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갔다올게! 삐져 나온 와이셔츠를 억지로 집어 넣으며 재빠르게 신발장으로 달려 나갔다. 맞춰놓은 알람소리를 못 듣고 쳐 자느라,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한 나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맞고 나서야 겨우 학교 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늦게 일어날 때 마다, 아 어제 좀 일찍 잘걸-. 하면서 후회하고 또 후회하지만, 그 후회는 대체 어디로 날라가 버리는건지 매번 이런식으로 늦게 일어나고 또 늦게 일어난다. 시발. 도대체 이게 몇번 째 인지. 최근들어 평소보다 잠이 배로 많아진 내가, 영 못 마땅한 모양인건지, 신발장에서 허둥지둥 신발을 신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엄마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일도 늦게 일어나면 짐 챙겨서 나가라는 외침과 함께 말이다.
최대한 빨리 나와야 하는 지라, 밥을 거르는 바람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동치고 있었다. 다른 집 엄마들은, 샌드위치도 만들어주고 주먹밥도 해주고 그러던데…. 괜히 굳게 닫혀져 있는 우리 집 현관문을 힐끗 째려보았다. 내가 존나, 내 밥을 위해서라도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난다! 어?! 쓸데없이 비장한 각오를 마음속으로 아주 크게 외쳤다. 핸드폰을 꺼내 알람을 분단위로 맞춰 놓으며, 벽에 기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 집 바로 옆집의 현관문이 스르륵 열리더니만, 곧 그 안에서 누군가 나오기 시작했다.
“ 지금 학교 가? ”
그 누군가는 바로, 우리 엄마가 그렇게나 사랑하고 애정하는 옆집 아저씨였다.
솔직히 내가 보아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생긴것 부터 딱, 반듯하고 훤칠한게 볼 때 마다, 그 흔히들 얘기하는 상견례 프리패스상에 완전히 잘 어울리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여러 있었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심지어 저 훈훈한 외모에 걸맞는, 매우 번듯한 직장의 높은 지위에 자리하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사기캐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건지, 우리 엄마를 포함한 많은 아파트 아줌마들이, 이 아저씨가 자기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를 하기만 하면, 꼭 내 딸의 사위로 삼을거라며 자기들끼리 싸우는 풍경을 종종 발견하기도 했었다. 내 기억으로는, 어제도 싸웠던 것 같은데…. 아무튼 이 아저씨가 이사 온 뒤로, 엄마는 가끔씩 과일을 먹고 있는 내 두손을 꼭 잡으며, 너는 저 잘생긴 총각의 옆집이니 꼭 저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얘기를 아주 진지하고 강인한 분위기 속에서 말하곤 했다. 미친.
누가 보면, 나 결혼하는 줄.
아 생각을 해보니, 이 아저씨는 아줌마들 뿐만 아니라 여기 사는 내 또래의 여고생 애들 한테도 인기가 꽤 많아 보이는 눈치였다. 저번에 어떤 여고생이 준 선물인데, 자기는 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니가 먹으라며, 아저씨가 내게 예쁘게 포장 된 초콜릿을 건낸적이 있었다. 그래도, 아저씨한테 준 선물인데 어떻게 제가 먹냐며 거절을 하긴 했지만…결국에는 내가 다 먹었다. 시발. 왜냐면 난 초콜릿 덕후거든!
“ 좀 늦은것 같은데? ”
“ 뛰어가면 금방 가요 ”
“ 아저씨는 지각 하는 여자 별로인데 ”
급하게 뛰어 나오느라 미처 잠구지 못한 가방의 지퍼를 닫아주며 아저씨가 싱긋 웃었다. 아. 내가 말했었나. 이 아저씨, 여자경험 많은게 분명하다고. 그러지 않고서야 사람이 이렇게나 능글맞을 수 없다 이거에요! 사실, 생긴게 워낙 반듯하고 단정해서 한없이 착하고 다정하기는 하겠구나, 라고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만, 어째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이 아저씨의 예상치 못한 능글거림은 더욱 여유로워지고 그 강도가 배가 되는 것 같았다. 아니 착하기는 해, 착하기는 한데 이거는 다정함을 넘어섰다니까? 우리가 이런 낯간지러운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그리 친한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항상 나를 대할 때마다, 눈빛 표정 행동 모든것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해주는 것 마냥 다정하고 꿀이 떨어졌다. 이따금씩, 깊은 고민에 빠질만큼 말이다.
이것봐 이것봐, 오늘 아침에도 이러네. 뭐가 어쩌고 어째? 내 여자? 내~여~자~?
“ ㅇ, 아저씨가 지각하는 여자 싫어하는거랑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
“ 상관이 없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
“ 저는 진짜로 모르겠는데요…? ”
“ 아니 그냥, 내여자가 지각하는건 나도 속상하다 뭐 이런얘기지~ ”
아…미친.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전혀 1도 당황하지 않은 척, 부채질을 연신 해 가며 내 스스로를 컨트롤 해보았지만…어째 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진짜 이 아저씨 왜이러는지 아는 사람? 내가 능글거리는 남자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착잡)
“ 뭐야, 왜 째려봐. 얼굴은 또 왜이렇게 빨갛고? ”
“ …아니거든요 ”
“ 어머나 세상에. 드디어 우리 빙산이가 아저씨한테 심쿵 당한거야? ”
내 머리를 자연스럽게 쓰다듬는 아저씨의 행동에, 나는 현기증이 나는 것만 같았다.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았더니만, 정말 얼굴이 토마토보다 더 붉어져 당장이라도 터질 것 처럼 보였다. 아, 진짜 미쳤다. 아저씨는 이런 내 속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요즘 유행하는 아오아의 심쿵해를 부르며 날 놀리기에 바빴다. 우리 빙산이, 나한테 심쿵했구나? 이제 시집 오면 되겠네, 라며 말이다. 나는 얼굴을 재빠르게 식히며, 또 아저씨한테 당했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해 입술을 아프지않게 물었다.
진짜 왜이러는거야 나한테. 내 반응이 웃기나?
“ 아저씨 왜 자꾸 나 놀려요? ”
“ 어? ”
“ …제 반응이 웃겨서 그러는거에요? ”
괜히 울컥해 아저씨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근데 이게 뭐라고 왜 울컥하냐고. 사실 말해놓고 후회했다. 아 나 좀 병신같아. 아저씨는 뜬금없이 훅 들어온 내 말에 살짝 당황을 한건지,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굳은 표정으로 날 한참이나 내려다 보았다. 처음 보는 아저씨의 다소 진지한 모습에 살짝 쫄아 주춤하기도 했지만, 절대 이번에는 지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나도 똑같이 아저씨를 계속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정적이 흐르고 흘렀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둘중 어느 누구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 날 계속 바라만 보던, 아저씨가 이내 씨익 웃더니 허리를 굽혀 나와 눈 높이를 맞추었다.
헐 미친 개설레.
“ 내가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 우리 고딩 밖에 없는데 ”
“ …네? ”
“ 아저씨가 널 놀리는게 아니에요 ”
“ 진심이 담긴 애정표현이지 ”
“ 아, 아저씨 그니ㄲ… ”
“ 그렇게 부끄러워 하지 좀 마, 귀여워 죽겠네 ”
내 코를 아프지 않게 잡아당긴 아저씨가, 곧 다정한 손길로 내 앞 머리를 정리 해 주었다.
“ 얼른 뛰어가, 늦겠다 ”
“ …! ”
“ 학교에서도 내 생각은 빼놓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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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김종현 김기범 최민호 이태민이 남았군요..*^^*
김종현은 빙산이 바라기 날라리, 최민호는 축구 잘하는 빙산이 친구, 김기범은 오빠 친구, 이태민은 학원 친구
설정 괜찮ㄴㅏ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본격 역하렘물..(흐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