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아 일어나."
"박하람, 첫날부터 지각할래? 빨리 일어나!"
이른 아침, 잠을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이사 오고 첫날 밤이라 낯선 잠자리에 뒤척거리느라 별로 잔 것 같지도 않은 피곤함에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러다 정말 전학 첫날부터 지각하게 될 거 같아 겨우 몸을 일으켰다.
"준비 다 했지?"
방 안에서 처음 입는 낯선 교복을 불편한 듯 만지작거리다가 엄마의 물음에 하람이는 "응 나갈게!"라고 대답하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 차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 길, 떨리지 않냐고 묻는 엄마에 아무렇지 않은 듯 "별로."라고 대답하고 창문 밖을 쳐다봤다.
하지만 '능내고등학교'라고 크게 써진 학교에 가까워지니 왠지 모르게 조금씩 긴장되는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에 도착해 엄마 차에서 내린 뒤 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섰다. 아빠의 잦은 발령으로 자주 다니는 전학인데도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이 느낌이 싫어 터덜터덜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생각보다 넓은 학교에 교무실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아 결국 지나가는 한 학생을 붙잡았다.
"저기..."
"...?"
하람이 그의 팔을 붙잡자 뭐냐는 듯 쳐다보았고 당황스럽게 잘생긴 그의 얼굴에 하람이 잠시 넋을 놓고 있으면 그가 인상을 쓰곤 "할 말 없으면 간다."라며 지나치려고 했다.
하람이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아, 저... 그 2학년 교무실이 어디야?"라고 물었고 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3층 중앙계단 앞."이라고 짧게 대답하곤 하람을 그대로 지나쳐갔다.
다행히 그 학생의 도움 덕에 바로 찾을 수 있었고 교무실로 들어가 담임선생님을 만나 간단한 이야기를 하다 조회 시간이 가까워져 교실로 향했다.
2학년 1반이라고 적힌 교실 앞에 도착하고 앞문으로 선생님을 따라 들어가면 역시나 집중되는 이목에 괜히 긴장돼 하람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오늘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가 전학 왔다. 간단히 자기소개 한번 할까?"
"아, 안녕. 난 박하람이라고 해. 잘 부탁해!"
하람이의 소개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박수를 쳐오는 아이들에 선생님은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 하람을 보며 "저기 창가 쪽 석우 옆에 앉으면 돼."라고 말했고 선셍님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손을 흔들어대는 한 남자애에 하람이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곤 그쪽으로 향했다.
조회가 끝나자마자 기다려왔다는 듯 "안녕."하며 쳐다보는 석우에 당황해 "어, 어..."하고 대답했고 아무 말 없이 하람을 보던 석우는 말을 이어왔다.
"어디서 왔어?"
"어? 아, 성남에서."
"아~"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책상을 정리하고 있으면 계속해서 느껴지는 석우의 눈길에 조심스레 다시 그를 쳐다보면 뭐가 좋은지 바람 빠진 웃음을 짓는 그에 하람이는 볼을 긁적였다.
그러다 누군가 들어왔는지 석우가 뒷문을 보더니 "어? 이동민~" 하며 손을 흔들었고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방금 복도에서 마주쳤던 그 남자애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석우의 뒷자리에 앉다가 하람을 보곤 "어?" 하며 눈이 잠깐 커졌고 석우는 "전학 왔대. 이름은 박하람." 하며 하람이의 소개를 대신 해주었다.
"교무실은 잘 찾아갔냐?"
"응, 덕분에. 아까는 고마웠어."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어? 아니, 아침에 내가 교무실을 못 찾아서 물어봤었거든."
"아~"
그 뒤로 아무런 반응 없이 책을 펴고 공부를 하는 동민에 석우는 "쟨 반장인데, 맨날 저렇게 공부만 해."라고 속삭였고 하람이는 못마땅하다는 석우의 표정이 재밌는지 작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전학은 왜 온 거야?"
"아, 아빠가 이번에 여기로 발령 나셨거든."
"아하. 너 전학 자주 다니지?"
"응. 어떻게 알았어?"
"그냥 찍었는데."
하람이는 석우의 대답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고 석우도 따라 웃더니 말을 이어왔다.
"여기선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응?"
"이제 전학 가지 말고, 계속 여기 다녔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