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아!!! 누나 컴퓨터 좀 쓴다!!"
세훈이의 방 문을 벌컥 열고 말하자 침대 위에서 폰으로 쿠키런을 하던 오세훈이 벌떡 일어났다.
"아오! 노크 좀 하라고, 노크!"
"야 우리 사이에 무슨 내외야. 쑥스러워 하기는."
아구구구 우리 귀여운 세훈이. 13 명 중 막내라 그런가, 사실은 나랑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지만 유난히 귀엽다.
사실 김종인은...음...넌 동생이라기엔....뭔가 좀 그래...
"됐고 니 노트북 써! 멀쩡한 노트북 냅두고 왜 그러는데!!"
"야...내 노트북...얼마 전에 사망하신 거 모르냐."
"아, 맞다."
사실 내가 이렇게 오세훈에게 컴퓨터 구걸을 하러 온 이유는 얼마 전 생일 때 준면이 오빠에게 선물 받은 내 사랑, 내 베이비, 최신형 노트북이 얼마 전에 사망...후. 사망하셨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하자면 우선 황자도 (고등학교 때 중국으로 어학연수 다녀오더니 지 이름이 진짜 타오인 줄 안다.) 가 얼마나 병신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도 우리 집안 유전자가 나쁜 건 아닌데. 졸업한 민석, 루한, 희수 오빠는 모두 나름 괜찮은 회사에 취직해서 벌이도 좋고. 나머지 오빠들도 다들 서울에서도 괜찮은 대학에 진학한 상태. 근데 황자도 이건 뭐... 중국 어학연수 빨로 인서울 하긴 했지만 정말 13남매 대표 멍청이다. 평소에는 그나마 멀쩡한데, 이상한 데서 꼭 뻘짓을 해서 바보 소리를 듣고야 만다. 근데 더 기분 나쁜 건, 꼭 나까지 끌어들여서 쌍으로 바보 만든다는 거다. ssibal. 오빠들은 그래서 나랑 타오랑 둘을 우리 남매 바보 서열 1,2 위로 보는 것 같지만...
아니라고!! 나랑 얘랑은 아예 갭이 틀려! 차원이 틀리다고!
...며칠 전. 학교 과제로 내 노트북을 빌려간 황자도가 울상이 되어서 방에 들어왔다.
"징어야... 전원이 안 켜져..."
"뭐 쉬바?"
존나 달팽이 백 개쯤 잡수신 패닉 상태에 빠진 나는 미친 듯이 전원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화면은 그저 깜깜할 뿐. 아니. 밧데리도 연결돼있고, 안 될 이유가 없는데. 너 무슨 짓을 한거야. 그렇게 한 시간 여의 취조 끝에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뉘. 징어 컴퓨터가 줜나 더러운궈야. 먼지도 겁나 많궈. 때도 껴가지고."
아나. 이 새끼 은근 디스하는 거 봐라? 컨트롤 비트 다운 받는다. 나의 째림을 받고서야 황자도는 그 말을 이어갔다.
"암튼. 그뤠서 나는 청소해주려고, 씻었는데... 깨끗하게 씻고 나니까... 불이 안 들어와서..."
"씻었다고? 뭘로 씼었는데"
"...물..."
ssibal. 그 순간 나는 정말 진지하게 엄청난 고민을 해야 했다. 황자도는 바보 중의 바보인가, 아니면 존나 그 동안 정체를 숨기고 기회를 노리던 천재인가. 이거 진짜 모르고 순수한 의도로 이런 건가? 아니면 존나 영악하게 나를 엿 맥이려고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낸 건가?
아무튼... 그리하여 얼마 전 황자도가 내 신상 베이비에게 한 짓은 정말 걔의 레전드 뻘짓들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미안하다며 자기가 새 노트북 사주겠다고 난리를 치던 자도는 준면 오빠의 입에서 그 가격을 듣고서야 깨갱 하며 꼬리를 내렸고. 역시 모든 것은 돌고 돌아 물주 준면 오빠의 몫으로. 준멘! 그래서 현재 내 신상 베이비는 수술실에서 얌전히 수술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 말씀.
"...아. 눈물 날라 그래."
미간을 부여잡으며 눈물 뽑아낼 준비를 하자 슬슬 입질이 오는 우리 세후니.
"야... 누나. 괜찮아?"
오구 오구. 우리 세후니 누나 걱정됐쩌여~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오늘은 목적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작전상 후퇴다. 일보진전을 위한 이보후퇴랄까? 훗. 시온이 노래 듣는 차윤서 빙의해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찜찜한 표정으로 알았다며 자리를 비켜주는 세훈이.
"아, 딱 한 시간만이야!"
"옹 알았어~"
"그럼 나 나갔다 온다"
"꾸랭~"
히히. 내가 이렇게 코맹맹이 소리로 귀여운 척을 해도 별 말 안 하는 건 우리 세훈이 뿐일거야. 사랑한다 동생아. 과제를 마무리하고, 내 사랑 엑소 독방에서 노는데, 이미 다 본 짤들 뿐이잖아ㅠㅠㅠㅠ. 심심한데 오세훈 컴퓨터나 좀 뒤져볼까...? 근데 아무리 뒤져도 게임들 뿐이다. 아오, 재미없어. 실낱같은 희망으로 '오세훈' 이라는 폴더를 클릭했는데 오로지 게임이랑 과제 뿐. 응...? 근데 이건 뭐지...?
인강? 아유 풋풋하다. 나도 고딩 때는 이런 거 많이 들었었는데. 메가스토디 김쌤의 수리영역 만점 특강! 뭐 요런거. 근데, 즐겨찾기까지 등록이 되어 있는 게...오세훈 이거 이렇게 공부 열심히 했었나? 여러분. 뭔가 스멜이 나지 않나요? 내 마음이 불타고 있ㅈ... 아니, 이게 아니지.
자작나무는 아니고, 조작나무 타는 냄새가 난단 말이요. 이 꼬리꼬리한 냄새는 분명... 셜록 홈즈 빙의해서 폴더들을 클릭했는데, 어 진짜 인강인가보네? 한국사부터 시작해서 수리 영역, 언어 영역... 근데 아직도 뭔가 찜찜한데. 뭐지... 아무 생각없이 [박선생의 수리수리마수리 - 수능수리완전정복 01강.wmv] 를 클릭했는데. 응...?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이 살색 영상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오우. 내가 한동안 우리 남매 보물사냥을 안 했었구나^-^..? 내가 고등학생이고, 내 위로 형제들이 한창 들끓는 피를 소유하고 있던 시기에, 나에게는 전설과도 같은 별명이 있었다. 바로 야.동.사.냥.꾼. 벌처럼 날아서 나비처럼 야동을 파.괘.한.다. 덕분에 형제들의 폴더 숨기기 능력은 나날이 늘어갔고,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끝나나 했는데... 우리 세훈이는 경험해 본 적이 없었나 보군?
근데 아나. 진짜 너무 귀여운 거 아님? 어떻게 인강으로 블러핑 칠 생각을 하냐. 역시 우리 막내. 오구오구. 하지만 막내야. 이런 거 많이 보면 건강에 좋지 않아요. 성인 돼서 건전한 성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면 안 된단다. 순간 나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아주 어메이징한 아이디어.
(남동생 야동 폴더 발견한 누나의 행패.jpg/ 출처: 네이트판)
유레카!!!!! 역시 네이트판은 최고의 포털 사이트야!
"으흐흫흐흐흐흐흐흐흫"
똑같이 하면 재미없겠지?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옛날에 쓰던 아이디를 떠올려 접속한 인강 사이트에서 진짜 인강들을 다운받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좀 천재인듯. 근데 세훈아. 내가 진짜 내 돈 써가며 누구 갈군 적은 처음이야. 그러니까 다 내가 너를 사랑해서 그런거란다. 우리 막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너무 재밌당. 결국 다운받은 인강들을 이용해 세훈이의 보물들을 모두 진짜 인강으로 바꿔놓고 제목만 그대로 놔뒀다.
울 세후니. 공부 열심히 해야지~ 때마침 들려오는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잽싸게 폴더를 모두 닫고 컴퓨터를 껐다.
"누나. 다 썼냐?"
"응~ 오구오구. 우리 세후니. 공부 열~씨미 해!"
"왜 이래, 이거. 뭐 잘 못 먹었냐?"
세훈이에게 엉덩이 토닥토닥 스킬을 시전해주시고 잽싸게 방을 빠져나왔다. 에헤헹.
"아악!!!!!!!!!!!!!!!!!!!!!!!!!!!!!!!!!!!!!!!!!! 누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훈이의 안쓰러운 절규가 온 집안에 울려퍼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더랬지. 이번 사건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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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들~♥
홍홍내가지금부터랩을한다 / 두비두바 / 향기 / 홍홍 / 하마 / 비타민 / 쟈나 / 똥백현 / 젤리 / 망고 / 니니 / 정은지 / 핑꾸색 / 홍차 / 펭귄 / 눈누난나
/ 태긔 /플랑크톤 회장 / 됴륵 / 호현 / 영찡 / 옌니 / 봄빛 / 비타오백 / 우럭아우럭 / 미역 / 루루 / 카스텔 / 둉글둉글 / 햄버거 / 라인 / 텐더
[암호닉 신청 아무때나 받아요!! 신청하셨는데 안 올라와 있으면 못 본 거니까 말씀해주세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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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상 세훈이는 고등학생인 것으로! 옴니버스 형식이다 보니 매번 쪼금씩 설정이 바뀌기도 해요 양해해주세요 (하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