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은 모처럼 대청소를 했다. 평소에도 그렇게 어질러놓고 사는 편은 아니지만 바쁘다는
이러저런 핑계로 계속 청소다운 청소를 못한 상태였다.
방에 있는 창문을 열어놓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세탁기에 모아넣던 정국은
곤히 잠든 지민을 보곤 창문을 슬쩍 닫았다.
감기 걸리면 약도 없는데.
창문까지 닫고 이내 건조가 다 되었음을 알리는 세탁기소리에 세탁기로 얼른 달려가 건조된 빨래도 꺼내 개기 시작했다.
개운하게 청소를 마칠때까지 지민은 꼬물꼬물 뒤척거리기는 했지만 깨진 않았다.
어젯밤에 늦도록 잠을 자지않고 뭔가 하는것 같았다.
얼른 자라고 방불을 끄자 끄몬 안대! 꾸기야! 부울! 불! 하길래 어젯밤 불을 켜놓고 잠이 들기까지했다.
대체 뭐하길래.
어젯밤 저녁을 먹자마자 평소와는 다르게 꼬물꼬물 정국의 손으로 올라타더니
정국의 엄지손가락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책상위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고 정국이 샤워를 하고 오자 또 어느새 옮겨갔는지 자신의 침대위에서 뒤돌아 앉아 뭔가를 하고있더랬다.
"벌레. 뭐하냐."
"우웅?..안니야! 찜니 아무곳도 앙하눈데?"
꽤나 수상쩍게 행동하는 지민에 뭘 하나 흘낏거렸지만 뭘하는지는 도무지 보이지않았다.
어쨌든 그런탓에 어제저녁 잠을 설친 정국은 이제서야 졸리기 시작했고, 침대로 올라가 한숨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을 잔지 얼마나 지났을까.
자꾸 가슴께가 간지러워서 자면서 손을 얹었는데...뭔가가 대뜸 손을 만졌다.
눈을 슬며시 뜨니, 정국의 손위에 올라타려는 지민이 있었다.
"....뭐야..벌레?"
"..히이- 꾸기야, 깨쏘? 찜니가 꿍꿍거려소 깨쏘?"
"..어, 아니. 그건 아닌데. 너 언제 일어났어."
잠이 덜 깨 이마께에 왼쪽 팔을 올리고선 눈을 감은채로 정국이 지민에게 물었다.
"웅? 찜니 쪼꿈저네 이러나써! 꾸기 코오하구이쪄써! 구래서 찜니 혼자 놀구이써찌히! 찜니 차카지여?"
"..잘했네. 배는."
"웅? 아 마따! 꾸기야! 찜니 배에서 우르르콰앙 소리나쏘!"
우르르쾅..번개냐.
....그나저나 배 고플만도 하지.
자느라 아침도 안 먹인것이 정국의 마음에 걸렸다.
"깨우지."
"우웅, 안니야. 찜니 개차나! 꾸기야, 앙뇽히 쭈무셔쳐여?"
"응. 밥 먹을까?"
"우웅!..아! 마따! 꾸기야! 찜니 꾸기한떼 모 줄꼬 이찌렁!
"줄거? 뭔데."
이전에도 정국에게 책상뒤편에서 찾은 클립따위를 주면서
빤짝빤짜케! 꾸가, 이고 보무리야? 했던 전적이 있었기때문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반면에 신이 난 지민은 정국의 손을 톡톡 치며 말했다."히이. 꾸기야. 눈 깜꼬 이써! "
....뭐길래 이 벌레가 또 이러나.
실눈을 뜨고 지민이 하는 양을 지켜보니 지민은 등뒤에 숨기고 있던
조그만 포스트잇들을 하나하나 배열하기 시작했다.
저게 다 뭐지. 저런것도 떨어져 있었나.
"..꾸기야, 깜꾸이찌여? 아직 눙 뜨몬 앙대!"
포스트잇을 배열하다말고 정국을 바라보며 제법 단호한 지민의 목소리에 정국은 픽 웃고선 알았다고 대답했다.
"...히이! 다 대따! 꾸기야! 꾸가! 이제 눙 떠도 대지여! 짜안!"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민의 머리위로 새싹이 핑핑거리며 움직이는걸 실눈을 뜨고 보고 있던
정국이 지민의 목소리에 눈을 뜨고 포스트잇을 보았다.
"...벌레. 너 이거."
클립따위가 아니었다.
지민이 정국에게 보여준것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써진 꾸.기.야. 찌.미.닝.가.마.니.모.니.싸.란.헤. 였다.
얼마전 가르쳐준 한글공부를 혼자서 열심히도 했나보다. 이런건 상상도 못했는데.
"..히이- 꾸기야?..찜니가 모 잘모써써?
찜니가 꾸기한떼 쥬고시퍼쳐 꾸기가 가르쵸준고 연습핸눙데.."
"...벌레. 이리 와봐."
몸을 베베 꼬으며 새싹을 쫑긋 세우고 정국의 반응을 기다리던 지민이 망설임없이 정국의 가슴께에서 콩콩콩 정국에게로 달려갔다.
정국은 지민이 통통 뛰어오는 걸 보자 가슴이 따뜻해진다는게 이런건가 싶었다.
"..꾸기야! 꾸가- "
지민을 소중히 안아 정국은 지민에게 입맞춤했다. 머리를 쓱싹쓱싹 쓰다듬어주는것도 잊지않았다.
"...벌레. 답장해줄게."
지민은 정국이 해준 뽀뽀에 얼굴은 물론 몸 전체가 복숭아빛이 되었다.
새싹을 총총 얼굴께로 가져와 얼굴을 가린 지민이 온몸으로 부끄러움을 표현했다.
정국은 그런 지민을 보다가 곧장 똑같은 포스트잇을 가지고 와 뭔가 적기 시작했다.
"..벌레. 자. 답장."
그때까지도 계속해서 새싹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지민이 새싹 한쪽을 얼굴에서 떼고서는 정국이 내민 포스트잇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걸 읽자마자 지민은 정국에게 다시 달려가 정국의 손에 뽀뽀를 했다. 꾸가, 찜니능 싸랑쓰러워? 히이-
포스트잇에 정국이 망설임없이 적어내려간 글씨는 사랑스러운 벌레야. 고마워였다.
플러스로 얘기하자면 지민도 정국도 모두 서로에게서 받은 편지를 침대에 테이프로 붙여놨다는거.
음..어..안녕하세요!1일1국민을위해침벌레왔어요~
지난편(이래봤자어제..)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게 읽고있어요, 항상.
보고싶으시다고 하셨던 짐니 에피소드는 금방 적어서 조만간 들고올게요(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