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시간이었다 나는 멍하니 칠판을 쳐다봤다 사실, 칠판이 아니라 분필을 쥐고 있는 손, 팔, 어깨를 따라 내 시선이 움직였다 몇몇 민망한 장면이 머릿속에 지나가고 열이 오르는거 같아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조용히 한숨을 푸-하고 뱉고는 창 밖을 바라봤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문제를 봐주며 돌아다니고 계셨다 점점 가까이 오는게 느껴지자 몸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샤프심 끝만 쳐다봤다 "그 문제는 이렇게 푸는거야" 낮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윽고 그가 몸을 숙여 성큼 다가왔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는 나의 노트에 그는 글씨를 썼다 '왜 그렇게 혼자 들떴어. 다 티나 7시까지와, 그때처럼 깨끗이 씻고' 그리곤 피식- 웃고는 다른 아이의 문제를 보러갔다 . . . . . . . . 나는 와이셔츠 단추를 잠그고 머리를 묶으려 머리를 빗었다 그는 하의만 입은 채로 침대에 앉아 뒤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만 쳐다보고 있는 그가 거울에 비춰지자 나는 살풋- 웃었다 그러나 그는 웃지 않았다
"가지마"
나는 다시 한번 웃으며 머리를 묶으려 팔을 올렸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더니 바닥에 떨어져있던 티셔츠를 주워 입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머리를 묶으려던 내 팔을 저지하고 손목을 끌어 침대에 앉혔다 그는 내 교복치마 위로 고개를 뉘였다 나는 그런 그를 그저 내려다보았다 "잠이 안와" 그는 내 손을 가져가 자기 눈 위에 얹었다 "재워줘" 나는 느껴지는 그의 눈과 콧대를 그대로 내 손 밑에 둔 채 다른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가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그는 눈 위에 있던 나의 손을 자기 가슴팍 위에 올려놨다 희미한 그의 심장박동이 느껴지고 규칙적으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그의 가슴팍이 느껴졌다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나의 손이 멈추고 정적속에서 그와 나의 시선이 부딪혔다 그는 몸을 빠르게 일으켜 내 뒷목을 그러쥔 뒤 입을 맞춰왔다 내 목과 귀 뒤를 감싸고 있는 그의 손이 움찔거렸다 그는 다른 손으로 내 허리를 잡아 몸을 더 밀착시켰다 내 몸이 잠깐 뜨나 싶더니 그의 하체 위에 앉혀졌다 나는 중심을 잡아 내려오려했다 하지만 자꾸 덮쳐오는 그의 입술과 감아오는 그의 손길때문에 거의 그의 몸 위에 누워있다시피 있어야했다 턱선을 타고 내려오는 그의 입술이 내 목에 머물렀다 그가 급하게 교복 속으로 손을 넣는게 느껴졌다 나는 다급하게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시계를 쳐다봤다 10시였다 그는 나의 목에서 살짝 고개를 떼어냈다 그는 한숨을 길게 뱉으며 내 허리를 더 세게 감아왔다
"안돼 오늘은, 오늘은 못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