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둘이 먹기에는 너무 많지 않나? 게다가 가격도 엄청난 것 같던데.
"많이 먹어. 지난번에 먹어보니까 딱 네가 좋아할 맛이더라고. 같이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니까 좋다."
기분이 심하게 좋아 보이긴 하는데. 난 왜 이렇게 이 자리가 불편하고 부담스러운지. 그래도 예전만큼 널 보는게 힘들지는 않아서 다행인게. 이정도면 언젠가 마음정리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아...물어볼 게 있었는데.
"근데 너 내가 한국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어제 누가 널 공항에서 봤다고 너 한국온 거 아니냐고 물어보길래.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너희 어머니랑 여행가는 것 때문에 너 들어왔다고 하더라고. 그러다가 어머님이 네가 나 찾아올 거라고 하는데. 점심이 다 되도록 넌 연락도 없고. 그래서 내가 너한테 먼저 연락했지. 왜 불편해?"
"아니 불편한 것 까지는 아닌데..어제 선글라스 쓰고 있었는데 날 알아봤다는 게 신기해서."
"어...그게 확실한 건 아니라고 했어! 스치듯이 본 거라 자기도 모르겠다고. 너한테 한 번 물어보라고 하길래."
근데 왜 나한테 안 물어보고 아줌마랑 엄마한테 확인했지? 게다가 엄마는 왜 나한테 아무말도 안했고? 게다가 이런 얘기하면서 저렇게 눈치를 보는 건 또 뭐고...더 물어보면 안될 것 같긴 하네.
"그럼 됐어. 2년 동안 잘 지냈어? 아픈데는 없었고?"
"왜 그렇게 웃어?"
"좋아서....네가 이렇게 걱정해주는 거 되게 오랜만이잖아."
나는 사랑을 잊기 위한 시간이었던 지난 2년이 너한테는 이유도 모른채 친구를 잃어버린 시간이었구나....매번 이렇게 약해지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러는 나는 너에게 얼마나 더 약자일지..그리고 또 얼마나 상처를 줄지...그 때 네가 데뷔 서바이벌에 들어가며 연락이 끊어졌던 그 때 그 상태로 있어야 했던 건 아닐까....
"...여주야!!듣고있어?"
"어..어?"
"나 잘 지냈다고...네가 부탁한 데로..밥도 잘 먹고. 컨디션 조절도 잘하고 아프지도 않고. 그렇게 지냈어..근데 속마음 얘기하면서 위로받을 때가 없어서 가끔 되게 슬프고 힘들었어...그러니까 이제 2년 전처럼 사라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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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밥을 먹고 영화나 전시회 대신 룸형식의 카페에 가 한참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다 준다고 해서 차에 타고...!!!???
"깼어...? 도착했어"
"언제 도착했어?"
"얼마 안됐어. 집 앞까지 데려다 줄까?"
"아니야. 엘리베이터만 타면 집인데. 이제 갈게."
"잠깐만...선물준다고 했잖아."
아..너무 비싼 건 아니겠지....오랜만에 만나자마자 더 놀자는 거 피곤하다고 거절한 거라 선물까지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이거야...내가 끼워줘도 돼?"
반지....? 갑자기 왠 반지지?
"왜 하필 반지야?"
"너 손에 뭐 끼는 거 좋아하잖아. 파티쉐 된 뒤로는 잘 안끼긴 해도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맘에 안들어?"
아니 되게 예쁘긴 한데...엄청 비쌀 것 같이 생겼는데 진짜 껴도 괜찮은 건가?
"너 주려고 산거야. 여기 안에 네 이름랑 내 이름도 새겼어. 사실 시계도 샀는데 그건 다음에 줄게."
"내 이름은 그렇다치고 네 이름은 왜?"
"어?그냥 내가 준 거 잊어버리지 말라고. 끼워줘도 돼?"
"결혼반지 주고 받는 것도 아닌데 네가 뭘 끼워줘. 나중에 낄게."
"끼워주고 싶어서..잘 어울린다. 잠시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한테 반지 끼운 거야? 얘 미친 거 아냐? 왜 이래 갑자기. 내가 자기 좋아하는 거 눈치챈 이후로 한동안 스킨쉽 안하고 선그어대더니...진짜 미친 건가? 근데 쟤 어디가?
"자. 손잡고 내려."
반지 끼워주고 차문 열어주면서 손잡고 내리라는 건 사귀는 사이에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유학간 사이에 문화가 바뀌기라도 했나? 얘 진짜 왜 이래?
"혼자 내릴 수..."
"내가 잡아주고 싶어서 그래. 잡고 내려줘."
그래 지금 몇분만 참으면...프랑스 돌아갈 때까지 안보는데 이정도는 해야지...하...앞으로는 연락 꼬박꼬박 해야겠다. 심장에 안좋은 것 같아.
"조심해서 들어가고. 다시 프랑스 들어가기 전에 만나. 그리고 연락도 잘 받고.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