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왔다 하늘은 깨끗하며 높았고 바람은 차갑고 건조했다 나무들은 앙상했고 사람들은 저마다 두꺼운 옷을 입고는 따뜻한 커피를 들고 돌아다녔다 나는 코트를 꺼내입고는 목도리 두개를 양쪽 손에 들어 보였다 "빨간색 맬까요? 아님, 검은색?" 아저씨는 의자에 앉아 그저 씨익 웃었다 나는 "이거?" 하며 빨간색을 다시 들었다 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몸을 돌려 거울을 보며 목도리를 맸다 그리곤 신발장에서 검은색 컨버스화를 꺼내 신고는 집을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 빈집에 조용한 내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렸다 . . . . . . 이어폰을 끼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내 한쪽 손에는 꽃이 들려있었다 이윽고 버스가 오자 나는 맨 뒤 창가에 앉았다 그리고 아저씨가 내 옆에 앉았다 나는 조용히 "안 추워요?"라고 했지만 그는 입꼬리를 올린 채 고개를 저었다 남방 하나만 걸친 그가 미련해 보여서 으이구 하며 화난 시늉을 해보였다 그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베시시 웃으며 이를 보였다 창 밖으로 수많은 풍경이 지나갔다 내 옆에 낯선 사람이 앉았다 내리기를 몇번 거듭하고 나서야 나는 버스에서 내렸다 날이 더 추워진것 같았다 나는 목도리 속에 더 고개를 파묻고 묵묵히 걸었다 바람이 너무 세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꾸 눈으로 바람이 들어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대뜸 무어라 말을 걸어왔다 나는 이어폰을 빼고 그 남자를 쳐다봤다 그 남자는 나에게 길을 물어봤다 나는 길을 몰라 당황하여 아저씨를 쳐다봤다 아저씨는 웃으면서 인상을 찌푸리는 척하며 손으로 엑스 자를 만들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짧게 모른다는 대답을 하고는 다시 길을 갔다 내가 "길도 모른대요"하고 놀리자 아저씨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는 드디어 큰 건물 앞에 도착했다 손을 모으고 걸음걸이를 단정히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목이 메말라왔다 나는 한 유골함과 사진 앞에 섰다 손이 떨리고 땀이 났다 애꿏은 국화만 만지작 댈 뿐이었다 나는 사진을 볼 수가 없어 고개를 숙였다 다리가 후들려 제대로 서있을 수도 없었다 그때 눈물이 똑-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사진 속의 사람을 쳐다봤다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해" 사진속의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나는 주체할 수 없었다 국화 꽃이 손에서 떨어지고 나는 손에 얼굴을 묻은 채 주저 앉았다 손이 달달 떨리고 호흡과 울음이 뒤섞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눈물을 닦을 생각도,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몇시간이 지났는 지도 모를 만큼 그저, 이 상황이 믿을 수가 없었고 끔찍했을 뿐이었다 끝없는 좌절감과 슬픔이 나를 덮쳐왔다 나는 습관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내 공허한 눈동자는 아무곳도 향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읊조리듯 말했다 "돌아와요" 고통스러운이 정적이 흘렀다 나는 옆을 돌아보며 다시한번 말했다 "돌아와, 제발" 아저씨는 옆에서 여전히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사진 속의 그와 똑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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