 봉투를 집어던져버렸다. 덕분에 과자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에라이, 씨벌탱. 나는 헥헥거리며 진정하는 주인을 한 번 바라보고, 과자를 봉투에 주섬주섬 주워 담았다. 어우, 안 그래도 허리 아픈데 오늘 허리 운동 제대로 한다. 허리 굽혔다가 세웠다가를 몇 번 반복하다 주인의 어깨를 잡아 끌어올렸다. 귀신이라도 봤어? 주인에게 아무렇게나 물으니 주인이 영혼없이 끄덕인다.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 내가 다시 말하자 주인이 울먹이는 표정으로 '있어요오….'하고 작게 말한다. 나는 주인의 뒤에 서서 다시 동그라미를 잡아 앞으로 밀었다. 아무 말도 안하는 걸 보니 진짜 놀랐나보다.
"귀신이 어딨는데?"
"…아니, 내가… 가다가… 이케 가다가… 차를 봤는데… 차에 그 할머니가… 붙어… 이써가꼬…… 뭐지 하고… 다시…… 봤는데… 그…… 없어져가지고오…."
주인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황해서 혀가 없어진 건지 혀 짧은 소리를 낸다. 그게 웃겨서 자꾸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꾹 참아야 했다. 이 여자는 나이를 거꾸로 먹었나. 결국은 옆에서 푸우우 하고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주인은 내가 웃는 게 거슬리지도 않는지 꽁꽁 얼어 있기만 하다. 주인 동그라미를 가만히 내려다보는데 기가 막히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입술을 씨익 말아올렸다.
한 번 당해봐라,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