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 (ropport) :: 환자와 의사의 상호신뢰 관계
부제, 살고싶다.
Writer by.Baby J
프롤로그 000
“ 시끄럽고, 이번엔 그냥은 못넘어가겠다. 내일부터 3개월동안 그쪽으로 출근해! ”
“ 아, 선배! ”
지금으로부터, 딱 일주일 전.
병원에 큰 소란이 있었다. 암환자에게 암을 있는그대로 설명하고
가망이없다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서, 자살시도가 있었던 것.
그 환자는 20대의 여가수이자, 유방암 말기였고
가슴절제말고는 희망이 없었다. 그래서 얘기해주었을 뿐이다.
‘가슴을 잘라내야 살수있다고, 전이되면 죽는다고’
그 후, 다음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자살기도 기사가 났더랬다.
내 의사로써의 신념은 있는 그대로 병을 설명하고
헛된 기대나 희망을 갖게 하지않는 것. 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환자 스스로 치료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것이라서
난 아직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않는다.
“ 환자와의 라포가 중요하다구요? 그만큼 환자가 알아야할 권리도 중요한거아니예요?”
“ 그래 그것도 중요하지. 근데 환자가 받아들여야할 시간을 줘야되는거 아니야?
벌써 그 문제로 3번째 트러블 생겼어. 이번에 제대로 반성하고와 "
"라포가 중요하다면서 무슨 암병동에 보내요!!!! 거기는 분위기가 너무 암울해서 싫다구요."
"거기에 가서, 고쳐주고싶다! 정말살리고싶다! 살릴수있는방법이 없나!
의사로써의 근본적인 마음가짐을 만들고 오라는거야. 말대꾸 한마디 더 할때마다
한달씩 추가 된다. 잔말말고, 시키는대로 해 “
그래서 지금 난 이곳에 서있다.
암 병동. 우울한 이곳. 공기마저 가라앉은 이곳에.
나역시도 어렸을적 이곳에서 오랜시간을 보냈었다.
아파하는 엄마를 의사들의 희망고문속에서 3년넘게 지켜봐야했었다.
중학교 입학할 때 입원했던 엄마는, 고등학교 입학할 때 내 곁에서 떠났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내게 얘기했었다.
그 3년이 아깝다고, 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걸 그랬다고.
그래서 의사가 되었다. 소중한 시간을 지켜주기위해.
“ 새로오신 선생님 맞으시죠? 호호 어머 미인이시네요!
잘부탁 드려요 선생님."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일단은“
“ 선생님은, 소아 병동 돌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마침 저쪽에 아이들이 나와있네요. 참 귀엽죠? “
소개시켜주는 쪽은 보니, 작은 휴게실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이들과, 키큰 남자 한명.
그 남자 한명 주위로 아이들이 둘러앉아서 예쁘게 웃으며 놀고있었다.
“저기 저사람은 누구예요? 간병인?”
“아니요. 김종인이라는 환자예요. 올해 23살인데, 15살때부터
여기서 지냈데요. 저희 간호사들 통틀어도 김종인씨보다 오래계신분 없을 정도죠“
“소아병동인데 왜 여기있는거래요? 무슨병이고?”
“여기서 오래 있었어서 그런지, 아이들하고 계속 지내고 싶다고 그랬다나봐요.
자세히는 잘 모르는데 뇌종양으로 계속 입퇴원 반복하고 있어요.
어린시절 추억이 없다는게 참 안타깝죠. 그래도 저렇게 늘 밝아요.
아이들도 우리 간호사들 말은 안들어도 종인씨 말이라면 주사도 잘맞는다니까요? 호호 “
간호사의 웃음소리 뒤로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서 어린 아이들과 한 곳에 뒤엉켜 노는
23살의 뇌종양 환자. 그리고 까르르 뛰어서 내게 다가와 쿵 부딪히는 한 꼬마.
“ 이렇게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면 안좋아. 어서 병실에 들어가서 누워있어.
특히 너, 너는 그렇게 뛰다가 호흡가빠지면 얼마나 안좋은줄모르고 그러는가 본데, "
"그만하시죠 선생님? “
내게 한소리듣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아이를 감싸안고, 나를보며 비웃듯이 얘기했다.
“ 지금 선생님이 하려는말, 선생님보다 얘가 더 잘 알고있으니까. ”
“ 알면 애들데리고 이러면 안되는거아닌가? 본인도 아파서, 같은처지라고 생각하나본데 “
“ 얼굴은 곱상하게 생겨서 보기보다 성격있으시네. 그럼 선생님은 하루종일 병실안에 갇혀서 있으면 건강해질수있다고 생각해요?
고쳐줄자신있어요? 그렇다면 그 말 따를게요. 장담할수있나? 희망같은건 개나주고,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해요. 난. ”
이게 김종인과 나의 첫만남이였다.
이때는 몰랐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미치도록 살리고 싶어지게 될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