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 Out Loud-I Can't Stop
난 내 머리를 믿지 않는다. 지금 생각나는 것을 모두 풀고 갈 것이다. 왜냐하면 이따 쓴다고 하면 까먹을 것이 분명하니까...
나 너무 자주 오나? 그래도 봐줘...
목욕 후 물기를 제대로 말려주지 않아 남준이가 감기에 호되게 걸리고 윤기가 데려온지 며칠 안 되서 크게 당황하는 거 보고 싶다.
반인반수인데 동물병원에 데려가도 되나, 사람이 먹는 약을 먹여도 될까, 어떻게 간호해줘야 할까, 이게 감기는 맞나.
온갖 생각을 다 하다가 남준이를 겨우 끌어다 우선 제 침대 위에 눕혀주는데 와중에 남준이가 부스스 눈 떠서 열에 멍한 얼굴로도 윤기를 보고 웃었으면.
그렇지만 세차게 움직이던 꼬리가 그 사이 느리게 움직이는 거 보고 윤기가 그 짧은 사이 정이 들어 마음 아파했으면.
밤새 물수건을 갈아주고, 끙끙거리면 옆에서 애꿎은 식은땀을 닦아주다가 남준이가 어지러울까 거실로 나와서 내내 조급한 걸음으로 빙빙 돌면서 손톱 물어뜯고.
결국 밤을 새고 나서 남준이 옆에서 새우잠이 들었다가 다음날 완쾌한 남준이 보고 오히려 본인이 더 기가 빨려서 이번에는 윤기가 드러누웠으면.
그러면 남준이가 간호해준다고 수건을 찢고, 온 식기들을 다 떨구는 장면을 볼 수 있을텐데.
윤기는 다 낫고나서 집안꼴을 보고 남준이의 두 앞발을 다시 부여잡고 눈을 마주한 채로 남준이에게 하나하나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거 안 돼. 저거 하지마. 그리고
나 이제 안 아파. 걱정하지마.
후에 윤기가 강아지 기르는 법을 검색하고, 검색 결과 꼭 알아야 할 것, 주의할 것들을
포스트잇에 써서 작업실에 있는 노트북 근처에 붙여놨으면 좋겠다. 혹은 자주 보는 책 겉표지 등에.
남준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 혹은 새로운 무언가를 남준이에게 경험시키고 싶을 때 한 번씩 검색해보고, 쓰고, 붙이고.
조금씩 그 포스트잇들이 빼곡하게 늘어갔으면.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작업에 관한 메모보다 남준이에 대한 메모들로만 꽉찬 포스트잇들을 보면서 머리를 헝클이면서 아무도 안 보는데 혼자 멋쩍어했으면.
어느날 이것들을 모두 정리하자 싶어서 이제 낡아진 포스트잇을 떼다가 내용을 다시 하나하나 읽으면서
남준이와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돌이켜보다가
차마 그 낡은 포스트잇들을 버리지 못하고 한 뭉텅이로 모아서
서랍 깊숙히 넣어 보관했으면 좋겠다.
이미 모두 너무 잘 알고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