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검은 아이들 7
w. 태봄
태형이 데려다준 방에서 나를 기다린 사람은 의외로 멀쩡한 생김새를 자랑했다. 짧고 까만 머리를 포마드로 넘겼었고 깔끔하게 조끼까지 갖춰 입은 양복이 그의 몸에 딱 맞았다.
남자로부터 조금 멀찍이 앉았지만 태오는 가까이 오라며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태오는 이미 술을 마신 상태였는지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고 약도 이미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듯 눈이 살짝 풀려있었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남자의 옆자리에 앉았다.
앉기 무섭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린 태오는 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 그 웃음에 소름이 돋아 표정을 약간 굳히니 태오가 그대로 제 뺨을 쳐버렸다. 짝 소리를 내며 돌아간 볼은 얼얼하고 쓰라렸으며 곧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누구에게도 맞아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손찌검을 받았다는 그 충격에 눈물이 흐르자 그는 왜 우냐며, 울지 말라고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역겨웠지만 꾹 참았다.
“내가 싫어? 어쩌지 내가 오늘 너 샀는데.”
그의 말에 아니라고 웃으며, 좋다고 대답했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들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웃으며 나에게 술잔을 건넸다. 경리가 술은 절대 마시지 말라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의 눈앞에서 따른 술 아니면 마시지 말라고 했었다. 혹시라도 술에 뭘 넣었는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내 옆의 앉아있는 이 존재가 너무 두려워 술잔을 받아 들었다.
태오는 술잔을 건네 받은 나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술잔을 들고 망설이니 태오는 어서 먹으라는 표정을 지으며 눈치를 주었다. 떨리는 손과 함께 가득 담긴 술이 금방이라도 술잔을 넘을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차마 마시지 못하고 그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내 손에 들린 술잔을 자신의 입에 털어놓고 나에게 다가왔다.
마주치는 입술에서 넘어오는 액체가 낯설었다. 다 들어가지 못한 액체들이 입 주변으로 흘렀지만 닦을 수 없었다. 삼키지 않고 있자 곧 그의 혀가 내 치열을 훑으며 입안을 휘젓고 다녀 삼킬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술을 삼키자 목이 타는 것처럼 뜨거워서 머리가 찌릿찌릿 울리더라. 처음 느끼는 맛과 기분에 공포심이 나를 덮쳤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술을 삼켜도 나에게 떨어지지 않는 그를 살짝 밀어냈지만 그는 내가 자신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거슬렸는지 더 깊게 입을 맞춰왔다. 내가 기대했던 첫 키스는 이렇지 않았기에 두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울어? 울지 말라니까 썅년아.”
“내 말이 장난 같아?”
태오의 말에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노력했다. 흐끅거리며 울음을 참아내는 모습이 그에게는 또 다른 자극으로 다가왔는지 그는 단정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노골적으로 느껴져 몸을 살짝 뒤로 빼었더니 나의 행동을 본 태오는 화가 난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 내가 자신에게 떨어진 만큼 가까이 붙어오며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테이블 밑에 벨이 있으면 뭐하고
의자 밑에 벨이 있으면 뭐할까.
그저 체념하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반항하면 때릴 거야. 응? 알았지?”
“나 너 때리기 싫단 말이야. 우리 잘하자. 알았지?”
태오는 허리에 올렸던 손에 힘을 주며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힘없이 딸려가면서 몸에 딱 붙는 짧은 원피스가 말려 올라가 새하얀 허벅지를 내보였다. 불빛에 비쳐 은은한 광을 내는 허벅지에 만족한다는 듯 자신의 반대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안쪽 여린 살을 주무르며 내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는 행동에 움찔하며 몸에 힘을 주니 태오는 웃으며 제 머리채를 쥐어 잡았다.
“가만히 있으라니까 자꾸 그러네.”
눈앞에 보이는 태오의 모습은 약과 술에 취해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 하는 모습이었다. 세게 잡은 머리카락이 두피에서 뽑혀 나갈 것 같았지만 입술을 꽉 깨물고 참았다.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숙이고 싶었지만 자신의 머리에서 느껴지는 악력에 그럴 수 없었다.
“안……그럴게요.”
나의 대답을 들은 태오는 나를 의자에 내팽개치듯 놓았다. 의자의 반동에 잠시 몸이 울렁이니 태오는 저의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었다. 슬금슬금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 손을 내치지 못했다. 허리에 있던 손은 곧 등 뒤로 가 원피스의 지퍼를 내려버렸고 그 행동에 조심스럽게 어깨를 드러낸 원피스가 원망스러웠다.
원피스를 걷어내자 보이는 뽀얀 어깨에 태오가 입술을 갖다 대었다. 자신의 어깻죽지에서 움직이는 입술의 느낌이 생경해 주먹을 꽉 쥐고 눈을 감았다. 자신을 자꾸 뒤로 눕히려는 태오의 손길에 몸에 힘을 주고 버텼다. 어깨를 꽉 깨무는 그의 행동에 힘이 풀려 결국은 눕혀졌지만. 단정했던 태오의 숨소리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 들끓는 피를 주체할 생각도 없었는지 그는 머릿속을 거치지 않은 행동으로 나를 더듬기 시작했다.
누구라도 이 방의 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을 빼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꿈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이 상황을 부정하려 했다. 부정하면 할수록 짙어지는 그의 농밀한 손장난에 주위 공기가 후끈거리기 시작했다.
“집중하라고.”
다른 생각한 사실을 알아챘는지 집중하라며 태오가 자신의 뺨을 내리쳤다. 꽤 세게 내리친 모양인지 짝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하얀 몸에 남은 붉은 손자국과 입술 자국이 이질적이었다. 온몸에 피어난 울긋불긋한 꽃들은 그녀를 밑바닥까지 떨어뜨렸다. 원래 이런 직업이니 괜찮다며 자신을 다독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의 위에 있던 태오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두려운 눈길로 그를 쫓았다. 자신의 팔에 약을 놓으려는지 주사기를 가지고 다가오는 태오로부터 필사적으로 떨어지려 했다. 태오는 귀찮다는 듯 힘으로 나를 눌러버렸고 내 팔에 꽂힌 주사기에 나른하게 풀리는 몸을 가눌 수 없어 의자에 쓰러지듯 누웠다. 성에 안 찬다는 듯 내 입으로 술도 흘려보내는 행동에 나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 술들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나를 공주님 안듯 안아 뒤쪽의 침대로 데려간 태오는 곧 저에게 벗으라 말하며 자신의 넥타이를 끌어 내리기 시작했다. 태오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 때문에 몸에 열이 너무 나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이불을 조금이라도 끌어당겨 자신의 몸을 감추고 싶었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자신의 위로 올라타는 태오를 마지막으로 그다음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형 방금 소리 때리는 소리 났는데.”
“제가 가볼게요.”
호석은 급한 발걸음으로 옆방에 다가갔다. 혹여나 자신이 잘못 들었을까 봐 옆 방의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방 앞에 서 있기도 몇 분, 흐릿하게 들리는 대화 소리에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야. 벗어봐.”
호석은 자신의 눈앞에 비친 이 광경을 믿고 싶지 않았다. 술병들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고 태오가 약에도 손을 댔는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빈 주사기를 보며 좌절했다. 뒤쪽 침대에서 그녀를 깔고 있는 그의 모습에 온몸에 피가 솟구치는 느낌을 받았다. 호석을 뒤따라온 태형은 해악한 표정을 짓고 방을 둘러보더니 욕을 하고 나가버렸다. 아마 윤기를 데리러 갔겠지.
제 앞의 이 남자가 어떤 회사의 후계자라도 상관없었다. 호석은 그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그녀의 모습만 눈에 가득 찼다. 그녀의 모습에 화가 나는 이유는 아마 자신이 이런 일을 조금 더 일찍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못했던 까닭이 아닐까.
눈을 뜰 힘도 없는 건지 자신이 왔다는 사실도 모르는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거의 헐벗은 그녀에게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덮어주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호석이 덮어준 옷을 그대로 덮고 누워있었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가만히 눈만 감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말아진 주먹에 힘을 더 주었다.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태오를 받아냈을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니 몸속 모든 세포가 주먹으로 몰리는 듯했다. 누가 말릴 틈도 없이 호석은 태오에게 주먹을 내다 꽂았다. 태오는 자신에게 주먹을 뻗은 사람을 올려다보려 했지만 자꾸만 눈의 초점이 흐려지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호석은 자신의 주먹에 침대 밑으로 떨어진 태오의 얼굴을 보더니 그 얼굴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걷어찼다. 태오의 입술이 터졌는지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태오는 호석에게 맞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는지 자신의 행동에 흐름이 끊겨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눈을 부라리며 호석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은 흡사 먹잇감을 앞에 두고 뺏겨버린 하이에나의 표정과 비슷했다.
“개새끼가 지금 미쳤나. 내가 누군지 알고 있냐?”
“입 닥쳐 미친놈아.”
태오는 입에 고인 피를 바닥에 뱉어내고 호석에게 다가왔다. 곧바로 호석의 얼굴로 주먹을 날린 태오는 비틀거리는 호석을 보며 손목의 단추를 풀며 씩 웃었다. 그의 입가에 가득한 피가 빛을 받아 붉게 빛났다. 콧속으로는 피비린내가 가득 찼다. 태오는 순식간에 호석의 멱살을 쥐며 반대편 벽으로 밀어붙였다.
호석의 와이셔츠가 태오의 손에 옹기종기 달라붙었지만 태오를 방해하기엔 그 크기가 작은 듯했다. 자신의 목을 쥐어 잡는 손길에 호석은 숨이 차기 시작했는지 그 얼굴이 하얗게 질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호석의 등이 벽에 닿자 태오는 벽을 지지대 삼아 호석을 높게 들어 올렸다. 태오의 손에서 발버둥 치던 호석은 다리에 힘을 주어 태오의 배를 걷어찼다.
두 남자가 동시에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호석은 자신의 호흡이 안정되길 기다릴 시간도 없었는지 자신의 넥타이를 끌어내리며 태오의 아킬레스건을 걷어찼다. 바닥에 누워있던 태오는 아이가 산모의 배 속에 있을 때의 모습으로 몸을 웅크리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호석은 그에게 잠시의 시간이라도 허락하지 않는 듯 곧바로 그의 얼굴을 짓밟았다. 태오의 얼굴이 바닥에 갈리다시피 밀렸으며 바닥의 조그만 먼지들이 얼굴에 생채기를 만들어냈다. 그의 잇새에서 침과 섞인 피들이 흘러나와 바닥에 흥건하게 고였다.
호석은 쓰러진 태오를 들어 올려 자신의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태오의 코뼈가 흐트러졌는지 미친 듯 피를 쏟아내고 있었지만 호석은 신경 쓰지 않았다. 호석은 성에 차지 않았는지 다리를 들어 올려 그의 배를 강타했다.
힘없이 무너지는 태오의 모습을 보던 호석은 태오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태오의 얼굴에 침을 뱉은 호석은 그가 더럽다는 듯 이마를 뒤로 밀었다. 손가락 하나에 밀려 바닥에 쓰러진 태오의 모습은 참으로 볼만했다. 그가 피떡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을 누군가 봐줬어야 했는데..
태오를 발로 툭툭 쳐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 호석은 그를 그대로 방에 내버려 두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그녀를 이불로 둘둘 싸매고 밖으로 안고 나왔다. 그들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조금 몰려들어 이도 저도 못하는 호석은 급한 대로 그녀를 데리고 옆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잠에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 깊게 잠이 든 모양이었다. 호석은 잠결에 안겨오는 그녀를 모른척하며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와 떨어지기 싫었는지 그녀는 뭐라 웅얼거렸지만 호석은 그녀의 얼굴에 손을 올려 눈을 덮어주었다. 스탠드 빛에 은은하게 비친 그녀의 얼굴이 고왔다. 찬연하고 청아한 그녀의 모습에 호석은 잠시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시간이 흘러간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조그맣게 뛰어오는 심장 소리는 그에게 사랑, 그 이상의 감정을 선사해주었다.
자신이 조금 더 빨리 그 방에 못 간 것을 후회하며 그녀의 얼굴을 조심히 쓰다듬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빨갛게 헐어버린 눈가가 호석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호석은 그녀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새기며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그녀의 옆을 지켰다. 그를 찾아온 태형도 그의 모습을 보더니 내일 얘기하자며 자리를 떴다.
새벽 달이 그에게 잠을 자라고 유혹해도 그 유혹을 뿌리치고 그녀의 옆에 끝도 없이 앉아있었다. 그의 굳센 의지에 지나가는 별들도 그녀의 잠에 방해가 되지 않게 소리 없이 지나갔다.
이제는 내가 너의 뒤를 지킬 테니,
내가 너를 떠나는 일은 없을 거야.
앞으로의 너는 나의 뒤에 서서,
그저 너는 행복에 겨운 눈물만 흘렸으면 좋겠다고
내가 이때까지 너에게 가까이 못 다가가서 미안하다고
나 이제 내 모든 것을 너에게 표현하리라고 이 밤하늘에 다짐할게.
감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호석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의 손길에 그녀는 몸을 움츠렸지만 그는 괜찮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달빛이 비치는 그들의 모습이 처연하게 느껴졌다.
‘정국아……’
‘왜 없어……’
꿈속에서 헤매며 한참을 걸어 다녔다. 보이지 않는 정국이의 모습을 간절하게 찾았지만 나의 염원을 무시하듯 정국이는 그림자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웅덩이에 신발과 바지 밑단이 젖어 질척질척한 소리를 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은 다시 꿈을 꾸게 된다면 당연히 정국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번 정국의 말처럼 정국은 이곳을 정말로 떠났는지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한참을 걸어 다녀 이제는 살짝 저릿한 다리에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길을 잃어버렸단 사실은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그저 길을 걷다 보면 정국이 자신을 마중 나와줄 줄 알았다. 정국을 믿고 그렇게 돌아다녔으나 종착지는 외로운 오솔길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정국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자꾸만 심장을 죄어왔다. 멀어지는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던, 뒷모습에 대고 사랑한다는 말조차 못했던, 자신의 잘못이면서 자꾸 정국이에게 전가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미웠다.
이곳에 홀로 남은 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정국을 떠올렸다. 자꾸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졌다. 일부러 자신을 놀리는 건지 예쁜 웃음만 남기고 떠난 정국이가 나를 더 애달게 하였다.
정국아. 너무 보고 싶어.
뿌연 안개들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만들었다. 자꾸만 자신의 시야를 방해하는 안개들을 팔로 휘저으며 거두어보았지만 꼼짝하지 않는 안개는 곧 자신을 집어삼켜 버렸다. 안개가 짓누르는 무게에 끙끙 앓으니 곧 파란 나비들 수십 마리가 나에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나비들이 나에게 다가오자,
나를 감싸던 안개들이 사라지고 눈앞의 자그마한 빛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깼어?”
“괜찮아?”
눈을 뜨자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호석의 모습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어제의 일들이 자신을 괴롭게 만들었다.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매달고 호석을 올려다보니 곧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안아주었다.
나의 등을 토닥거리는 그 손길이 처음인 것처럼 너무 어색했지만 나에겐 한없이 따뜻한 위로로 돌아왔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눈물이 그의 어깨를 적셨다. 그는 자세가 불편할 법한데도 오랫동안 나를 안고 다독여주었다.
나에게 일어난 일들도, 이제는 찾을 수 없는 나의 동생도 나에겐 파도보다 높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 파도가 나를 삼켜버려 저 먼바다까지 나를 밀고 갔지만, 나는 수영을 못했다. 할 수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수영을 하지 못했다.
슬픔에 잠기는 나의 모습을 바다는 묵묵히 지켜보았다.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잠잠한 그 물결에 핀잔을 줄 노릇도 아니었다. 그저 발에 아슬아슬 닿는 바위의 꼭대기를 딛고 겨우 얼굴을 물 밖으로 빼내었다. 숨 쉬는 것도 나에겐 무척 힘들게 다가왔다.
한참을 호석의 품에 안겨서 구슬픈 눈물만 쏟아내며 쌓아왔던 모든 설움을 터뜨렸다. 고개를 묻은 반대편 어깨를 주먹을 쥐어 툭툭 쳤지만 그는 묵묵히 내 손길을 받아내었다. 나의 원망 섞인 손길을 그는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울음을 그치니 호석은 나의 어깨를 잡고 자신의 품에서 떼어놓았다. 나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그의 얼굴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야위어있어 멈춘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다정하게 눈물을 닦아주며 나를 기다려주었다.
“힘들었지.”
눈물이 멈추었음에도 내 볼에서 손을 떼지 않는 호석 때문에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엄지손가락으로 볼을 어루만지는 호석은 내가 꽃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나를 다루었다. 그의 눈에 가득했던 슬픔이 어느 정도 사그라지고 이젠 나를 향한 애정이 가득 찼다.
커튼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햇빛이 우리를 비추었다. 은은한 햇빛은 그와 나의 모습을 더욱 애절하게 만들었고 창문에서 불어오는 미적지근한 바람이 분위기를 청아하게 만들었다.
그는 나의 존재가 벅찼는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의 눈동자는 오롯이 나만 담고 있었다. 고요히 나를 지켜보는 그가 너무 고마워 내 볼에 있는 그의 손에 내 손을 겹쳐 잡았다.
그의 눈에 비친 나는 그의 사랑을 받아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이었다.
나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도 그토록 찬란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했다.
“호석아, 고마워.”
나의 말이 끝나자, 그의 입술이 나의 이마에 살짝 닿았다.
지나가던 새들의 천진한 웃음과 그의 손의 따뜻한 온기 그리고 터질듯 뛰는 심장.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처음의 그 느낌, 가슴이 설레어 눈물이 흐를 정도로 벅찬 감정.
애절한 사랑을 속삭이던 그 입술은 이내 부드럽게 떨어졌다.
태봄이 왔어요 :)
아까 올린 지민이 집착글은 잘 읽으셨나요ㅋㅋㅋㅋ흐핫 지민이 글보다 끈적하게 오고 싶었지만 지민이 글보다는 뭔가 아쉽네요.... (머리를 박는다)
조태오씨가 너무 나쁘게 나와서 죄송해요.... 여주 넘나 불쌍해;ㅅ; 그래도 호석이가 으쌰으쌰 이겼으니까!ㅎㅎㅎㅎ 오늘 드디어 호석이랑 여주가...! 뚜루뚜뚜.... (부끄)
으앙ㅜㅜ 제가 사는 곳은 비가 오고 있습니다! 창 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너무 좋네요 :) 하루에 한 곡씩 노래도 추천하고 싶지만 너무 나대는 거 같아 포기할게요ㅋㅋㅋㅋㅋ
다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냈어요? 제 글이 힐링이 되는 글의 주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힘든 마음 조금이라도 힐링되었음 좋겠어요. 바라는게 너무 많죠ㅠㅠ
우리 독자님들은 항상 좋은일만 가득가득했으면 하는 마음에...ㅎㅎㅎㅎㅎ 다들 힘내세요! 내 사랑들 오늘도 사랑해요 :)
+) 독방에 저의 글을 추천 해주시는 모든 분들 제 사랑 가져가세요!
비회원 독자님들은 암호닉 확인 늦어질 수 있으니 없다고 다급해하지 마세요!
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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