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우리
w.1억
주혁은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자 지친 듯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 혼자 일하려니 너무 힘드네.. 친구들에게 알바 할 생각 없냐며 카톡을 보내본 주혁은 아무도 대답이 없자, 핸드폰을 보던 주혁이 마른 세수를 하며 열린이에게 카톡을 보낸다.
[알바 구할 때까지만 일해]
[네 멋대로 관둔 거잖아]
[손님이 너무 많아]
카톡을 본 열린이는 콧방귀를 뀌었고, 옆에서 보던 혜선은 인상을 쓰다가도,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열린을 본다. 그리고 혜선의 말을 들은 열린이 경악하듯 입을 벌린다.
제 3회_
다시 시작하는 사람
대단하다 대단해.. 손님이 이렇게 많다고? 점심시간 되니까 사람들이 몰려왔고 벌써부터 기가 빨리는 것 같았다. 바쁜 시간대 11시에 출근해서 6시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여대생들오니까 남주혁 저거 좋아가지고.. 헤어졌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게 더 신기해. 그냥 차라리 서로 없는 것처럼 살고싶었는데. 얼마나 사람이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을 했나 싶고.. 언니가 일하면서 남자친구 사귀어서 약올리라는 말을 해줘서 또 그때 미쳐서 그 말에 동의를 해버렸던 거지. 어휴.. 지도 헤어진 전여친 부르는 게 민망한지 내 눈을 잘 안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지도 자존심 상할 거야.
"어.. 열린씨?"
"…어! 안녕하세요."
"오늘도 아는사람 도와주는 거예요?"
"아, 네에.. 알바 생길 때까지만요..!"
"그래요? 그럼 더 자주 와야겠다. 근데 늘 느끼는 건데. 손님이 엄청 많아요. 역시 열린씨 덕분인가."
"에이.. 아니예요..!"
테이블에 앉아있는 여자들의 시선은 오롯이 김선호에게 향해있다. 솔직히 나라도 계속 볼 걸.
"아메리카노 샷 추가해서 한잔만 주세요."
"네엡.."
카드를 건네주었고, 그의 손을 보았다. 손도 예쁘네에..
"어제는 집 잘 들어갔어요?"
"네! 어차피 코 앞이었는데요 뭐."
"어우. 코 앞이었어도 걱정했죠."
"어이구 걱정 해주셔서 고맙네요오.. 금방 만들어 갖고올게요."
내 말에 김선호는 웃으며 고갤 끄덕였고, 금방 김선호에게 커피를 건네주었다.
"근데 여기 주변에서 일하세요? 그때도 오시고.. 오늘도 오시고."
"아, 여기 옆에 백화점에서요."
"허얼.. 백화점에서요? 설마 막 경호..? 아니면 판매? 판매 하셔도 판매왕이실 것 같은데."
"맞아요. 판매왕."
"크으... 제가 역시 보는 눈이 있어요."
"크으.. 아, 참! 치즈케이크 하나 주실래요?"
"어~ 이거 치즈케이크 이름 연인에게 치즈케이크인데~ 설마 여자친구분 주시는~?"
"제가 먹을 겁니다."
"아, 어.. 죄송합니다."
"……."
뭐가 그렇게 웃긴지 계속 나를 보고 웃는 김선호에 나도 웃음이 나왔다.
"자아, 케이크 나왔습니다아.."
"다음엔 먼저 인사해요."
"네? 아, 네!"
"집 앞에서 마주쳐도 먼저 인사하기. 오늘 내가 먼저했으니까."
"네에! 당연하죠."
"갈게요."
"네? 케이크..!"
"열린씨 먹어요."
"네? 아, 저기 선호씨..!"
갈게요- 하고선 내 말에 대답도 안 하고 나가버리는 김선호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참나.. 돈주고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한테 먹을 걸 주다니. 그가 나가고 계속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고갤 돌리면, 테이블을 정리하던 남주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없이 눈을 피했다. 내가 다른 남자랑 웃으면서 대화한 걸 처음봤는데도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6시가 되었고, 나는 퇴근을 준비했다. 가방을 매고선 테이블을 닦던 너에게 퇴근한다는 말조차 하지않고 문을 열려고 했을까, 네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어머님이 산삼 보냈던데."
"아, 그거.."
"……."
"내일 갖고와줘. 번거롭게 해서 미안."
"됐어."
너와 나는 서로 대화가 하기 싫은 게 분명했다. 인사도 없이 나왔고, 나는 날이 추워져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걷다가 전화오는 소리에 핸드폰을 보았다. 뭐야 곽동연..
"여보세요."
- 어디냐 길열린?
"퇴근해서 버스 정류장 가는중."
- 오케이 거기서 기다려.
"뭐야, 왜?"
- 친구가 수제버거 가게 오픈했거든. 먹으라고 몇개를 만들어줬는데. 너 햄버거 좋아하잖아. 생각나서.
"그래 그럼. 기다릴게."
"점심 굶었냐? 아무리 어색해도 같이 밥은 먹어야지."
"내가 걔랑 밥 먹으면 안 넘어갈 것 같아서 그랬다 뭐."
"그래도 밥은 먹어. 이렇게 드디어 끝난김에! 그냥 확! 쿨하게 어!?"
"걱정해줘서 고맙네. 곽동연."
집 앞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햄버거를 먹는 나는 드디어 다 먹었다며 동연이에게 웃어주었다.
"근데 난 솔직히 말해서 너네 다시 붙을 줄 알았다? 근데 진짜 헤어진 것 같아서 안 믿겨."
"그러게. 그건 나도 신기하네."
"그러니까 둘 다 성질 좀 죽이지!"
"시비걸려고 불렀냐.."
"아니? 햄버거 좋아하는 너를 떠올리며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잖니."
"…그으래."
"너네 대화는 하긴 해? 남주혁도 참 대단해.. 알바생 필요하다고 널 부른 것도 신기하고, 그걸 또 온다고 한 너도 대단하고."
"맨날 남주혁 만나면서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 걔한테 물어봐."
"야 내가 남주혁쪽이라고 미워하지 마라...? 나 너네 다 좋아!"
"그으래. 알겠다~"
"어유 이 길열린..!"
"잘 먹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갈게."
"그래. 야 혹시라도 힘들면..!"
"…뭐."
"됐다. 아니! 힘들어 하지 말라고! 남주혁 진짜 잘 먹고 잘 살아. 다른 여자랑 연락도 하고 잘 될 수도 있고 막 그래. 그러니까! 기죽지 마!"
"……."
"아니 그렇다고 막 사귀는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닌데. 그 여자가 일방적으로 남주혁을 더 좋아하는 거지."
"그래. 알겠어."
열린이 내리자, 동연은 괜히 열린이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을 한다.
"아휴.. 진짜.. 겉으론 괜찮은 척 해도 멘탈 엄청 나갔을 건데.. 저 착해빠진 자식.. 아니.. 그나저나 곽동연 이 미친놈.. 마지막에 그 말은 왜 한 거야."
열린이 빨리 집에 가고 싶은지 총총 뛰어가자, 마침 퇴근하고 집 앞에 주차를 하고 나온 선호가 총총 뛰어가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고양이에 놀라 소리지르는 열린을 보고 웃는다.
"……."
"내 생각엔 그 사람이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완전 삘 오지 않아?"
"미쳤다고 그 사람이 날 좋아해?"
"미치지 않아도 너 좋아할 수 있지. 케이크를 왜 주냐? 왜 예쁘다고 그러냐?? 왜 아는척하라고 그러냐구."
"그 사람이 뭐가 모자라서 날 좋아해..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인 거야."
"자존감이 왜 이렇게 낮아졌냐?"
자존감이라는 말에 왜 멈칫하게 된 걸까. 자존감.. 그게 뭐였더라. 여태 동안 잊고 있었다.
"너 진짜 예뻐."
"……."
"너는 내리깎지 마. 네가 뭐가 모자라서? 애가 한 사람만 9년을 만나더니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구나. 남주혁이 너보고 예쁘다고 안 해주디? 미친놈.. 애를 9년 동안 붙잡고 있었으면 책임지고 예쁘다 예쁘다 기 살려줬어야지! 뭐하고 있었대."
"아니야. 그냥.."
"너 김선호 그 사람이랑 무조건 잘 돼야 돼. 잘 사는 꼴 보여줘야 될 거 아니야."
"어휴 참..! 그 사람은 그냥 우연히 만난.. 아는 사람 정도라구.."
"됐어. 그냥 무조건 들이대. 남주혁이랑 같이 붙어있을 때 더 그러라고. 그 새끼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해."
"치.."
"하여튼 간에... 욕해도 웃어주는 년은 너뿐일 거다."
선호는 카페에 들어가기 전, 카페 안을 보았다. 손님이 어제보다는 없어서 한가한지 느릿하게 청소를 하고 있는 열린을 보며 웃어 보인다. 문을 천천히 열자, 열린이 화들짝 놀라 선호를 보았고, 열린이 환하게 웃으며 선호에게 말한다.
"오늘도 오셨네요!?"
"……."
"음..? 네?"
"……."
"혹시 제 얼굴에 뭐..라도..."
"먼저 인사해주셔야죠. 기다리는중인데요."
"아, 뭐예요오.. 안녕하세요."
"오늘은 그래도 좀 한가하네요?"
"조금요? 아메리카노 샷추가!?"
"네."
자신이 마시는 걸 외운 열린이 마냥 신기하고 귀여운지 선호가 웃으며 열린을 바라본다. 컵을 닦던 주혁이 선호와 열린을 번갈아보았다. 카페 자주 왔던 사람인데 언제 저렇게 친해진 거야. 주혁과 눈이 마주치자, 선호는 웃으며 목례를 했고, 주혁도 대충 목례를 하고선 열린을 힐끔 본다.
"……."
커피를 금방 만들어 선호에게 건네준 열린이 밖을 한 번 보더니 선호에게 웃으며 말한다.
"오늘 좀 춥더라구요. 완전 가을날씨."
"그러니까요. 저녁에는 엄청 쌀쌀할 건데. 열린씨 겉옷 안 입고 온 거예요?"
"귀찮아서..하하. 내일부터는 완벽무장 해야될 것 같아요. 너무 추워서."
"그래요. 감기 걸려요. 감기 걸리면 열린씨랑 인사도 하지 말아야지. 감기 옮을라."
"진짜 너무하시네요. 걱정마세요. 절~대 안 걸리니까요."
"몇시에 퇴근해요?"
"6시요!"
"거봐 그때부터 딱 춥다니까."
"ㅎㅎㅎ."
선호가 가고, 주혁은 열린이에게 할말이 많은 듯 했지만, 입을 열지않았다. 선호가 가고나서도 카페에 있는 손님들은 선호의 얘기로 바쁘다. 물론 주혁도 인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어려보이는 여자 애들이 와서 주혁의 앞에 섰다. 주문을 기다리던 주혁은 여자들을 바라보았고, 여자중 한명이 대표로 주혁에게 묻는다.
"저기... 딸기스무디 한잔이랑요.."
"네."
"여자친구 있으세요..?"
"…아니요."
"거봐 없다잖아...! 그럼.. 혹시..몇살이세요..?"
"저 나이 되게 많은데. 내일이면 서른인데~"
"진짜요!? 대박.... 저희랑 9살..차이..헐.."
주혁의 능청스러움에 열린이 괜히 힐끔 보았다가 콧방귀를 뀌었다. 하긴, 대학생때도 인기 많았던 건 나도 인정한다. 아무리 잘나도 시간이 지나고,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단점만 보였던 게 컸지. 퇴근시간이 되었고, 열린이 '간다'하고선 핸드폰을 챙겨 발걸음을 떼자, 주혁이 열린을 불렀다.
"너 어디서 지내냐."
"궁금하긴한가보네."
"너 갈 곳 없잖아."
"그러게. 갈 곳도 없는데 어떻게 잘 살고있으니까. 걱정 하지 마. 그리고.. 너한테 할 말 있어."
"어."
"급하게 헤어지면서 제대로 정리도 못 했잖아, 우리. 친구로 지낼 수 있다면 친구로 지내자. 너도 잘 되어가는 사람 있는 것 같기도 하구... 우리.. 하하호호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친구 말고.. 좋은사람 만나면 축하해주고 그런 사이 있잖아."
"친구.."
"그래. 친구."
"그래."
"……."
"어머님이 보내신 택배 창고에 넣어놨어. 가져가."
"아, 맞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너와 나는 친구 사이로 남기로 했다. 조금은 가슴이 아플 것 같았는데. 깔끔한 정리는 나를 편하게 해주었다. 택배를 들고 나와서는 등으로 문을 열고 나오면, 누군가가 워! 하고 내 앞에 나타난다. 너무 놀라서 눈을 크게 뜬 채로 나를 놀래킨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선호씨..? 뭐예요? 왜 여기있어요?"
"열린씨 6시 퇴근이라길래, 일 빨리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죠?"
"네? 저를 왜 기다려요..?"
"집 방향 같잖아요. 혼자 집에가기 뭐하니까. 같이 좀 가죠?"
"…에?"
"아, 혹시.. 제가 무턱대고 기다리고 그래서.. 기분 나쁘셨어요..? 막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미안해요. 열린씨랑 친해지고 싶었어서.."
"…아, 아니예요! 기분 나쁘지도 않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았구요.. 저야 좋죠! 너무 고맙고.."
"그쵸? 그럼 같이 가는 걸로 할까요?"
"그래요!.. 근데 언제부터 기다리신 거예요?"
"3시간?"
"네???"
"농담이에요. 10분?"
"안에서 기다리시지.."
"혹시라도 쫓겨날까봐."
"에이..설마요."
"웬 상자예요? 주세요."
"아, 아니에요! 제가 들어도 돼요."
괜찮다는데도 김선호는 내 손에 들린 상자를 가져갔고, 괜히 '고마워요'하고 작게 말하면 해맑게 웃어준다. 참, 사람 좋게 웃어주네..
"산삼? 산삼인가."
"네! 엄마가 보내주셨거든요.. 백숙 해먹으라고."
"하긴.. 예쁜 딸이라 많이 챙겨주고 싶겠다."
"에이.. 절대 아닌데에.."
그의 차에 도착해 뒷자리에 상자를 놓고선 조수석에 올라탔다. 오.. 확실히 비싼차는 다르긴하네. 신기해서 차를 꼼꼼하게 구경하는데 그가 웃으며 말하길.
"평소에 버스타요?"
"네!"
"이렇게 아는사람 차타고 같이 퇴근하면 엄청 편한데 그쵸."
"네.. 엄청!"
"앞으로 저랑 퇴근시간 맞으면 같이 퇴근해요."
"그래도 좀... 음.. 그래도..돼요?"
"그럼요."
"천사다 천사.."
그는 참 착했다. 그리고 웃는 것도 늘 느끼는 거지만, 예쁘다.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지 솔직히 조금은 날 좋아하지않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나같은 걸 왜 좋아하겠나싶어 그만 생각을 접게된다. 정말 재밌지도 않은 얘기들을 하는데도 우리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웃음이 끊이질않았다.
"나중에 백화점 오면 할인 팍팍 해줘야겠다."
"백화점은 잘 안다녀봐서.. 그럼 놀러갈게요! 마침 제가 아는 언니 집에서 얹혀사는 거라.. 선물 해줄 것도 있었구."
"여자 둘이서 지내는 거예요?"
"네에.. 그렇죠."
"그럼 위험한 순간에 저 불러요."
"제 외침이..거기까지 들릴까요..?"
"힘들게 굳이 그러시게요?"
"그럼요?"
"전화 하면 되겠네?"
와 이런 사람을 연애고수라고 하는 걸까.. 능글맞게 막..막 그러는데 한 번에 넘어가버렸어.
"저 막 아무한테나 이러는 사람 아닙니다."
내 생각도 읽었어.
"에? 아.. 어떻게 아셨어요.. 나 속으로 막.. 연애고수인가.. 이 생각했는데."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저 울어요."
"안 울 거면서."
"진짠데?"
"핸드폰이요."
"네?"
"핸드폰 주세요. 번호 찍게요."
남주혁이랑 있을 땐 이렇게 웃을 일도 없었는데. 이 사람이랑 있으니까 계속 웃음이 나오는 것도 참 신기했다.
"열린씨가 웃음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볼때마다 웃고있어서 나까지 기분 좋아지네."
"제가요?"
"네."
'너는 왜 항상 인상만 쓰고있냐. 너 사람 진빠지게 하는 거 알고있냐?'
그의 말에 바로 남주혁이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웃지를 않는다며 늘 나한테 불만을 보이던 네가 떠오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열린씨 나이가 어떻게 돼요?"
"저 스물아홉이에요!"
"친구다 친구."
"진짜요? 저랑 동갑이에요?"
"아니요? 서른여섯살인데요."
"뭐예요."
"왜 정색해요? 나 방금 엄청 상처 받았어요."
"친구 아니네!"
"6살 차이는 친구라던데."
"누가요."
"중학생 때 선생님이?"
"참..진짜....ㅋㅋㅋㅋㅋ."
늘 우리는 웃고 있다. 그가 하는 말이면 어느 순간에도 재미가 있었고, 그의 얼굴만 보아도 웃음이 나왔다.
"그럼 서른여섯살 판매왕 김선호씨 잘 부탁드려요."
"판매왕이요? 아이구, 네에. 잘 부탁드려요."
"ㅎㅎㅎ."
"자, 내립시다. 집 앞까지 데려다줘야겠다."
"코앞인데요?"
"세상이 흉흉해요."
"그건 맞죠. 그럼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네? 뭘요?"
"선호씨 얼굴?"
"어휴 제가 더 감사하죠. 조금이라도 열린씨 더 보게해줘서 고맙습니다."
"참 진짜. 남들이보면 저희 미친 줄 알 것 같아요."
"야 그 사람 너한테 진심이네에. 집에 같이 가자고 카페 앞에서 기다리는 건 찐 아니냐? 난 그런 사람 만나본적도 없어."
타이밍 좋게 마침 딱 그에게서 카톡이 왔고, 언니가 유난떨며 내 핸드폰을 먼저 확인한다.
[열린씨 산삼 두고내렸더라구요.]
"산삼?"
"아, 맞다.. 깜빡했다."
[잘 들어갔어요?]
"바로 옆인데 잘 들어갔냐고 물어본 거면 이건 진짜야. 나 한 번만 믿어봐."
[오늘 밤엔 더 춥다니까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고 자요. 이불 꼭 덮고요.]
"이 사람 너 좋아해."
[네! 선호씨도 이불 꼭 덮고 자요! (이모티콘)]
[산삼은... 선호씨 편한 날에 부르시면 가져갈게용 (이모티콘)]
"…이모티콘도 귀여운 거 쓰네."
배고픈지 요리를 하던 선호는 카톡 알림 소리에 고갤 돌려 확인해보았다가, 계속 미소가 번져있다.
"야 곽동연!"
"어, 왜!..."
동연의 집에 소리도 없이 들어온 주혁에 동연은 화들짝 놀라 주혁을 올려다보았다.
"너 길열린이한테 나 만나는 사람 있다고 말했냐?"
"내가?"
"어."
"내가????"
"말 할 사람이 너밖에 없는데 아직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이랑 잘 되긴 뭐가 잘 되냐? 뭔 소리를 한 거야."
"그냥 그럴 수도 있다~ 라고 한 거지... 확신한 적은 없어 인마... 나는..그냥.. 너네가 진짜 진짜 진짜 서로 마음 접고.. 새로운 사람 만나고싶어 하는 것 같았고.. 그리고! 좋은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어서.."
"됐어."
"어?"
"됐다고."
"완전 화낼 것 처럼 난리치더니.. 왜 그러는데. 무섭게."
"걔도 만나는 사람 있어."
"뭐??????????????????????????????????????????"
"맥주 꺼내마신다."
"어? 어.. 아니! 근데 열린이가 남자가 있어? 네가 어떻게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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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