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다들 잘 보내셨나요?
전 전쟁같은 설을 보내고 오늘에서야 안정을 찾았습니다.
물론, 산더미같은 집안일이 아직 저를 반기고 있습니다만...
외면하고 싶네요...
Shizuko Mori - Sunny
처음 데려왔을 때보다 눈에 띄게 사람으로 있는 시간이 길어진 남준이가 오랜만에 강아지의 모습으로 소파 아래에 늘어져있었으면.
햇빛이 내리쬐는 것까지 소리로 들릴 것 같은 날.
얼핏 귓가에 울리는 매미의 울음소리에 간간히 귀를 쫑긋거리며 오늘도 선풍기 앞에 자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업실문이 열리고 윤기가 모습을 드러내면
쪼르르 윤기의 옆으로 다가가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윤기의 허벅지 부근에 고개를 부비면서 거실로 나온 윤기를 반겼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보는 강아지의 모습에 작게 놀란 윤기가 웃으며 손을 내려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소파로 가서 앉으면 남준이가 바로 소파로 훌쩍 뛰어올라와 윤기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버렸으면.
윤기는 티비를 틀어놓고서도 시선은 남준이에게 고정이 되어있었으면.
그러다가
꽤나 털이 엉켜있는 남준이의 상태를 확인했으면 좋겠다.
준아. 너 털 한 번 빗어야겠다.
안 그래도 여름이라 한 번 털을 정리해줘야 될 것 같다고 느끼긴 했어도
막상 눈으로 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제 마음에 들지 않아 윤기는 바로 남준이를 배가 보이도록 돌려눕히고
꼼꼼히 남준이의 몸 여기저기를 확인했으면.
괜찮다는 듯 나른하게 늘어져 있는 남준이의 엉덩이를 짧게 팡팡 두어번 두드렸으면 좋겠다.
일어나.
사실 매일 빗질을 해줘야 했지만 남준이가 사람의 모습으로 지내다보니 윤기가 그걸 깜박한터라
바로 단호하게 일어나 남준이까지 일으켜세웠으면 좋겠다.
끼잉 거리면서 온 몸으로 귀찮다는 듯이 어기적거리는 남준이에 결국 두 앞 발을 잡은 채
거실의 가운데로 질질질 끌고 가는 윤기가 보고 싶다.
남준이를 앉혀놓고 방에 들어가 빗질에 필요한 용품 몇 개를 챙겨오고
자리에 앉아서 엎드리라고 바닥을 툭툭 두드렸으면.
남준이는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엎드렸으면.
그리고 천천히 윤기가 빗질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다른 때보다 오랜만에 하는 빗질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엉킨 곳이 많아 시간이 그만큼 오래 걸렸으면 좋겠다.
제일 시간이 오래 걸렸던 등과 엉덩이를 지나 꼬리까지 빗질을 하다가
힐끔
남준이의 표정을 본 윤기가 입꼬리를 올려 작게 웃음을 보였으면 좋겠다.
얼마나 시원한건지 보는 이가 웃음이 나올정도로 헤벌레 풀어진 남준이의 표정을 보다가
빗질을 끝내고 딸려나온 털들은 한군데 모아뒀으면 좋겠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잘 것마냥 꾸벅이는 남준이의 두 앞발을 다시 잡아
욕실까지 질질질 끌고간 윤기가
이번에는 마음을 다잡고 샤워기로 적당한 온도의 물을 틀어 남준이의 몸에 뿌렸으면.
빗질이 끝난 직후 바로 목욕을 시켰으면 좋겠다.
갑작스러운 물길에 놀란 남준이가 퍼득 잠에서 깨었다가
금방 제 몸을 부드럽게 주물러주며 씻겨주는 손길에 다시
배실배실 웃으며 윤기의 손에 가만히 제 몸을 맡겼으면.
손.
얼굴 조금 더 들어봐.
눈 감아.
엉덩이 들어, 준아.
윤기의 말에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던 남준이가 목욕을 하면서도 또 느껴지는 빗질에 다시금 헤실헤실 웃었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그렇게 웃으면서 얌전히 있는 사이에
윤기는 어느새 옅게 땀까지 맺혀서 끙끙댔으면.
그러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고 집중해서 부지런히 아프지 않게 빗질을 하고,
행여 샴푸가 눈에 들어갈까, 귀에 들어갈까,
계속 신경을 쓰면서 남준이의 몸을 씻겨주었으면.
그리고 물을 다 뿌리고 나서
온 털이 다 물에 젖어 무겁게 축 늘어져 남준이가 살짝 네 발로 서서 자세를 잡으면
수건을 가져오면서 기겁을 하는 윤기가 보고 싶다.
털지마, 준아. 잠깐. 털지...!
윤기가 수건을 남준이의 몸에 덮기 바로 직전에 결국 참지 못한 남준이가
그대로 온 몸을 세차게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급하게 고개를 돌린 윤기가 파드득 터는 소리가 끝나자 작게 한숨을 내쉬며
온통 젖어버린 제 얇은 티셔츠와 바지를 내려봤으면.
우선 남준이를 말리는 게 우선이라 수건으로 꼼꼼히 남준이의 몸의 물기를 닦아내줬으면.
한결 더 깔끔해지고 가벼워진 털에 남준이가 신난 발걸음으로 거실의 한 가운데에 늘어지게 누워있으면
한참 뒤에야 어기적어기적 평소보다 더 느려진 걸음으로 나오는 윤기가 보고 싶다.
살짝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다가
옷과 몸은 군데군데 얼룩덜룩하게 젖어버리고,
머리는 다 헝클어진 자신과 다르게
깔끔해진 모습으로 늘어져있는 남준이를 보고 왜인지 울컥해서는
다가가 남준이의 볼을 양 손으로 잡아올려 엄지로 꾹꾹 누르는 윤기가 보고 싶다.
그리고 나서 남준이의 두 앞발을 잡았으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싶어 귀를 바짝 세우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긴장하는 남준이를 정통으로 마주한 윤기가
가만히 남준이의 얼굴을 보다가
결국 푸스스 웃으며 남준이의 목덜미를 껴안고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등을 쓸어내렸으면 좋겠다.
윤기도 거실 바닥에 앉아 한참을 남준이를 쓰다듬으면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간간히 윤기의 볼과 목덜미에 얼굴을 부비면서 약간 서늘한 윤기의 체온을 즐겼으면 좋겠다.
젖었던 윤기의 옷과 머리가 여름의 열기로 완전히 마를 때까지,
남준이와 윤기는 시원한 거실바닥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어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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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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