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윙윙, 날파리 소리에 잠이 깼다. 귓속으로 들어오려던 걸 머리를 흔들어 쫓아냈다. 작은 점이 더러운 부엌 쪽으로 날아갔다. 나머지 날파리도 손짓을 휘휘 저어 쫓아냈다.
아침에 일어나 맨 먼저 맡는 냄새는 좋지 않다. 날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아침이 상쾌하다는 기분을 느낀 적이 없었다.
자신의 동네 구석구석에 배인 눅눅한 곰팡이 냄새와 시궁창 냄새, 게다가 낮이면 질척한 햇빛이 더해졌다. 홑이불을 구석에 대충 밀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좁은 창 밖의 하늘을 슬쩍 보았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걸 보니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부엌으로 갔다. 이가 군데군데 빠진 커다란 대야에
어제 받아 놓은 물이 찰랑댔다. 슬쩍 손가락을 빠뜨려보았다.
"으, 역시....."
밤공기를 맞아 미적지근했던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져 버렸다.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오늘따라 이 빠진 대야의 푸르죽죽한 색깔이 더 칙칙해 보인다. 조심스레 두 손을
담가 세수를 했다.
'뭐, 한 두 번도 아니고.'
차가운 걸 꾹 참고 어푸어푸 소리까지 내며 얼굴을 씻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집은 제대로 난방이 되지 않았으니까.
물소리가 너무 요란했나보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여동생이 눈을 껌뻑이며 부엌으로 들어왔다.
"샘 오빠?"
"어? 율메이, 깼어?"
"다 오빠 때문이잖아. 오빠는 항상 세수를 너무 요란하게 해."
그의 셋째 여동생이 눈을 부비며 하품을 하는 모습 뒤로 그의 누나가 보였다. 어느새 머릿수건을 두르고 작은 보따리를 옆에 끼고 있었다.
"미니 누나, 벌서 나가게?"
"언니?"
"안녕, 샘. 우리 율메이, 오늘은 일찍 깼네? 오늘은 빨리 나가야 되거든. 며칠째 작업이 밀려 버려서 말이야."
"그래도 너무 일찍이잖아, 누나. 그깟 벌레 돌보는 데 이렇게 새벽같이 나가야 돼?"
"누에는 그깟 벌레가 아니야. 그리고 율메이 말처럼 넌 세수할 때 소리를 좀 줄여야 돼. 이제 가 볼게."
"언니 조심해."
미니 누나는 빙그레 웃고 밖으로 나갔다. 누나의 하얀 머릿수건이 눈에 밟혔다. 미니 누나는 맏이였다. 귀족과 부자들이 입는 비단의 원료인 누에 농장에서 일했다.
가족들 중에서 가장 수입을 많이 벌 수 있는 일터였지만 그만큼 힘든 곳이기도 했다. 오늘처럼 새벽별을 보고 나가 저녁별을 보며 들어오기 일쑤였다. 자신보다 겨우 두 살이
많으면서 맏이의 책임감을 다 떠맡고 있는 누나가 샘은 항상 안쓰러웠다.
"오빠, 미니 언니 말 들었지? 오빠는 세수할 때 시끄럽다니까! 내가 조용히 세수하는 법 보여줄테니까 잘 봐!"
율메이는 종종 걸음으로 대야 앞으로 가 세수를 시작했다. 작은 고사리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는 걸 보니 갑자기 목이 깝북 잠겨왔다. 율메이도 곧 일을 하러 나가야했다.
샘에게는 위로 미니 누나가, 아래로는 동생이 다섯이었다. 이제 겨우 세 살인 막둥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을 했다.
더럽고 좁은 부엌, 코딱지 만하고 냉랭한 집, 축축한 곰팡이가 핀 거리와 군데군데의 시궁창. 끈적한 정오의 해.
샘의 동네는 빈민가였다.
***
양이 얼마 되지 않는 식사를 마치고 샘은 책상 앞에 앉았다. 사실 책상이라기엔 부끄러운 앉은뱅이 꼬마 평상이었지만 이 집에 유일하게 '공부'라는 것을 위해 존재하는
유일한 가구였다. 요란하게 꼬르륵 소리를 내는 배를 쓸며 책장을 넘겼다. 배가 차지 않아 접시를 빨아먹다시피 하는 어린 남동생에게 마지막 빵을 양보한 탓이리라.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취미는 쓰레기장이나 인쇄소에서 버려진 책을 모으는 것이었다. 빈민가에서 나고 죽은 사람치고는 상당히 학구적이었는데, 그 학구적인 면은
그대로 샘에게 유전되었다. 그런 샘을 보고 샘의 어머니는 젊은 날의 남편이 생각난다며 이따금 코를 훌쩍거렸다.
"아, 오늘 아침에는 여기까지 읽으려고 했는데."
밖에서 일터로 나오라는 쇠종이 땡땡 울렸다. 짙은 아쉬움이 남지만 가족과 함께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각자의 일터로 나가며 짧게 안녕, 하고 흩어졌다. 익숙한 아침 풍경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순간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쳤다.
"안녕!"
"깜짝이야, 새미 너였냐? 넌 항상 뒤에서 나타나더라! 이상한 놈."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냐? 항상 놀라는 네가 더 이상하다! 그나저나, 책 언제 빌려줄 거냐? 거의 다 읽었지?"
"아직."
"뭐? 내일 빌려준다고 했잖아."
"너나 나나 책 읽을 시간 별로 없는 신세인데 재촉하지 마라."
"짬짬이 읽었어야지. 이틀 후에는 꼭 줘."
"알았어, 알았어."
아무리 가난한 동네라도 공부에 꿈을 품은 사람은 한 두 명쯤 있기 마련이었다. 그게 바로 샘과 새미였다. 동네에서 둘은 소문난 단짝이었으며 수재였다. 딱 보면 나중에 크게
될 것 같다며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그 '나중에'가 대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샘의 집은 새미의 집에 비해서 책이 상당이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새미는 종종 샘에게 책을 구걸하곤 했다. 물론 일에 시달리는 일상을 지내는 건 똑같아서 책을 빌려주는
사람이나 빌리는 사람이나 책 한 권을 독파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어머니께선 어떠셔?"
"뭐.... 늘 그저 그렇지."
적당히 담담한 목소리에 약간의 조급함이 깃든 알쏭달쏭한 표정. 샘은 아무 말없이 새미의 보조를 맞춰가며 함께 걸어주었다.
대가족의 둘째인 자신과는 달리 새미는 외동이었는데,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새미의 어머니가 그 길로 불임이 된 까닭이었다. 불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기력이 쇠한
그녀는 공장을 나와 집에서 부업을 받아 겨우내 생계를 지탱했다. 아이 못 낳은 여자는 필요 없다며 구박을 하던 새미의 아버지는 현재 술에 절어 방 한 구석에 박혀 있었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몰리자 결국 새미의 어머니는 얼마 전 앓아 눕고 말았다. 새미가 그의 가족에게서 받은 거라곤 가난한 눈물과 맷집뿐이었다.
***
삽질, 삽질, 삽질. 알싸한 흙의 냄새. 질퍽하게 손에 묻는 진흙. 그보다 더 질퍽하게 몸에 달라붙는 한낮의 태양.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샘과 새미는 동네 청년들과 함께 땅을 팠다. 온몸은 이미 땀으로 절어버린 상태여서 땀을 닦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단지 눈으로 들어오는
땀이 거슬려서 자주 눈을 깜빡여야 했다. 뭔가를 이뤄낸다는 대단한 이상도 없이 땅을 파고 또 팠다.
하라는 대로 하고 품삯을 받는 것. 그게 빈민가에서 태어난 자들의 최대였다.
***
어둑어둑 땅거미가 졌다. 작업은 늘어지게 계속되다 땅과 하늘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어두워진 후에야 끝이 났다.
"아우, 오늘도 이렇게 지나갔네. 샘, 너희 집에서 물 한잔만 마시자."
"너는 항상 내 집에서 물 얻어 먹더라."
"좀 봐 줘."
얼마 안 되는 삯을 뒷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새미가 멋쩍게 웃었다. 샘은 못 이기는 척 알았다고 했다. 둘은 집까지 걸어갔다. 시답잖은 소리를 주고 받으며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데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뭔 일이야?"
"그러게. 빨리 가보자."
"빠른 걸음으로 사람들 무리에 다가갔다. 빈민가에서 제일 존경받는 할아범이 허연 수염을 쓸며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할아범이 이렇게 사람을 모으는 일은 흔치 않았다.
'대체 얼마나 중요한 일이길래......'
할아범은 쭈글쭈글한 입을 천천히 벌렸다. 아무도 소리내지 않았다.
"오늘.... 수도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대체 무슨 일로? 수도의 사람들은 이곳 빈민가에 대해선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옛날부터 수도의 스테판 왕립학교에선 빈민가에서 특별히 학생을 의무적으로 뽑아야 했습니다. 제대로 이행된 적은 처음 몇 년뿐이었지만...."
샘과 새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번 해에 스테판 왕립 학교에서 이곳 빈민가에서 학생을 한 명 뽑겠다고 합니다."
"그, 그럼 몇 명을 뽑나요?"
새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단 한 명...."
***
샘과 새미는 찬 땅바닥에 앉아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달도 손톱달이어서 달빛도 밝은 편이 아니었다.
스테판 왕립 학교. 왕국에서 날고 긴다는 수재들이 모이는 왕국 최고의 학교.
스테판 왕립 학교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둘에게 그곳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마치 그 학교에만 들어가면 인생이 전부 바뀔 것 같았다.
"....입학생을 어떻게 뽑는 댔지?"
"....아까 들었잖아. 학교에서 사람 하나가 나와서 시험을 치른다고."
"거기서 1등한 사람이 입학생인 거지?"
"....그래."
새미는 그래, 라는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그건 샘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두 명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새미 저 녀석이랑 내가 나란히 입학했을 텐데.'
누가 더 상황이 절박하고 딱한 지는 따지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막역한 친구와 경쟁으 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왔다.
"샘."
"왜?"
"열심히 하자. 기왕 이렇게 된거. 서로 봐주지 말고 하자고. 우리 사이 때문에 뭘 포기하고..... 그러기엔 이 기회가 너무 크잖아. 게다가 그런 거 멋없어. 그렇게 해서 이기고
져 봤자 멋도 없고 누구는 비겁하게 되고. 그러지 말자. 난 열심히 할 거다. 너도 열심히 해."
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새미는 샘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적당히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
시간은 흘러 시험날이 다가왔다. 쓰러질 것 같은 동네의 건물들을 지나 그나마 제일 번듯한 조그만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샘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긴장하지 말자고 몇 번이나
되뇌었는데도 자꾸만 긴장이 되었다. 손 안의 흥건한 땀을 바지춤에 닦으며 마을 회관으로 들어섰다. 이따금씩 마을의 노인들이 모이는 큰방에 책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딱 봐도 거만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막 들어선 샘과 시계를 빠르게 훑었다. 그리곤 별 성의 없는 몸짓으로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좋아... 일단 정리해 온 걸 읽어보자... 샘, 긴장하지 말라고.'
끝이 얼룩진 종이의 첫 줄을 읽으려는 데 새미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눈이 마주치자 일단 웃었다. 새미도 고개를 끄덕하며 웃었다. 평소에는 농담을 하려 서로 먼저 대화를
시작하기에 바빴는 데, 오늘따라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새미도 잠자코 자리에 앉았다. 시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시험 결과가 나오는 날. 그러니까 스테판 왕립 학교의 입학생이 결정되는 날. 샘은 저절로 눈이 번쩍 떠졌다. 평소와 비교해서 두 배정도 빠르게 세수와 식사를 하고서
문 밖으로 나가려는데, 어쩐지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합격해서 왕립 학교에 가는 것, 물론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샘은 이 동네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이 동네를 떠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위로는 어머니와 미니 누나, 아래로는 다섯 명의 동생. 거의 모두 일을
하고 있긴 했지만 자신이 빠진다면 가족의 생계에는 큰 타격이 있을 게 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미..."
합격결과는 물론 궁금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결과를 알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반응해야한단 말인가? 한숨이 푹 나왔다. 터덜터덜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마을회관 앞은 이미 마을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하지만 웅성거리지는 않았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릴 만큼 조용했다. 사람들 머리 위로 단상 위에 올라가 있는
시험 감독이었던 남자가 보였다. 콧수염을 거만하게 매만지며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남자는 샘이 온 것을 확인하고는 품 안에서 종이를 꺼냈다.
"에, 다들 모인 것 같으니 발표하지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왕국에서 최고로 오래되었으며, 최고의 위상을 자랑하는 명문 학교 스테판 왕립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크나큰
영광입니다. 에, 그리고 이번에 이 동네에서 입학생을 뽑는다는 사실도 저희 쪽에서 내린 관대한 결정 덕분이라는 걸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이죠, 아무렴. 에 또....."
"그만하고 이제 발표해주시지요."
할아범이 으레 하는 것처럼 하얀 수염을 매만지며 툭 내뱉었다. 남자는 얼굴이 붉어지며 할아범을 향해 언짢은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할아범은 어깨도 으쓱하지 않았다.
남자는 콧수염을 한 번 쓱 만지더니 고개를 세웠다.
"좋습니다. 자, 그럼... 합격자는......."
샘은 손을 꼭 쥐었다.
"새미 라샤드."
이미 조용한 상태였지만, 더 조용해졌다. 생각없이 눈동자를 움직이다 새미와 눈이 마주쳤다. 크게 뜬 눈, 한 단어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표정.
"새미 라샤드! 여기 없나? 앞으로 나오도록!"
새미는 비척거리며 앞으로 나갔다.
"새미 라샤드?"
"네, 맞습니다. 제가..... 새미 라샤드입니다."
"자, 여기..... 입학에 필요한 것들... 물론 학교에서 형편을 모르는 건 아니니까 대부분 지원해주겠지만. 일주일 후에 다시 오겠네, 알겠지? 고개 끄덕여봐. 좋아... 여러분,
점수표는 왼편에 붙여놓을 테니 궁금하시면 확인하세요. 그럼 이만."
남자는 곧바로 마을을 떠났다. 샘은 멍해 있다가 사람들에게 떠밀려 점수표 앞에 도착했다.
"1점......"
그랬다. 새미와 그의 점수차이는 고작 1점이었다.
***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고, 콧수염을 단 그 거만한 남자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리고 새미가 떠날 시간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샘과 새미는 별로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어색하게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그의 가족들과 마찬가지였다. 다만 미니 누나만이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 지으며
샘을 대했다. 그런 미니누나가 샘은 눈물나게 고마웠다.
샘은 거리를 슬쩍 내다봤다. 하나 둘 마을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조금만 있으면 새미 그 녀석이 완전히 이 마을을 떠나겠군...."
분명 작게 말했는데도 평소에 귀가 밝은 미니 누나가 듣고는 슬쩍 그의 옆에 앉았다.
"안 나가 볼 거야?"
".......글쎄...."
"그러지 말고, 나가봐. 지금 안 나가면 난 네가 왠지 후회할 것 같아. 내 느낌 상으로 그런데, 너는?"
미니 누나가 빙그레 웃었다. 결국 샘도 똑같이 빙그레, 웃었다.
"아, 누나가 이렇게 웃으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니까."
"나갈 거지? 안 그래? 넌 나갈 거야."
***
저 멀리 새미가 보였다. 아직까진 교복 차림이 아니라 평소의 때가 잔뜩 낀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
"좋아, 일단 뭘 어떻게 해야하지...."
오는 내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할지 중얼거리면서 걸어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냥 조그만 가방을 들고, 평소와 다르지 않은 옷차림에, 거만한 남자의 옆에
서서 주눅이 들어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 때, 새미가 샘을 발견했다. 몇 초의 침묵. 그리고.....
"야."
"안녕."
"나 간다."
"그래, 가냐?"
"그래."
"......잘 가."
",,,,,,,응."
"잘 가서, 아프지 말고. 잘 해. 그래, 아프지 말고. 열심히 하고,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왔다. 그건 새미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얼싸안았다. 눈물을 가능한 한 참으며, 서로 등을 두드리며.
"꼭 이 마을을 더 살기 좋게 만들게. 열심히 공부해서, 꼭 그렇게 만들게. 꼭 다시 돌아올게."
새미는 다짐하듯 샘에게 말했다. 그게 새미가 샘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남쪽 황야에서 낳으셨어요
나는 까맣지만, 오! 영혼만큼은 순백이랍니다
...
우리는 지구의 작은 공간에 살면서
사랑의 빛줄기를 견디는 방법을 배워야 한단다
우리의 까만 육신과 볕에 그을린 얼굴은
구름과 그늘진 숲에 불과한 것이야
-윌리엄 블레이크 '까만 소년' 中
+)드뎌 내일부터 샌애기 라이프 시작이야.... ㅠㅠㅠㅠ 업뎃이 늦어져도 이해해줘 ㅠㅠ 절대 멈추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