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투비 - Insane (Acoustic Ver)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테이블 위의 핸드폰이 미친듯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보지 않아도 누구에게서 온 전화인지 알 수 있었다. 너겠지, 뭐.
나는 핸드폰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 앞에 있는 소주잔을 그러쥐었다. 내가 전화를 받나봐. 절대 안받을 거야.
"좀 받지."
"선배는 가만히 있어요."
"... 나 간다."
"가기만 해요. 선배 자취방까지 찾아갈거니까."
저 썅년...
윤기 선배가 웅얼웅얼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상관없었다. 저 선배 입 더러운 거 하루이틀도 아니었으니까.
지이이잉. 잠시 잠잠했던 핸드폰이 다시 울려대기 시작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예 핸드폰 배터리를 빼서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아까 한 입에 털어넣은 소주 때문에 입 안이 텁텁했다. 어우. 써.
나는 지금 윤기 선배와 밤 열두시에 함께 소주를 먹고 있었다. 단 둘이서.
연하랑 연애하는 법
10
w. 복숭아 향기
"어. 남준아. 나 거의 다 왔는데."
[진짜요?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
"빨리와. 나 추워."
그 날은 겨울 답지 않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날씨는 춥지, 눈도 아닌 비가 내리지 그야말로 내 기분은 땅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있었고.
또 네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던 날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때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곤 했었다.
그 무슨 일은 종류도 참 다앙했다. 갑자기 엄마의 호출이 떨어졌다거나, 망할 조별과제 때문에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썩고 있어야 했다거나...
내 주변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지만 나는 시끄러운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내 이름이 다른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건 딱 질색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에 나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모르는 네 모습은 또 어떤건지 궁금했으니까. 사귄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우리였지만 나는 네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 역시도 내 과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으니까 너에게 딱히 할 말은 없었다. 근데 진짜 이야기할 것도 없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공학을 나왔지만 친하게 지냈던 남자애는 물론이고 김태형 말고는 남자애들 번호도 별로 없었는 걸.
애인의 과거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말도 있다지만 그래도 궁금한 걸 어떡해.
우산을 쓰고 손을 호호 불어가며 서있다보니 저 멀리서 뛰어오는 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산이라도 제대로 쓰고 나올 것이지. 너는 목도리를 칭칭 감은 채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자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있는 지도 모르고.
"우산은?"
"요 앞인데요, 뭐..."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1인용 우산이라 조금 작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같이 우산을 쓰고 네 친구들이 있다는 술집으로 향했다.
힐끗 보니 네 어깨는 아까보다 조금 더 젖어있었다. 내 가방이랑 옷은 멀쩡한데. 다음에 쇼핑할 때 코트나 하나 사줘야지.
알바로 모아놓은 돈이 꽤 되니까.
그래. 이때까지는 참 좋았었다. 평소랑 다를 것도 없었고.
-
예상했던대로 술집은 시끄러웠다.
또 시간대가 시간대이니만큼 조명도 어두컴컴했다. 평소 노래방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다. 어두운 방 안에서 번쩍번쩍한 조명을 틀어놓은 것이 싫어서.
다행히 이 술집은 그 정도로 조명이 세지는 않았다. 테이블 앞에는 네 친구들이 여러명 앉아있었다.
대부분 남자였지만 그 중에 한 명은 여자였다. 같이 친구였나? 내가 알기로 너는 공학이 아닌 남고를 나왔는데.
알고보니 그 여자는 네 친구의 여자친구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네 친구가 따라다니다가 최근에서야 사귀게 된 그런 여자.
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축하를 해줬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고 감정을 교류한다는 것처럼 대단하고 축하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친구 역시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감사하다고 대꾸를 해주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술잔만 만지작거리다 한 모금씩 마실 뿐.
지금 생각해보면 수많은 네 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그 여자가 눈에 띈 것은 아마 여자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 여자의 옷차림 때문인 것 같았다.
한겨울, 게다가 비도 내리는 이 날씨에 그 여자는 검은색 원피스 하나만 입고 있었으니까.
스타킹 역시 살색 스타킹이었다.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자의 옷은 얇았다.
그만큼 몸매도 예쁘게 드러나는 그런 옷이었고. 걸쳐놓은 걸 보니 겉옷은 코트 하나가 전부인 것 같았다.
요즘 애들은 젊어.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었다.
물론 대놓고 혀를 차지는 않았지. 예의가 아니니까.
"남준이가 사귀자고 고백한 거에요?"
"뭐... 그렇다고 봐야하나..?"
"대박이다. 쟤 지금까지 고백 한 번도 안해본 거 알아요? 받기만 했어. 받기만."
"인기 많았어?"
"말도 마요. 남곤데 왜 인기가 많았는지 모르겠어. 쟤 지금 완전 환골탈태한 거 거든요? 근데 인기가 많았어요. 이상하게."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 해라. 선배. 아니에요. 그런 거."
"와. 목소리 바뀌는 거 봐."
너가 그렇듯 네 친구들은 유쾌하고 즐거운 그런 사람들이었다.
낯을 가리는 나도 편안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선은 넘지 않고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기분 나쁘지 않게 해주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지. 친구들끼리는 닮는다는 게 진짜인가봐. 나는 작게 웃으며 맥주잔을 집어들었다.
여전히 소주는 못마시는 나였기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소주잔을 앞에 두고 있지만 나는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언니는 소주 못마시나봐요."
"소주 마시면 머리 아파서."
"요즘 맥주 값도 비싼데... 돈 많으신가봐요."
그 여자, 저 여자만 아니면 네 친구들은 참 좋은 애들일텐데 말이지.
나는 아무런 대꾸 없이 그저 입꼬리만 말아올리며 맥주를 마셨다. 내가 못마신다는데 어떡해. 내가 머리 아프다고 저 여자가 책임질 거는 아니었다.
이 정도는 넘길 수 있었다. 어차피 나는 네 여자친구로 이 자리에 와있었고 저 여자는 네 친구의 여자친구로 이 자리에 와있는 거였으니까.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때 즈음, 네 친구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디가? 라고 네가 묻자 다들 손가락으로 담배 피는 시늉을 해왔다. 담배가 땡긴다는 거겠지.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너는 평소보다 술을 좀 많이 마신 듯 했다. 내 어깨 위에 이마를 부비적거리며 나름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꽤나 귀여웠다.
근데 이대로 계속 있으면 좋을 건 또 없단 말이지. 나는 네 등을 토닥여주었다. 네가 술을 마실 때 마다 내가 해주던 버릇이었다.
"화장실 갔다와."
"같이 가요..."
"뭘 같이 가. 가서 세수라도 하고 와."
너는 그제서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네 친구는 너를 부축해준다는 말을 하며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는 담배 피러 가네, 누구는 화장실 가네 하다보니 테이블에는 나와 저 여자 둘만이 남아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하나?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술자리 내내 나는 저 여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또 나한테 말투가 고따위인 여자와 굳이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나는 기본 안주로 나온 마카로니 과자를 하나 집어들었다. 이걸 먹을까, 말까. 오늘도 술은 마셨지만 안주는 거의 먹지 않은 나였다.
"신기하네요."
신기하게도 먼저 말을 걸어온 쪽은 저 여자 쪽이었다.
"남준이 오빠는 동갑이나 연하만 사귈 줄 알았는데."
"그래?"
"그리고 언니같은 여자는 절대 안만날 줄 알았거든요."
이 썅년이 뭐래니.
"오빠 이상형하고 완전 반대잖아요. 오빠 이상형 모르죠?"
알거든.
"오빠 만나러 여기 왔는데 언니 나오는 줄 알았으면 나오지 말 걸 그랬어요."
"무슨 소리야?"
다 참아도 이 부분은 참을 수 없었다.
"남준이 오빠가 첫사랑이에요. 오빠 보러 여기까지 나왔어요. 오빠도 저 되게 잘 챙겨주고 그랬고요. 흔히 말하는 썸? 그런 사이였어요. 근데 언니가 끼어든 거잖아요."
"너 남자친구 있는데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순진한 거에요, 바보인 거에요? 핑계죠. 남준이 오빠 만나려는."
이런 씹썅년이...
여자 아니 썅년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자기가 늦게까지 야자를 하는데 집까지 데려다줬다느니, 수능날 너에게 초콜렛을 주니까 고맙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느니 등등등.
그 년의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말은 한 두마디가 아니었다. 나는 기가 찬 표정으로 그 년을 바라보았다.
망상 속에서 헤엄을 치며 사는 건지, 아니면 진짜 골이 빈 년인건지.
남자친구가 뻔히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을 하는 그 년의 얼굴이며 몸매는 더이상 예뻐보이지 않았다.
타이밍 좋게 너와 네 친구가 돌아왔다. 세수를 했는지 네 앞머리는 조금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너는 돌아오자마자 내 옆에 앉아 다시 내 어깨 위에 이마를 기대왔다. 나는 또 자연스럽게 네 등을 토닥여주었고.
고개를 들어보니 그 년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자기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한 여자친구 마냥.
왜 그래? 네 친구가 물어와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너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기가 차서 정말... 어린 건지, 뇌가 없는 건지. 말을 했던 것처럼 친구의 여자친구라는 신분을 빌려 첫사랑을 보러 왔어도 예의라는 거는 국에 말아먹은 건가?
"언니, 그거 모르죠?"
"응? 뭘?"
"남준이 오빠 여자친구 진짜 많았어요. 내가 본 사람만 해도 5명인가? 그랬으니까."
"은정아. 잠시만..."
"언니가 벌써 6번째다. 얼마나 갈 거 같아요? 아, 맞아. 두 사람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기분 좋게 온 자리인데 내가 왜 저런 말을 들어야 해? 갑자기 일어난 나 때문에 너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올려보았다.
술에 너무 취해있어서인지 저 년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못들은 것 같았다.
나 갈 거야.
이 한마디를 남겨놓고 나는 술집에서 나와버렸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 때만큼은 정말로 보고싶지 않았으니까.
-
"병신아."
"뭐요."
"김남준이 잘못한 거 하나도 없거든?"
"알아요."
"걔 다른 애들한테 하는 짓 봐라. 너 때문에 다른 여자애들한테 존나 철벽인거 모르냐?"
"알아요."
"김남준은 무슨 죄냐?"
그래. 알고 있었다. 너는 죄가 없었다. 잘못한 것 역시 하나도 없었다.
잘못이 있다면 그 썅년의 속내를 모르고 그냥 옆에 두었다는 거겠지. 다시 생각해보면 그냥 그 년에게 관심이 없던 거 일수도 있었고.
둘이 썸을 탔다고 말은 하지만 얼굴을 보기 위해 친구의 여자친구라는 신분을 빌려올 정도면 진짜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라는 거니까.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화가 아니라 서운함이라고 해야 맞는 건가? 어쨌든 지금 나는 너를 마주볼 자신이 없었다.
역시 남자친구의 과거는 판도라의 상자가 맞나봐.
물론 그 썅년이 하는 말을 믿는다는 건 아니었다. 그냥 그 썅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네가 조금 조금 미울 뿐이었다.
억지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너는 그다지 눈치가 빠른 편도 아니었고 앞만 보는 스타일이라 주변 일을 잘 보지 못하고 넘길 때가 많았으니까.
그냥. 그냥 서운한 거였다. 서운하다고 말을 해도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나에 대한 자격지심일 수도 있었다.
너와 나의 관계는 흔히 말하는 '좋아해요. 우리 사겨요.' 라는 한 마디로 시작된 것이 아니었으니까.
'내기.' 라는 단어로 시작된 우리의 관계였다. 그 다음에 너가 따로 고백을 했다지만 가끔은 이 사실이 마음에 걸리곤 했었다.
내기라는 것은 승부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너는 승부욕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마음이 사그라든다면? 사그라든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직도 승부욕이 있어서 나를 만나는 건 아닐까?
네 이상형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그래도 난 알고 있었다.
또 내가 그 이상형에 반대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불안한 거 일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네가 보여준 모습은 절대 승부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도, 승부욕에서 비롯된 것도 아닌 그저 나를 좋아해주는 마음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불안했다.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작은 씨앗이 오늘에 와서야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나무처럼 뿌리 깊게 커져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 나한테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나. 괜히 씁쓸하기만 했다. 자존감이 높은 줄만 알았는데 또 그건 아니었나보다.
나는 소주를 다시 한 번에 들이켰다. 아. 쓰다.
배터리가 없는 핸드폰은 다시 울리지 않았다. 울렸으면 좋겠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아무것도 없이 까만 화면이 참으로 야속했다.
"김남준이 너랑 연락 안되는 거 싫어하는 거 모르냐."
"알아요."
"지금은 누가봐도 네가 잘못했거든?"
"아, 몰라요."
"너도 질투라는 걸 하긴 하나보네."
윤기 선배는 혀를 끌끌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더 마셨다가는 자기도 정신 놓을 것 같다고 말을 하며. 나는 그대로 테이블 위에 풀썩 엎어지고 말았다.
씨발... 네 얼굴을 보고싶지 않으면서도 너가 보고싶어 미칠 것 같았다. 이건 또 무슨 마음이야...
-
윤기 선배가 태워준 택시를 타고 집 앞에 도착하자 낯익은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보니 너였다.
미쳤어. 밖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우산을 쓰고 있다지만 이 추운 날씨에 밖에서 서있다니.
술이 한 번에 깨는 기분이었다. 나는 얼른 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너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미쳤어?"
"..."
"추운데 지금 뭐하는 거야... 너 감기 걸리면 오래 가는 거 알면서..."
"연락..."
"응?"
"왜 연락 안받았어요?"
얼른 두 손으로 네 손을 움켜쥐며 나는 다다다 너를 몰아붙였다. 늘 따듯했던 네 손도 오늘은 얼음장이었다.
너는 그런 나를 안아주지도 내 손을 잡아오지도 않고 조용한 말투로 나에게 물어왔다. 호들갑을 피우며 네 손을 녹이던 나는 그대로 딱 굳어버리고 말았다.
왜 연락을 안받았던 걸까. 나는 너에게 화가 났던 것도 아닌데.
나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나에게서 비롯된 낮은 자존감 때문에 연락을 받지 않은 것이었다.
나와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 네 기분은 어땠을까. 걱정 됐겠지. 말없이 그렇게 나가버렸으니까. 화도 났을 거야. 친구들하고 있던 자리였는데.
그리고 궁금했겠지.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네 손을 만지작거렸다. 아직도 네 손은 차가웠다. 미쳤나봐. 내가 미쳤어.
"남준아..."
"선배."
"..."
"이름아."
네 입에서 나온 내 이름에 나는 고개를 들어 너를 올려보았다.
너는 손을 들어 내 입술을 한 번 쓸어주었다. 얼음장 같은 손의 한기가 입술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입술 깨물지 마."
"..."
"앞으로 연락도 피하지 마.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걱정했잖아."
"남준아."
"이야기 대충 들었어. 내가 미안해. 은정이가 그런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어."
"..."
"앞으로 만날 일 없을 거야."
"..."
바보. 이런 상황에서도 너는 바보같이 착하기만 했다.
이런 사람 아니라면서. 네가 피해를 보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싫다면서. 참았던 눈물이 볼을 타고 한 방울 흘러내리고 말았다.
너는 그제야 나를 끌어안으며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나는 네 품에 안겨 소리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나 소원 빌거에요."
"..."
"지금부터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내 이름만 불러주기."
"남준아..."
"응. 그렇게."
그리고 너는 그대로 나에게 입을 맞춰왔다.
늘 그랬던 것처럼 가볍게 떨어지는 그런 입맞춤이 아니었다. 한 손으로는 내 턱을 그러쥐고 천천히 혀를 섞어오는 그런 깊은 입맞춤이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네 옷깃을 그러쥐었다. 쓰고 있던 우산이 옆으로 떨어졌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차가웠다. 하지만 내 마음을 고루 휘젓고 있는 너는 너무나도 뜨거웠다.
만지면 화상이라도 입을 것처럼.
-
Q&A 특집
Q1. 남준이가 석진이나 윤기에게 질투를 느낀 적은 없나요?
A1.
남준 : 없겠어요. 당연히 있죠. 근데 말하면 어린 애 취급 당할까봐 그다지 말은 안하는 편이에요.
이름 : 그랬어?
남준 : 몰랐죠?
Q2. 여주 이미지는 어떤 느낌인가요?
A2.
이름 : 나 어떤 이미지야?
남준 : 강한 척 하고 싶은 그냥 여자.
이름 : 그게 다?
남준 : 조금 상투적인데 비유하자면 장미같은 여자죠. 가시가 있는데 자기도 그 가시에 찔릴까봐 두려워하는..?
이름 : 느끼해.
Q3. 여주 엠티 가나요?
A3.
이름 : 안그래도 조금 있으면 새학기 시작되고 엠티도 가야하네요.
남준 : 과 엠티도 안갔잖아요.
이름 : 응. 그래서 갈까말까 고민 중이야.
남준 : 저는 가야합니다. 2학년은 짬밥이 없거든요.
Q4. 학교 내에서 또는 지인들 사이에서 여주와 남준이 커플의 평판은 어떤가요?
A4.
윤기 : 커퀴.
석진 : 역시 커퀴.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그런 커퀴라고 보면 돼요. 성이름이 좀 심각하게 마이웨이기는 한데 김남준 만나면서 사람됐죠.
윤기 : 인정. 그냥 자기 할 일만 잘하는 그런 애들이에요. 남한테 피해는 안주는데 보면 짜증나는 그런 커플이랄까.
Q5. 작가님 작품 속 여주와 생김새 또는 성격이 비슷한가요?
A5.
...
생긴 건 비슷하지 않으나 (굳이 비슷한 점을 찾자면 글쎄요... 키가 작다는 거? 그리고 손목이 가늘다는 거. 이 두 개만 비슷해요. 손목은 유전입니다...
아. 손도 작네요. 근데 저 발은 커요. 240입니다. 키에 비해서는 큰 편이죠! 키가 156이니까요.)
성격은 비슷한 면이 없잖아 있어요. 가장 여주의 모티브를 찾기 쉬운 성격은 글 쓰는 사람의 성격이 아닐까 싶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그렇답니다.
Q6. 남준이는 사람 설레게 하는 그런 공부를 하나요?
A6.
이름 : ...
남준 : 연애는 책으로 공부하는 게 답이에요.
이름 : 병신...
Q7. 남준이도 군대 가죠?
A7.
남준 : 2학년 마치고 갈 거 같아요. 1년만 공부하다 갑자기 군대가는 건 좀 별로에요.
이름 : 나 그럼 내년에 고무신이야?
남준 : 면회 올 거잖아요.
이름 : 그렇긴 해.
Q8. 작가님은 독자가 좋아요, 남준이가 좋아요?
A8.
독자님은 제가 좋아요, 남준이가 좋아요?ㅎㅎㅎㅎㅎㅎ 망설이시면 안됩니다!
Q9. 남준이가 여주에게 안달났던 적은 혹시 없나요?
A9.
남준 : 항상 그렇죠. 그런데 아까도 말했지만 어려보이고 싶지 않아서 티를 내지는 않아요.
이름 : 근데 가끔 티나요.
남준 : 티를 내니까.
이름 : 안낸다며?
남준 : 가끔은 내줘야죠. 선배 눈치가 워낙 없는걸 내가 아는데?
Q10. 남준이 소재는 어디서 따오시는 거에요?
A10.
기본적인 성격은 제 첫사랑에서 따왔어요. 저보다 두 살이 어렸던 아인데... 아련해지네요...
지금은 연락도 안하고 지내고 있지만 첫사랑이 연하라서 그런지 제가 연하를 좀 좋아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어요.
22살인데 연하라니... 그냥 귀엽고 그런게 좋은가봐요. 나머지는 남준이 모습을 보면서 이럴까? 저럴까? 상상을 하며 갖고 온 것입니다.
Q11. 남준이는 연애 고수 인가요?
A11.
남준이 친구 1 : 쟤 모쏠입니다.
남준이 친구 2 : 고백은 몇 번 받았는데 이상형이 안나타난다고 거절했어요.
남준 : 역시 연애 공부는 책이죠.
덤으로 본편에 나온 은정이가 한 말은 그냥 씹구라 개구라라고 생각해주세요.
여주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한 씨부리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듯 해요.
Q12. 작가님 직업이랑 나이가 궁금해요.
A12.
나이는 22살! 태태랑 지민이랑 동갑이에요. 직업은 그냥 휴학생입니다. 현재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어요.
스트레스 풀려고 글 쓰고 있답니다ㅠㅠㅠ 형소법이랑 형법 넘나 어려워요ㅠㅠㅠㅠ
글 잘쓴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들 몇 분 계셨는데 진짜 감사합니다... 고등학교 때 잠시 공부했던 게 여기서 빛을 보이네요. 허허허허허...
생각보다 질문이 꽤나 많았어요.
역시 독자분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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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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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야 나랑 살자 매직핸드 돌핀이 빼꼼 이졔 아니슙아 0630
메일링 공지에 해당되는 암호닉은 이 분들만 말하는 거에요.
10화에서 암호닉 추가로 받는 암호닉은 메일링에서 말하는 암호닉은 아니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비암호닉분들은 내일까지 메일링 신청 받으니까 걱정말고 많이 신청해주세요.
예고했던 대로 10화에서 암호닉 추가로 받겠습니다!
거의 처음으로 써보는 우울한 글이에요.
글을 쓸 때 여주들이 성격은 제 성격에서 어느 정도 모티브를 따와 쓰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항상 당당해보이려고 노력을 하지만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열등감이라는 씨앗이 갑자기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그런 때가 저는 가끔 있어요.
그럴 때를 생각하며 쓴 글이에요. 읽으면서 조금 불편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혹시 그런 분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다음부터는 다시 밝은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남준이가 첫번째 소원을 썼네요. 하나 남은 소원은 어디에 쓸까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언제 소원을 사용할지 생각 중이랍니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거든요.
저는 입맞춤이라는 단어를 정말 좋아해요. 키스 라는 말보다는 뭐랄까...
서로 두 입술이 맞물리면서 천천히 교감을 나누는 듯한 그런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아닐까 싶어서요.
뽀뽀, 입맞춤 등등등 영어로는 그저 kiss라는 단어가 전부일텐데 가끔 이렇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말이 참 대단한 거 같아요.
어감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네요.
오늘도 제 글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 글이 마무리되면서 쓰는 공지는 꼭꼭 읽어주세요. 10화에서 암호닉을 받겠다고 꾸준히 말했는데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이 꽤 있으세요.
메일링 공지에서도 암호닉 신청은 받지 않습니다.
'연하남이랑 연애하는 법' 의 암호닉 추가 신청은 여기에서만 받고 있어요. 꼭꼭 참고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