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진 ver)
"김석진 형사입니다. 결과는 나왔습니까?"
"나오기는 했는데.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DNA로는 검사가 안되네. 아무래도 초범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은데 의심가는 사람은 없나?"
"하.. 의심가는 사람은 없는데. 그렇다면 저에게 복수하려고 했던 짓은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일단 DNA 검식 결과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네. 만약 이곳을 거쳐 지났다면 DNA가 남아있어야 정상이니까."
"역시 그렇겠죠. 그럼 신발 사이즈랑 본 뜬것은 어떻게 됐나요?"
"이게 본 뜬것으로 추측한 신발창 모양이고 발사이즈는 265야. 뭐 평균적인 한국 남자들의 발사이즈 정도이지."
"일단 너무 감사해요 선생님."
"별 말을 다하시네요 형사님. 집에 찾아온거 보니까 위험한 사람인 것 같아 조심하게나. 형사는 몸이 재산이야."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필요한건 언제든지 말하게."
"네, 감사합니다."
스니커즈보다는 런닝화 스타일의 운동화. 머리카락 DNA 검출 결과는 정보 없음. 그렇다면 범죄가 있었던 사람은 아니고 초범의 가능성이 높은데.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소행. 내가 드나드는 시간을 잘못 체크 했다거나. 무작정 빈집털이의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딱히 건들이고간 흔적들은 없었다. 이것은 노리는게 나의 문서들이거나 범행의 시간이 매우 짧았다는 소리겠지. "김형사네 집 도둑 들었었다며?" "아, 도둑은 아니고 일단은 누가 침입은 했었어요. 가져간건 없지만 혹시 몰라서 조사중이에요." "어휴 조심해. 그래도 자기는 가족이 같은집에 살지 않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정말 생각만해도 두렵다." "그러게요. 저도 놀랐어요. 듣기만했지 또 이런일은 처음이라니까요?" "그래서 검사 결과는 뭐 좀 나왔어?" "아니요. DNA가 일치하는게 없다고하네요. 일단은 발자국만 얻은 상태에요. 그 사람이라는걸 알 수 있는게 딱 하나밖에 없네요." "CCTV 확인 안해봤어? 거기에는 얼굴 안나와?" "안그래도 오늘 가보려고요. 안나오면 자동차 블랙박스라도 다 뒤져봐야죠." "그래. 확실하게 잡아. 어디 감히 대한민국 형사의 집을 털어 그래." "그 이름을 걸고 꼭 잡겠습니다. 선배님" *** "역시 어머니 음식은 어디가서 팔아도 장사 잘될거에요 정말." "이참에 어디 가까운 곳에서 장사나 할까?" "그럼 제가 알바 1호할게요. 1호" "내가 1호거든. 그치 엄마?" "우리 아들들이 있어서 기분 좋은데?" "그럼 엄마 우리는 방에들어갈게요. 엄마도 일찍 쉬세요." "맞아요. 어머니 쉬세요." "그래 그럼 나 먼저 씻고 잘테니까 너무 늦게 자지 말고. 알겠지?" "네!"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내 방에 있는 지민이는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아니 이게 올바른 모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국이가 나의 삶에 뛰어들어 이 방에서 함께 자고 우리집에서 밥을 먹고 했던 것들이 다 거짓말인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모습이니까. 이렇게 지민이와 다시 함께할 수 있게 된것에 너무 감사했다. 사실은 더 진솔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냥 다. 나의 모든 감정들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그러기 전에 지민이는 언제나처럼 나에게 또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아마도 이 아이를 놓치면 난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많은 고민들에 밤잠 못이루며 살고 있을게 뻔했다. 고작 몇일 만나게 되었던 사람 때문에 소중한 이 아이를 잃을뻔했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해졌다. 눈을 두 어번 껌뻑이고는 혼자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지민이를 보았다. 평상시와 같이 내 침대에 누워서 웹툰을 보고 있었고 나는 책상 의자에 앉아서 그런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봐 나의 섹시함이 막 묻어나냐?" "섹시함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데. 추위에 얼어죽었데?" "표현은 하라고 있는거야. 그렇게 담아두고 쑥쓰러워 할 필요 없어. 그건 부끄러운게 아니야 친구야." "그 입 함부로 놀리시다가 밤 중에 안녕합니다." "아, 예. 김태형씨." "읽던거 마저 읽으시죠. 박지민씨." 무뚝뚝한 대화들속에서 우리의 표정만은 너무도 다정했다. 언제나 나를 보며 웃어주고 활기를 불어넣어 주던 이 아이. 항상 말에 장난끼가 가득하지만 마음은 여려서 독한 말도 잘 못하고 장난 뒤에 항상 나의 감정을 살피던 아니였다. 생각에 잠겨 멍하니 나의 시선이 엉뚱한 곳에 멈춰있을 때였다. 핸드폰의 홀드를 눌러 화면을 끄고는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태형아." "어?" "너는 정국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뭘 어떻게 생각해. 그냥 친구지." "사실 너가 정국이랑 너무 붙어다니고 그럴 때 많이 서운했다." "오구 그래쪄." "장난치지마 인마.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거야. 너는 항상 내 옆에 있는 나의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우리 친구가 익숙해질까봐." "그럴리는 없어. 절대로. 넌 나한테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친구야. 그러니까 이제 정국이는 너무 신경쓰지마." "그래.. 그럴게.. 아참, 그 책 말이야. 오늘 읽어보고 자보는건 어때? 나 진짜 궁금했거든." "음.. 그래."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 책에서 같은 부분을 읽었고 누가 먼저라고 할 새도없이 마법에라도 걸린듯 스르르 잠이 들었다. *** (김석진 Ver) 그래 CCTV가 있었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왔을까 아니면 일층 본관? 두 곳 모두 들어오기 그리 어렵지는 않지. 누군가 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거나 이미 번호를 알고 있거나. "수고하십니다. 김석진 형사입니다. CCTV 확인 좀 하고 싶어서 왔는데요." "아, 예. 어느 날짜를 원하시는 건가요?" "전날 오전 3시에서 6시 사이쯤으로 보고 싶은데요." "오전 3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네. 혹시 여기서 계시면서 특별히 이상하거나 다른 사람이 번호를 누르고 들어가거나 한 사람은 없었나요?" "이상한 사람은 없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번호 쳐서 들어가는 사람들이 한 둘인가요?" "하,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더 알아보기 힘들겠어요." "무슨 사건인데 그러세요?"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좀도둑이 든 것 같아서요." "어머 그게 정말이에요? 도둑같은 사람은 없었는데.." "그렇게 생긴 사람이 어딨겠습... 잠시만요! 여기서 조금만 뒤로 감아주세요." *** (지민 ver)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듯한 느낌이 온 몸을 감쌌지만 또 그렇지만은 안은 기분나쁜 느낌에 눈을 떴다. 그리고 보이는 하얀 천장 빛에 눈이 부셨고 내가 기대져 있는 벽면에는 태형이가 비춰지고 있었고 태형이가 기대져 있는 벽면에는 내가 비춰지고 있었다. 내 옷은 죄수복의 느낌이 물씬 나고 있었고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둘이 있기에는 좀 숨이 막혔고 난 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마주보고 있는 거울은 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았다. 일단 태형이를 깨워 같이 나가야만 했다. "태형아! 태형아 눈 좀 떠봐." "..." "태형아 눈 좀떠봐. 일어나봐. 응? 내 말 들리지?" "어으... 아.. 눈부셔.. 여기가 어디야..?" "그건 나도 아직 모르겠어.. 그런데 아무래도 여기서 빨리 빠져나가는게 좋을 것 같아. 느낌이 별로 안 좋아." "어, 그래. 얼른 나가자." "그런데 어느쪽 문을 열고 나가야 할까..?" "글쎄.. 하나씩 열고 나가볼까..? 한시간 뒤에 다시 이곳으로 오자. 꼭 기억해야해 어떻게 나갔는지." "알겠어. 그럼 몸 조심해야해. 아직 어떤 곳인지 모르니까.." "응 당연하지. 이따가 보자." 우리는 결국 다른 문을 통해 나가기로 했다. 둘이 한 꺼번에 움직이기에는 이 곳을 감당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큰지,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지 조차 아무것도 아는것이 없었다. '無知(무지)'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나약하고 두렵게 하는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나온 방들은 무섭도록 같은 방이 이어지고 있었다. 문을 열어도 똑같이 온통 하얀 방에 양쪽 벽면에 거울 그리고 다른 양쪽 두 면에는 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얼마나 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을 때쯤 주저 앉고 말았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우리 일상은 똑같다고 해도 이렇게 네모 반듯하게 똑같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새삼스럽게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겹쳤다. 꼭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어때?" 어디선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은듯 낮지 않은 중음정도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무게감은 나를 짓눌러왔다. "누.. 누구.." "말도 더듬고 많이 두려운가봐? 그럴 수 있지. 현실과 꿈은 엄연히 다른 곳이니까." "누구야! 탈추구는 있기는 한거야? 꽤나 오랜시간 문을 열고 또 열었는데.. 아무것도 없었어." "왜 아무것도없었을까. 너가 제대로 보지 못한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나?" "내가 제대로 보지 못한거라고?" "여기가 어떤 곳일것 같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온통 거울에 문뿐이라고!" "맞아. 왜 거울에 문뿐인지는 생각 안해봤나?"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진정해. 이곳에 거울과 문이 있는 이유는.." 그리고 끊긴 목소리에 벽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고 있었을까. 눈 앞에 그려지는 그림자에 눈을 떠보니. 거울 속에 전정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 전정국??" "..." 전정국은 말 없이 손을 흔들어 보이더니 자신이 할 말을 이어갔다. "거울이 있는 이유는 너의 꿈을 발현하기 위함이지. 방 문은 별 의미 없어. 그저 너가 꿈속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고 싶을때 사용하는거지. 너가 모르는 사이 넌 꿈속에서 이 곳을 걸어다니며 꿈을 꾸고 있다고 착각하는거야." "착각.. 하는거라고?" "그래. 꿈이란 것을 자각하게되면 이곳의 존재를 느끼게 된거지. 하지만 너처럼 이렇게 구경할 수 있는건 특별한거라고." "특별 좋아하시네. 그래서 어떻게 나갈 수 있는건데?" "그거야 나도 모르지. 너의 꿈속이잖아. 너가 알아서 나가야지." "..." 난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만 깨어나기를 이 지독한 반복 속에서 나를 좀 빼내주기를. "그렇게 기도한다고 깨어질까? 그렇게 쉬웠으면 널 이곳에 부르지도 않았겠지." "날 왜 부른건데?" "글쎄, 너가 너무 걸리적 거리기 때문?" "이 새끼가! 그만둬." "인간의 최대의 약점이 바로 죽음이더라고. 다들 죽음 앞에서는 벌벌기어. 안그럴것 같다고 자부하던 멍청한 것들까지도 직접 눈 앞에 죽음이 찾아오면 벌벌기는게 인간이지." "그래서..? 그래서 넌 인간이 아니라는거야?" "인간이라.. 그곳에서는 맞고 여기서는 아니고?" "너 정말.. 추악하다. 네 모습. 목숨가지고 장난치면 재밌니?" "글쎄, 그게 무슨 말일까? 김태형 아버지란 사람은 이곳이랑 상관 없어. 그냥 자기 혼자 밤에 나가서 봉변을 당했을 뿐이라고. 사망 사유 심장마비 못봤어?" "...그런데 아니라잖아. 태형이가. 자꾸만 꿈속에서 봤다잖아 아버지를.." "덜 그리웠나보지. 아직도 현실을 못느끼나보지. 너무도 그리우면 꿈에도 안나온다던데?"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마 이 새끼야!!" "나한테 훈계하려 하지말고 네가 어떻게 깨어날지나 궁리해보는게 어때?" "..." 사실이었다. 지금은 내가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몇 십번을 문만 열고 돌아다녔으니까. 이 지독한 반복에서 깨어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야했다. 두개의 거울과 문, 그리고 하얀 방. 거울이 상상의 통로라면 문은 공간의 이동. 그렇다면 난 거울을 보고 내가 잠자던 태형이의 방을 그리고 그 생각을 가지고 문을 열면. "하아.. 하아.. 으.. 하아.. 깨어난건가..?"
"추악.. 진짜 내 모습을 보면 넌 억소리도 못내게 될꺼야. 봐줄 수 있는 모습일때 실컷 봐. 그리고 난 목숨가지고 장난친적 없어. 내 목숨가지고 장난치는게 너희들 아니야?"
"우리가 네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치다니? 도대체 나랑 태형이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
"네가 기억하면 안되는걸 기억해버렸거든. 네가 알면 안되는걸 알아버렸고 난 그걸 감쪽같이 치워야만 하는데 너희가 자꾸만 떠벌리고 다니면서 내 영역을 침범하잖아."
"그럼 나는 찾아오지 않을게. 대신 태형이한테는 알려줘. 아버지랑 관련이 있는 일인거야? 이 꿈속 말이야."
"그걸 알게되는 순간 끝인거야. 모든게."
"그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