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륜(不 倫)
( 부체 : 체육 선생님 )
Baby J
# 5.
“언제 왔어?”
“지금 막 왔어요.”
“그래, 아 근데 오늘 못 데려다 줄 것 같아.”
“급한 일 있어요?"
그의 전화통화를 들은 후 멍하니 뒤돌아 학생부실을 빠져나왔던 것 같다. 모두 다 내가 견뎌야 하고 감당해야 하는데 힘든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가정이 있는 사람과의 연애는 상당히 힘들다는 것을 미리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뼈저리게 느껴지는 감정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한참을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은 혹시나 내가 아픈가 보건실을 가라며 부추겼고,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보건실에서 몇 시간이고 누워 새하얀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것도 모르는 채 아무도 없는 보건실에 누워있을 때 즈음, 보건실 문이 열리며 담임선생님이 들어왔고,
가방을 챙겨주며 많이 아픈 것 같으니 어서 집에 가라는 말을 남기고 보건실을 나갔다.
고작 다른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 것만 봤을 뿐인데 이렇게 온종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하다니, 나 스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보건실 이불을 정리한 후 가방을 메고 나오니 그 사람이 퇴근하려던 것인지 바쁘게 움직이는 게 보인다.
조용히 학생부실 문 앞에서 그 사람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니 시선을 느꼈는지 언제 왔느냐며 묻는다.
아, 잠시만. 데려다 주지 못할 것 같다는 그 사람은 학생부장 선생님의 부름으로 인해 겉옷과 휴대폰을 나에게 건네곤 빠르게 학생부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꼭 일찍와~ 배란주기니까 꼭 일찍!!]
그가 맡겨놓고 간 핸드폰의 진동이 짧게 울리며 미리 보기로 문자 내용이 떠버렸다. 훔쳐보려던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결국은 보게 되었다.
배란주기? 임신 가능일? 문자 내용을 보곤 급격하게 생각이 많아져 버렸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그의 와이프가 임신을 해버린다면 우리 관계는 더욱 빨리 끝날 것만 같았다. 그랬기에 어떻게 해서든 그를 붙잡고 싶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랑이 점점 집착으로 바뀌는 것만 같아 나도 내가 무섭지만, 그와 이리도 빠르게 헤어지는 건 싫었다. 1년을 넘도록 매달린 끝에 겨우 얻게 되었는데….
“후, 바쁘다 바빠.”
“나 오늘 데려다 주면 안돼요?”
“어?….”
“걸어갈 힘이 없어요. 온몸에 힘이 축 빠지고…. 계속 보건실에서만 있었어요.”
“…그래, 가자.”
학생부실에서 나온 그에게 대뜸 데려다 달라 하며 온몸에 힘이 축 빠진다고 하니 잠시동안 망설인 그는 데려다 주겠다는 말을 남기곤 주차장으로 향했다.
미리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었다. 그의 와이프에게. 오늘만큼은 최후의 수단을 써서라도 그를 집에 보내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으니.
그와의 관계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점점 더 악녀가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렇게라도 그를 붙잡고 싶었다.
내 평생을 다 할 만큼 그를 사랑했으니까. 어쩌면 동경의 감정을 착각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똑똑히 말해주고 싶었다.
내 감정은 동경도, 어린 날의 철부지 짓도 아닌 절실한 사랑이라는 것을.
“내려, 집까지 데려다 줄게.”
“고마워요.”
“뭐가 고마워, 당연한 건데.”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시동부터 끄곤 내 가방을 멘 채 차에서 내렸다.
그와 같은 집으로 들어서는 것을 항상 상상해왔는데 이렇게 이뤄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나쁜 마음을 품고 들어가리라곤….
종인아 오늘 집에서 친구 재우기로 했으니까 내일 와 미안해.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종인이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내곤 그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가방을 소파 위에 올려둔 그는 이제 그만 가야겠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곤 신발장으로 향했다.
“요즘 계속 무서운 꿈을 꿔요. 계속 생각나서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못 자겠어….”
“……….”
“나 자는 것만 보고 가면 안 돼요…?. 내일 주말이니까….”
신발을 신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무작정 껴안아 버렸다. 그리곤 그를 붙잡기 위해 무슨 말이든 던져버렸다.
그를 잡기 위해선 여태껏 지켜왔던 순결을 내놓을 만큼 간절했다. 그와 그의 와이프 사이에 있어선 걸림돌이 되고, 가정파탄자가 되겠지만.
내 간절함을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직 미성숙하지도, 그렇다고 성숙하지도 못한 어정쩡한 내가 이리도 원하는 사람이니.
-
결국, 그 사람을 붙잡았다. 짧은 전화통화를 마친 그 사람은 화장실 좀 쓰겠다며 화장실로 향했고, 그 틈을 타 만반의 준비를 했다.
처음이라 많이 무섭고 두려웠지만, 그 사람만을 생각하면 더는 두렵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불안함을 떨쳐내려 했다.
그 사람이니까. 변백현이니까. 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모두 다 잘 될 것이라고,
“집에 가서 씻으려고 했는데 오늘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괜찮아요, 저도 좀 씻을게요.”
“ㅇ,어? 어, 그래.”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탁탁 털며 나오던 그 사람에게 웃어주곤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왔다.
욕조 안에 물을 가득 채운 후 손톱을 물어뜯으며 또 한 번 갈등에 휩싸였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나조차 내 마음을 모르겠다.
그가 정말 좋은데 이런 방법까지 써서 붙잡아야 할까, 비참해진다면 비참해지고 더럽혀진다면 더럽혀질 텐데.
그가 절실하긴 하지만 그의 와이프에게 미안한 마음 또한 가득했다.
하지만 그 생각들도 잠시였던 것 같다.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욕조 안으로 들어가 가만히 앉아 내 몸을 휘어잡는듯한 물에 몸을 맡기곤 눈을 감으니 생각이 점점 바뀌어간다.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이 있듯,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느 정도다.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려있을 뿐.
『 눈두덩 〃 찌릉 〃 비타민 〃 예찬 〃 모카 딸둥이 〃 으르렁 〃 시카고걸 〃 자판기 〃 쌀과자 메론빵 〃 라인 〃 웨하스 〃 리인 〃 잇치 』 아.. 뭔가 제가 불마크라니.. 어색하네요ㅠㅠ 다음편? 정도에서 달 예정입니다!ㅎ 연재 주기가 항상 이렇게 오락가락하네요ㅠㅠ 연재 좀 제대로 해보겠다고 마음 먹으면 바빠지고.... 죄송해요 독자님들 ㅠㅠ 아, 그리고 암호닉은 언제든지 신청 가능하시니까 댓글로 달아주세요~암호닉 Baby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