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훈남 변백현
이과훈남
첫 만남은 평범했어.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에 악의가 느껴지지 않아 그저 버릇인가, 싶었을 뿐.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름을 듣고 나서야 아, 했어. 변백현. 친구들의 입에서 유행어처럼 나오던 이름. 얼굴을 제대로 본 건 처음이었어. 눈이 강아지처럼 쳐졌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표정의 유무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 피하듯 고개를 먼저 돌리자 오른쪽 뺨에 닿아오던 시선도 거둬졌어. 평범한 첫 만남, 왠지 간지러운 마음은 그저 새학기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넌 생각했어. 우연이었을까, 인연이었을까. 27번을 뽑은 너와 28번을 뽑은 백현이. 3월 4일의 너에겐 그것이 그저 우연이었어. 유난히 굳은 백현이의 표정을 네가 알아차렸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첫 만남 그리고 첫 인상. 너에게 백현이의 첫 인상은 참 조용한 아이, 였어. 시끌벅적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낯을 가리는 성격도 아니었던 네가 어렵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야. 일주일 동안 너와 백현이 사이에선 아무런 대화도 없었어. 점차 옆자리의 존재에 무뎌지기 시작할 즈음 백현이는 종이 위의 물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너에게 스며들었어. 샤프 좀.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그 한마디가 너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너에겐 시작이었으니까. 비록 그게 시작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네 자리에 올려져있는 포카리스웨트가 어쩐지 백현이를 닮았다고 생각했어. 엎드려 있는 백현이가 깨어있다는 걸 너는 알았어. 아마 백현이도 알았을 거야. 네가 그걸 알고 있다는 것을. 그 날 이후로 백현이는 필기구를 자주 두고 왔어. 너에게 펜을 빌리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백현이의 변명도 다양해졌고 너희 둘은 가까워졌어. 쑥쓰러운 웃음을 짓는 백현이가 귀엽다고 느낀 그 날은 너와 백현이가 짝이 되고 나서 한달이 지난 후였지. 예체능을 전공하던 네가 이과를 선택한 데까지는 단짝 종대의 영향이 컸어. 실용음악학원을 같이 다니는 게 결정적이었지. 등하교를 같이 할 뿐만 아니라 학원까지 같이 다니던 너희 둘에게 같은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암묵적인 약속이었어. 왜 종대가 갑자기 이과로 가겠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에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 그만큼 친한 너와 종대였지만, 너는 종대와 백현이가 친한 사이였다는 건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어. 운동장 공사 때문에 새학기가 시작된지 한달만에 시작된 체육시간에서 장난 섞인 몸싸움을 하며 노는 둘의 모습을 보고 나서 네 안에 자리잡은 감정은 놀라움보다는 신기함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거야.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다는 말에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인 너는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백현이를 말없이 바라봐. 운동할 땐, 되게 활발하네. 공통분모가 생기자 같이 다니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워졌어. 백현이의 친구들과 친해졌고 너와 백현이는 이동수업을 할 때면 서로를 기다려줄 만큼 가까워졌어. 그것이 너무나 당연스러워서 너는 네 안에 자리잡기 시작한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조차 할 수 없었어. 여름의 초입에 다다랐을 때 너와 백현이 사이에도 무언가 생기기 시작했어. 단어 그대로 무언가, Something. 생물시간이었어. 늦게까지 합주연습을 한 탓에 아침부터 피곤해있었던 너는 팔을 베개 삼아 생물시간 내내 잠을 잤어. 한참을 그렇게 자고 있었을까, 너는 머리를 만지는 손길에 느릿하게 눈을 떠. 오랜시간 한 자세로 엎드려있다보니 팔이 저려와. 팔을 주무르며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인물에 너는 찡그린 얼굴을 활짝 펴.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종인이야. 머리 감았어? 감았거든... 그래, 넌 좀 감고 다녀라. 장난끼가 다분한 목소리에 너는 키득거리며 웃어. 처음 만났을 때 무섭게 생긴 인상과 마찬가지로 무섭게 생긴 친구들 때문에 멀리 했었는데 알고보니 왠만한 여자애들 뺨치게 수줍음도 많고 은근히 수다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였어. 종대와도 아는 사이라 너와 종인이가 친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어. 한참을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을까, 너는 자리로 돌아오던 백현이와 눈이 마주쳐. 그런데 뭔가, 이상해.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분위기가 왠지 좀 가라앉은듯 해. 그래, 그건 짜증이었어. 감정이 이리저리 얽힌 눈이 먼저 너를 피하고 너는 멍하게 그를 쫓아. 새로운 반에 대해 얘기하며 투덜거리던 종인이는 결국 종이 치자 옆 책상에 걸터앉은 엉덩이를 떼. 잘가, 종인아. 끝까지 장난을 치는 종인이의 뒷모습을 보던 네 눈가에 웃음이 여전해. 왜? 왜 그렇게 보냐는 뜻도 있었고, 왜 기분이 좋지 않느냐는 뜻도 있었어. 비어있던 제자리에 다시 앉은 백현이에게선 대답이 없었고 너는 더 이상 묻지 않아. 가까워졌다고 느꼈을 즈음부터 함께 있을 땐 핸드폰을 보지 않던 백현이가 책상 서랍 속의 핸드폰을 꺼내 집중하기 시작해. 네 눈가의 웃음이 사라졌어. 그냥.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너와 백현이 사이엔 침묵만 존재해. 너는 다시 잠을 자기 위해 엎드려. 하지만 더 이상 잠은 오지 않아. 언젠가 백현이가 그랬던 것처럼 넌 가만히 눈을 감아. 그러나 백현이는 네가 잠을 자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거야. 여름의 초입, 처음으로 서로가 낯설었던. 아나ㅏㅏ 신인 그룹 리더 썰 말고 이런 거 들고 와서 죄송합니다.
이거 사실 70%는 제 실화고 30%는 허구에요. 그래서 꼭 한 번 써보고 싶었던 썰이었어요...
그리고 왜 문과훈남이 아니고 이과훈남이냐면 제 이상형이 수학 잘 하는 남자라서여ㅠㅠ
변백현이 소매 걷고 미분 풀고 있으면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지 않아여? 흑흑 근데 이과라는 게 별로 안 드러나는 것 같아서 슬퍼여... 제 손을 탓해야져 뭐...
여기서 너징은 보컬 준비하는 예쁜 여학생으로 설정. 독자 님들은 다 예쁘니까여... 종대가 왜 갑자기 이과 가자고 했냐면 변백현이 협박해서.... 죄송합니다ㅏ
리더 썰 다음 내용은 슈키라에서 만난 찬열이와 너징으로 하려고 해여... 빠른 시일 내로 들고 올게여!
그리고 오늘도 엔터키 많이 못 눌러서 죄송해여.....ㅠㅠㅠㅠ 아 진짜 왜 이러지?... 흡
안녕히 계세여! 으아라ㅣ나치ㅔㅔ니ㅣㅡㅡㅊ
+ 글 내용 수정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