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과팅을 낯간지럽다고 싫어했던지라 한번도 가보지 않았었지만 자철이 간다는 말에 성용이 고민했다. 가야하나,말아야하나. 결론은 하나였다.
난 구자철이 여자와 시시덕대는 것 못봐.
성용이 휴대폰을 들어 과동기에게 전화를 했다. 약속장소가 어디라고?응.갈게.대신 이번 한 번만이다. 성용이 과팅에 가겠다고 하자 과동기가 만세,하고 소리를 질렀다.정말로 성용을 구실로 잡은 과팅자리였기 때문에 성용이 오지 않으면 자신이 난감해질터였다.무슨 심경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와는 상관 없었다. 성용이 과팅에 오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었다.
LUST
w.마이구미
성용의 과동기는 지금 속이 바싹 타들어가고있었다.
분명히 오겠다고 성용이 전화까지 직접 했으면서 약속시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하,성용이가 조금 늦네....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해보지만 무용학과 여학생들은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갈듯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자철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자철마저 없었다면 무용학과 여학생들과의 과팅은 물 건너갔을 터였다. 도데체 이자식은 왜 안오는거야! 과동기가 속으로 울부짖고 있을 무렵 입구에서 문이 열리더니 성용이 들어왔다. 성용을 가장 먼저 발견한 동기의 입이 쩍벌어졌다. 그도그럴 것이 패션에 관심이 없어 항상 후드티나 일반 면티만으로 살아오던 성용이 흔히들 말하는 '훈남스타일'로 멋지게 차려입고 왔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성용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자 여학생들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게 중에는 벌써부터 얼굴을 붉히는 사람도 있었다. 많이 늦었죠?늦어서 죄송하네요. 어머,괜찮아요.조금 늦을수도 있죠,뭐. 여학생들은 성용이 오기 전까지의 그 어두웠던 표정들은 말끔히 지우고 저마다 제일 이쁘다고 생각하는 미소를 머금었다.성용이 자철의 옆에 앉자 자철이 성용을 보더니 팔로 툭 쳤다. 야, 과팅 싫다더니 어쩐일이냐,라며 성용을 놀렸다.성용은 속으로 웃었다. 여학생들이 자철을 보는 것이 싫어 부러 귀찮음을 감수하고 빼입고 나온것이기 때문이었다. 성용과 자철이 나란히 앉아 속닥거리며 장난을 치는 것을 보며 여학생들은 오늘 눈호강 제대로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
성용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분명 다들 자신을 보느라 자철은 보지 않을 것 같았는데,그런 자신의 생각을 짓밟듯 한 여학생이 자철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다.게다가 서로 호감을 표하고 있는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성용은 자신의 파트너를 앞에 두고서도 자꾸만 자철쪽으로 눈이 갔다. 아무래도 자신을 민나연이라고 소개한 저 여자...저 계집이 너무나도 거슬렸다.
"제가 축구를 좋아하거든요,혹시 축구 잘하세요?"
"어우,축구하면 저죠.혹시 사회체육학과 구자철이라고 못들어보셨어요?"
뭐가 그렇게 좋은 건지 입이 귀에 걸려 제 자랑을 하고 있는 구자철이 미웠다.민나연이라는 저 여자는 더더욱.눈짓 하나 손짓 하나 뭐 하나라도 마음에 차지 않았다.그녀가 무엇을 하던 성용의 눈에는 가증스러워보였다. 성용이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야 재밌냐? 자철이 잠시 뒤 문자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돌려 성용을 쳐다보았다.곧이어 당연하지.이 분 나랑 잘맞는거 같다ㅋㅋ -하고 답장을 보내왔다. 짜증이 났다.더는 구자철이 저 여자와 시시덕거리는 걸 보고있을 수가 없었다.당장이라도 가증스러운 말을 내뱉는 그녀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그렇게 생각만 할 뿐 몸소 실천을 할 수는 없어 성용은 슬펐다.
*
"오늘 즐거웠어요.다음에 또 봐요,우리."
성용의 파트너가 말했다.이에 성용은 아니요,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라며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상대는 이해를 못한건지 네?하고 되물었고, 성용은 잠시 미간을 좁혔다.
"다신 연락하지말자고.넌 즐거웠는지 모르겠는데 난 너 비위 맞춰주느라 힘들었거든."
"...!"
"그리고 그 향수냄새 좀 어떻게 할 수 없어?구역질 나."
"무,뭐라구요?"
이제까지의 모습과는 다르게 싸가지 없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여자가 잠시 당황했다가 이내 짜증을 냈다. 별꼴이야,진짜. 성용을 한번 매섭게 째려보고는 제 갈길을 갔다.성용은 자신의 골을 울리던 여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역한 향수냄새가 사라진 것에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구자철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에 전화를 걸었으나 자철은 아직도 그 여자와 같이 있는건지 받지 않았다.아무래도 에프터신청을 한 것 같았다.성용은 좋아졌던 기분이 다시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는 민나연이라는 가증스러운 여자에게 자철을 뺏길 것만 같았다.성용은 둘의 사이가 더 깊어지기 전에 갈라놓아야 한다 -는 생각을 머릿속에 새긴 채 집으로 돌아갔다.
*
약 일주일이 흘렀을까, 자철의 행동이 수상해졌다.하루종일 싱글벙글인데다가 잘 만지지도 않던 휴대폰을 손에서 놓질 않고 계속 바쁘게 움직였다. 제일 중요한건 더이상 저를 기다리지 않고 강의가 끝나면 휑하니 사라진다는 것이다.아무래도 그 여자와 계속 만나는 것 같았다. 성용은 자철이 민나연을 상대로 웃고 떠드는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났다.자철이 그 여자와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끌어안거나 키스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았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성용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것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성용은 회색 후드와 반바지를 입고 얼굴을 가리기 위한 까만 모자도 눌러썼다.그러고는 자철의 뒤를 몰래 밟았다.자철은 아니나다를까 민나연 그 여자와 만나고 있었다. 즐거운듯 웃는 그들을 보며 성용이 이를 갈았다.그들은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고 쇼핑을 했다. 어둑어둑해지자 자철이 여자를 집끼지 데려다 주려는 듯 움직였다. 성용이 모자를 다시금 꾹 눌러쓰고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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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지 똥인지 모르긋네.......
으어어어어어ㅓ어ㅓㅓ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사랑해요...
+이때까지 암호닉 신청해주신 시든나메코님,쿠키님,영웅이님,가립님,기구쨔응님,구자봉봉님,목캔디님,하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