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륜(不 倫)
( 부제 ; 체육 선생님 )
Baby J
# 4.
그만 들어가. 그와의 짧은 입맞춤을 뒤로 한 채 아무런 말도 없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정적을 먼저 깬 사람은 그 사람이었다.
그만 들어가라는 말을 남긴 뒤 머리를 한번 헝크린 그 사람은 손을 힘껏 흔들며 돌아섰다.
내가 바라왔던 상황이 이제서야 실현되었지만, 불안함은 감출 수 없었다.
모두에게 축복받지 못하는 연애인 만큼 더욱이 빨리 끝낼 우려가 있으니, 불안함을 쉽사리 떨칠 수 없었다.
한참을 불안함에 핸드폰만 꼭 쥐고 있었다. 만약 그의 와이프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어쩌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이리저리 휘저어 놓는 것 같아 인상이 찌푸려졌다.
만일 들키더라도 내가 이혼을 요구하기엔 턱없이 어리고 턱없이 모자라니까. 이혼을 요구할 생각 또한 없다.
아…. 어쩌다 이렇게 깊게 생각을 해버렸을까. 그냥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면 좋았을걸.
머릿속이 온통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와이프 생각으로 가득 차 복잡하다.
“○○○! 괜찮아? 뭔데, 왜. 무슨 일인데.”
“아…. 이제 괜찮아.”
“왜 울었는데.”
“누가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따라와서….”
“그래서,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선생님이 데려다 주고 방금 가셨어.”
진짜 속 더럽게 썩인다 너. 머릿속을 가득 채우곤 목을 죄어오는 듯한 복잡함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종인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날 보자마자 내 어깨를 붙들곤 소리치는 종인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니 내 머리를 살짝 쥐어박는 종인이다.
내가 괜찮은 걸 확인한 종인이는 아무 말도 없이 날 내려다보기만 했고, 난 그저 그런 종인이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이렇게 종인이와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고 있는 이 와중에도 아직 입술에 남아있는 그의 온기에 입술을 매만지곤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와중에도, 종인이와 함께인 이 와중에도 그가 집은 잘 가고 있는지 그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지 걱정이었다.
“걱정돼서 안 되겠다. 내일 짐 가져와야지.”
“들어가자, 추워.”
-
“그만 일어나, 학교 가야지.”
아침 단잠을 깨우는 종인이의 목소리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방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날 깨우는듯한 종인이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짜식, 꼴에 남자라고. 피실피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아침은 꽤나 오랜만인듯하다. 항상 혼자였던 아침이 종인이 덕분에 둘이 되고, 외롭지 않았다.
아침부터 즐거워서인지 오늘 하루는 꽤 괜찮을 것만 같다.
‘일어났어?’
“응, 일어났어요.”
‘집 앞이니까 빨리 준비하고 나와.’
“네?”
‘빨리 나와, 샌드위치 사왔어.’
“알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방을 나와 화장실로 향하자마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늘 있던 전화였지만 괜스레 오늘 더 설레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와 연애 아닌 연애를 한 후 처음 하는 전화통화기에 더욱 설렜는지 모르겠다.
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린 다른 때와 다르게 더욱 달콤했고, 집 앞이라는 그의 말에 빠르게 준비를 한 것 같다.
이로써 나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는가 싶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 학교 갈 준비를 마친 후 가방을 메고 쫄래쫄래 거실로 나오니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종인이가 물을 마시며 묻는다.
아침잠도 많은 녀석이 날 깨우기 위해 알람을 도대체 몇 개를 맞췄던 건지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 쌓여있는 듯 하다.
현관 앞에 앉아 신발을 신으며 비밀이라며 배시시 웃는 내가 이상했는지 인상을 찌푸리던 종인이는 잘 갔다 오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듯 싶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죽을상이었던 내가 이렇게 밝게 웃으니 종인이도 이상하겠지 싶었다.
“밥 안 먹었지?”
“네, 쌤은 먹었어요?”
“먹었어, 배고프겠다. 빨리 먹어, 음료수도 먹고.”
“근데, 이렇게 같이 가도 돼요?”
“학교 앞에서 내려주고 난 한 바퀴 돌고가지 뭐,”
집을 나와 그의 차를 발견하곤 무작정 뛰어 차에 올라탔다. 차에 타자마자 그 사람은 내 머리를 쓸어넘겨 주며 샌드위치를 넘겨줬다.
아침 일찍부터 그의 얼굴을 보니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듯 했다. 그와 색다른 대화를 하고 달콤한 말들을 주고받으니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학교로 향하는 짧은 시간 동안 그와 눈을 맞추고 웃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멈추면그와 난 영원히 함께일 텐데.
“천천히 들어가고 있어, 금방 갈게.”
“알겠어요.”
“………. 어, 그, 밤새도록 보고 싶었어.”
학교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창문을 반쯤 열어둔 채 보고 싶었다는 말을 남기고선 부끄러운지 쌩하니 없어지는 그 사람.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없는 학교 앞 신호등에서 그와 나눈 대화는 참 짜릿하고 행복했다.
장난기 가득하고 표현조차 하지 않던 그가 정식으로 만나고 난 후부터 새삼스럽게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보고 싶었다는 말을 들은 후 어찌할 줄을 몰라하며 신호등의 신호가 초록 불로 바뀔 때까지 얼굴을 붉히며 서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꿈꿔오던 연애를 이제서야 하고 있다. 드디어, 1년을 넘게 혼자 앓다가.
들킬까 무섭다는 생각보단 그저 달콤한 말을 내뱉는 그 사람이 너무 좋았다.
“응, 자기야. 오늘? 그래, 예쁘게 하고 있어. 일찍 갈게. 사랑해요.”
천천히 들어가고 있으라는 그의 말을 보고 싶었다는 말로 인해 까맣게 잊고선 설렘에 가득 찬 발걸음으로 빨리 걸으니 금세 교실에 도착해버렸다.
아차, 하는 마음에 가방을 내려둔 채 그가 있는 학생부실로 향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책상 위에 가득 쌓인 서류들을 정리하며 전화통화를 하는 그 사람을 보곤 달려가 안겨볼까,
혼자 생각하며 문 앞에 서 있던 그 순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는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곤 잠시 멈칫했다.
내가 다 감당해야 하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저 그런척해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사랑해요, 그의 입에서 언젠간 꼭 한번 듣고 싶었던 말을 듣게 되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을.
암호닉 |
『 눈두덩 〃 찌릉 〃 비타민 〃 예찬 〃 모카 딸둥이 〃 으르렁 〃 시카고걸 〃 자판기 〃 쌀과자 메론빵 〃 라인 〃 웨하스 〃 리인 〃 잇치 』 |
Baby J |
굉장히 늦게 와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조카가 놀러왔다가 이상한 바이러스들을 막 깔아버려서 이렇게 늦게 찾아왔네요ㅠㅠ 오늘은 한편 더 업데이트 하려고 해요! 내용 전개 상 불마크를 한번? 두번? 정도 달 예정이었는데 독자님들이 읽기 껄끄러우시면 안달려고요~ 불마크 껄끄러우시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불마크 바로 빼고 다시 전개하겠습니다! 늦어서 정말 죄송해요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