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de Out 너는 나의 빛이었다. 찰나의 섬광 속에서 너는 오롯한 나의 태양, 그리고 또 다른 나였다. 온 매체에서 너의 이름 석자를 자극적인 말과 색으로 도배하는 것을 나는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 핸드폰의 전원을 분리하고, TV의 콘센트를 뽑았다. 창문을 타고 넘어오려는 세상을 커튼으로 완전히 차단했다. 어둠만이 존재하는 이 곳은 여전히 우리의 향기만 가득했다. 함께 눈을 뜨던 침대, 서로 거울에 비춰진 부은 얼굴을 비웃으며 양치질을 하던 욕실, 서툴게 아침상을 차리는 나의 등을 감싸는 너로 가득했던 부엌. 아, 그 곳엔 우리가 있 었다.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했던 우리가 있었 다. 인터넷에 너를 검색하면, 나는 모르는 네가 있다. 나는 네가 어느 영화의 시사회에 갔는지, 어떤 디자인의 수트를 입었는지, 네가 타고 다니는 차의 가격이 얼마인지 몰랐다. 내가 아는 너는 내가 해주는 해물 스파게티를 제일 좋아하는, 몰래 버스를 타는 것을 즐기고, 함께 맞추기로 한 신발의 최저가를 필사적으로 찾는 그런 사람이었다. 화려한 너는 그토록 평범했고, 그토록 평범한 너는 이 무채색의 우울한 세상 속에서 오롯한 나만의 그림이었다. 가만히 거실 바닥에 누워 귀를 기울이면, 너는 다시 되살아났다. 욕실 청소를 하는 나에게 물을 잔뜩 뿌리고 도망가는 너의 가벼운 발자국 소리, 토요일 저녁에 서로의 체온 속에 섞이던 웃음 소리, 별 것 아닌 일에 토라진 나를 위해 열심히 변명하던 당황한 목소리. 수많은 일상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기억을 스쳐지나간다. 남자주인공, 김종인. 여자주인공은. 우리의 마지막은 어땠지. 김종인, 집에서 목 매달아서, 매니저가 발견, 이미 죽어. 조각조각 부서진 목소리가 칼날이 되어 심장을 난도질했다. 너의 죽음을 나에게 처음 전해준 것은 우습게도 친구였다. 뜸해진 연락과 만남에 서운해지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차마 가늠할 수조차 없었던 고통에 나는 몸부림쳤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은 지나치게 화려했고, 잔인했다. 온 세상에 가득해진 그 이름이 너의 죽음 후의 나에겐 전부였다. 나는 너의 어둠이었다. 너라는 그림 뒤에 펼쳐진 끝없는 어둠. 그가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어느 리포터의 말에 너털한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우울증. 너와는 어울리지 않는 암울한 병명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가 스스로 죽음을 택했던 날, 그는 극심한 불안감에 빠져있었다고 리포터는 이어 말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두 번째였을 것이다. 너의 매니저가 우리 집에 방문한 것은. 수척한 얼굴의 그는 너의 흔적이 가득한 집 안을 한 번 훑고는 입을 열었다. "종인이가 많이 힘들어했어요. 못 볼 꼴도 많이 보고, 후회도 많이 하고... 그래도 여기에 올 때만큼 은 웃었는데..." "......" "나쁜 새끼." 나쁜 새끼, 그는 그렇게 말을 끝낸 뒤 울기 시작했 다. 간간히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집 안에 가득 해진 그의 울음소리가 서러웠다. 아마 네가 많이 의지했을 든든한 등을 토닥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였다. TV 옆에 놓여진 액자 속의 너와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호쾌하게 웃는 네 옆에서 브이를 그리고 있는 내가 보인다. 네가 데뷔를 하기 전일 것이다. 네가 데뷔를 하고 나서 우리는 단 한 번도 함께 사진을 찍지 못했다. 평범했다면, 너는 여전히 내 곁에 있었을까. 네 웃음이 잔인해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았다. 다시 TV의 콘센트를 꽂고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영원히 멈춰있을 것 같던 세상은 또 다시 변해있었다. 계속 되는 진동에 뜨거워진 핸드폰을 건조하게 바라보다 브라운관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느 새 너의 이름은 사라졌다. 세상은 그렇게 우리를 잊었다. 억압당한 목이 결코 아프진 않았다. 커튼을 쳐내자 찬란하게 쏟아져내리는 햇빛에 얼굴을 찡그렸 다. 그러나 그 햇빛 너머의 세상이 비로소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마 너와 가까워졌기 때문이리라. 발 아래의 의자가 삐걱거렸다. 지난 여름 베란다 창문을 닦는답시고 의자에 올라갔다가 결국엔 망가트린 너였다. 부끄러움으로 상기된 얼굴을 한 채 부서진 의자다리를 테이프로 감던 네 등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나는 웃고 있을까. 둔탁한 소리와 함께 넘어진 의자가 보였다. 더 아래엔 먼지가 껴 더러워진 테이프가 여전히 다리를 고정하고 있었다. 발버둥치는 다리가 일요일 오전이면 리모컨을 두고 너와 몸싸움을 하던 나를 떠올리게 한다. 본능적으로 목을 부여잡은 손이 점점 흐려졌다. 햇빛을 입은 나는, 아름다울까. 너는 나의 빛이었다. 찰나의 섬광 속에서 너는 오롯한 나의 태양, 그리고 또 다른 나였다. 나의 내일엔 태양이 있을까. 발 밑으로 드리워진 두 그림자가 하나가 되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곳엔 네가 있었다. 너와 함께 눈을 뜨는 그 아침을 추억해. 내일 아침에는 부디 예전처럼 따스한 네 품 안에서 눈을 뜨길. 다음 세상에선 부디 공존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죄송해여.... 이런 글로 다시 찾아뵈어서..... 진짜 제목 그대로 조각이구여 원래 내용 더 있는데 생략했어요.... 니니와 '나'의 마지막 만남.... 안 넣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사실 갠홈이랑 자주 가는 카페에 올렸던 건데 이렇게 인스티즈에 올려봅니다 하하 이과훈남은 후.... 진짜 죄송해여.... 빨리빨리 올리게씀당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잘 것 없는 글 보시느라 수고하셨어요ㅠㅠ 그나저나 오늘 구독료 없는 날이라면서요?? 다행이다ㅠㅠㅠ 여러분의 포인트는 소중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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