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하고 싶다.
하루에도 몇번이나 그런 생각을 한다. 제 밑에 깔린채 쾌락에 젖어 울부짓는 구자철을. 그리고 그 위에서 허리짓을 하며 헐떡이는 제 모습을. 저는 모를것이다.내가 저를 데리고 얼마나 더럽고 음란한 상상을 하는지. 그것을 알 리 없으니 내 앞에서 저런 해사한 웃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내 추악한 내면을 알고서도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고서 나역시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표정으로 웃어주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같이 샤워를 해도 아무런 감정도 못 느꼈었다.다른 사람들처럼 진짜 그냥 친한 친구사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철이 묘하게 섹시하게 보이기 시작했고,자철이 열감기로 끙끙 앓았던 날 열에 달뜬 얼굴로 누워있는 자철을 보며 발정했다.약을 먹고 잠에 빠진 자철 앞에서 그 얼굴을 보며 자위를 했고, 사정했다. 그 다음부터는 더이상 그냥 친구로 보이지 않았다. 제 좋아하던 축구를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을 보면서 또다시 발정했다. 해사하게 웃으며 자신의 팀이 이겼다고 웃으면서 나에게로 뛰어오는 자철을 뒤로한채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가 해결하곤 했다. 친구를 보며 발정한다는 사실에 대해 더이상 죄책감따위는 들지 않았다.
LUST
w.마이구미
"기성용,무슨 생각하냐?"
자철이 턱을 괴고 멍하니 있는 성용을 툭툭치며 말했다. 얌마, 강의 다 끝났어.나가자. 아,..어 그래. 이미 짐을 다 챙겨서는 빨리 짐을 챙기라며 재촉하는 자철을 한번 쳐다보고는 성용도 짐을 챙겼다. 내가 언제부터 정신줄을 놓은걸까,하고 생각하던 성용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일어섰다. 성용이 강의실에서 나와 옆에서 조잘거리며 떠드는 자철을 빤히 내려다보고있자니 눈길이 느껴졌는지 자철이 성용을 올려다보았다.
"왜그래?얼굴에 뭐라도 묻었냐?"
"아니,그냥.말 많다 싶어서.수다쟁이 여자철."
자철이 성용의 대답에 잠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금세 입술이 툭 튀어나와서는 그래,그럼 이제 한마디도 안할게. -라고 앞서 걸어가버린다. 성용이 장난이었다며 그 뒤를 쫓아갔다. 아왜,말많다며!너 귀아플까봐 말안하겠다잖아.이거 왜이래! 야아,장난이었대도!삐졌냐?어? 복도가 떠나가라 큰소리를 내며 둘이 빠르게 건물을 벗어났다. 그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동기들이 혀를 쯧,하고 찼다. 저 둘은 왜 저렇게 시끄럽냐? 냅둬.하루이틀이냐.이젠 별 시끄럽다는 생각도 안들정도다. 한 동기의 말에 다른 동기들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자철아,이거봐 바나나우유다!이거 줄테니까 삐지지마 엉?"
"......내가 애냐."
사실상 근 삼십분만에 자철이 입을 열었다.다시는 입을 열지 않겠다며 버티는 자철 앞에서 성용이 온갖 애교를 떨어 얻어낸 결과였다.드디어 입을 연 자철 앞에서 아싸!하고 쾌재를 부르며 바나나우유를 마시려는데 자철이 야 그건 니가 나 준거잖아.라며 홱 뺏어들곤 벌컥벌컥 들이켰다.자철의 목젖이 움직이는것을 보며 성용은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마음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저 목젖을 물어버리고 싶었다.고개를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내고나니 자철이 어느새 바나나우유를 다 마시고는 맛있어!라며 밝에 웃었다. 와,치사해.나도 좀 주지... 성용이 툴툴댔다.
"오늘은 축구하러 안가냐?"
"엉.오늘은 집에서 과제할거야.너도 우리집 와서 과제할래?"
"...아니.집에 일이 좀 있어서."
거짓말이었다.혼자사는 자철의 집에가면 정신을 못차릴 것 같아서였다.처음 자철을 보고 성욕을 느낀 뒤부터는 자철의 집에 함부로 갈 수가 없었다. 집안에 들어서면 자철의 체취가 가득해 아찔해졌기때문이었다.그래서 벌써 근 두달째 자철의 집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놀러가지 않았다.영문을 모르는 자철은 왜 예전처럼 놀러오지 않느냐고 툴툴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도 집에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성용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과제를 하다보니 벌써 저녁 아홉시가 되었다.저녁이나 먹을까 싶어 방을 나서는데 자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무슨 일인가 싶어 얼른 전화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성용아,너 우리집에 좀 올 수 있냐?
"....왜?"
-과제가 잘 안되서.도저히 모르겠다 와서 좀 도와줘.
"너 혼자 못하겠냐"
-야,친구 좋다는게 뭐냐.아직 저녁 안먹었지?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알았어 그럼 난 비빔냉면."
-시켜놓을게 빨리와!
"알았어.끊어."
얼결에 자철의 부탁을 수락해버렸다.성용은 잠깐 고뇌에 빠졌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어쩔 수 없다싶어 한숨을 쉬었다.과제만 도와주고 바로 돌아와야겠다.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여지껏해왔던 것처럼 잘 견딜 수 있을거야.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고 자철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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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연재물이랍시고 시작은 해봅니다...으헝
근데 완결이 날지 안날지는 미지수.
다음편이 언제 올지도 미지수.
사랑합니다 모두들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