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질투쟁이 남편 민규 X 얼빠 아내 너봉
어디 나가는 걸 귀찮아 하는 나를 위해 어디서 영화를 다운로드 해왔는 지 저녁에 영화를 보자고 조르는 민규였다. 할일이 산더미였지만 어깨를 흔드며 애교를 하는 남편놈 때문에 결국 보기로 했다. 내가 무서운 것을 못 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마 모를 것이다. 암튼 민규는 '검은 사제들'을 다운로드 해놨다. 후기를 보는 데 다행히 무서운 것 보다는 잘생긴 동원이오빠가 눈에 들어 온다 해서 동원이오빠를 위해 '검은 사제들'을 보기 시작했다. 동원이 오빠가 나오는 순간 나는 이성을 잃었다.
진짜.. 뭐 저렇게 생겼냐.. 요정인 줄
"와.. 씹존잘.."
"여자가 씹존잘이 뭐야. 그리고 그거 지금 나한테 한 말이지?"
"ㅗ 동원이오빠한테 한 말이거든."
"야 나도 너한테 오빠야."
"응. 김민규. 조용히 보자."
평소 얼굴만 잘생기면 됐지라는 생각을 가진 나에게 맨날 투덜대는 민규는 또 입이 나와있다. 사실 이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장난 치는 건데 그것도 모르고 민규는 입을 대빨 내밀고 나 삐졌어요 라고 티내고 있었다.
"입 좀 넣지? 오리인 줄 알겠어?"
"그럼 넌 강동원와이프인 줄 알겠어?"
"삐졌지. 김민규 너 삐졌지?"
"아니."
"아 귀여워.."
"뭐. 강동원? 그래~ 강동원씨 너무 귀엽지~"
"너 말이야. 너."
자기 귀엽다는 말에 또 쉽게 마음이 풀어졌는 지 헤헤거리는 민규였다. 역시 내 똥강아지<3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나를 껴안고 서는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미워 할 수가 없어.."
10. 최단기간 승진 상사 원우 X 입사 한달 차 너봉
중간 수준의 대학교를 나와 겨우 입사한 나의 회사 플레디스. 나를 받아 준 회사가 극히 드물었는 데 벌서 플레디스에서 한달 째 인턴으로 일하는 중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일이 있는지 대리님에 과장님까지 매우 바빠보이신다. 예전의 부장님이 해외발령 받으시고 새로운 부장님이 오신다 했는데 그것때문인가 나도 할 일이 많아졌다. 점심 시간이 지나니 새로운 부장님이 오셨는지 다들 문 앞에 일자로 서 있었다. 우리 부서에서 가장 하위직급인 나는 맨 끝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드디어 부장님이 들어 오셨...는데..? 나보다 어린티가 팍팍 나고 표정에는 냉기가 서려 마치 중이병 걸린 남자애가 회사에 온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것만은 확실했다. 잘생긴 것.
"이번에 새로 오신 전원우 부장님이십니다. 명문대 출신이시라 전의 회사에서도 최단기간 승진을 이루신 대단하신 분이 저희 부서로 오셔서 영광입니다."
"갑사합니다. 전원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잘생기긴 했지만 딱 봐도 나보다 나이 어려보이는 애가 내 상사라니,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도 이럴 땐 공부 좀 할걸이라는 후회와 아쉬움이 들었다. 부장님과 인사가 끝나고 나머지 잡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급히 부장님 비서가 날 부르셨다.
"부장님이 잠깐 보시자는데요?"
"저...를요?"
너무 당황했다. 일개 인턴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커피 타오라는 건가 아니 그건 비서님께 말씀드리면 될 일이고.. 복사시키시려는 건가? 벌써 일할리가..
의문에 사로 잡혀 부장실에 들어가니 부장이 편한 자세로 소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표정은 마치 교무실에서 학생을 혼내는 학생주임 선생님같았다. 나는 혼이 나는 풀이 죽은 채 서 있었다. 하지만 내가 나이가 더 많아보이기에 씩씩하게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인턴 김너봉입니다!"
"앉아요. 내가 왜 불렀는지 알아요?"
"아니요.."
"나 들어왔을 때 왜 표정 찡그렸어요? 나 싫은가봐..? 나 그런거에 엄청 예민한데.. 나 의외로 소녀적인 면이 있단 말이야."
어쩌라는 건지 1도 모르겠는 부장님의 말이었다. 근데 나 끝에 있었는데 표정을 어떻게 본거지.. 일단 이 상황을 좋게 마무리 짓고 싶어 말을 꺼냈다.
"아 싫어서 그런게 아니구요. 갑자기 배가 아파서.."
"아파요? 지금은 괜찮고?"
"지금은 괜찮습니다. 저 할일이 있어서 일어나 봐도 될까요?"
"김너봉 인턴. 내가 왜 저 끝에 있던, 그것도 인턴인 너봉씨를 왜 불렀는 지 알아요?"
"왜요..?"
진짜 왜 불렀는지 몰라서 하는 질문이었다. 표정얘기 했을 때 이미 찍힌 줄 알고 손톱을 계속 만지작 거리면서 고개를 숙여 부장의 눈치를 봤는데.. 웃는다..
"왜긴 왜겠어요.. 맘에 들어서 그렇지. 연락 좀 하게 번호 좀 주고가요. 그리고 치마 너무 짧다. 다음부턴 바지 입고 와요. 너봉누나."
11. 머리 자르기 싫어하는 남편 정한 X 짧은 머리 성애자 너봉
우리 남편은 나보다 이쁘다. 얼굴도 잘생기긴 잘생겼는데 머리를 한번 기르더니 자를 생각을 안 해서 지금은 나보다 더 길어버렸다. 그러니 나보다 이쁠 수 밖에.. 예전 남편의 짧은 머리를 가진 과거 사진을 볼 때마다 자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남편이 머리를 기른지 2년, 제발 머리를 자르라고 하고 싶어 퇴근한 남편에게 한 잔소리를 퍼부었다.
"오빠 회사에서는 머리가지고 얘기 안해? 머리 좀 자르고 다녀.. 나보다 더 길잖아."
"아 왜그래.. 내 머리 내가 관리하겠다는데."
"아니.. 난 오빠 짧은 머리가 더 좋단 말이야. 근데 왜 갑자기 머리 기르는 거에 빠져서 한번도 안 자르는 거야.. 남자는 머리가 짧아야 남자다워 보.."
"그만."
평소보다 길어지는 잔소리에 화가 났는지 표정이 굳어진 채 방으로 들어가버린 남편이었다. 남편의 성질을 알기에 얼른 방에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싹싹 빌었다.
"오늘도 미안해.. 오늘 과거사진 보다가 짧은 머리가 너무 그리워서 그랬어.. 그래. 오빠 머리니까 오빠가 자르고 싶을 때.. 알아서 해."
다음 날 출근 때까지 아무 말도 건내지 않은 남편이 걱정되어 하루종일 발을 동동구르고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 못 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들어오지 않아 걱정이 되던 찰나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왜 이렇게 ㄴ.."
"잘.. 어울려?"
"머리 잘랐네?"
"니가 내 짧은 머리 좋고 남자다워 보인다며. 너한테 남자다워 보이고 싶어서."
12. 학교 소개하러온 세봉고 순영 X 세봉고에 관심 없던 너봉
12월 말이 되면 꼭 오는 학교소개. 나는 딱히 공부를 잘 하는 편도 아니고 못 하는 편도 아닌 딱 중간이기 때문에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플디고를 쓰려 했다. 세봉고와 성수고도 있지만 성수고는 별로 소문이 안 좋고 세봉고는 버스타고 10분 동안 가야하는 거리이기 때문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오늘은 세봉고 학생들이 와서 학교소개를 해준다고 들었다. 세봉고에 잘생긴 선배들이 많아서 간다는 애들이 있던데 그건 너무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봉고 남학생들을 보고 맘이 바뀌었다. 이런 갈대같은 여자 마음.
"안녕하세요! 세봉고 2학년대표 권순영입니다. 저희 세봉고는.."
권순영이라는 선배를 보자마자 아무 생각도 안 들고 아무것도 안들리고 그 선배의 얼굴만 보였다. 진짜 내가 꿈에서만 그리던 이상형과 너무나 비슷한 얼굴이었다. 내 마음속에선 이미 얼굴을 본 순간부터 외치고 있었다.
"세봉고를!! 꼭!! 가겠습니다!!"
아니.. 이럴수가.. 마음 속에서만 외쳐야 하는 저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순간 쪽팔리고 부끄러운 마음에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 있던 순간 순영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순영선배는 재미있다는 듯 나를 쳐다 보며 웃고 있었다.
"이름이 뭐에요? 당찬 학생이네! 세봉고 오면 내가 잘 챙겨줄게!"
"ㄱ..김너봉입니다!"
"너봉이~ 너봉이 곡 세봉고 와~ 입학식날 너 알아보면 내가 아는 척 할 테니까 너도 나 알아 봐주고!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 이름은 순영이야. 권순영."
다음 날 원서 내는 날, 나의 1지망에는 세봉고. 그 세글자가 적혀 있었다.
13. 엄친아 고등학생 찬 X 엄친딸 대학생 너봉
"누나!"
"왜 여기있어? 찬아 얼른 들어가야지 12시 다 되어간다."
"날 아직까지도 애기로 보는거야?"
"찬이 누구애기?"
"너봉이애기."
"너봉이? 누나라 안 할래?"
"아! 아! 미안! 너봉이누나!"
맨날 날 이기려드는 찬이 때문에 오늘도 웃는다. 벌써 우리가 사귄지 2년이 넘었다. 한 살 차이이지만 찬이는 고3이고 나는 대학생이기때문에 내가 선을 확실히 긋는 편이다. 오늘도 대학교 도서관에서 12시전까지 공부하다 나왔는데 도서관 앞에 찬이가 서 있어 같이 집까지 걸어 왔다. 오늘이 12월 31일이라 그런가 찬이가 데리러도 와주다니.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11시 55분 쯤이었다.
"누나. 5분만."
"새해를 나랑 같이 맞이하고 싶은거야? 울애기?"
"3분 뒤에는 나도 성인이야. 애기아니야. 그래! 지금 애기 할 수 있을 때 얼른 다 해놔."
"찬이애기~~ 오늘 나 데려다주고 다 컸어? 앞으로도 나 맨날 데려다 줘야 돼?"
"응. 누나 맨날."
"진짜 맨날?"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면 쓰나."
"어! 12시다! 찬ㅇ.."
"너봉아. 해피뉴이어."
12시에 맞춰 내리는 눈과 함께 어른이 되어버린 찬이와 성숙해진 나는 입을 맞추었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번외편: 장난끼 많은 친오빠 승관 X 표현고자 너봉
"욕 해봐라 에베베"
또 시작이다. 우리 집에서 가장 키가 큰 친오빠 부승관이 나한테 시비거는 일. 평소 집에서나 밖에서나 내 마음을 잘 표현 안하고 무뚝뚝한 나는 부승관이 장난을 치던 말던 일관된 표정으로 무시를 하던 나였다. 하지만 이게 반복이 되면 터지는 법.
"좀 그만해."
"뭐라고? 부너봉씨.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좀!!!! 그만하라고!!!!!!!"
초등학교 때 이후로 부승관한테 화를 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는 데 오랜만에 소리를 지르니 부승관도 놀란 듯 뒷걸음질을 치다가 지각할 것 같다며 얼른 집을 나섰다. 나도 학교를 가기 위해 부승관의 뒤를 따라 나섰다. 가는 동안 부승관이 계속 옆을 쳐다보며 눈치를 보았다.
"뭘봐."
"ㅁ..뭘.. 나 앞에 봤어."
당황하긴.. 그 모습이 귀여워 풋 하고 웃었더니 웃는 건 또 오랜만이라며 다시 개구쟁이 부승관이 호들갑을 떨며 걷던 나를 세웠다.
"웃어봐."
".."
"웃어봐 좀!! 이러어어엏게."
내 입을 주욱 늘리며 은근 슬쩍 볼살을 잡고 노는 부승관이었다.
"봐봐. 웃으니까 이쁘네. 이제 좀 웃으면서 다니지? 그게 훨 이쁘고 보기 좋구만. 이쁜 내 동생아."
끄적끄적 |
안녕하세요. 조금 빨리 들고 온 두근두근썰인데요. 지수생일이니까 얼른 들고 왔습니다. 하하(끼워맞추기 처음으로 쓴 글에 댓글도 많이 써주시고 많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소재 추천 감사드리고 추천 또 받아요:) 지금 또 다른 글을 쓰고 있는데 아직 많이 다듬어지지 않아서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 다른 글은 고르기가 아니라 상중하로 나눠서 들고 올 것 같아요. 매번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지수 생일 축하하고 지후니 슈가맨나오는것도 축하해! 번외편은 제가 승관편을 안 쓴 줄알고 써 버린 친오빠 승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