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길어졌어.. 지루하겠다 먄해
그래도 호석이 감정이랑 탄소 감정이랑 뭐가 다른지 표현은 해야겠어서 ;ㅅ;
이 후로 한편 더쓰면 호석이 썰은 끝날거야 아마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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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를 처음 본건 오티 때였다. 탄소는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성격이 워낙 활발해 여기저기 쏘다니던 탄소는 주량도 센 편이었는지 술쟁이 선배들께 예쁨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주량이 그렇게 세지도, 나서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조용히 있었다.
그렇게 오티 이후로 어떤 사정이 생겨 번번이 술자리에 나가지 못했고 그렇게 선배들 사이에서 잊힐 즘
김남준 녀석이 복학을 하시는 선배가 나온다며 안 나오면 큰일 난다고 날 억지로 끌고 술자리에 데려간 그날이었다.
김남준 그 자식은 날 끌고 놓고선 자기는 그대로 쏙 빠져나갔다. 내일 어떻게 해버릴까 고민할때쯤 누군가가 합석했고
그곳에서 다시 탄소를 만나게 됐다.
"와, 반가워. 16학번 정치외교과 이탄소야!"
갑작스럽게 선배가 자기소개를 하라며 나를 부추겼었다. 하던대로 능청스럽게 일어나 표정을 고치고서
사람좋게 인사를했다. 자리에 앉으려 시선을 내리까는데 내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탄소가 보였다.
그러더니 나를 쳐다보곤 손을 내밀어 인사를 건네는게 아닌가.
탄소가 먼저 말을 걸어줄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바보같이 얼버무리며 인사를 나눴다.
내 어중간한 인사 덕분에 오해를 했는지 그 뒤론 내게 시선을 한번도 주지 않아 괜히 우울해지는 기분이였다.
"부어라! 마셔라! 우리 탄소 잘마신다!"
"캬- 이정도는 껌 아니겠습니까 선배님"
탄소 바로 옆에 앉은 복학생 선배가 남자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술을 계속 따라줬고
대선배다 보니까 거절을 하기 힘들었던지 받는 족족 마셔대던 탄소는 얼마안가 테이블에 고개를 박았다.
그제야 만족한듯한 복학생 선배는 은근슬쩍 탄소 어깨를 감싸며 취한것 같으니 데려다 주겠다 말을 꺼내는게 아닌가.
이대로 탄소를 보내면 큰일 날것만 같아 평소 절대 나서지 않던 내가 벌떡 일어나,
"아, 선배님 오랜만에 오셨는데 후배 때문에 자리 뜨면 아쉽잖아요. 제가 데려다 줄게요."
하며 자리를 옮겼다. 내 말에 다행이도 다른 선배들께서 맞아요, 선배님 자린데 뜨면 안되죠! 하며 복학생 선배를 끌어 앉혔고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는 복학생 선배가 내게 탄소를 던지듯 넘겨줬다. 덕분에 비틀거리던 탄소는 휘청이며 내게 안겼고
이대로 있다간 복학생 선배의 눈총이 점점 따가워 질것만 같아 등에 업고는 그대로 술집을 빠져나왔다.
"으응.. 나 날아다녀..? 응?"
"깼어? 많이 취해서 데려다 주려고 나왔어. 주소 말할수있겠어?"
"우리집~ 쩌어기 빌라 보여어..? 저기.."
잠에서 잠시 깬듯한 탄소가 술주정을 했다. 술주정 마저도 귀여워 작게 웃고는 주소를 불러달라니
낮은 집들 사이에서 보이는 빌라 하나를 가리키더니 그대로 내 어깨에 고개를 박고는 말이 없었다.
대충 어딘지는 알겠으나, 빌라 이름을 몰라 택시를 타기도 애매했기에 그대로 걸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멀지도 않은 것 같아 길을 따라 쭉 걷는데, 탄소가 다시 내려달라며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아아아- 나 걸어갈래.. 걸을거야아"
"괜찮겠어? 어어-"
내려달래서 내려주긴 했는데.. 또다시 휘청이며 내게 기대오는 게 아닌가.
참을 인자를 수십 번 외쳐대며 탄소를 부축하고 한걸음 한걸음 걷는데
그 작은 입술에선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한참 소리가 흘러나왔다.
"있지이- 호석아아, 여기서 하늘보면~ 달 어~엄청 예쁘다?!"
너가 더 예뻐. 오글거리지만 정말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었다.
차마 입 밖으론 내뱉을 수가 없어 속으로 삼키며 그렇게 탄소의 주정을 들으며
한참을 느린 속도로 걷다 탄소가 가리킨 그 빌라 앞에 도착을 했을 때쯤,
"야아- 어디가 일루와!"
하며 나를 안는게 아닌가. 나 정호석도 남자인지라 달아오르는 얼굴에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쪽-
부드럽고 따뜻한 무언가가 제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멍하니 저를 안고 헤실헤실 웃는 탄소를 바라보는데 한번 더,
쪽-
내 입술에 온기를 주곤 그대로 올라가 버리는 게 아닌가.
멍하니 탄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그 자리에 주저앉을뻔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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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정호석! 안녕!"
탄소가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크게 인사를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나는 심장이 떨려서 온몸이 굳는데 말이다. 아니면 설마, 기억을 못하는 걸까?
온갖 잡다한 생각이 머릿속을 차지해 다시 인사를 해줘야 한다는 걸 깜빡한 채 강의실로 가버렸다.
"야, 지민아"
"오, 호석이 하이"
평소 탄소와 친하던 지민이에게 물어보려던 찰나, 지민이가 뒤쪽을 보며 손을 흔들었고
시선을 따라 뒤로 돌아보니 탄소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황급히 자리를 떠 동떨어진 맨 앞자리에 가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 놓친 필기 덕에 김남준에게 나중에 주겠다며 노트를 빌려 필기를 하고서
이제 뒤에 남아있는 수업도 없겠다 집에 가려 일어나는데 탄소가 내 앞에 서는 것이었다.
"...할말 있어?"
아, 진짜 할 말 있어? 라니. 진짜 정호석 이럴 때만 말이 툭툭 나오는 거냐. 아휴.
한마디 내뱉고서 내적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 탄소의 표정을 보니 다행히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아 그, 그게.. 그러니까"
뒷말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는 탄소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싶어 말을 건네려던 찰나
강의실을 빠져나가던 동기들이 나와 탄소에게 인사를 했고 난 그저 평소처럼 똑같이 인사를 했다.
"탄소야 잘가, 호석이 너도!"
"응 너도 잘가고."
그렇게 모두가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다시 앞을 보니 꽤나 화난 표정을 하고서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닌가.
그리고 뒤이어 버럭, 화를 내는 탄소였다.
"뭐야 너?"
뭐냐니, 내가 묻고 싶다. 뜬금없이 내게 뭐냐고 묻는 탄소 때문에 정말 순수한 의도로 궁금했기에,
"뭐가."
라며 되물었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알아채기까진 정말 오래 걸리지 않았다.
"또, 또 정색. 너 아까는 웃으면서 인사 해주더니 나한테는 왜그러는데?"
"..."
"싫으면 싫다고 말해. 그렇게 사람 무시하지말고. 아는척 안해줄테니까."
..아, 제대로 망'했다. 그대로 뒤돌아 씩씩대며 밖으로 나가버리는 탄소를 미처 잡지 못했다.
급한 마음에 탄소랑 제일 친해 보였던 지민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호석아 왜?
"그게, 하.. 지민아."
그 뒤로 지민이에게 모든 상황을 다 털어놨고, 한참을 웃어대던 지민이는 탄소가 어디 있는지부터 알아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혹시 벌써 집에 가진 않았을까, 걱정이란 걱정은 다 하며 있을 때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어, 지민아. 어디래?"
-지금 너 있는 건물 뒤쪽 쉼터래.
"고마워, 지금 가봐야겠다."
-아 참, 호석아 너 그 일 말이야.
"..응"
-너가 직접 말하기 힘들면 나한테 물어보라 그래
"야, 진짜 고마워. 다음에 밥 살게 끊는다!"
전화를 끊고 지민이가 알려준 곳에 갔더니 역시 벤치에 앉아있는 탄소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나타나야 하지. 짠? 아냐, 저기.. 아냐. 무슨 내외하는 것도 아니고.
고민 끝에 선택한 건 탄소의 뒤로 다가가 어깨를 툭툭 치는 것이었다.
단박에 휙 돌아보며 박지민! 을 외치려던 탄소가 나를 보더니 안 그래도 큰 눈이 더욱 커졌다.
"지민..!아.. 가 아니구나. 하하. 호석아, 무슨 볼일 있니?"
"..."
나를 올려다보는 탄소가 너무 예뻐서 순간 할 말을 까먹을 정도였다.
이대로 계속 탄소를 내려다보기도 뭐 했기에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탄소 곁에 다가가 옆자리에 풀썩 앉아버렸다.
"..그, 혹시 많이 화났어?"
혹시 방금 전 일로 기분나쁠까봐 물어봤는데, 대답이 없는 걸 보니 역시 화난 게 맞는듯했다.
의기소침해져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소심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아, 어떡하지. 너 진짜 기억 못하는거야?"
"..뭘?"
기억 못하는게 맞았다. 막상 이렇게 확인을 하니 몸에 힘이 쭉쭉 빠지는 듯 했다.
난 너때문에 밤잠 설치고 이렇게 너만 보면 뻣뻣하게 굳는데, 넌 기억을 못하는구나.
그래도 해명하려면 그때 그 일을 다시 말했어야 했다. 착잡해지는 마음에 머리를 두어 번 헝클이곤
"하.. 너 싫어하는거 아냐. 그냥, 네 얼굴 똑바로 마주치기 힘들어서 그래."
본격적으로 말하려고 첫 스타트를 끊었다. 탄소의 얼굴을 보니 이미 머릿속에선 한바탕 온갖 상상들이 헤집고 다니는 듯 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오해는 하지 말아줬으면 했는데. 하지만 도저히 내 입으로는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엔
"아, 몰라 박지민한테 물어보던가. 도저히 못말하겠어. 나 간다 안녕!"
..찌'질하게 도망쳐 버렸다. 그래도 박지민 덕분에 알게는 되겠지. 아, 내일 탄소 얼굴 어떻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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