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 속에서 엄마는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나와 오빠를 남겨둔 채. "오빠, 엄마는?" "엄마는 이제 없어, 호랑이가 잡아먹어버렸어" '거짓말' 오빠가 엄마를 잡아 먹었겠지 . . . . . . 나무 위에 올라갔다 혹여 누구라도 지나갈까 나는 매일 나무에 올라갔다 간절했다. 선녀님께 동아줄이라도 내려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아줄은 내려오지 않는다 너와 나를 엮는 '오누이'의 족쇄같은 끈만이 존재 할 뿐
"내려와"
어느새 다가온 오빠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신경하게 나를 보는 듯했지만 오빠의 눈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김이름" 오빠는 한 발짝 더 다가왔다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나무를 타고 울려온다 오빠의 눈은 끈질기도록 나를 응시했다 나는 옅게 몸을 떨었다 "오빠, 엄마는 도망간걸까?" 나는 숲 속에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오빠의 호흡이 잠시 멈춘다 나는 놓치지 않고 오빠를 내려다 봤다 내 눈을 보던 시선이 떨어지고, 오빠는 고개를 돌려 먼 산모퉁이를 응시했다 생각하는 듯했다 이내 입을 한번 굳게 다물고는 다시 시선이 땅으로 한번, 다시 고갤 돌려 나를 향해 한번. 그 순간 다리가 어떤 손에 잡혀 나는 땅으로 곤두박질 쳐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그대로 나무 밑으로 떨어졌고 너무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오빠가 내 다리를 잡고 있었다 무릎과 손바닥에선 피가 흘렀고 다리는 부러진 듯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갑작스런 고통과 두려움에 점점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때 정환이 손을 내밀었다"이제 둘이 사는거야"
호랑이는 내 앞에 있었다 호랑이는 송곳니를 드러낸 채 웃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