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여름안에서 10 |
우현은 고민했다. 뽀뽀를 해, 말아? 스크린을 보고 있는 성규는 이제 우현이 자신을 쳐다보든 말든 신경쓰지 않기로 한 것인지 고개 한번, 눈 한번 우현쪽으로 돌리지 않았다. 그에 심술이난 우현이 팔걸이에 턱을 괴고 성규를 보고있던 그 자세에서 목만 쭉 빼 성규의 볼에 뽀뽀를 했다. 입술에 느껴지는 감촉이 참 부드럽다고 생각하며 입을 데고 성규를 보니 성규는 놀란 듯 눈이 커지고 귀가 새빨개져있었다. "왜 그래?" 성규의 반응을 본 우현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성규에게 물었다. 성규는 어버버거리며 고개를 돌려 우현을 보았고 때문에 아직 팔걸이에 턱을 괴고있던 우현과 거리가 꽤나 가까워져버렸다. 가까이서 보이는 성규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고있었다. 굉장히 놀랐거나 굉장히 부끄럽거나 둘 중 하나거나 둘 다일거라고 생각하며 우현은 그 가까운 거리에 감사하며 다시 한번 성규의 얇고 붉은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대었다. 성규에게서 숨을 훅하고 들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입술을 맞댄 채 눈을 감고있던 우현이 슬며시 눈을 반쯤 떴다. 정말 가까이서 보이는 성규의 눈은 이미 감겨있었고 속눈썹은 파르를 떨리고 있었다. 이 정도로 이렇게 떨면 더한거 할때는 어쩌려고. 하는 생각을 하며 우현은 아쉽지만 성규의 입술에서 제 입술을 떼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뽀뽀를 하는 사이 광고가 끝나고 영화 관람시 주의사항이 안내되고있었다. 우현은 태연하게 스크린을 보다 문득 성규가 궁금해 고개를 슬쩍 돌려 성규를 보니 뭐하는 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양 관자놀이에 제 주먹 쥔 손을 올려놓고있었다. 아까도 그러더니 공식 멘붕자세인가 싶어 신경쓰지 말자고 생각하며 다시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리고 시작하려는 지 제작사 로고가 뜨는 스크린에 집중했다. - 영화는 어느 새 중반이 넘어가고있었다. 공포영화라 정말 초반 빼고는 주인공들이 악지르는 소리가 절반이어서 우현은 이 영화 괜히 골랐다며 속으로 후회하고있었다. 성규가 우현의 손을 꼭 잡기 전까지. 처음에 귀신이 나왔을 때 성규는 그냥 몸을 웅크릴 뿐이어서 우현은 많이 무서워하지는 않나보다 생각했지만 귀신들의 모습이 점점 더 흉측해질수록 성규는 눈을 질끈 감는가하면 낮게 소리를 지르며 우현의 팔에 잠시 기댔다 떨어지곤 했다. 그러다 중반부에 들어서니 성규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우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던것이다. 우현은 바들바들 떨고 있는 성규의 손을 꼭 잡아주며 반대쪽 손으로 성규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 제 어깨에 기대게 했다. 어차피 콜라는 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이기에 콜라는 바닥에 내려놓고 팔걸이를 위로 올려버렸다. 그렇게 하니 편해진건지 성규는 오직 무서움을 견디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우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린다던가 우현과 맞잡은 손에 힘을 꾹 준다던가 했다. 우현은 그런 성규가 너무 귀여웠다. 영화 시작 전까지 뽀뽀 한번에 멘붕 왔던 애가 맞는 지 지금은 무서움에 떨며 자신의 어깨와 손에 필사적으로 의지하고잇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며 연인인줄 알거다. 이렇게 딱 붙어있으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우현은 왜인지 흐뭇해졌다. 생각해보면 성규와 연인사이여도 괜찮겠다 싶다. 성규가 게이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은 게이이니 말이다. 어느새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는 지 성규는 의자에 기대 몇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 마시기를 반복하다 감고있던 눈을 번쩍 뜨곤 우현을 보았다. 우현 얼굴 한번 보고 잡은 손을 보고, 그것을 몇번 반복하더니 성규의 얼굴이 급속도로 빨개지기 시작했다. 영화가 끝나니 창피함이 물밀듯이 밀려오나보다. 우현은 괜히 성규가 어색해할까봐 웃는 낯으로 성규를 보며 일어나라며 아직도 잡고있는 손을 끌어당겼다. 얼떨결에 일어난 성규는 발을 타고 올라오는 아픔에 미간을 찌푸리며 비틀거렸다. 이에 우현이 깜짝 놀라 성규의 허리를 붙잡아 당기며 괜찮냐고 물었다. 성규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우현의 걱정스러운 얼굴은 풀어지지 않았다. "안되겠다. 업혀" 우현이 성규를 영화관 의자에 앉혀놓고 그 앞에 쭈그려 앉으며 말했다. 성규는 우현의 말에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며 망설였고 그게 답답했던 우현은 다시 벌떡 일어나 성규의 팔을 잡아당겼고 성규는 멍하니 우현이 잡아당기는 대로 움직였다. 성규의 양팔을 잡은 우현은 그대로 양팔을 자신의 목에 두르고 가뿐히 성규를 업었다. 그것에 당황한 것은 성규라서 성규가 내려달라며 우현을 밀어냈다. "가만히 좀 있어. 형 허리아픈거 보기 싫으면." 우현의 말에 성규는 얌전히 우현의 목에 팔을 두를 수 밖에 없었다.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고 어디서 들어서 차마 우현이 허리 아픈 걸 보고싶지 않았다. 얌전해진 성규에 우현은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곤 영화관을 나섰다. 사람들의 시선이 둘에게로 향했지만 우현은 태연하게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오히려 업혀있는 성규는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은지 우현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는 들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우현의 차에 도착하고 조수석 문을 열어 성규를 앉힌 우현이 잽싸게 운전석에 앉더니 성규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으며 말했다. "살 좀 쪄라. 뼈 밖에 없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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