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또?
‘….응. 왜? 무슨 일 있어?’
여주)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아냐 괜찮아- 저녁은 먹었고?’
여주) 응. 오빠는?
‘아 난 점심을 너무 늦게 먹어서. 저녁은 안먹었어.’
여주) 배고프면 챙겨 먹어-
‘알았어-‘
여주) 그럼 몇시 쯤 올 것 같은데?
‘글쎄, 끝나도 가는 시간이 있으니까 열시쯤 도착하지 않을까?’
여주) 알았어.
‘그래- 여주 잘자-‘
여주) 응~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던 여주가 벽시계를 보더니 민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진 일주일 내내 야근을 하는 민현에 여주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통화를 끊었고, 부엌에서 나오던 원우는 티스푼으로 커피를 휘휘 젓더니 여주 옆에 앉으며 물었다.
원우) 야근?
여주) 응. 또 야근이래.
원우) 일 되게 바쁜가보네.
여주) ..피곤하겠어. 새벽같이 나가서 밤 열시에 돌아오는게 말이 돼? 한국은 너무 보장이 안되어있어.
원우) 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민현이는 당연하게 일할 걸-
여주) 으유~
원우) 티비 안봐?
여주) 응- 오빠 볼 거면 봐도 돼-
여주가 소파를 박차고 일어나자 원우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리모컨을 집었다.
띡 띡 띡 띡- 삐리릭-!
“……….”
어둠이 내린 집, 여주에게 말한 시각보다 훨 지난 11시 반이었다. 민현이 천천히 발을 들이고, 조용히 제 방 문을 열고 닫았다.
“….아 깜짝이야.”
“……….”
몸을 돌리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잠든 여주를 보고 민현이 재킷을 벗으려다 말더니 제 심장을 쓸어내렸다. 마저 재킷을 벗어 침대에 살짝 걸친 민현이 가방도 내려놓곤 책상에 다가갔다.
“………..”
여주가 만든 건지, 접시엔 마들렌이 놓여져있었고, 민현은 하나 집어 베어물었다. 상큼 달콤한 레몬과 폭신한 맛에 민현이 작게 웃었다. 그리고 책상 옆에 있는 간이의자에 걸터 앉고는 오물오물 거리며 잠든 여주를 바라봤다.
“……….”
마들렌을 입에 쏙 집어넣곤 여주와 같이 책상에 엎드리더니 여주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민현의 방엔 새근거리는 여주의 숨소리가 가득 채워지고, 민현은 입 안에 마들렌이 사라지자 하나를 더 집어 베어물었다.
“……….”
예쁘다.
속삭이듯 나지막이 혼자 중얼거리던 민현은 몸을 일으켜 마들렌이 남은 접시를 들곤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한 손에 든 먹던 마들렌을 입에 쏙 집어넣음과 동시에 부엌에 들어오고, 깨끗한 식탁과 가지런히 설거지 거리가 놓인 싱크대를 보곤 살짝 웃었다. 누가봐도 여주가 다녀간 부엌이었다.
“………..”
접시를 식탁에 내려놓고 마들렌을 하나 더 들어서 입에 물더니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 앉았다. 우유를 한모금 하더니 마들렌을 입에 쏙 넣곤 계속 웃음을 입에 머금은 채 꼭 꼭 씹었다.
“……….”
남은 마들렌마저 입에 넣은 민현은 빈 접시를 들어 싱크대에 내려놨다. 그리고선 와이셔츠를 걷어올리더니 고무장갑을 끼곤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고요한 집엔 조심스러운 설거지 소리가 조용히 맴돌았다.
“………..”
“…오빠.”
조용한 집에 길다면 길게 그 소리가 맴돌았을까, 책상에 잠들어있던 여주가 깨 부엌에 발을 들였다. 설거지를 하던 민현이 고개를 돌려 여주를 바라보곤 웃었다.
“깼어?”
“…설거지 해?”
“응. 빵 잘먹었어. 맛있더라.”
“…냅두면 내가 내일 해도 되는데.”
“빵 값은 해야지. 가서 자.”
“………..”
가서 자라는 말 뒤론 민현이 설거지를 마저 이었다. 여주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의자에 앉았고, 민현이 설거지를 끝내고 우유를 냉장고에 집어넣자 여주는 그 행동을 눈으로 쫓았다. 민현은 어느덧 여주 앞에 앉으며 여주를 향해 말했다.
“우리 며칠만이게.”
“…응?”
“얼굴 보는 거. 저번 주 일요일부터 사일 만이다?”
“…그니까. 오빠 야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
“………..”
“피곤하지.”
“아니.”
“ㅋㅋㅋㅋㅋ그게 뭐람. 내가 빵에 에너지 드링크를 넣었었나…”
“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손으로 어떻게 뚝딱 뚝딱 잘 만들었대?”
민현이 여주의 손을 집듯 잡더니 요리조리 살펴보고, 여주는 웃으며 민현의 손을 잡아 따라 살폈다.
“아니 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야근을 왜이렇게 하는거래?”
“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회사에 불 질러야하나. 우리 하숙집 사장님을 이렇게 굴려먹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이라도 고맙네. 얼른 가서 자. 졸리겠다.”
“자라는 사람이 손을 너무 꼭 잡고 계신 거 아닌가요?”
자라는 말과는 달리 여주의 손을 놓지 않는 민현에 여주가 웃으며 잡힌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러자 민현이 푸스스 웃더니 말했다.
“놓기 싫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냥.”
“많이 피곤하십니까? 어리광을 부리시네-”
“…………”
“빨리 가서 자. 내일도 회사가야지.”
“…그래야지. 잘자 여주야.”
“오빠도 잘자-“
여주의 말에 그제서야 손을 놓더니 먼저 일어난 여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주가 느릿한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날 때 그제서야 민현은 몸을 일으켰다.
승철) …야 뭐야. 지금 몇시야?
민현) 아홉시 반.
지훈) …너 출근 안했어?
민현) 연차 썼어.
창균) 이번 달 되게 바쁘다고 그러지 않았어?
민현) 응. 근데 그냥 급한 일 있다고 연차 썼어.
아침밥을 먹고 출근할 아이들은 출근하고 남은 아이들이 흩어진 시각, 제 방에 있던 승철이 거실로 나와 여전히 티비 앞에 앉아있는 민현을 보곤 물었고, 다른 곳에 있던 아이들도 집에 없어야 할 민현에게 시선이 쏠렸다.
태연히 답하는 민현에 아이들은 주억거리며 마저 흩어졌다. 창균은 민현의 옆에 앉자 다시금 입을 열어 물었다.
창균) 왜? 쉬고싶어서?
민현) 응.
여주) 김민규 미친놈아-!!!!!!!!!
민규) 으아아아 나 아냐 나 아냐 나 아냐아-!!!!!!
여주) 순영오빠가 너 먹는거 봤다잖아아-! 아 진짜아….
아침부터 잠긴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대는 민규와 여주의 목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덕분에 대화를 하던 창균이와 민현이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보나마나 또 민규가 간식을 뺏어먹은 듯한 대화에 둘은 고개를 저었다.
여주) 나 진짜 내가 유일하게 먹는 초콜릿인데 민규야아… 다른 거 다 먹어도 이거느은…
민규) …근데 여주야 진짜 미안한데 그거 나 아니야. 이번엔 진짜로 나 아니야!
여주) 나 거짓말 하는 거 더 싫어해.
민규) 그니까. 그니까 나 진짜 아니야.
여주) 그럼 누구야!
누가 내 빼레로로쎄 먹은건데에-!!!!!!
여주의 고함에 3층으로 창균과 민현이 올라가고, 여주는 억울한 듯 민현을 보며 속사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여주) 아니 내가 간식을 혼자 다 먹는 것도 아니고- 우리 똑같은 거 다 하나씩 사가지고 공평하게 먹는데에 도대체 왜! 내 걸 더 먹는거야 왜에!
민현) 앜ㅋㅋㅋㅋㅋㅋ 아니 화내는데 왜이렇게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일단 진정해봐
창균) 진짜 화났다 이건 진짜야 ㅋㅋㅋㅋㅋㅋ
민현) 야 순영아 올라와봐!
빈 페레로로쉐 상자를 손에 들곤 방방 뛰는 여주를 보곤 창균과 민현이 웃었고, 곧 민현의 외침에 순영이 느릿하게 올라왔다.
민현) 너가 민규 초콜렛 먹는거 봤어?
순영) 아- 초콜렛 먹는거 말고 젤리 먹는 걸 봤어
민규) 아니 그니까 형 말을 똑바로 해야지! 난 초콜릿 안먹었다니까?
순영) 뭐가 문젠데?
민현) 여주 초콜릿을 누가 또 훔쳐먹었어.
순영) 아 금박으로 되어있는거? 동그란거?
민현) 응. 너야?
여주) 오빠가 먹었어?
민규) 형이야?
….아읷 오빠아!
범인이 순영임이 밝혀지고 가볍게 상황은 정리되었다.
민현) 아. 나른하다.
여주) 출근 안하니까 엄청 좋아보이네.
창균) 그만한 처방이 또 없지.
민규) 으아- 바람 시원하다-
점심까지 먹고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아이들은 음료수를 마시며 앉아있었고, 민규는 바람이 시원하다며 누웠다.
민현) 근데 여주는 베이킹 배운거야?
여주) 응? 아니?
창균) 베이킹?
민현) 어제 여주가 빵 만들어줬거든. 진짜 맛있더라.
창균) 뭐 만들었는데?
여주) 마들렌.
창균) 아- 브라이언이 알려줬던 거?
여주) 응.
민현) 브라이언..?
여주) 미국에 있었을 때 회사 동료가 마들렌을 구워온거야. 근데 너무 맛있다고 하니까 레시피를 알려주더라고.
민규) 아 뭐야- 나도 만들어줘!
여주) 다음에 만들어 줄게.
민규) 오늘 만들어줘 오늘!
여주) 레몬 없어서 못해
민규) 그럼 일요일에 마트가니까 일요일에 해줘
여주) 알았어-
민규가 몸을 일으켜 땡깡을 피워대더니 원하는 답을 얻곤 다시금 풀썩 누웠다. 그리고 민현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여주를 향해 물었다.
민현) …여주는 브라이언 만날 생각 없었어?
여주) …응.
민현) 왜?
여주) …브라이언한텐 미안하지만, 나한테 브라이언은 좋은 직장 동료였지, 그 이상은 아니었거든.
..물론 연애하고 싶은 마음도, 생각도 없었고.
민현) 지금은 좀 어때?
여주) 뭐가?
민현) 지금은 좀 누구 만날 생각이 있어?
여주) 음… 없어.
창균) …왜?
여주) …아직, 남을 위해줄 내가 못되는 것 같아.
나조차도 위해주지 못하는 내가, 남을 사랑할 수 있을까- 싶고. 그래서?
여주의 웃음 섞인 말에 따라 작게 웃은 아이들이 음료수를 홀짝이고, 여주 옆에 있던 창균은 남은 음료수를 입에 다 털더니 여주를 향해 말했다.
창균) 충분히 잘해. 남 사랑하는 거.
여주) …………
창균) 넌 널 사랑하는 것만 못하지, 늘 주변 사람들이 1순위잖아.
여주) …그런가. 난 항상 못해주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창균) 이 집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한 명도 없을 걸. 그치?
민현) 그럼- 남들 다 잘 때 나 밥 안먹었을까봐 빵 구워주는 사람이 남을 아낄 줄 모른다는 건 말이 안되지.
창균) 그니까.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잖아,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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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넉점반의 함박눈 같은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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