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봄 /w. 채셔
Prologue
─태형이가… 죽었어.
─왜…?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럴 리가….
─내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정말….
나는 지민의 말에 결국 정신을 놓고 말았다. 여주야! 여주야! 지민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귓바퀴를 따라 들어왔지만, 나는 태형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태형이가 어떻게? 어떻게 죽어? 나는 발작했다. 온통 까매지는 배경 새로 보이는 지민은 울고 있었다. 아니, 아니다. 나는 흐려지는 시야를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여기서 정신을 놓을 수 없었다. 태형이 시신도 확인 못했는데. 나는 지민의 소매를 꼭 잡았다. 악착같이 잃어버릴 것만 같은 정신을 부여잡았다.
─태형이 시신도 못봤잖아. 아니야, 지민아. 아니야.
나는 간신히 지민의 소매를 꼭 붙잡고 일어섰다. 거의 안기듯 지민에게 부축을 받으면서도 나는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지민의 흐느낌이 들렸다. 겨우 지민의 도움을 받아 영안실로 들어섰을 때, 나는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남자 한 명이 누워있었다. 나는 떨리는 몸으로 기어갔다. 간이침대 기둥을 붙잡아 일어설 때까지 나는 얼마나 하느님에게 간절히 빌었는지 모른다. 제발 이 남자가 태형이가 아니길. 제발. 제발…. 하지만 하느님은 내 기도를 무참히 짓밟았다. 나는 태형의 얼굴을 쓸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시퍼런 안색의 태형이 내가 아는 태형이가 맞는 걸까.
─이럴 리가 없어. 지민아, 아니잖아.
─여주야….
지민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는 태형의 입에다 내 입술을 비볐다. 열리지 않는 입술이 미워서 태형이 덮고 있는 이불을 꽉 쥐었다. 씨발 놈아, 일어나. 제발. 태형의 볼을 쓸며 애원했지만 끝내 태형은 일어나지 않았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생생했던 애가. 아니, 생생했던 우리가. 마침내 아우디를 뽑았다며 시승식을 위해 여행을 떠난 우리가 산산조각나버렸다.
오늘… 내 남자친구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