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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총총 전체글ll조회 1963l 7

이번 글은 이 곡과 함께 하기를 추천합니다.🖤







[NCT/태일] 킬러뱅뱅 특별편 ; IF ; 태일편 上 | 인스티즈


KILLER BANGBANG SPECIAL ; IF

IF ; 만약 평범한 여주와 태일이 만났다면.








1. 태일





백수면 함부로 대해도 되는거야? 여주는 엄마의 극성 잔소리로 심부름을 가는길에 인상을 쓰며 자전거를 패달을 거세게 밟아 속력을 올렸다. 

순간 딴 생각이 드는 바람에 코너를 돌 때 속력을 줄인다는 것을 깜빡했다. 갑자기 튀어 나온 검은 형체에 놀라 여주는 급하게 핸들을 돌렸다. 결과는 다리가 처참히 쓸렸다. 

아픈것보단 쪽팔린게 먼저였기도 하고 또 자신 때문에 상대가 다치지 않았을까하고 놀래 고개를 드니 검은 정장을 입고 차분한 색감의 스카프를 한 남자가 주저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여주가 급하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그 남자가 자리에 일어나 자신의 바지를 툭툭 무심히 털었다. 아니 사람이 미안하다고 하는데 왜 대답이 없어. 여주가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 일어날 수 있어요? "



차가운 표정과 달리 꽤나 청아한 목소리에 여주가 힐끗하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 다리가 많이 쓸렸는데 그만 무릎꿇고 일어나요. "



남자가 여주에게 손을 건넸다. 여주가 손을 잡고 일어나자 그제서야 통증이 느껴졌다. 아우 피 한번 제대로 나는구나. 여주는 순간 짜증과 아픔이 솟았다.



" 괜찮아요. 제 불찰인데요. 다치신데는 없죠? "

" 저보다는 그쪽이 좀. "

" 아 괜찮아요. 뼈는 안다쳤으니 다행이죠 하하. "



자신을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가 민망해 하하 하고 웃으니 남자가 시선을 자전거로 옮겨 넘어져있는 자전거 쪽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세워주고는 남자가 싱긋 웃었다.



" 우리 집 바로 이 건물인데 잠깐 들어가서 치료 해요. "



계속 무표정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웃는 남자의 모습에 여주는 자신도 모르게 홀린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랬는데.









2. 치료




남자의 부축을 받아 남자의 집에 들어서자 엄청 넓은 거실이 보였다. 살짝 어두웠지만 밖에서 들어오는 노을이 그리고 빌딩들의 격렬한 불빛들이 넓은 창을 통해 거실을 어느정도 비춰주었다.

이래서 다들 한강뷰, 한강뷰 하는구나. 여주는 남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눈알만 요리조리 굴려 집을 살폈다. 꽤나 미니멀리즘의 삶을 지향하는 듯 하는 인테리어였다.

검은 가죽 소파에 여주를 앉힌 뒤 남자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그리고 여주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는 꽤나 바라보기 민망한 자세로 앉았다.



" 사실 치료같은거 해본 적은 없는데, 하면 뭐 되겠죠? "



남자의 대책없는 말에 여주는 심히 걱정이 되었지만 아까부터 싱긋싱긋 웃으며 말을 거는 바람에 여주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끄덕 거렸다. 남자가 서툴게 상처를 닦아 내는데 손목에 시계가 눈에 띄었다.

와 저거 롤렉스 아냐? 여주가 이거 가짜일까 진짜일까 하며 집중하는 사이 남자가 연고까지 친히 발라 주고는 여주 옆에 앉았다.



" 집에 데려다 주고 싶은데 잠깐만 기다려 줄 수 있어요? 금방 나갔다 올게요. "



마음은 아니요 괜찮아요 집에 갈게요. 였지만 가깝게 붙어 자신을 자꾸 싱글싱글거리며 바라보는 남자가 사실은 살짝은 무섭게 느껴졌다. 뭐랄까, 웃을 때 말 들어. 같은 좀 어두운 압력이 느껴진다랄까.

물론 자신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무섭게 느껴지는건 무섭게 느껴지는거다. 웃는 얼굴과 다르게 알게 모르게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남자였다.

여주가 남자의 집요한 시선을 피해 꼼지락 거리는 자신의 손으로 잠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여주가 다시 말을 걸려고 고개를 들어 옆을 보자 남자가 턱을 괴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동자가 저렇게 깊은 사람도 있던가. 지그시 여주를 바라보는 눈이 노을 빛깔과 어우러졌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에 여주가 아무말도 못하자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여주의 손을 따듯하게 잡아왔다.



" 내 이름, 문태일이에요. "



여주는 자신의 심장이 엄청나게 뛰고 있는게 느껴졌다. 그걸 알기라도 하는 듯 태일이 입꼬리 한쪽을 씩 올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 자켓을 다시 걸쳐 입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 여주도 급하게 입을 열었다.



" 아, 저, 저는! 여주예요. 김여주. "

" 그럼 착하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줘요. 여주씨. "



태일이 미소를 지으며 여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여주는 다시 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3. 우연?




내가 왜 기다리겠다고 했지. 미쳤나. 여주가 태일이 나가고 나서 뒤늦게 후회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미친년하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제와서 나가기도 뭐하고. 아니 나가도 되기는 하는데...

사실 이 모든게 자신의 선택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지만 여주는 괜히 변명을 생각해 합리화했다. 그래 나 때문에 넘어졌는데 혹시 다쳤으면 내가 보상해줘야지.



여주는 엄마한테 연락을 해놓으려 핸드폰을 찾았다. 주머니도 뒤지고 현관 앞까지 끌고온 자전거 앞 바구니도 찾아봤지만 없었다. 나 어디다 떨구고 온 거야.

지금 밖에 나가서 찾아 볼 수도 없는데, 진짜 인생 막 산다, 나. 여주가 다시 한번 좌절했다.



소파 위에 앉아 조용한 넓은 거실을 보자니 괜히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게 되었다. 여주는 다리를 절뚝 거리며 커다란 창문으로 향했다. 창문 바로 앞에 폭신폭신한 러그가 깔려있어 기분이 좋았다.

여주가 무릎을 끌어당겨 앉아 해가 거의 지고 옅은 빛으로 넘실거리는 한강 물을 바라보았다. 아 이대로 그냥 시간이 멈췄으면, 세상 살기 너무 힘들다.

여주는 멍하니 생각 했다. 취업도 안되고 한 달 전에 헤어진 전 남자친구도 생각나고, 집에서 자꾸 구박하는 엄마도 생각나고.. 그러다보니 마음이 울적해졌다.



한참이나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주가 급하게 일어서려다 오히려 스텝이 꼬여 대차게 또 넘어졌다. 덕분에 피가 다시 터져 러그 위가 붉게 물들었다.

여주가 진짜 오늘 되는게 없냐. 난 죽었다. 하고 생각 할 때 즈음 태일이 조금 급한 걸음으로 여주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주저앉아 자신을 바라보았다.



" 여주씨, 괜찮아요? "



순간 여주에게 다가온 태일한테서 알 수 없는 탄 냄새가 스쳤다. 담배 냄새도 미미하게 섞인것이 감히 예측 조차 할 수 없었다.

여주는 죄송해요. 러그가.. 라고 중얼거리며 울먹거렸다. 여주가 말의 나머지가 마저 못나오고 속으로 백만번 쯤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데 태일이 여주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여주 것이었다. 여주가 아무리 찾아도 없던 핸드폰이 태일한테서 나오자 놀란 눈으로 태일을 바라보았다. 태일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찾아서 다행이죠? 라며 웃었다.










4. 그 남자



태일이 자신이 데려다 주겠다며 옷을 갈아 입으러 방으로 들어갔다. 여주는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 놓고 한 숨을 쉬었다. 그 때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은 태일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살짝 살펴보니 김비서라는 이름이 떴다. 우와 비서도 있나봐. 여주는 괜시리 감탄했다.

곧 나오겠지 했던 태일이 좀 더 시간이 걸리자 핸드폰은 그 사이를 못 참고 계속해서 전화가 걸려왔다.

한 두번이면 무시하겠다만 끊기기가 무섭게 다시 걸려 오는 전화에 혹시나 급한 일일까 싶어 여주가 태일이 들어간 방문을 두드렸다.



" 저기.. 전화가 계속 오는데요. "



아무 답이 없는 방문 너머, 여주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 와중에도 또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큰일이네. 여주가 방문을 다시 두드렸지만 아무 답이 없자 발을 동동 굴리며 고민했다.

아니 방문 열어봐 말아. 여주가 고민할 때 쯤 문자가 미리 보기로 화면에 떴다. [ 보스, 급한 일입니다. ] 역시 급한일이 맞았네.

다시 걸려오는 전화에 여주가 큰 맘을 먹고 문을 여는 순간 반대쪽에서 먼저 열렸다. 균형을 잃은 몸은 그대로 문 너머에 있는 상대방에게 안기다시피 넘어졌다.



짙은 샴푸 냄새, 바디워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여주가 올려다 보자 방금 씻고 나왔는지 아까 전 깔끔하게 올렸던 태일의 머리가 젖은채 차분히 내려와 눈을 살짝 가렸다.

태일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여주씨한테 마가 꼈나봐요?

여주가 창피한 마음에 급하게 태일에게서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태일이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는 웃었다.

혹시 지금 방에 들어오려고 했던거에요? 여주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우물쭈물하자 태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의외로 대담하네. "



태일이 여주를 보며 시선을 놓지 않자 여주가 타오르는 자신의 얼굴을 느꼈다. 여주는 자신의 얼굴을 손 부채질 하며 태일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 아까부터 급한 전화가 오길래. 그래서 그랬어요. "



여주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태일이 그러자 입꼬리를 장난스럽게 구겼다. 음 그랬구나. 태일은 여주에게 핸드폰을 받아 어딘가로 다시 전화를 걸더니 짧게 대답만 하며 통화했다.

여주는 다시 차갑게 변한 태일의 표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보스라는 말은 또 뭐야. 회장도 아니고 사장도 아니고 팀장도 아닌 보스.

여주가 여러 궁금증이 쌓여 갈 때 쯤 태일이 통화를 끊고는 여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주는 머뭇거리다 그 손을 가볍게 잡았다.




" 더 늦기 전에 집에 갈까요? "








5. 재회




뭔가 한여름밤에 꿈이었나. 여주는 순간 몇일 전 일이 떠오르면서 타자를 치던 손이 멈추었다. 여주가 노트북으로 열심히 이력서 넣을 곳을 찾아 보며 생각했다. 몇일 전에 만난 이상한 남자. 문태일.

그 후로 당연히 마주치지도 만날 수도 없었다. 여주가 이력서를 다시 검토해보는데 그 때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아 혹시 지원했던 회사한테 전화오는건가.

여주가 급하게 전화를 받자 누군가 가볍게 웃는 소리가 났다.



'기다리는 전화라도 있었나봐요?'



이 목소리는 그 사람이었다. 문태일. 여주가 갑자기 기합이 잔뜩 들어갔다. 왜인지 긴장하게 되네. 여주가 침을 꼴깍 삼키며 대답했다.



"아... 네."



이 멍청아! 겨우 대답한게 아 네. 이게 끝이냐? 여주가 자신의 멍청함을 후회했다.



'혹시 남자는 아니죠?'

"네?"

'그러면 나 많이 속상할 거 같은데.'



여주가 어버버 거리며 할 말을 찾았다. 그러는 와중 태일이 먼저 말했다.




'잠깐 봐요. 우리.'







6. 취직




태일이 문자로 전송해준 가게 주소를 지도로 찾아갔다. 처음에는 지도를 보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가게 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겨우 찾은 조그만 문을 열고 은은한 조명의 복도를 지나 코너를 돌 때 즈음 낮은 재즈 소리가 들렸다.

그 앞에 있는 두꺼운 문을 열자 재즈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모습이 보였고 고급스러운 소파들과 테이블이 보였다. 몇몇 손님들이 테이블에 착석해 있고 태일은 그 중 바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보였다.

여주가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에 쭈뼛거리며 태일에게 다가가자 태일보다 일을 하던 바텐더가 먼저 여주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어? 왔네요."

"아 좀 헤맸는데, 죄송해요."

"헤맸어요? 전화주지, 마중나갈 수 있는데."



태일이 바텐더에게 알 수 없는 이름들을 말하며 주문했다. 여주가 뻘쭘하게 태일 옆에 서있자 태일이 의자에서 일어나 재즈 밴드와 좀 떨어진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자고 청했다.

여주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태일이 웃었다.


태일과 나란히 마주 보고 앉아 무슨 말을 할까 궁리하던 중 태일이 여주에게 물었다.



"그래서 아까 무슨 전화를 기다렸길래 황급한 목소리로 받았어요?"

"아, 사실은.."



여주가 취직 얘기를 할까말까 고민했다. 창피한 일이 아닌데 왜인지 이 남자에게는 조그만 일도 창피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주가 주춤거리며 입을 앙 다물자 태일이 살짝 답답했는지 자신의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



"말해주기 곤란한 일이에요?"

"아니, 그게, 제가 취업 때문에 이력서를 넣고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있거든요. "

"아."



태일의 짧은 탄성에 여주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 괜히 말했다. 거짓말 할 걸. 나한테 실망한거 아닐까. 여주가 숙이던 고개를 들고 태일을 바라보았다.

실망으로 가득차있을거라고 생각했던 태일의 얼굴은 오히려 눈이 휘어지게 웃는 모습만 보였다.


여주가 태일의 반응이 당황스러워 혼란스러울 때 바에서 서빙을 하는 직원이 아까 태일이 주문한 술을 테이블에 놓아주었다.

태일이 튤립과 닮은 잔에 담긴 투명한 황금빛의 술을 여주에게 권했다.



"달모어라는 위스키인데 제가 좋아하는 위스키에요."

"저 이런거 마셔본 적이 없어서 마셔도 잘 모를거에요."

"괜찮아요. 입에 안맞으면 다른 술로 시켜줄게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거 맛 보여주고 싶어서."



태일이 웃으며 말하니 여주는 예의상 한모금이라도 마셔야겠다 하고 잔에 입을 댔다. 예상대로 독하긴 했다만 의외로 부드럽고 풍부한 맛에 여주가 놀랐다.

정말 맛있어요. 여주의 말에 태일이 다행이다. 라며 자신도 앞에 있는 같은 색깔의 술을 한모금 삼켰다.



"여주씨."



태일이 홀짝 거리며 술을 마시던 여주를 불렀다. 와 이거 쎄긴 쎄구나 이 조금 마셨다고 바로 술 기운 오르는거봐. 여주가 잔을 내려놓고 물을 마시고는 태일에 부름에 대답했다.



"우리 회사에서 일 하는건 어때요? "







7. 첫 출근




술 기운에 하겠다고 한 건지, 아니면 정말 취업이 하고 싶어서 말이 앞섰던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물은 엎질러졌다.

내일 가볍게 회사 구경을 하러 오라던 태일의 말에 여주는 침대에 누워 캄캄한 천장을 보며 눈을 깜박였다.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인데 왜이렇게 불안하지. 여주가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미리 맞춰놨던 알람이 울리자 여주가 눈을 힘들게 꿈벅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설렘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굼뜨게 움직이자 그걸 알아챈 듯 태일에게 전화가 왔다.

여주가 무거워 반 쯤 뜨고 있던 눈이 놀라 크게 떠졌다. 전화를 받자 태일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주씨, 준비 얼마나 걸려요?'



예..? 방금 일어났는데.. 여주가 차마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내지는 못하고 삼킨 뒤 다른 말로 대체했다.



"삼십분 정도면 될거같아요."

'그럼 이따가 봐요.'

"네."



벌써부터 얄미운 상사짓 하는건가 여주가 잠깐 고민하다 그럴 사람이 아니기에 고개를 털며 생각을 지웠다. 그나저나 밥은 포기하고 가야겠구나. 여주가 한숨을 포옥 쉬었다.

여주가 씻고 나와 가볍게 화장을 했다. 평상시에는 잘 안하고 다니는 편이였고, 태일을 만났을 때는 화장을 한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괜히 또 긴장이 되었다.

와 나 너무 달라졌다고 놀리는거 아닌가 몰라. 여주가 자신의 두 볼을 감싸고 거울을 보다 시계에 시선을 옮겼다. 나가야겠다.

여주가 현관도어를 지나 바깥공기를 들이마시며 나무들 사이를 터벅터벅 걷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여주씨."



태일이었다. 올린 머리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여주는 새삼 또 감탄했다. 태일은 항상 정장차림이다. 정말 회장급이라도 되는걸까. 혹시나하는 생각에 여주는 괜히 소름이 돋았다. 어후, 그러면 큰일나지.



"아,안녕하세요."



그럼에도 뭔가 걱정이 되었는지 여주가 어정쩡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태일이 그 모습에 웃음이 터졌는지 소리내서 호탕하게 웃었다. 갑자기 왜 벽을 쌓아요. 태일이 가볍게 여주의 어깨를 감싸며 나란히 섰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겨 자신의 차 앞으로 여주를 데려왔다. 와씨 이거 그 부자들만 타고 다닌다는 차 아닌가. 여주가 더욱더 혼란스러워하며 고개를 올려 자신의 옆에 서있는 태일을 바라보았다.

태일이 그런 여주를 보고 왜 그러냐는 듯 묻는 표정으로 여주에게 웃었다. 여주가 아니에요. 하고 입을 닫았다. 그래 금수저 인가보다. 집안이.



"자, 레이디 퍼스트."



태일이 조수석 문을 열어 여주를 기다렸다. 여주가 처음 받아보는 에스코트에 머쓱해 하며 차에 타자 태일이 조용히 문을 닫아주고는 운전석에 탑승했다. 태일이 부드럽게 속력을 올리며 도로를 달렸다.



"운전면허증 있어요?"

"있는데 운전 안한지 오래되서 잘 못해요."



여주는 태일의 물음에 차를 살 형편이 안되서 면허증을 따고도 운전하지 못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여주의 대답을 듣던 태일이 말했다.



"이 차 어때요?"



흠.. 자랑하는건가. 여주가 뜬금없는 질문에 약간의 버퍼링 뒤에 대답했다. 엄청 좋아보여요.



"잘 됐다. 이 차 어제 김비서한테 부탁해서 구매 해 놓은거에요. 앞으로 여주씨가 사용 할 차에요."

" 아 그렇구... 네? "



여주가 태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 놀라 태일을 바라보자 태일은 또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입꼬리를 가득 올리고는 여주를 살짝 바라보고 다시 정면을 보며 운전했다.

입사선물이라고 치면 안되나요? 태일의 물음에 여주가 황당해했다. 아니 그건 좀.. 여주의 대답에 태일이 여주씨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필요해서 그런거니까 받아줘요. 란다.

태일의 말에 여주가 빌리는거라고 생각해야겠다 라고 되뇌었다. 하지만 렌트 해주는 차 치고는 너무 비싸보이잖아. 여주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여주씨는 이제 김비서 밑에서 비서 일 인수인계 받으면 돼요."



여주가 놀란 눈치로 태일에게 비서 일이요? 라고 되물었다. 태일은 그렇다며 확답을 주자 여주는 생각했다. 어떻게 이렇게 운이 딱 좋게 맞아 떨어지지.

여주는 기쁨과 동시에 얼떨떨했다. 분명 태일은 자신의 회사에 오면 그 때 할 일을 알려주겠다고 했고, 여주도 따로 지금까지 지원하고 있던 일을 말했던 적이 없었다.

여주는 큰 기대를 걸지도 않았다. 서류 정리나 하는 계약직으로 쓰려나 했는데 비서라니. 정말 우연치고는 너무 환상의 운이였다.



"저를 왜 믿고 회사 비서를 맡기시는지 궁금하네요."

"그냥 감이에요 감. 제가 어릴 때부터 감이 좋았거든요."



태일이 가볍게 웃었다. 여주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아직 알쏭달쏭한건 많지만 그래도 당장 눈앞에 있던 큰 문제중에 하나가 사라진 기분에 한시름 놨다.



"그런데 호칭을 어떻게 해야할지. "

"이름 불러요."

"그래도 회사에서는 좀, 그렇지 않나요?"

"저는 여주씨가 이름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여주가 고민했다. 이름을 정말 불러도 되는건가. 고민하는 사이 이 잘난 차는 회사 앞에 금방 도착해있었다.






8. 업무파악




"김도영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여주 입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김비서님. "

 


여주가 고개를 꾸벅숙여 인사했다. 긴장한 탓도 있었다. 김비서라는 사람은 표정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래서인지 여주는 좀 더 긴장을 했던 것이다.

도영이 여러 파일들이 담긴 박스를 하나 건넸다. 일단 작년도랑 이번년도거만 파악해보세요. 여주는 놀랐다 아니 작년도 이번년도 만인데 이렇게 많다고요?

여주가 박스를 건네 받자 도영은 급히 할 일이 있어 다시 오겠다는 말을 뒤로 사라졌다. 여주가 책상에 앉아 작년도 날짜가 써져있는 파일들을 보았다.

유통 기록, 거래 관련 등등 그 중에 유통기록이 눈에 띄어 펼쳤다.



"이름이 뭐 이래?"



코카(Coca), 모르피(Morpee), 마리(Mari).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낯선것이 여주가 인상을 쓰며 머리를 굴렸다.

다른 유통 기록 파일을 뒤지자 금과 보석에 관련된 내용도 있었고 평생 보지도 못한 큰 돈 자체가 오고 간 기록도 있었다.

심지어 누군가 이 회사로부터 대부를 받고 갚지 못한 회사의 이름들도 나열돼있었다. 이게 뭐야. 도대체 뭐하는 회사야. 여주가 혼란스러워 했다. 그 때 태일이 여주의 책상을 가볍게 콩콩 노크했다.



"바쁜가봐요."

"...이 회사 뭐하는 회사에요?"



여주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태일이 여주의 책상에 걸터앉듯 기대섰다. 태일이 팔짱을 끼고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뭐하는 회사일거 같은데요. 

태일의 덤덤한 물음에 여주가 지금 생각하는건 말도 안되서 아닐거라 생각하며 다른건 예상하지도 못하겠다며 대답했다.



"뭐, 회사라는건 법을 피하기 위해 있는 겉모습일 뿐이고, 실상은.. "

"실상은 뭐 한국에 갱스터라도 있다고 말하고싶은거에요?"



여주가 설마했던 마음이 확신으로 돌아서자 배신감에 화가났다. 여주의 얼굴에 열이 올랐다. 그래 어쩐지 이렇게 행운이 갑자기 찾아 올리 없지. 어쩐지 이제서야 퍼즐이 맞는 느낌이었다.

여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일 앞에 섰다.



"굳이 저를 뽑은 이유가 뭐예요? 지금 믿겨지지도 않지만, 그래, 만약 이런 것들이 사실이라면 위험한 곳에 저를 끌어들인 저의가 도대체 뭐냐구요!"



태일이 화를 내는 여주를 보며 물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 실망했어요?"



태일의 말에 여주는 대답도 없이 자신이 챙겨온 가방을 거칠게 잡았다. 뒤를 돌아 가려는데 태일의 낮은 목소리가 여주를 잡았다.



"전 곱게 보내준다는 얘기는 안했어요."



순간 느껴지는 오싹함에 여주가 발을 멈추자 태일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여주의 뒤에 서 여주의 머리칼을 살짝 들어 입을 맞췄다. 곧 갈 데가 있으니 기다리고 있어요.

태일이 여주를 지나쳐 시야에서 사라지자 여주는 무서움에 긴장했던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9. 견학



"그 때 드렸던 선물로는 말이 통하지 않았나봐요. 서사장님."



여주가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며 태일 뒤에 서있었다. 여주 옆에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무표정인 도영이 검은 작은 가방을 하나 들고 태일을 바라보고있었다.

태일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싹싹 비비며 눈물 콧물 범벅 된 이 남자를 뭐라 설명해야할까. 여주가 손이 떨리는 것을 애써 참으며 냉정을 유지하려 했다.



"그 이후로 얘기가 통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을 보냈더라구요. 물론 제 아이들이 미리 처리하긴 했지만."

"죄, 죄송합니다...! 제발 살려만 주시면 평생 문보스님 밑에서 개처럼 일하겠습니다."



그니까 그걸 어떻게 믿냐 이말이야. 말의 표현과는 다르게 태일은 무척이나 다정하게 웃고있었다. 



"손 하나를 거실래요? 맹세의 의미로."

"네? 문보스님 제발..제발!"



애원하는 남자를 뒤로 두고 태일은 등을 돌렸다. 태일의 표정은 매우 굳어있었다. 태일은 도영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고는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도영이 기다렸다는 듯 남자에게 다가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남자를 때려 눕히더니 팔 하나를 땅에 잡아두었다.

도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여주에게 말했다.



" 눈 감는게 좋을거에요. "



여주는 파르르 속눈썹을 떨며 눈을 감는 동시에 눈물이 흘렀다.






10. 복수(1)



평범하기 짝이 없던 여주의 삶에 폭풍처럼 몰아든 이 어두움을 여주는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죽어버릴까. 살아서는 이 남자에게 벗어나지 못하는게 아닌가.

지금까지 자신한테 다정했던 모습들은 다 가짜인건가. 여주는 태일과 함께 김비서가 모는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생각에 잠겼다.


태일이 아까부터 계속 어두운 표정인 여주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여주가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태일의 손을 뿌리치고 놀란 눈으로 태일을 바라보았다. 태일이 그런 여주의 반응에 씁쓸하게 웃었다.

여주가 아무말 없이 다시 차 앞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그런 표정으로 날 보는지. 정말 당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하나도 알 길이 없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태일이 김비서에게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 요청했다. 단 둘이 남아있는 차 안에서 공허한 정적만이 맴돌았다. 태일이 여주에게 작은 리본으로 꾸며진 상자 하나를 건넸다.

여주가 태일에게 뭐냐는 듯 표정으로 물었지만 태일은 직접 풀어보라며 웃었다.


차 키였다. 여주가 한숨을 쉬었다. 이 일 못하겠다고 감당 할 자신이 없다고 말해야하는데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여주가 마음을 굳게 먹고 태일을 바라보는 순간, 여주는 태일의 표정에 할 말을 잃었다.

누구보다 슬퍼보이는 태일의 표정이,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표정이 왜 진짜라고 믿고싶은지. 여주는 알 수 없었다.


여주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말을 삼키자 태일이 물었다.



"거절하는 말 듣고 싶지 않은데, 안될까요?"



여주가 즉시 대답 할 수 없었다. 아니 어떤 이가 이 문제에 대해 바로 대답 할 수 있을까. 태일이 여주의 두 손을 꼭 맞잡았다. 일주일만 같이 있어요 그럼.

여주의 말에 여주가 고개를 떨구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태일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행이다 라며 웃었다.



그 이후로 별 다른 일 없이 보통의 회사처럼 여주는 회사를 다녔다. 파일도 정리했다가 도영이 들고온 목록대로 문서를 작성하고 저장하고 인쇄하고.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면 태일이 회사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약속한 일주일 중에 벌써 5일이 지났는데 여주는 태일을 단 하루도 못보는게 왜 이렇게 아쉬운지 생각했다. 타이핑을 치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벽만 응시하고 있다 한숨을 쉬었다.



태일은 무려 상상치도 못한 월급을 보장했고, 태일이 소위 말한 품위 유지비 마저 금액이 상당했다.

여주의 엄마는 요새 그런 회사가 어딨냐며 행복하셨고 여주는 마음 한켠으로 법에서 벗어나는 일에 몸을 담구고 있다는게 양심에 찔렸다.


다시 집중해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조금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 여주가 고개를 들었다. 태일이 꽤나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여주를 지나쳐 태일의 개인 사무실로 들어갔다.

인사 하려고 했는데.. 여주가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반갑기도 자신에게 시선도 주지않고 지나치는 태일에게 약간 원망이 들기도 했다.


태일은 사무실에 들어간 이후로 꽤 오랜시간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느덧 시간이 되자 여주는 가방을 매고 퇴근 준비를 했다. 피곤해 보였던 태일의 얼굴이 떠오르자

여주가 조심스럽게 태일의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아무 대답이 없자 여주가 문을 살며시 열었다.


태일은 이미 해가 지고도 남았는데도 불 하나 키지 않고 있었다. 여주가 어둠 속에서 태일을 눈으로 찾다 소파 위에 곤히 잠든 태일의 모습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태일의 특유 향수 냄새와 옅은 담배 냄새가 섞여 났다.

여주가 쭈구리고 앉아 태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매끄러운 콧선 하며 약간 붉은기가 도는 입술 부터 하얀 피부까지도 참 완벽한 사람이였다.

괜히 콩닥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지켜보다 몰래 다시 나가려는데 태일이 여주의 손목을 잡았다.



"...몰래 훔쳐본 소감이 어때요?"

"죄, 죄송해요 저는 주무시는 줄 알고.."

"누가 보면 여주씨가 저 짝사랑하는 줄 알겠어요."



태일의 말에 여주가 부끄러움에 태일을 급하게 뿌리쳤다. 이, 이만 퇴근해 보겠습니다! 여주가 꾸벅 인사를 하고 후다닥 사무실에서 뛰쳐나왔다.



"후아 심장 터지는 줄."



여주가 자신의 볼을 두손으로 아프지않게 때리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1층 로비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날씨가 많이 쌀쌀해짐을 느꼈다.

오늘따라 사람이 더 없어 보이네. 여주가 자신의 두 팔을 감싸고 주차장으로 향하려다 걸음을 멈췄다. 충전해놓고 두고 온 핸드폰이 생각 난 것이었다.


여주가 다시 왔던 걸음을 되감았다. 분명 로비에 아무도 없어서 자신이 탔던 엘리베이터가 바로 열릴거라고 생각했는데 태일의 사무실이 있는 층에 멈춰 있었다.

여주는 혹시나 태일이 퇴근하려나 싶어 걸음을 재촉했다. 같이 갈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잠깐 생각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친거니.






11. 복수(2)




층에 도착하고 여주가 걸음을 재촉해 자신의 데스크로 걸어가는데 무언가 큰 소리가 났다. 여주가 그 소리의 근원지가 태일의 사무실이라는 걸 알고 귀를 쫑긋 세워 조심히 다가가니

태일의 고함소리와 어떤 남성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여주가 태일의 목소리에 조심스럽게 걸었던 두 다리가 무슨 생각인지 뛰고 있었다.

분명히 이 바닥에서 태일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들은 많다. 태일이 다칠 수 있는 가능성도 많았다. 여주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불안감이 커지고 숨이 턱 하니 막혔다.


여주가 문을 박차고 활짝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태일의 그 넓은 사무실은 엉망이 되었고 태일이 두 남자에게 깔려 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문이 크게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두 남자가 놀라 여주를 바라 보았다. 두 남자는 욕짓거리를 내뱉고는 여주에게 다가갔다.

혹시 죽은건가. 문태일이라는 남자 죽어버린건가. 여주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 남자에게 신경 쓸 시간이 단 1초도 없었다. 온 생각과 시선이 태일에게 집중되었다.


여주가 멍하니 미동도 없는 태일을 바라보고 있는데 덩치가 꽤 있는 남자가 여주에게 소리쳤다. 여주가 힘없이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을 때 커다란 총격 소리가 울려퍼졌다.

여주의 어깨를 잡고 칼을 들이미던 남자가 힘없이 쓰러졌다. 태일이 방아쇠를 당겼다는걸 여주가 알고는 무언가 홀린 듯 태일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태일이 벽에 기대어 앉은채로 숨을 가쁘게 몰아 쉬고 있었다. 한 손은 피로 물든 자신의 허리를 감싸쥐고, 다른 한 손은 다시 장전하려 애쓰는 모습이 많이 힘겨워 보였다.

그 총구를 향한건 태일을 덮쳤던 또 다른 일행. 그 남자는 공포심에 미쳐버린 듯 했다. 태일에게 남자가 포효하며 달려드려는 순간

여주가 태일의 이름을 급하게 부르며 태일의 앞을 감싸 막았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한 듯 했다.


태일이 여주가 자신을 감싸 안아 막음과 동시에 총구를 달려오던 남자의 심장쪽에 가져다두며 장전했다. 장전 소리에 남자가 멈췄다. 거기서 움직이면 지금 이후로 다시는 눈을 못 뜰 줄 알아.

태일의 냉정한 목소리에 진심인 것을 깨닫고 남자는 자신이 들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구고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태일이 자신을 감싸고 나서 기절한 여주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는 한 손으로 총구를 남자에게 겨눴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도영이 급하게 왔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모습을 나타냈다.

그제야 태일이 마음을 놓았는지 총구를 내리고는 도영에게 다른 남자를 맡겼다.



"난 괜찮으니까 누가 보냈는지 어떻게든 알아내. 뭐 알 것 같다만."



태일의 말에 도영이 고개를 짧게 숙이고는 남자를 데리고 나갔다. 태일이 엉망이 된 자신의 방을 보다 자신의 품에 안겨 곤히 숨을 쉬고 있는 여주에게 시선을 옮겼다.

기절 할 정도로 무서워하면서. 태일이 행복하게 웃었다. 어쩜 이리 사랑스러울까.






12. 깨달음



여주가 눈을 뜬 곳은 누군가의 방 안이었다. 익숙한 향기에 여주가 단번에 알아차렸다. 태일의 방이었다. 여주가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 고리를 잡고 돌려 문을 열자

거실 테이블에 앉아 조금 커다란 카디건을 걸치고 노트북을 바라보며 일을 하고 있는 태일의 모습이 보였다. 태일이 여주의 인기척이 들리자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노트북 옆에 두었다.



"목 마르죠?"



여주가 왜 자기가 여기 있는지 묻자 태일이 납치 아닌 납치라며 말하고는 컵에 물을 따라 여주에게 다가와 건넸다. 여주가 얌전히 물을 받아 마셨다. 태일이 빈 컵을 받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여주가 태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태일의 하얀 피부 위 곳곳에 상처가 보였다. 여주가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태일이 당황해 하며 어쩔줄 몰라하자 여주가 엉엉 소리내며 울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 죽는 줄 알고...! 그래서 너무 무서워서.."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는 여주를 태일도 같이 주저 앉아 여주를 안았다. 그리고 여주의 등을 토닥였다. 여주가 한참 울다 울음을 멈추자 태일이 다 울었냐고 물으며 여주의 얼굴을 보려는데

여주가 창피함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좀처럼 들지 않으려했다. 태일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숙여 얼굴 좀 보여주라며 웃자 여주가 고개를 저으며 부정의 표시를 내비쳤다.

왜 자기가 그렇게 속상해 했는지, 이 사람이 죽을까봐 무서워 했는지 여주가 이제 알 것만 같았다. 여주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태일을 보았다.

여주가 태일의 환한 웃음을 보고 깨달았다.


아, 사랑이구나.


여주가 태일의 옷깃을 잡고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


오랜만입니다. 갑자기 이런 글이 쓰고싶어져서 글을 쓰러 왔어요.

킬러뱅뱅 태일 싸랑해......

태일 특별편 후속은 유플을 쓰고 나서 또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하고 싸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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