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녕ㅎ"
오늘도 어김없이 문 앞에서 만난 세종이었다. 어젯밤, 세종의 차를 타고 같이 가기로 약속했기에 엘리베이터를 탄 뒤 1층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주차장에 도착해 세종의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그에 웃으며 차에 타면 차 안에는 세종의 향기가 퍼져 있었다.
"선배, 향수 뿌려요?"
"응. 왜?"
"아니, 차 안에서 선배 냄새나서요ㅎ"
"그래? 많이 독한가?"
"아니요, 좋아요!"
"ㅋㅋㅋ 좋다면 다행이고."
"아, 좀 변태 같았죠?"
변태 같았냐는 예지의 말에 세종은 한 번 웃더니 "조금?"이라며 장난스레 말하고 시동을 걸었다. 주차장 입구를 나와 소희는 어디에 있기로 했냐는 세종의 물음에
어젯밤 전화로 '난 그냥 혼자 가도 되니까 선배랑 좋은 시간 보내~'라고 했던 소희의 말이 떠올랐고 차마 그 말을 그대로 전할 순 없어 "아, 소희는 운동한다고 걸어간대요."라고 말하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학교에 도착해 세종과 건물 앞에서 헤어지고 강의실로 들어가니 소희가 먼저 도착했는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고 그 옆으로 가 앉으면 역시나 좋았냐고 물어보는 소희였다.
"뭐래 --;;"
"참나, 좋았으면서~ 아 맞다 너 이따 나랑 과사무실 좀 같이 가줘."
"과사무실은 갑자기 왜? 휴학이라도 하게?"
"아니, 서류 낼 거 있어서. 암튼 알겠지?"
"그러든지."
수업이 끝나고 약속대로 소희와 과사무실로 향했고 조교 언니와 소희가 이야기하는 동안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가 예지를 불러왔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하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서 있었다.
"야, 진짜 오랜만이다."
"남주혁? 너가 왜 여깄어?"
"나 편입했어. 너가 이 학교 다니는 줄은 몰랐네."
"아, 무슨 과로?"
"경제학과. 넌 무슨 과야?"
"경영학과. 암튼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전학 가고 나서부터 엄청 바쁘게 살았지. 넌 잘 지냈어?"
"응. 나야 뭐."
그렇게 어색한 말들을 나누다가 소희가 일이 다 끝났는지 이쪽으로 다가왔고 주혁을 한번 보더니 조용히 누구냐고 물어왔다.
그러자 주혁이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또 보자." 하며 나갔고 예지도 잠깐 멍하니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아, 누군데! 왜 아까부터 말이 없어?"
"그냥, 전남친."
"이제야 알려주네. 근데 뭐? 전남친? 못 보던 얼굴인데..."
"편입했대 경제학과로. 어떻게 한 학기 동안 한 번도 못 봤지?"
"그러게. 심지어 같은 경영댄데. 뭐, 언제 사겼는데?"
"고1 때. 걔가 이사 가서 헤어졌어."
"헐~ 근데 너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긴 하더라."
소희의 말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째려보자 "아니, 뭐... 훈훈한 스타일 좋아하잖아..."라며 말을 더듬는 소희였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다음 수업 시간이 다가왔고 움직이기 싫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에 도착하니 얼마 남지 않은 자리에 어디로 갈까 두리번거리면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세종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쪽으로 와!"
자기 뒷자리를 두어 번 두드리더니 이쪽으로 오라는 세종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소희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수업은 잘 들었어?"
"네ㅎ"
"소희는 그때 개강모임 이후로 처음 보는 거지? 아침에 차 같이 타고 가도 됐었는데."
"아, 아니에요~ㅎ 전 걸어 다니는 게 더 편해서."
소희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면 시선을 느꼈는지 예지를 한 번 보더니 '왜?'라는 입 모양으로 뻔뻔한 표정을 짓는 그녀였다.
수업이 시작됐고 너무나도 지루한 교수님 말씀에 멍을 때리고 있으면 뒤를 한번 돌아본 세종과 눈이 마주쳤고 지쳐 보이는 예지의 모습이 귀여운지 작게 웃더니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고는 건네는 세종이었다. 뭘까 싶어 접혀있는 쪽지를 펼쳐보면 잠을 자는 강아지가 그려져 있었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으면 세종이 한 번 더 쪽지를 건넸다.
'너 닮았어. 강아지.'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집에 가기 위해 짐을 챙기고 있으면 앞에서 세종이 몸을 돌려오며 바로 집으로 가냐고 물었고 "네."하고 고개를 끄덕이면 집 가는 길도 같이 가자는 세종이었다.
"소희도 같이 가자. 태워다 줄게."
"네? 괜찮아요. 저는..."
"아, 소희는 우체국 쪽에서 내려주시면 돼요!"
"그래. 그럼 차 가지고 올 테니까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네ㅎ"
세종을 기다리면서 "아, 커플 사이에 끼기 싫은데..."라는 소희에 "야." 하고 째려보자 "아, 알겠어. 안 놀릴게."라며 팔짱을 껴오는 소희였다.
"근데 너 세종 선배랑 진짜 빨리 친해진다. 나도 너랑 친해지는데 2주는 걸렸는데."
"에이, 그 정돈 아니었지. 그리고 그 선밴 옆집이니까 뭐..."
"아무리 옆집이라도 그렇지~ 이러다 이예지 나 버리고 그 선배랑만 노는 거 아니야?"
"야, 날 뭐로 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세종의 차가 보여 예지는 조수석, 소희는 뒷좌석에 탔고 아무 말 없이 향하던 중 세종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희는 언제 친해진 거야?"
"1학년 때 친해졌어요. 소희가 먼저 말 걸어줘서."
"너희 되게 친해 보여서 오래전부터 친구인 줄 알았는데 얼마 안 됐네?"
"선배, 말도 마세요. 제가 이예지랑 친해지려고 얼마나 말 걸어댔는데요~"
"ㅋㅋㅋ 그래? 예지가 원래 낯을 많이 가리나?"
"네 완전요. 그래서 선배랑 빨리 친해진 게 진짜 신기하다니까요?"
예지는 뒤를 돌아 또 쓸데없는 말을 하는 소희를 째려봤고 소희는 웃음을 참는 듯하다가 말을 이어왔다.
"선배, 그리고 예지 신입생 때 인기 엄청 많았어요."
"... 그래?"
"네! 얘가 워낙 똘망똘망하니 귀엽잖아요~ 우리 과 남자애 중에서 예지 좋아했던 애들 꽤 있을걸요? ㅋㅋㅋ"
운전대를 잡는 세종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 걸 느낀 소희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입술을 꾹 깨물었고 예지는 차마 다시 뒤를 돌아보진 못하고 소희에게 카톡으로 제발 입 좀 다물라고 보낼 뿐이었다.
소희가 내리고 왠지 조용해진 분위기를 좀 띄워보려 무슨 말을 꺼낼까 고민하면 세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지 넌 우리 과에 관심 있는 사람 있어?"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당황해서 세종을 쳐다보면 "아, 나는 빼고."라고 말하는 세종에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으면 "난 지금 같이 있으니까." 하며 말을 덧붙이는 그였다.
"글쎄요. 딱히 없는 거 같은데..."
"그럼 됐어."
"네?"
"일단 나 빼고 아무도 안 좋아하는 거잖아. 그럼 됐어."
세종과 헤어지고 집에 들어와 조금 전 상황을 곱씹어보면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아 소희에게 물어볼지 잠깐 고민했지만
놀림만 당할 게 분명해 다른 상대를 찾았고 도저히 물어볼 만한 사람이 없어 결국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야, 이소희. 잘 들어봐. 내 얘긴 아니고 내 고등학교 친구 얘긴데..."
소희에게 아까 차에서 세종과 했던 이야기에 관해 설명을 해주면 어이없다는 듯 웃던 소희가 입을 열었다.
- 세종 선배가 너 좋아하네.
"뭐? 야, 그게 어떻게 좋아하는 거야! 가 아니고 내 얘기가 아니라"
- 아 됐고, 넌 그 선배 어떻게 생각하는데?
소희에게 결국 들켜버려서 쪽팔림과 동시에 세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그녀에 잠깐 생각에 빠졌고 "싫진 않은데 아직 막 사귀고 싶거나 그런 건 또 아니고..."라고 말을 흐리면
소희가 혀를 차더니 "선배가 좋은데 아직 사귀기엔 좀 빠른 거 같고 그런 거지?"라고 해왔다.
"뭐, 그런 거 같긴 한데..."
- 그럼 일단 선배랑 더 친해져 봐.
"친해지라고?"
- 그냥 뭐, 나나 신재하랑 친한 것처럼 선배랑 더 친해져 보라고. 친해지고도 계속 좋으면 그럼 그때 사귀면 되지.
뭔가 그럴듯한 소희의 말에 수긍하고 있으면 지금 당장 옆집으로 가서 밥 같이 먹자고 말하라는 소희에 "지금...?" 하며 머뭇거리자
"그래! 그래야 친해지지. 암튼 나 알바 가야 하니까 끊어. 난 이예지 사랑 응원한다~" 하며 전화를 끊는 소희였다.
소희와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이러다 저녁 시간이 다 지날 것 같아 서둘러 밖으로 나와 세종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것 같은 세종이 무슨 일이냐며 물어왔다.
"선배 혹시 저녁 식사하셨어요...?"
"이제 밥 먹으려는데, 왜?"
"아, 그럼 괜찮으시면 이따 카페모카 마시러 가실래요...?"
정말 밥을 먹으려던 참이었는지 세종의 집에서 음식 냄새가 났고 '어쩌지...'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카페 가자는 말을 돌려 카페모카를 마시러 가자고 물었다.
뱉고 나서 생각하니 뭔가 바보 같은 말에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세종의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 가자."
집으로 돌아와 대충 밥을 먹고 화장을 고치고 있으면 세종에게서 카톡이 왔고 지금 나올 수 있냐는 말에 '네, 나갈게요!'라고 답장을 보낸 뒤 거울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신발을 신었다.
밖으로 나오니 먼저 나와 있었는지 세종이 보였고 그가 웃으며 다가왔다.
"밥은 먹었어?"
"네ㅎ 선배, 제가 괜히 가자고 한 건 아니죠...?"
"아니야, 나도 가고 싶었어."
그렇게 카페에 도착해 주문한 음료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세종의 이상형이 궁금해져서 이상형에 관해 물어봤다. 그러자 세종이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입을 열었다.
"글쎄.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긴 한데, 예지 너는 이상형 있어?"
"음, 저는 웃는 게 예쁜 사람 좋아해요."
"너 같은 사람 좋아하네."
갑자기 훅 들어오는 세종에 설렘과 동시에 당황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으면 세종이 웃으며 말을 이어왔다.
"나도 이제 예쁘게 웃는 거 연습해야겠다."
안녕하세요 덕심이에요! 사실 2편을 내일 가져오려고 했는데 하루라도 더 일찍 가져오고 싶어서 오늘 이렇게 왔습니다ㅎ 그래서 글이 좀 이상할 수도 있어요... 양해 부탁해요... 암튼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참고로 우연인연을 쓰면서 생각하는 여주 이미지는 소주연님이에요!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 있으실까 봐...ㅎ 그럼 다음 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