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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용하게 한바탕 일을 치른 우리는 마주칠 때마다 흠칫, 놀라며 인사를 나눴다.
"아..안녕 호석아"
"어, 어어 안녕"
"뭐냐, 둘이 내외해?"
"김남준 넌 좀 조용히해라"
"와, 정호석 여자 생겼다고 친구 버리냐?"
"아, 진짜 그른그으느르그흐뜨..(그런거아니라고했다)"
우리 학과 최강 넌씨눈이라 하면 떠오르는 다크호스 김남준 덕분에 더욱 더 어색해진 분위기에
다행이 지민이가 나타나줘서 상황은 마무리 됐다. 같이 달고온 김태형 덕분에 귀가 아프긴 했지만.
사람이 많아진 탓에 다섯명이 앞뒤로 앉아 뒷자리를 차지한 덕에 시장바닥 못지 않았다.
"야야야야야 마치고 딸기빙수 먹으러가자"
"시룬뎅"
"아 이탄소 겁나 얄미워. 박지민 너는?"
"나 친구랑 만나기로 했어"
"누구?"
"윤기형, 석진이형, 정국이"
"전정국 걘 학교 아녀?"
"야자 안한다네"
"칫, 야 김남준 호석이랑 딸기빙수 먹으러 갈거지?"
"of course"
"뭐, 난 왜"
"너 데려가야 이탄소도 갈거 아냐"
예, 또 김남준이 한 건 했습니다. 여기서 내가 안갈거라 말하면 정말 분위기가 싸해질것만 같아
울며 겨자먹기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 교수님께서 들어오시고 나서야 진정이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명 귀로는 수업을 듣는데, 시선은 내 앞에 앉은 정호석에게 모조리 빼앗겨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다.
어영부영 수업이 끝나고, 박지민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석진 선배한테. 빙수를 먹으러 갈 우린 강의실에 그대로 모여있었다.
".. 빙수는 역시 설빙 아니겠어?"
"한겨울에 무슨 설빙이야 얼어 죽을일 있나"
"그래, 탄소 말이 맞아. 딴거 먹자"
"오 야, 그럼 너네 둘이서 따뜻한거 먹어라. 가자 김남주우우우우운!!!!!"
"그러게, 조용해서 더 좋네."
어색한 기류에 서로 어떻게든 말을 이어보려 노력은 했으나, 무용지물이였다.
그렇게 둘이서 또다시 침묵을 유지하다 동시에 말을 꺼냈다.
"탄소야"
"저, 호석아"
".. 너부터 말해 호석아"
".. 아직 내가 불편해?"
침묵이 싫어 호석을 불렀던 나와 달리, 할 말이 있었어 날 부른거였었다.
아직도 자신이 불편하냐는 호석이의 물음에 턱을 괴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호석이를 불편해 한적이 있었나? 답은 NO. 지금 상황도 그저 그때 그 뽀뽀..
아, 아무튼! 내 잘못때문에 그런거 아닌가. 그럼 내가 느끼는 감정은 뭘까. 부끄러움? 설렘?
"음, 불편하진 않고 그냥 부끄러워. 아, 설레는건가?"
맙소사, 난 분명 생각으로만 말했다. 진짜야. 정말이라고. 근데 왜 입밖으로 튀어 나갔는지.
어머니, 분명 말씀하셨잖아요. 생각하고 말을해야 성공한다고. 근데 이게 뭐예요.
"아, 그러니까 그, 그게 호석아 아유, 입이 주책이지 진짜.."
".. 그거 좋은쪽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거지?"
"야 근데 이렇게 나와도 괜찮겠냐?"
"흐어어어 이 시려, 개안타 개안타 죽기밖에 더하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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