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부장 / 40세
"여주 씨, 자료 확인 해줘요."
"네, 확인 했습니다!"
"휴가는 잘 다녀 왔나?"
"넵! 배려해 주신 덕분에 잘 쉬다 왔습니다!"
(열심히 사회생활 중)
"그래? 우린 여주 씨 몫까지 하느라 꽤 힘들었는데."
"하핫... 쉬다 온 만큼 제가 더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
"역시~ 내가 이래서 우리 여주 씨 좋아해."
"하핫... 감사합니다!"
"그래서 휴가 때 어디 다녀 왔나? 휴양지? 부모님 댁?"
"하하... 그냥 가까운 곳..."
"내가 너무 사적인 부분 물어봤나? 미안해요."
"계속 일 봐요."
"넵!"
여주의 대답을 끝으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만 가득차는 사무실. 여주는 애써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 시키려고 하지만, 자꾸만 휴대폰으로 시선이 샌다. 주말까지 포함해서 5일을 쉬다 온 탓에 집중이 안 되는 것도 맞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하... 미쳤다."
애써 잊어보려고 노력하던 어제의 일을 상기시킨 유 부장 때문이었다.
-
하루 전
박여주 / 27세 / 휴가 내고 오랜만에 넷플 정주행하는 중
"헉, 얘네 드디어 키스한다...!"
5일의 휴가 중 단 하루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여주. 바쁜 일상 때문에 보지 못하고 있었던 드라 정주행 중이다. 오랜 기간 삽질만 하던 주인공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키스를 나누기 시작한 그때,
『 여주 씨, 휴가 중에 연락해서 미안해요. 도무지 스토리가 안 풀려서 그런데, 혹시 지금 전화 돼요? - 김태형 / 2021년 6월 3일 』
"핫쒸!!! 깜짝이야!"
"... 갑자기 웬일이시지? (두근)"
휴가 이후, 오랜만에 온 태형의 연락. 분명 일 연락이지만 여주는 화가 나기 보다는 설레는 감정이 더 컸다. 어느새 주인공들의 키스씬은 뒷전이 되고, 여주는 빠르게 답장하기 시작했다.
"네... 통화 가능... 합니다... 전송!"
♩♪♬
김태형 작가님
"허억...! 이렇게 빨리 전화가 온다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후,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는 여주.
"ㅇ... 여부세요?"
"네, 여본데요."
"네? 무슨 그런 농담을..."
"... 재미 없었으면 죄송해요."
"아니 뭐...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고... 근데 어떤 부분이 잘 안 풀리시는 거예요?"
"아, 이제 슬슬 사귀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모르겠어서요."
"네?! 작가님 누구랑 사귀시려고요?!"
"... 아니, 웹툰이요. 웹툰."
"아하... ㅎㅋ..."
"그래서 그런데, 오늘 나 좀 만나줄래요?"
"아, 네. 뭐... 그 정도야 해드릴 수 있죠."
"네, 그러면 편한 시간 문자로 보내줘요. 여주 씨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갈게요."
"네에... 끊을게요."
태형과 전화를 끊은 여주의 얼굴은 붉타는 고구마가 된지 오래였다.
"네, 여본데요."
"아, 이제 슬슬 사귀어야 할 것 같은데"
"오늘 나 좀 만나줄래요?"
.
.
.
"... 작가님 취미가 이중적으로 말하기, 뭐 그런 거였나."
침대 헤드에 머리를 기대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여주였다.
-
"드라이브 괜찮죠?"
"네, 괜찮고 말고요."
잔뜩 긴장한 채로 태형의 차 조수석에 올라탄 여주. 태형이 미리 사온 커피를 마시며 애써 목을 축이는 중이다. 내가 원래 이렇게 뚝딱거리는 타입이었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여주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형은 작품 이야기에 한창이다.
"최근에 삽질이 심하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원래는 조금 더 애태울 생각이었는데..."
"그냥 사귈까요?"
"ㄴ...네?"
"갑자기 사귀자고요...?"
"... 현태랑 소희 말한 건데."
"아..."
"... ... ..."
"... ... ... ... ... ..."
말이 없어진 두 사람. 숨 막히는 정적을 깨트린 건,
운전대를 잡지 않은 오른손으로 여주의 손을 맞잡은, 태형이었다.
-
다시, 현재
"아, 미친... 미친 거 아냐...?"
어제의 일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여주. 급기야 이 곳이 회사라는 사실도 까먹고, 책상에 고개를 묻어버렸다.
"크흠, 여주 씨. 휴가 다녀왔다고 너무 풀린 거 아닌가?"
"아, 아닙니다... 일 하겠습니다."
유 부장의 눈치에 고개를 들어올린 여주. 하나도 집중되지 않지만, 애써 시선을 모니터에 고정시켜 본다. 연애 원투데이 해보는 것도 아니고, 정신 차리자! 여주의 다짐은 30초도 지나지 않아, 태형의 카톡 때문에 사라지고 만다.
『 퇴근하기 전에 연락해요. 데리러 갈테니까. - 김태형 / 2021년 6월 3일 』
『 보고싶다 - 김태형 / 2021년 6월 3일 』
웹툰 작가와 관리자가 배틀하다가 정분나는 썰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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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많이 늦었죠?
현생도 현생이고...
컴백도 컴백이고...
여러모로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업로드 합니다 ㅠ_ㅜ
오랜만에 써서 그런지 감을 다 잃은 것 같아요
내용이 산으로 간 느낌...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