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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컨택

w.Re.Ong

 

 

 

*                 *                *             *              *                 *              *                *

 

 

 

07.

 


사실 이 새하얀 수건을 빨아주려고 했었다. 보송보송했던 수건은 젖은 물기를 머금게 되자 썩은 풀잎처럼 뻣뻣해지고 까끌해졌다.

미세하게 새어나왔던 레몬향도 이제는 죽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원래대로 깨끗하게 해줄려고 했었다.

선물을 주려는 사람처럼, 그 선물을 포장지로 아주 이쁘게 꾸미는 사람처럼 마음이 설렜었는데, 그것도 죽어버렸다. 손 안에 시든 꽃처럼 축 쳐져버린 수건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비디오가게에서 빌려온 최신비디오같은것일 뿐이였다.

빌렸을때는 굉장히 설렜다. 그것을 보고 있었을때도 가슴이 쿵쾅거렸지만, 그것을 다 보고 난후에 다시 갖다줘야 한다는 조금의 아쉬움과 귀찮음만이 섞여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오기엔 아직 이른시간이란 것을 시계를 통해 확인했다. 아직 새벽의 서늘함은 가라앉지도 않았다. 종인은 빈 교실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시계 소리에 따라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햇빛의 등장과 함께 곧 사라질 새벽의 공기가 가득 찬 빈교실은 종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자 공간이였다.

하지만 오늘따라 달갑지 않았다.

가시방석에 앉은사람처럼 몸이 영 불편했다. 마음 속에 조금씩 조금씩 쌓아졌던 아무도 모를 그런 감정들이 가시가 되서 종인을 쿡쿡 찔렀다.

드르륵. 교실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종인의 고개는 조금의 미동도 허락하지 않았다. 옆자리에서 의자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종인의 고개는 그저 자신의 책상위에

올려진 수건만을 향해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털썩, 의자에 앉는 소리와 함께 또 레몬향이 훅 끼쳐왔다. 왠지 모르게 속이 쓰려왔다.

 


".....안녕..?"

 


봄향기가 날것같았던 목소리가 오늘따라 땅 밑으로 가라앉은것 같다. 왜일까? 이 문제에 쓸 시간은 몇초도 되지 않았다.

종인은 다시금 떠올려지는 어젯밤 일때문에 눈이 아파왔다. 그것때문에 한숨도 자질 못했는데, 저 망할 목소리때문에 다시 생각난다.

물방울 소리가 뚝 뚝 떨어지는 소리만이 존재해야할 빈 화장실에서 흘러나오던 흐느낌 소리도. 그리고 박찬열의 목소리도, 모든게 생생하게 기억된다.

누군가가 억지로 비디오를 틀어 놓은것처럼,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마음속 한켠에서 그 기억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안녕."

 

까끌해진 입술사이에서 뱉어진 말은 자신이 들어도 너무 무뚝뚝했다. 하지만 종인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자꾸만 떠올려지는 빌어먹을 기억때문에 저 아래쪽에서부터

짜증이 밀려왔다. 점점 열이 목으로 올라오는것이 느껴졌다. 어느덧 사라져버린 새벽의 서늘한 기운이 괜시리 아쉬웠다. 백현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종인은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책상위에 올려져있던 수건을 옆으로 밀어냈다. 종인의 책상보다 조금 낮은 백현의 책상위로 그것이 뚝 떨어졌다. 그 바람에 축 늘어져있던

수건의 모양이 더욱 더 볼품없게 변해버렸다. 아무 말없이 그것을 보던 백현이 수건 위에 손을 올렸다. 까끌까끌하다. 백현은 자신의 손밑에 볼품없게 놓인 수건을 멍하게 보다

그것을 잡아들었다. 그때, 종인이 백현의 손목을 낚아채었다. 그 바람에 수건은 교실바닥 위로 내던져졌다. 청소당번이 청소를 하고 가지 않았는지, 굴러다니는 먼지가 보였다.

떨어진 수건을 내려다 본 백현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종인의 손에 손목이 결박된 백현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다분했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가 꼼지락거리며  손목을 빼내려고 하자, 종인은 꽈악 힘을 더욱더 거세게 주었다.

 

"너 전에 왜 울었어?"

 

종인의 손아귀 힘에 백현은 아픈듯 인상을 찌푸렸다. 저기...저. 몇번 버둥거려도 도저히 손목이 빠져나오질 않는다. 벌겋게 달아오르던 손목은 이제 핏기가 싸악 가셔,

백현의 평소 피부보다 더 하얘졌다.

 


"너 전에 왜 울었어."

"....언제.."

"너 양호실 앞에서 울고 있었잖아. 왜 울었어."

 


다그치는 듯한 종인의 말에 백현은 잠시 말을 않았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고른 치아가 보였다. 갑자기 박찬열이 떠올려진다.

이제보니 백현의 입술이 살짝 부어있었다. 종인은 입안을 꽉 깨물었다. 이빨 사이로 두툼한 살점이 느껴졌다.

 


".......아팠었어.."

"그래? 아팠다고?"

 

 

아팠단 말이지. 종인은 말을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팠단 말이지. 평소처럼 정갈하게 잠궈진 백현의 단추를 끌어내리고 싶었다. 목을 답답하게 조인 와이셔츠 뒤로

언뜻 언뜻 보이는 붉은색의 반점때문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기가찬다, 기가차.

 

 


"박찬열 키스가 좋아서 운게 아니고?"

"......!!"

 


숙여졌던 백현의 고개가 스프링처럼 위로 튀어올랐다. 백현의 얼굴에 핏기가 싸악 가셨다. 그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고, 입에선 알수없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미약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백현이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그때문에 그의 입술이 더욱 빨개졌다. 종인아. 클로즈업 된 벌건 입술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절망만이 감도는 그의 눈은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여전히 꽈악 잡힌 손목이 아려왔지만 그것은 백현의 신경에서 벗어나있었다. 자신을 경멸스럽게 내려다보는

종인의 눈을 백현은견디기 힘들었지만, 뭐에 홀린사람처럼 종인을 향해 고개를 흔들었다. 종인아.

 

 


"사춘기 때 몸에서 나오는 욕구같은걸 못 참는건 이해하겠는데 말야."

"아-."

"아무리 그때가 야자시간이라 해도말야. 거기가 빈 화장실이라 해도 말야."

"종인아."

"조심 좀 하지 그래? 덕분에 못 볼꼴을 봤어."

"종인아."

"네가 호모라는거 인증하고 싶었니?"

"......."

"미안한데 말야."

"....."

"관리 좀 하지 그래?"

 


말이 끝나자마 백현의 손목을 버리듯 뿌리친 종인은 백현의 와이셔츠 옷깃을 잡았다. 백현의 목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넣은 종인은 손에 힘을 주어 밑으로 내렸다.

그 바람에 백현의 허연 목덜미가 훤히 드러났다. 누가 보면 꽃잎을 달아놓았나 하고 착각할것처럼, 붉은 반점이 군데군데 찍혀있었다. 백현은 서둘러 종인의 손을 뿌리쳤다.

이미 와이셔츠 목부분에는 흉한 구김자국이 생겨났다. 그것을 서둘러 주섬주섬 정리하려 했지만, 목에 새겨진 반점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백현의 눈에서 무엇인가가 차올라왔다. 물기가 일렁거리는 눈은 평소때보다 더 쳐져있었다. 백현은 종인을 향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게 아닌데.

하지만 말이 쉽게 나오질 않는다. 백현의 입꼬리가 시든 가지처럼 내려갔다. 한 마디로 울상이다.  종인의 한숨이 들려오자 백현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게 아닌데. 벌겋게 부어오른 손목이 보였다. 어제도 꽈악 잡혀 멍이 들었었는데, 오늘은 더 벌겋게 변해버렸다. 백현은 뜨겁게 달아오른 손목을 매만졌다.

 

 

 

"안 그래도 옆자리가 호몬라서 신경쓰였는데, 게다가 학교에서 키스나 하고말야."

"......"

"신경 좀 써. 가뜩이나 요즘 머리아파 죽겠는데 너 하나때문에 더 머리썩히기 싫으니깐."

"........."

"네 호모라는거 세상사람 다 아니깐."

"............"

"더럽게 티내지 말라고."

 

 

차갑게 뱉었다. 될수록이면 차갑게. 가슴쪽이 욱신거리자 순간적으로 화가났다. 대체 변백현이 뭐라고.

몸에서 열이 나는것 같았다.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주워 올렸다. 머리카락이며 먼지며 알수없는 조각들이 붙은 수건을 백현의 책상위에 다시 올려두었다.

잘썼다. 뭉툭한 한마디가 백현의 귀를 통과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먼지와 함게 섞여져 버린 그 말은 백현의 귀를 잔인하게 울렸다.

숨통이 트일만한 곳이 필요했다. 상쾌한 공기를 맡고싶다. 종인은 옥상으로 가기위해 일어섰다. 그때 백현이 종인의 손목을 잡아왔다.

거세게 백현의 손목을 조았던 종인의 손길과 달리, 망설임이 느껴졌다.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는 가느다란 손이 이내 종인의 손목을 꼬옥 잡았다.

 

 

"내가..... 더럽니?"

"...."

"근데 넌 왜 오세훈은 받아주는데, 친구로?"

"뭐?"

"양호실에서 봤어. 오세훈이 너 좋아한다며. 근데 왜 걔 옆에 아직도 있어?"

 

 

그제서야 생각난다. 오세훈의 고백과 동시에 마주쳤던 붉은 눈. 곧 그것은 닫혀버리는 문 때문에 사라져버렸지만.

 

 

"......."

""둘이 사귀기라도 해?"

"뭐?"

"아니면 왜 오세훈은 아직도 네 옆에 있는데?"

"야."

"대체 왜 넌 날 그렇게 보는건데?!"

"하-. 세훈이랑 너랑 같냐?!"

 

 

다다다 따지는 백현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 점점 높아지는 목소리가 심장을 덜컹 떨어트린것 같았다. 누구때문에 내가 이렇게 됬는데.

종인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다. 오세훈이랑 너랑 같애? 절대아니야. 걘 내 소중한 친구라고.

종인의 말에 백현의 얼굴은 처참하게 구겨졌다. 어느새 일어났는지, 백현의 의자는 내동댕이 쳐있었다. 울먹이며 올려다보는 백현에게, 종인은 저도 모르게 키스할뻔했다.

빌어먹을. 왜 이순간에도 그렇게 예뻐보이는지. 왜 박찬열은 그렇게도 쉽게 얻어낸건지. 종인은 저도 모르게 탄식어린 한숨을 내뱉었다.

벌겋게 상기된 백현은 몇번 숨을 몰아쉬다, 이제 씩씩 거리며 종인을 쳐다봤다.

 

 

"나...박찬열 안 좋아해."

 

 

두근. 마음이 흔들린다. 저 말은 헨젤과 그레텔을 유혹하는 마녀같다. 붉은 사과를 백설공주에게 내보이던 마귀할멈과도 같다.

덥썩 그것을 물고 싶었지만 이리저리 어지럽혀진 마음은 쉽사리 그것을 잡지 못했다.

 

"나 걔 싫어."

"근데 키스해?"

"그건.. 걔가.."

"미안한데 말이야. 내가 왜 너랑 이 얘기하는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더러운짓이나 하는 놈따위랑은 이젠 말도 안하고 싶다."

 

 

녀석의 얼굴을 보고 똑똑히 말했다. 내 말이 또 상처가 됬는지 구겨진 녀석의 얼굴때문에 마음이 아팠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냥 짜증나서 그런거야. 종인은 얼굴을 구겼다.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지근 아프다. 종인은 백현을 두고 뒤돌아섰다.

그때 백현이 다시금 종인의 팔을 붙잡았다.

 

 

"내가 너를 얼마나.....!!!"

 

 

텅 빈 교실에 울려퍼진 말은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하얗고 작은 손은 여전히 종인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종인은 붕어처럼 입만 뻐끔뻐끔 거리는

백현을 쳐다봤다. 뒷말이 듣고싶다. 근데 녀석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사람처럼 입만 벌린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 그 하얀 손도 스르륵 내려졌다.

그리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종인은 백현의 눈을 계속 마주쳐왔다. 조금만 더 말하면 될것 같은데, 녀석은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조금 높아진 언성에 익숙해진 귀는, 이 침묵이 어색했다. 입술만 깨문 백현의 얼굴은 다시 울상이 되었다. 점차, 녀석의 코가 빨개졌다.

눈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가득차서 일렁거리던 중, 하나가 백현의 볼을 타고 내려왔다.

 

 

"오세훈이 부러워."

 

 

백현은 종인과 슬쩍 닿인 자신의 팔을 끌어안고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오세훈이 부러워. 종인은 저도 모르게 실소를 내뱉었다.

 

"시발."

 

왜 넌 자꾸 박찬열이랑 똑같은 짓만 하냐. 안좋아한다면서 계속 그 새끼랑 비슷한 행동만 하냐. 종인은 찬열의 낮은 음성이 머릿속에 떠올려졌다.

'김종인 네가 부럽다.'

개새끼,  대체 왜 나한테 그말을 한거야. 종인은 점점 아파져오는 머리때문에 주저앉았다.  안 좋아한다며. 싫다며. 장난쳐?

울먹거리던 백현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 와중에서도 자꾸 그 입술이 아른거렸다. 그 입술을 막대사탕 빨듯 장난치던 박찬열도 떠올려졌다.

녀석의 시원스러운 웃음과 항상 몸에 배여있던 담배냄새가 코끝을 맴도는 듯 했다. 노란 머리와 귀에 박은 피어싱때문에 항상 혼만 나던 그 새끼가 떠올려진다.

담배만 주구장창 피어대며 야한잡지만 들여보던 녀석이 떠올려진다.

반에서 37등한 것을 알고 낄낄 웃던 녀석이 생각난다.

이렇게 형편없는 새낀데,

 

난 네가 더 부럽다, 시발.

 

 

 

 

*        *        *

 

 

 

잘 풀던 수학공식이 떠올려지질 않아, 손바닥을 맞았다. 

체육시간에 멍 때렸다고 뒷통수를 맞았다. 얼마전 쳤던 모의고사 점수가 나왔는데 언어영역 등급이 떨어졌다고 혼이났다.

숙제검사를 하는데 과제물을 가지고 오지 않아 또 맞았다. 나중에 보니 그 과제물은 자습서 사이에 이쁘게 끼워져 있었다.

아침부터 개같으니깐, 하루가 개같다.

 

투덜투덜 거리는 종인을 세훈은 신기하게 쳐다봤다. 입에 머금던 담배연기를 후- 불어 종인의 얼굴에 정통으로 날렸는데도 녀석은 반응도 안한다.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은 세훈은 자세를 틀었다. 상체를 종인쪽으로 기울인 세훈은 손을 들어 종인의 머리카락을 쭈욱 잡아당겻다. 반응 무.

민감한 귀를 손가락으로 주물었는데도 반응무. 아예 귀를 아프게 잡아챘는데도 끄덕도 안한다. 지루해진 세훈은 손가락에서 타들어가는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한모금 깊게 들이마시자, 그리웠던 담배연기가 폐속에 가득찬것 같았다. 어두우면서도 불편한 느낌. 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남모를 단맛.

다크초콜렛 처럼 쓰면서 단 담배를 만끽하며 세훈은 라이터로 장난을 쳤다.

 

 

"야."

"왱."

"담배 하나만 줘봐."

 

 

헐. 종인의 말을 몇십번이나 생각한 세훈의 입이 턱 벌어졌다. 헐, 김종인.

세훈은 자신에게 커다란 손바닥을 들이미는 종인의 이마를 짚었다. 열은 안나는데? 그 말에 종인은 너털스런 웃음을 내보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정신이니깐 담배하나만 줘봐. 그래도 믿기지 않은 다 듯, 세훈은 바지뒷주머니에 향한 손을 정지한채 눈을 가늘게 떴다.

 

 

"지랄하지마."

"맞으니깐 줘봐."

"지랄. 넌 김종인이 아냐."

"맞아."

"아냐."

"맞아."

"썅놈아."

 

 

종인이 세훈의 바지뒷주머니로 손을 들이밀었다. 뭐하는거야! 갑작스런 종인의 손길에 놀란 세훈이 버둥거렸다. 그렇게 빨리 내놓라 했지.

종인이 익살스럽게 웃고선 세훈의 바지 뒷주머니 안에 얌전히 있는 담배곽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세훈이 쪼그려 앉아 있던 터라 바지에 꽉 끼여진 곽은 쉽게

나오질 않았다.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종인때문에 세훈이 휘청거렸다. 자연스럽게 종인의 팔은 세훈의 허리를 감싸안았고 종인의 다른 손은 여전히 세훈의

바지 뒷주머니로 향했다. 자신의 몸을 안듯이 감싸오는 종인의 단단한 가슴팍에 세훈의 얼굴이 벌개져있었다. 좀 꺼져.세훈은 실실 웃으며 종인을 밀어냈다.

싫은데. 꺅 꺅 거리며 발버둥 치는 세훈에게 속삭인 종인은 아랑곳 않고 세훈의 주머니 안을 더듬거렸다. 세훈은 엉덩이로 느껴지는 종인의 손길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조금만 간지럽혀도 펄쩍일정도로 그는 민감했다. 꽤나 요상시러운 자세에 더불어 종인의 손길에, 세훈은 등줄기를 타고 오르락내리는 소름에 저도 모르게 반응했다.

종인은  움찔움찔 거리는 세훈의 모양새가 꽤 웃겼지만, 끝내 담배곽을 꺼내고 말았다. 새거네. 얼굴이 벌개진 상태로 바닥에 주저앉은 세훈이 씩씩거렸지만, 종인은

빳빳한 비닐을 벗겨내 담배하나를 꺼내들었다.

 

 

"불."

"이씽."

"불 달라고, 새꺄."

"넌 나의 순결을 훔쳤어."

"지랄."

"책임져."

"뭐래."

 

 

일부러 콧바람을 씩씩 내뱉던 세훈은 바닥에 떨궈진 라이터를 주워 종인의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세훈이 피던 담배는 이미 반토막이 되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와- 김종인 드디어 담배핀다. 짝짝짝, 박수를 조그맣게 쳐준 세훈은 종인의 옆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멋있다.

예전부터 종인이 담배를 피면 어떨까 남몰래 상상해왔는데, 상상 그 이상이다. 건방지게 담배를 문 종인의 옆모습은 섹시했다. 하얀 담배연기와 대조되는

그의 구릿빛 피부때문에 더 분위기 있어보엿다. 게다가 종인을 감싼 밤의 어둠때문에 저절로 빠져들게 만든다.

세훈은 고개를 기울이며 담배를 문 종인의 입술로 시선을 돌렸다.

 

 

"깡패같애."

"나?"

"응."

"넌 시발, 드라큘라같애."

"고마워. 하얗다는거 아냐?"

"썅."

 

 

종인은 은근히 자신의 피부색에 민감했다. 자신의 외모에 신경쓰는 10대 소녀같애서 세훈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귀엽네.

세훈의 하얀 손가락이 종인의 볼살을 꾸욱 눌렀다. 귀엽다, 귀여워. 그 말에 종인은 담배를 문 채, 멋드러지게 웃었다. 누가 누구보고.

뜯겨진 담배곽에서 담배하나를 뽑아 든 세훈은 그것을 손에 끼우고 잠시 망설였다.

 

 

"종인아."

"왜."

"나 이거 한번만 해보면 안돼?"

 

 

응? 입에 담배를 문채 종인은 고개를 돌렸다.

종인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담배연기를 혓바닥으로 감싸며 세훈을 쳐다봤다. 왜. 턱을 녀석에게 들어보이자, 녀석도 자신의 담배를 입에 문다.

그리고 다가온다. 허여멀건 한 녀석의 피부가 유독 잘보였다. 잡티하나 없는 녀석의 피부에 저도 모르게 박수칠뻔 했다.

길게 담배를 문 세훈은 종인의 얼굴로 다가섰다. 기다란 담배끝이 맞닿아졌다. 치익 소리가 나며 세훈의 담배에도 이내 연기가 흘러나왓다.

그 순간 종인의 눈과 세훈의 눈이 마주쳤다. 반달로 접힌 세훈의 눈엔 귀여운 장난기가 가득했다. 엉덩이에 기다란 꼬리를 단 장난꾸러기 악마처럼 씨익 웃은 세훈은

자신의 눈 앞으로 담배연기가 곧게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만족해했다.

 

 

"히-"

"그게 그렇게 하고싶었냐."

"응."

"별 게 다."

 

 

후- 바람을 뿜어낸 종인은 차가운 벽에 등을 대었다. 그 바람에 서늘한 느낌이 몸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예상대로 담배는 맛이 없었다. 항상 맡아왔던 담배연기와 똑같은 맛이 났다. 불쾌하고 텁텁하고, 썼다. 하지만 그 사이로 느껴지는 작은 진주알 같은 단맛이 꽤 매력적이다.

항상 세훈이 자신에게 담배는 '다크초콜렛'과도 같은 맛이 난다고 했는데, 그 말이 공감이 된다. 혓바닥과 입안에 퍼지는 담배향을 듬뿍 빨아들이고선, 내뱉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세훈도 따라한다. 기다란 흰 선이 공중에 솟아오르다, 만난다. 그 바람에 눈 앞에 보이는 어둠은 하얀장막때문에 순간 사라졌다. 꽤나 장관이다.

 

 

"아- 요즘 공부도 하나도 안되고, 맨날 너랑 옥상에 있네. 야자시간인데."

"그러게."

"넌 공부안해? 전교1등자리 뺏길라."

"괜찮아. 머리가 좋아서."

"졸라 재수없네."

"부러우면 지는거다. 잘난놈은 잘난법."

"미친놈."

"너도야."

"난 귀여워."

"푸하!"

 

 

하마터면 담배가 손에서 떨어져 나올뻔 했다. 종인은 터져나온 웃음을 삼키지 못하고 그냥 방출해버렸다. 하하하. 덕분에 오랜만에 웃어본다.

이빨까지 보여가며 웃는 종인에게 왠지모를 자부심이 느껴졋다. 세훈은 한모금 더 깊게 빨아들이고선 후 뱉었다. 하얀 연기가 스프레이 뿌리듯이 분산된다.

어느새 얼굴에 있었던 자질구레한 멍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광대에 새겨진 커다란 멍은 아직도 있는지, 그 위엔 커다란 네모난 반창고가 붙어있어졌다.

세훈은 욱신거리는 광대를 감싸안고, 또 한모금 깊게 빨았다. 이번에는 내뱉지 않고, 삼켜버렸다. 목 뒤로 넘어져 가는 연기가 유령같았다. 세훈은 담배끝을

잘게 잘게 깨물었다. 종인은 어느새 반쯤 타버린 담배를 멍하게 쳐다보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여름이 다가오는지, 바람 한점 없다.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공부따윈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하루안한다고 전교1등에서 100등으로 떨어질 일은 없었으니깐.

 

 

"야. 오세훈."

"왱."

"맛있네, 이거."

"그치? 말했잖아.근데 넌 싫어했었잖아."

"냄새가 싫었었거든. 근데 펴보니깐 또 다르네."

"너도 이제 어른임."

"넌?"

"난 할아버지."

"오늘따라 개드립 잘치네."

"멍멍."

 

 

역시 오세훈. 너랑만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종인은 어느새 다 타들어간 담배를 바닥에 지져버렸다. 구깃구깃 구겨진 담뱃꽁초를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더 필래, 세훈이 담배곽을 내밀었지만

종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나로 족해. 그 말에 세훈은 자신의 담배를 다시 바지 뒷주머니로 밀어넣었다. 빳빳한 것이 엉덩이로 느껴졌지만,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세훈은 몇 모금 더 빨아들이다, 아직 반이나 남은 담배를 그냥 바닥에 지져버렸다. 그런 세훈을 종인이 의아해했지만, 세훈은 그것을 난간에 지져버리고선

운동장으로 휙 던져버렸다. 그리고 벽에 기댄 종인의 옆에 밀착해, 자신도 편히 기대었다.

 

 

"야, 꽁초를 거기다 버리면 어떡해."

"버릴데가 없어."

"걍 바닥에 버리지, 나중에 들키면 골치아파."

"괜찮아. 내일이 되면 모래가 되있을거야."

"참, 과학적이다."

"아인슈타인도 나한텐 안됨."

 

 

그래그래. 종인은 입에 미소를 단채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녀석의 말도 안되는 개그가 종인의 취향엔 딱이었다.

그렇게 웃기진 않지만, 어깨를 흔들어가며 힘들게 웃어도 되지 않는, 은근히 매력있는 개소리. 종인은 자신의 어깨에 맞닿아진 세훈의 어깨가 느껴졋다.

옆을 보니 녀석은 또 손톱근처를 매만지고 있었다. 기집애냐. 그 말에 세훈이 찌릿, 종인을 쳐다보고 다시 손톱을 만졌다. 나의 취미, 나의 하비.

종인은 세훈의 손톱을 보다 녀석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이 녀석도 꽤 하얗다. 아니, 누구보다도 하얗다.

잡티하나 없는 녀석의 피부는 보정을 한것처럼 뽀얬다. 딸기를 머금은 흰 우유처럼 녀석의 하얀 피부는 살짝 분홍빛이기도 했다.

새로 머리를 했는지 녀석의 귀가 시원하게 보였다. 다른 남학생이었더라면 이상해 보일수도 있엇는데, 녀석의 얼굴이 작아 꽤나 어울렸다.

흥얼거리며 이상한 노래를 부른 세훈이 손톱을 뜯다 말고 고개를 휙 올렸다. 그 바람에 마주친 종인의 얼굴이 꽤 가깝다.

놀란 세훈의 눈이 커다랗게 뜨여졌다가, 잠잠해졌다. 더운 바람만 분다. 옥상위도 조용하다. 가끔 이상한 새소리가 들려왔지만, 이 비어버린 어둠에 방해가 되진 않았다.

종인도 멍하게 세훈의 얼굴을 내려다보앗다. 조금만 더 가까웠더라면 코가 닿일 거리다. 세훈은 천천히 종인의 얼굴을 훑었다. 새카맣고 짙은 눈썹은 세훈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였다. 조금 짙은 쌍커풀과 언제나 세상에 관심없는듯한 눈. 그렇게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는 코. 조금 두꺼운 입술. 그것은 무심하게 닫혀있었다.

다시 종인과 눈을 마주쳣다. 무슨 생각중인지 멍하게 세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있잖아."

"응."

 

 

나른한 목소리만 울려퍼진다. 꽤나 가깝게 닿은 얼굴때문에, 서로의 말은 더운 입김과 함께 얼굴로 닿았다. 종인은 파르르 떨리는 세훈의 속눈썹이 보였다.

반쯤 잠긴 녀석의 눈은 멍하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종인은 바닥에 두었던 자신의 손을 자신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

세훈은 벽에 머리를 기댄채 종인의 입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남자끼리 키스하면 어떨까."

"음..."

"좋을까."

"몰라...."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너무도 나른해서 미쳐버릴것같았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하루가 종인의 몸을 물먹은 솜으로 변신시켰다.

그 몸을 하루종일 힘들게 이끌었는데, 이상하게도 지금, 이 옥상위에선 가뿐하다. 오히려 머리가 물먹은것 같다. 점점 나른해진다. 고요한 어둠에 휩쓸려갈것만 같았다.

아까의 새소리가 또 울려왔지만,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점점 세훈의 떨리는 속눈썹이 크게 보인다. 세훈의 하얀 피부가 더욱 가깝게 보였다.

이상하지. 너랑만 있으면 편해. 종인이 중얼거리자 세훈이 눈을 깜빡였다. 세훈의 코와 종인의 코가 맞닿았다.

 

 

"조금만..."

"응.."

"잠시만..."

 

 

더운 김이 훅 세훈의 얼굴에 풍겼다. 이제 감긴 세훈의 속눈썹이 보였다. 입술에 닿이는 부드러운 느낌이 온 몸의 세포를 사로잡았다.

순식간에 엉망진창이였던 머릿속이 깨끗하게 비워져버렸다. 언제나 머릿속을 차지했던 쳐진 눈가가 휩쓸려갔다. 언제나 머릿속을 차지했던 그 입술이 사라져버렸다.

종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바람에 세훈의 입도 따라 열렸다. 축축하고 더운김이 서로의 입안을 차지했다. 종인의 혀가 세훈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물컹, 세훈의 혀에서 담배맛이 느껴졌다. 담배는 '다크초콜렛'같아. 1년 전, 자신에게 당당하게 말하던 세훈이 떠올려진다. 그래, 네가 맞는것 같다.

종인은 초콜렛 먹듯이 녀석의 혀를 감싸안았다. 녀석의 혀에서 단맛이 느껴졌다. 이게 미칠정도로 맛있다. 멈출수가 없었다. 종인은 세훈의 어깨를 붙잡았다.

녀석도 종인의 목을 감았다. 홀린 사람처럼, 종인은 미친듯이 세훈의 입안을 휘저었다. 녀석의 혀를 초콜렛 핥듯이 핥기도 했고, 입술을 빨아올리기도 했다.

침이 엉키는 소리가 민망할수도 있었는데, 그게 종인에게는 방아쇠였다. 탕, 하고 울리자 종인은 더욱 거세게 들이밀었다.

음. 세훈의 목구멍 저 안쪽에서 애태우는 듯한 소리가 종인의 입안에서 진동했다. 어느새 세훈의 손은 종인의 넓은 어깨 양쪽을 짚고 있었다.

아-. 세훈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 고갯짓을 따라가며 집요하게 입술을 떼지 않던 종인이 눈을 떴다.

 

 

"잠시만..세훈아..잠시만."

"나 숨.."

"응.응.알았어. 잠시만.."

 

 

보채듯이 속삭이는 김종인이 너무도 섹시했다. 밤마다 종인을 생각하며 남몰래 자위하거나, 꿈을 꿔 몽정을 했던 세훈은 그때의 기억에 얼굴이 붉혀졌다.

항상 바라왔던 종인과의 키스. 꿈만 같다. 세훈은 다시금 자신의 아랫입술을 빨아들이는 종인의 입술을 느끼며 종인의 목을 감싸안았다.

더욱 밀착된 입술사이에선 끈임없이 뜨거운 혓바닥들이 오갔다. 뜨거울뿐만 아니라, 화끈거리는 것같은 종인의 혀가 세훈의 혀를 감쌌다.

세훈은 저도 모르게 나오는 민망한 소리를 감출수 없었다. 그때 종인의 손이 세훈의 단추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목부분의 단추를 풀어낸 종인이 허옇게 드러난

세훈의 목으로 입술을 맞췄다. 남자치곤 꽤나 깨끗하고 부드러운 살내음이 느껴졌다. 종인은 혓바닥으로 느껴지는 세훈의 목을 조금 세게 빨아당겼다.

 

 

"아..앗! 종인아."

"아."

"그만..해."

 

 

세훈이 종인을 밀어냈다. 벌겋게 달아오른 종인은 거친 숨을 훅훅 내뱉었다. 몇번이고 달뜬 숨을 내쉬던 종인은 세훈을 쳐다봤다.

평소에 하얘서 그런지, 얼굴이 벌겋게 익은 걸 쉽게 볼수 있었다. 귀까지 벌개진 녀석은 자신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 조금 질책하는듯한 눈빛은, 그렇다고 종인을

다그치고 있진 않았다. 세훈의 눈은 물기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종인은 한번 더 세훈의 어깨를 잡아 당겨 입술을 부딪혀왔다. 참을수가 없다.

미쳐버린 걸까. 왜 그런걸까. 하지만 이 물음은 세훈의 혀를 맛보자 금방 달아났다. 몇번이고  세훈의 입안을 집요하게 맛보던 종인은 몇 분 후,

다시 입술을 떼었다. 헉 헉. 거친 숨을 내쉰 종인은 익은 토마토가 된 세훈의 얼굴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손을 들어 녀석의 볼을 쓰담아주었다.

세훈은 종인의 손을 밀어냈다. 빨갛게 익은 귀가 보였다. 종인은 웃으며 녀석의 귀에 손을 향했다. 세훈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꺼져!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내뱉은 세훈이 고개를 돌렸다. 미안. 종인이 속삭이자 녀석은 그저 아무말없이 허공을 쳐다본다.

하지만 아직 둘 사이의 달아오른 공기는 좀처럼 가라앉지를 않았다. 종인은 쿵쿵 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켰다. 첫키스는 아니지만, 이때껏 해본 키스 중,

자신이 지나칠정도로 집요하게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종인은 뾰루퉁해진 세훈의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미안."

"미친 변태새끼."

"너도 마찬가지던데."

"아. 꺼져."

"미안해."

 

 

종인은 세훈의 볼을 두들겨주었다. 녀석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세훈의 벌겋게 익은 얼굴은 좀처럼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여전히 그의 눈엔 물기가 가득했다. 오히려 아까보다 더 가득해, 위태로웠다. 미안해. 종인이 한번더 속삭이자, 가득했던 것이 흘러내린다.

 

 

"나 너 좋아해."

"알아."

"근데 나 친구같다며."

"...."

"그럼 이러진 마. 좋았는데, 싫어. 넌 나 친구로 밖에 안보는데, 이러면..."

"세훈아."

"하지마. 네가 나 혐오스럽게 보는것보다.."

"세훈아."

"이게 더 고통이야."

 

 

세훈아. 종인이 세훈의 손을 잡아왔다. 정말 미안. 그제서야 종인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맙소사.

친한 친구와의 키스. 그것이 좋았다는 것에 더 충격받았다. 게다가 키스에 짐승처럼 몰두한 자신. 종인은 세훈에게 너무도 미안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미안해. 그 말에 세훈이 울상이다. 과격한 키스가 끝나고, 사라져버렸던 생각들이 다시 머릿속에 차올랐다. 그것도 몇배로 더.

종인은 순간 백현이 생각낫다. 울먹이던 백현, 울상이였던 백현. 자꾸 세훈과 겹쳐 보인다.

세훈아, 미안. 종인은 또 속삭였다. 가슴 속에 남아있던 세훈에 대한 애정이 자신의 목을 졸라매는것 같았다. 방금 했던 것이 차라리 호기심이면 어땠을까.

그게 세훈에게 차라리 나았을 수도 있는데. 그런데 이 키스가 그저 '누군가'를 향한 분노어린 투정이란 것을 깨닫고 종인은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 바람에 세훈이 운다. 주저앉은 녀석이 자신의 얼굴을 감싼다. 개새끼야. 군데군데 흐려진 말이 위태롭게 흘러나왔다. 종인도 고개를 떨궜다.

평안하게 그들을 감싸던 어둠이 이제는 따갑다. 종인은 아직도 입술에 느껴지는 세훈의 입술이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세훈이 엉엉 운다. 종인의 머릿속에서 싸이렌 소리가 울려퍼진다. 이러면 안돼.

김종대 녀석과도 선이 끊어졌다.

박찬열과도 끊어졌다.

변백현과 이어졌던 아슬아슬했던 끈도 끊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세훈과 끊어질것 같다.

 

종인은 그 사실에 괴로워했다. 안돼. 절대 세훈은 안돼. 종인은 다시 세훈의 손을 잡아왔다.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평온해진다.

절대 세훈을 놓칠수가 없었다. 세상을 잠시나마 편하게 해주었던 나름 소중했던 것을 놓칠수 없다. 종인은 거세게 세훈의 손을 잡았다.

엉엉 울던 세훈이 손을 뿌리칠려 하자, 종인은 그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안겼다. 놀란 토끼 눈이 된 세훈이 올려다본다.

눈물 범벅인 그의 얼굴은 아직도 붉었다. 세훈의 벌건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미세하게 심장이 뛰었다. 그것이 희망이다. 종인은 거세게 세훈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볐다. 이미 끊겨져버린 선이 너무 많다. 근데 더이상은 끊기 싫었고, 끊어지기도 싫었다. 종인은 미친듯이 세훈의 혀를 붙잡았다.

도망가려는 그를 몰아세우고 괴롭혔다. 또 심장이 뛴다. 차라리 그것이 반갑다. 종인은 세훈의 얼굴을 붙잡았다. 부드러운 느낌이 손안에 감돌자, 마음이 평온해진다.

버둥거리던 녀석도 잠잠해졌다. 응 응 거리며 열심히 종인의 혀에 응하는 세훈이 귀여웠다. 그때 귓가에서 옥상문이 쿵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때문인가? 종인은 계속해서 세훈의 입술에 매달렸다. 하지만 바람은 한점도 불지 않았다. 정말 미스테리하다.

하지만 종인은 세훈의 입술을 놓칠수 업었다.

세훈을 놓칠수 없었다.

종인은 새삼 자신이 너무나도 잔인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조금 거세게 울리는 심장박동 소리에

위안을 삼았다.

 

 

 

정말로 담배를 피는것만으로 어른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난 아직도 어린것 같다.

 

 

 

 

 

 

 

b

안녕하세여

Re.Ong 입니다. 간편하게 레옹이라고 해주세요.

짧은 단편으로 적을려고 '신예음마'라는 ;;;;;;;;이상한 닉네임을 했었는데

이젠 레옹으로 활동할려구요 ㅋㅋㅋ

아, 카백은 전혀 이루어질 기미가 안보이고 카세가...카세만세!

원래 생각했던 스토리와는 조금 다른방향으로 흘러가는것같지만....

제가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ㅜ 글로만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변화를 보여주기가 조금 힘드네요

그래도 보였으면 좋겟습니다

종인이는 아직어리죠.

완벽하지만 어립니다. 점점 끊겨져 가는 인간관계과 자신의 주위상황에 굉장히 불안해합니다.

근데  세훈과도 끊겨져 버릴것같으니깐 저렇게 행동합니다.

가끔 그럴때 있지 않나요? 짜증나면 괜시리 엇나간 행동도 하고, 상관없는 사람을 붙잡을때도 있죠.

종인이 딱 그렇죠. 솔직하지 못하고 ㅋㅋ

하지만 다행히 세훈에게 느껴지는 감정이 조금 변하게 된것을 알자 좋아하죠.

자신이 백현때문에 이런 짓을 하게 된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 조금 덜해졌다고 느끼니깐.

ㅋㅋ

이런 설명 적지말까요 ㅜ뀡?

쨋든 즐감해주시구용

'달래'님과 그 외 독자분들 계속해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 좋아염

그리고 종인의 시점으로만 썻는데 이게 더 답답하고 좋지 않나요 ㅋㅋㅋ

난 좋음

나중에 다른 사람들 시선도 올립니다

그럼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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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선댓!!!!!
12년 전
독자2
달래에요ㅜㅜㅜㅜㅜㅜ제암호닉을 저렇게 떡!하고 써주시다니ㅜㅜㅜ그저 감사해요ㅜ 진짜 요즘 이거말곤 읽을수가업어요!!!진짜 짱이신듯!!!그나이또래의 심정과 이성과 본능의 경계에서 붙잡지못해 저질러버리는 불완전한 행동들..!!너무너무 좋은글읽고 전 이제야 잘 수 있겠네요!!!긋나잇!!
12년 전
신예음마
달래님!!후후 일등이시네요 정말감사합니다 ㅠㅠ 사랑해요
12년 전
독자3
자까님안녕하세요~.~1편부터댓글달앗는데암호닉은카희로할게여!!흐엉김조닌이나쁜넘이여써여...세훈이한테희망고문하고ㅠㅠㅠ배켜니한테막말하고ㅠㅠㅜ그러니제가가지겠슴돻ㅎㅎㅎㅎㅎㅎㅎ각설하고작가님내꺼♡담편기다릴게여!
12년 전
신예음마
카희님 ㅎㅎㅎㅎ종이니제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허으으어어윳기다렸어요!!! 종인아 우리백현이는어쩌고.....앙돼..ㅠㅠㅠㅠㅠㅠㅜㅜㅠㅜㅠㅠㅠㅠㅠ 우리뱃쿄나ㅠㅜㅠㅠㅠㅠ작가님 글로오늘하루를시작하네요ㅋㅋㅋㅋㅋ
12년 전
신예음마
옹ㅋㅋㅋ제글로아침을시작!!감사합니당
12년 전
독자5
레옹님! 저 저번에 댓글로 닉넴 바꾸기로 결정한거 잘한것같다고 한 익인이에요! ㅋㅋ 아.. 진짜.. 요즘 ㅠㅠㅠㅠ 아이컨택이 제 삶의 활력소라고 할까 ㅠㅠㅠㅠ 로그인하자마자 신알신 딱 뜨니까 기쁜맘에 글잡 광클하면서 들어왔어요!!ㅋㅋㅋㅋㅋ 하.. 역시 이번편도.. 쩔어요bb 진짜 어쩜 이렇게 제 타입이신지^;^ 감정선 연결도 꽤나 잘 되는 것 같구 또 현실적인 감정들.. 변백에 대한 분노등과 같은 복합적 마음으로 뎨훈이를 범한거에 대해서 조그믕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느끼고 위안 받는 그런 ㅠㅠ 현실에서 있을 법한 복잡한 심경들이 잘 표현됩니다요.. 그리고 굳이 주석 안 달으셔도 좋을 것 같아여 ㅎㅎ!! 아 글고 ㅠㅠㅠㅠㅠㅠㅠ 카백도 제가 좋아하지만 카세도 좋아해서 어찌됐든 지금 카백은 꼬이고 꼬여지고 있찌만! 카세가 이러쿵저러쿵해서 좋긴 하네요 근데 며칠 안갈 시한부같은 감정이겟죠 ㅠㅠ 이럴바에 뎨훈이 힘들게 하지 말고 찬여르랑 깜종이랑 언어와 몸의 대화의 시간 등 사건을 겪고 빨리 카백구도를 되찾았으면 해요 ㅠㅠㅠㅠㅠㅠ 레몬향 드립 나올때마다 애잔해지는 제 마음...★ 빨리 애잔보단 허허!!카백이구나!! 하고 흐뭇흐뭇한 마음으로 변할수있기를!! 다음편 기대할께요♥ 빨리 와주세욤! 아 그리고 저 다크다크해로 암호닉 신청이요 ㅋㅋ !!
12년 전
신예음마
헉ㅋㅋ다크다크해님 감사합니다ㅠㅠ기다란댓글은첨받네요 ㅎㅎ다크님이적어주신것에앞으로의내용이담겨잇네용 ㅠㅠ요즘카세가끌려염 ㅠ배켠아미안..또르르 ㅎㅎㅎ 흐뭇흐뭇한마음 ㅠㅠ글쎄요언제올까요 오게되먄우리세휴니는..쨋든감사합니다!!!!!ㅎㅎㅎ스릉해여
12년 전
독자6
작가님! 작가명을 바꾸셧다니!!신예음마 처음 봣을때 엄청 귀엽다고생각햇는뎈ㅋㅋㅋㅋ바뀐것도 좋네요! 엌이거 뭔가 오묘해..종인이랑 세훈이되는것도 좋은거같은데 저렇게 찐하게 둘이잇음 어쩜좋아 부끜ㅋㅋㅋㅋㅋ저번편까지만 해도 종인이랑 백현이 이야기가 중심이엇는데 이번편부터는 뒷내용 엄청 궁금해지고 앞으로도 너무 기대되요!!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 많이많이 기대할게요!!!!!!!!!! 아맞다 암호닉이 없이 댓글만 달았는데 암호닉 신청할게요! 방구!!!!! 작가님 화이팅!!@
12년 전
신예음마
방구님 ㅎㅎㅎ감사합니다 신예음마......하...뭔가이상해서 ㅋㅋㅋㅋ 언제나봐주셔서감사해용
12년 전
독자7
카세♥♥♥♥ 근데 세훈이가 상처받을거같은카세인듯요 ㅠㅠㅠㅠㅠ 지금 종인이는 불안해서 저러는거잖아요 호ㅓㄱ실히 세훈일 좋아해서가아니고 ㅠㅠㅠㅠ 어후 우리데후니ㅠㅠㅠㅠㅠ
12년 전
신예음마
세후니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결과는모르자나영!ㅋㅋㅋㅋ
12년 전
독자8
김종인..이나쁜남자!!!!!!!!!!!!!!!!!!!!!!!!!!!!!!!!!!!!!!!!!!!!!!!!! 좋네요ㅠㅠ 아진짜이팬픽읽을때마다.....왜she is노래가생각나는거죠!??!?!?!? 뭐...저의개인적인점이잇긴하죠~~` 문이쾅소리났다는건누군가가봣다는거네요 여기서전말을아끼겟습니다 다음편기대할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신예음마
쉬이즈? 숨겨왓던??이노랜가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군가가누굴까여 랄ㄹ라라
12년 전
독자9
정말 스토리도 좋고 흥미진진하고 너무 기대되요! 아진짜ㅜㅠ이것만목빠지게기다려요ㅜ
카백이 어서 등장하길...

12년 전
신예음마
ㅠㅠㅠ감사합니다 카백ㅋㅋㅋㅋ카세가끌리네영ㅁ ㅜ
12년 전
독자10
아련한 카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뎨후나ㅠㅠㅠㅠㅠㅠ옥상문닫히는건 백현이인가 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왜케재밌어요 핡핡
12년 전
신예음마
ㅋㅋㅋㅋ누군지는암도모르죠 ㅎㅎㅎㅎ감사합니당
12년 전
독자11
좋다ㅠㅠㅠ넘젛아요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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