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그만 체념하고 말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그렇지 내 지랄맞은 타이밍이 어디 가나.....^^ * "......?" "......?" 정적. 이수현과 이하이가... - 문 밖의 사람을 봤다.- 그 사람은 이 옆집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저 사람은 바로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옆집의 '아저씨'다. 결론 도출 : 아저씨를 얘네한테 들켰다. ㅋㅋㅋㅋㅋㅋㅋ나 혼절할 것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내 앞엔 아저씨가.. 이수현은 언제 치사하게 자기 혼자만 문 안으로 샤샤샥 들어간 건지 내 뒤엔 저것들이... 날 향한 세 개의 시선이 동시에 앞뒤로 마구 느껴졌어...^^ 들켜도 하필 이따구로 들키다니.....나 솔직히 이쯤에서 기네스북 올라가야 되는 거 아니야? 타이틀은 <세계에서 가장 지랄맞은 타이밍을 타고난 여고생> 이걸로? 일단 지금 얘네한테 아저씨를 들켰다는 건 둘째 치고, 방금 이수현이 저 멀리 아프리카 친구들한테까지 전달할 기세로 외친 "아 나도 너가 좋아했다는 아저씨 궁금하다고!!!!!"가 제일 시급한 문제잖아? 아저씨가 들었다고!!!!! 아악!!!!!! Q. 김진환이 저 말 속의 '아저씨'가 자신인 걸 눈치채면 ㅇㅇ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A. ㅈ되는 거다. (웃음) 아주 ㅈ되는 거다. 그럼 진짜 당장 이사가야 될지도 몰라... 어떻게 아저씨 얼굴을 보겠냐고.....필사적으로 아저씨 눈을 피하면서 내가 대체 이 거지 같은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뇌가 갑자기 마음대로 입한테 지시를 내림; "어.. 아, 난 그 하정우도 좋은데 이정재 아저씨가 너무 좋더라!!!!!" "……." 2차 정적. ㅋㅋㅋㅋㅋㅋㅋ미쳤나 봐 나 뭐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디선가 까마귀가 내 위로 울면서 지나간 것 같은데 환청인가... 내 성대 목소리 크기 조절 안 함?ㅋㅋㅋㅋ 후... 수상할 정도로 크게 믈흤즎으... ㅂㄷㅂㄷ..그래도 나름 괜찮은 핑계거리였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데 뇌랑 입이 정말 제대로 미쳤는지 그 정적에 민망해져서 나도 모르게 엄지를 척 내밀고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내버림^^... "그 이정재 나오는 영화 뭐였지?!! 아무튼 거기서 나온 게 너무 멋있어서!!!!! 역시 아저씨는 이정재지, 내 이상형!!!!!!" 이 분위기 어쩔... 그냥 사라질까.. 살아서 무엇 하리....방금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었음. 나 자아 분열이라도 했나? 왜 그랬어 나의 다른 자아야.. 엄지손가락은 왜 내미는데... 그리고 내 이상형 이정재 아닌데 저 말은 또 왜 나온 거니.... 대체 왜 그랬어...알고 보니까 이 모든 게 음모가 아닐까? #ㅇㅇㅇ이 어느 정도의 위기에 몰렸을 때 모든 걸 내려놓고 항복하는지 실험하는 거 아님? 그런 거라면 지금 당장 항복할 수도 있는데.. 항복할 테니까 제발 더 이상은... 쪽팔려서 손으로 얼굴 감싸고 있다 손 틈 사이로 아저씨를 슬쩍 봤는데 아저씨가 문에 딱 붙어서 이쪽으로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는 이수현이랑 이하이를 한 번 보고, 앞에 있는 나한테 눈을 고정하는 거야.차라리 그냥 가시지 왜 저렇게 무섭게 서 있는 거죠? 조금 전 충돌 사고가 그렇게 화나셨나요..? 하긴 제법 세게 몸통 박치기를 하긴 했다만...이 상황들이 날 실험하는 것일 거라는 음모론을 제시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결국 아저씨와의 아이컨택으로 인해 정신을 번쩍 차리고..ㅋㅋㅋㅋ 도통 무슨 표정인지 모르겠는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는 아저씨한테 멋쩍은 웃음과 함께 황급히 인사를 건넸어 "하하.. 안녕...하세요...""..어, 안녕." 나 무서워... 왜 무서운 건진 모르겠는데 일단 무서워..... "방금 부딪힌 건 저 망할 이ㅅ.. 아니, 저 친구 대신 제가 사과드릴게요. 어디.. 가세요?""괜찮아. 아는 형 좀 만나러 나가던 길이었어.""아 그렇구나...""너는.""저는.. 집에서 공부하고 있었죠... 매우 열심..히...""..그래, 열심히 해. 쉬엄쉬엄 하고." 죄송하지만 전혀 안 괜찮아 보이시는데요....저 말을 끝으로 발을 돌려 갈 길 가는 아저씨를 바라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 일단 위기는 잘 넘긴 거지? 나 아저씨 좋아했던 거 안 들킨 거 맞지..?이정재님의 존재에 급감사해졌어ㅠㅠㅠㅠㅠㅠ 앞으로 이정재가 나오는 작품은 다 챙겨 보리라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었어.. 비록 아저씨의 애매한 표정에 조금 많이 쫄아 있었지만 아무튼 상황이 종료되고 아저씨가 가고 나니까 비로소 내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함. 바로 이자매의 날 향한 뜨거운 관심^^... ... "야 ㅇㅇㅇ, 아까 그 사람 맞지?""맞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음. 빼박이구만 빼박." 이렇게 된 마당에 내가 뭘 더 숨길 수 있겠음? 응 그래 나 체념했다니까.. 집에 들어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책 펴고 샤프를 쥐었는데 아까부터 ㅇ0ㅇ... 이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나만 보는 얘네한테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불기로 결심했지ㅋㅋㅋㅋㅋ.. "..응 맞아...""핵잘생겼던데..? 훈내 쩔...""대박ㅋㅋㅋㅋ 야 그냥 오빠라고 해도 괜찮겠던데 애 아빠 맞아? ㅇㅇㅇ 복 덜덜해.. 어떻게 옆집에 저런 사람이 사냐 부럽다..." 지금 얘네가 나보다 더 흥분한 것 같은 건 기분 탓?ㅋㅋㅋㅋㅋㅋㅋ 복은 염병 지금 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사를 가고 싶을 정도란다..개훈남이라느니 애 아빠고 뭐고 일단 잘생겼으니 오빠라느니 어찌나 열정적으로 블라블라 말하는지 내 얼굴에 침 다 튀는데 미스트인 줄ㅎㅎ... "ㅋㅋㅋㅋㅋㅋ너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ㅋㅋㅋㅋ 애초에 애기 아빠라 승산이 없는 것도 있지만 저분을 보아하니 저분은 쭉쭉빵빵한 언니들을 만나는 게ㅋㅋㅋㅋㅋㅋ" [단독] ㅇㅇㅇ, 의문의 1패 거둬….은근히 날 극딜하는 게 이수현이 정말 삶을 마감하고 싶나 봄?; "나 이제 아저씨한테 관심 없다니까?""하나도?""진짜 하나도. 아니 너가 지금 간과하고 있는 게ㅋㅋㅋㅋ 나 남자친구 뻔히 있거든?""ㅋㅋㅋ아 알았어 미안해ㅋㅋㅋㅋㅋ 나 물 좀 마시고 온다? 아까 계속 침 삼키면서 흥미진진하게 봐서 목말라 죽겠..." 하나도 관심 없다는 내 대답에 이수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거 아니겠음? 날 못 믿겠다는 건가^^?목마르다 하면서 물 찾으러 가는 척 하기는.. 사실 물 말고 다른 맛있는 거 뭐 있나 탐색할 거 다 아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냉장고로 가는 이수현 뒷통수를 진지하게 한 대 내려칠까 말까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데 이하이가 갑자기 날 향해 물음표를 띄웠어. "야야. 근데 아까 너랑 둘이 왜 이렇게 어색했던 거?""응?""그 사람이랑 너랑. 그냥 그래 보이길래. 뭐, 아님 말고.""딱 봐도 어색해 보여?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돼가지고... 묘하게 불편해졌다니까.""ㅇㅇㅋㅋㅋㅋ 내가 다 어색해서 숨고 싶어지던데ㅋㅋㅋㅋㅋㅋ""아, 몰라.. 언제부터였는지를 모르ㄱ..." 하이랑 얘기하다가, 냉장고를 드디어 닫았는지 뚜벅뚜벅 걸어와서 다시 내 앞에 털썩 앉는 이수현을 아무 생각 없이 힐끔 봤는데 걔 손에 갈색병이 들려져 있더라? 그 갈색병에 파란색이 감싸져 있는 거임.?????저거 박카스 아니야???? "...야 너 혹시 그 박카스 냉장고에 하나 남아 있던 거 먹은 거야?""맞는데?""뭐...?""헐? 구석에서 죽어가길래 불쌍해서 내가 구제해 준 건데 설마 먹으면 안 되는 거였음?""……." ...아저씨 만나면 주려고 했던 건데.....잠깐 혈압이 상승해서 뒷목 잡을 뻔했지만 이내 심호흡을 통해 평정심을 되찾았어. 아무리 아저씨가 요즘 피곤해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아저씨한테 박카스를 굳이 왜 줘.. 줘서 뭐 하겠어 하긴. 그치? 생각해 보면 이제 예전처럼 친하게 말 주고 받는 사이도 아닌데 갑자기 만나서ㅋㅋㅋㅋㅋㅋ'요즘 굉장히 피곤해 보이시네요! 이거 드시고 힘 내세요! 히힛-!☆'이러고 박카스 주는 것도 되게 웃기지 않겠음?ㅎㅎ.. 사실 만약에 주면 또 아까처럼 무섭게 포커페이스로 '나 박카스 싫어해.' 이러기라도 할까 봐 두렵기도 했어ㅋㅋㅋㅋ큐ㅠㅠㅠ 그런데 솔직히 아무리 신경 안 쓰려고 했어도 요즘 간간히 한 번씩 오고 가다 아저씨 마주치면 뭐랄까. 눈에 다 보일 정도로 어딘가 '또' 마음이 심란해 보인다고 해야 되나... 아름이도 독감 다 나았다고 해서 이제 아저씨한테 아무 일도 없는 줄 알았는데 왜인지 전보다 더 착잡해 보이길래 왜 그러나 궁금했어.뭐 아무튼 그래서 박카스라도 주려고 했던 건데 우리 수현이에 의해서 강제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네...^^ - "오빠!""ㅇㅇ야.""밑에 있지 왜 여기까지 올라왔어.. 우리 학교 언덕 무지 높은데.""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서 그랬지ㅋㅋ 너 오빠 체력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이 정도 올라오는 건 안 힘들어, 나 그만큼 약골 아니야.""ㅋㅋㅋㅋㅋ알았어 약골 아닌 걸로 쳐ㅋㅋㅋㅋㅋ ..오빠 근데 우리 일단 빨리 내려갈까?""왜?" 왜긴 왜야 우리 학교 여곤데요... 언덕길 내려가는 우리 학교 애들이 다 그쪽 티나게 힐끗힐끗 황홀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건 안 느껴지시나 봐요?"남자다!" "야! 남자야 남자!" 이러고 수근거리는 건 덤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가 잘나게 태어난 걸 뭐 어쩌겠음.. 그냥 내가 빨리 여자애들이 못 보게 데리고 튀는 수고를 해야지^^ㅠㅠㅠㅠ.. ... "응 그래서 진짜 걔랑 나랑 웃다 쓰러질 뻔 했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다고 쓰러지면 안 되지 다쳐ㅋㅋㅋ""아무튼 학교에서 애들이랑 그러고 놀아ㅋㅋㅋㅋ 아.. 웃겨서 눈물났어ㅋㅋㅋㅋㅋㅋ""친구들이랑 엄청 재밌게 노나 보다ㅋㅋㅋㅋ" 아 여유롭다... 학교 마치고 나왔을 때 하늘이 까만색이 아니라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새삼 느꼈음....내가 빨리 수능을 끝내서 오빠랑 그동안 밀린 데이트 다 하고 돌아다닐 거다ㅠㅠㅠㅠㅠ 망할 입시 나쁜 입시 한참 오빠랑 조잘대다 테이블 위 음료수를 마시려고 했는데 오빠한테 전화가 왔더라고. "오빠 전화 왔어." 한빈이오빠 폰이 무음이거든? 오빠가 전화 온지 모르고 있길래 오빠 폰에 손을 뻗었는데, 탁. "...오빠?""..아." 순간 오빠가 화들짝 놀라면서 핸드폰을 탁, 큰 소리나게 낚아 채가는 거야. 그 과정에서 괜히 오빠한테 손목 한 대 맞은 꼴이 돼버렸지.오빠는 왜 그렇게 놀란 건지 나까지 덩달아 움찔 놀라버렸어... 그저 나는 전화 왔길래 핸드폰 주려고 한 건데 이러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하더라. "말 없이 만져서 미안해. 전화 온 거 모르고 있길래 그냥 핸드폰 주려고 했던 거였어.""…….""난 오빠가 다른 사람이 핸드폰 만지는 거 이렇게 안 좋아하는지 알았으면 안 그랬을 텐데...""..미안, 나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이때 오빠랑 나 사이에 약간 거리감이 느껴졌어.물론 허락 없이 폰에 손 대려고 했던 건 미안한 일이 맞긴 한데..ㅋㅋ 내가 오빠 폰으로 다른 거 뭐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전화 와서 폰 쥐어 주려고 했던 것 뿐이잖아?나름 여자친군데 이렇게까지 반응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해서 서운함이 밀려왔음. 그런데 하긴 내 주변에도 자기 물건에 특히 더 민감해하는 사람들 꽤 있으니까 서운함은 잠깐으로 끝내고 그냥 이해하려고 했어.나도 이제 이런 실수 안 하면 되는 거지 뭐... - 쿨한 척 빨리 지워버리려고 했는데 아까 부딪혔던 한빈이오빠의 차가운 손이 자꾸 빙빙 돌았어 머리에서.오빠가 나 데려다 주면서 오늘 몸 컨디션도 안 좋고 해서 실수로 민감하게 굴었던 것 같다고 사과하길래 서로 내가 더 미안 내가 더 미안 이러면서 훈훈하게 얘기 잘 끝냈는데 왤까?오빠를 못 믿어서가 절대 아닌데 나도 이런 내가 답답하더라..ㅋㅋ 내가 원래 이렇게 속이 좁았나 그게 뭐라고 왜 이리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 건지...이상하게 마음은 허한데 머리는 잡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음. 머리를 좀 비우고 싶어서 오늘처럼 어딘가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오는 옥상으로 향했어. 아마 우리 아파트에선 내가 옥상 특급 단골일 걸ㅋㅋㅋㅋ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한 층 더 걸어 올라가서 옥상 문을 열었어.그런데 누가 난간에 기대 서 있는 게 보이더라. 누군지 보려고 조심스레 몇 발자국 걸어갔거든? 나 말고 단골이 하나 더 있었나. 아니, 사실 저 사람이 누군지 실루엣만 보고도 난 이미 알아차렸던 걸지 모르겠다. 너무 익숙했으니까.아저씨인 걸 알고 또 피하려고 도로 문 닫으려는데 잠깐 생각해봤어. 언제까지 계속 피하면서 어색하게 지내야 돼? 내가 아저씨랑 거리 유지하려던 건 맞지만 이렇게 불편해 죽겠는 사이를 원했던 건 또 아니잖아.. 바로 옆집 이웃이니까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 얼굴 보고 지낼 텐데...그런 의미에서, 도저히 지금처럼은 더 못 지내겠다 싶어서 오늘 이 어색함만 어떻게든 풀겠다 마음먹고 얼굴에 철판 깔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가갔어. 예전처럼. "아저씨 뭐 해요 여기서? 혼자 담배 피면서 분위기 잡고 있었네요.""...ㅇㅇ야." 오늘도 며칠 만에 보는 아저씨였어. 이정재 애드립을 쳐서 위기를 넘겼던 그날 뒤로 처음인가 아마...그리고 이렇게 장난스레 내가 말 거는 건 어어어어어엄청나게 오랜만임ㅋㅋㅋ.. 난 아저씨가 놀랄 줄 알았는데 무슨 내가 올 줄 알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더라. 뜬금없이 내 이름 불러서 내가 더 놀랐는데 저번에 나한테 택배 전해줄 때 담배냄새만 풍겼다면 이번엔 술냄새 + 담배냄새가 나는 거야.. 내가 제일 싫어하는 냄새 둘이 합쳐지다니^^...왜 술까지 취해 있는 거지.. 난 아저씨가 취한 건 처음 보는 거잖아? 아빠 취한 거 보는 것도 낯선데 아저씨가 취하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허우적댔어; 날 천천히 보더니 손에 들려 있던 담배를 끄더라. 이렇게 취해 있으면서도 담배 끌 정신은 있나 봐...여전히 어색해서 억지로 대화 이끌어 내려고 취한 사람 붙잡고 어떤 말이든 유쾌한 척 주절주절 꺼냈음. "아저씨 취했는데 빨리 들어가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데려다..줘요? 괜찮아요? 걸을 순 있나?""…….""..어우, 술냄새. 그래도 술 마시고 온 사람 치곤 일찍 들어왔네요. 아직 열 시도 안 됐는데.""……." 중요한 건 취해가지고 아저씨 정신이 멀쩡한지 안 멀쩡한지 파악이 안 됨ㅋㅋㅋ 내 말 알아듣고 있긴 있나내가 보기엔 멀쩡한 것 같진 않았음.. 분명히 예전에 아저씨가 나한테 자기 주량 세다고 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지경이 된 거야.. 뭐가 뭔진 모르겠는데 일단 취했으니까 빨리 집에 들어가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 사람이 왔는데도 바로 눈치를 못 채요. 안 되겠다, 내려ㄱ...""아영이가 나한테.""네?""..여자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어." ***더보기쓰차가 드디어 풀렸슴다ㅠㅠ아 맞다 주토피아 아직 안 보셨다면 꼭.. 꼭 보러 가세요 꼭... 정말이지 디즈니는 항상 옳아..... ♥ 닉주디 결혼해 ♥
"......?"
난 그만 체념하고 말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렇지 내 지랄맞은 타이밍이 어디 가나.....^^
*
정적.
이수현과 이하이가...
- 문 밖의 사람을 봤다.
- 그 사람은 이 옆집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 그렇다면 누가 봐도 저 사람은 바로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옆집의 '아저씨'다.
결론 도출 : 아저씨를 얘네한테 들켰다.
ㅋㅋㅋㅋㅋㅋㅋ나 혼절할 것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앞엔 아저씨가.. 이수현은 언제 치사하게 자기 혼자만 문 안으로 샤샤샥 들어간 건지 내 뒤엔 저것들이... 날 향한 세 개의 시선이 동시에 앞뒤로 마구 느껴졌어...^^ 들켜도 하필 이따구로 들키다니.....
나 솔직히 이쯤에서 기네스북 올라가야 되는 거 아니야? 타이틀은 <세계에서 가장 지랄맞은 타이밍을 타고난 여고생> 이걸로?
일단 지금 얘네한테 아저씨를 들켰다는 건 둘째 치고, 방금 이수현이 저 멀리 아프리카 친구들한테까지 전달할 기세로 외친 "아 나도 너가 좋아했다는 아저씨 궁금하다고!!!!!"가 제일 시급한 문제잖아? 아저씨가 들었다고!!!!! 아악!!!!!!
Q. 김진환이 저 말 속의 '아저씨'가 자신인 걸 눈치채면 ㅇㅇ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A. ㅈ되는 거다. (웃음) 아주 ㅈ되는 거다.
그럼 진짜 당장 이사가야 될지도 몰라... 어떻게 아저씨 얼굴을 보겠냐고.....
필사적으로 아저씨 눈을 피하면서 내가 대체 이 거지 같은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뇌가 갑자기 마음대로 입한테 지시를 내림;
"어.. 아, 난 그 하정우도 좋은데 이정재 아저씨가 너무 좋더라!!!!!"
"……."
2차 정적.
ㅋㅋㅋㅋㅋㅋㅋ미쳤나 봐 나 뭐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선가 까마귀가 내 위로 울면서 지나간 것 같은데 환청인가... 내 성대 목소리 크기 조절 안 함?ㅋㅋㅋㅋ 후... 수상할 정도로 크게 믈흤즎으... ㅂㄷㅂㄷ..
그래도 나름 괜찮은 핑계거리였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데 뇌랑 입이 정말 제대로 미쳤는지 그 정적에 민망해져서 나도 모르게 엄지를 척 내밀고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내버림^^...
"그 이정재 나오는 영화 뭐였지?!! 아무튼 거기서 나온 게 너무 멋있어서!!!!! 역시 아저씨는 이정재지, 내 이상형!!!!!!"
이 분위기 어쩔... 그냥 사라질까.. 살아서 무엇 하리....
방금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었음. 나 자아 분열이라도 했나? 왜 그랬어 나의 다른 자아야.. 엄지손가락은 왜 내미는데... 그리고 내 이상형 이정재 아닌데 저 말은 또 왜 나온 거니.... 대체 왜 그랬어...
알고 보니까 이 모든 게 음모가 아닐까? #ㅇㅇㅇ이 어느 정도의 위기에 몰렸을 때 모든 걸 내려놓고 항복하는지 실험하는 거 아님? 그런 거라면 지금 당장 항복할 수도 있는데.. 항복할 테니까 제발 더 이상은...
쪽팔려서 손으로 얼굴 감싸고 있다 손 틈 사이로 아저씨를 슬쩍 봤는데 아저씨가 문에 딱 붙어서 이쪽으로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는 이수현이랑 이하이를 한 번 보고, 앞에 있는 나한테 눈을 고정하는 거야.
차라리 그냥 가시지 왜 저렇게 무섭게 서 있는 거죠? 조금 전 충돌 사고가 그렇게 화나셨나요..? 하긴 제법 세게 몸통 박치기를 하긴 했다만...
이 상황들이 날 실험하는 것일 거라는 음모론을 제시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결국 아저씨와의 아이컨택으로 인해 정신을 번쩍 차리고..ㅋㅋㅋㅋ 도통 무슨 표정인지 모르겠는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는 아저씨한테 멋쩍은 웃음과 함께 황급히 인사를 건넸어
"하하.. 안녕...하세요..."
"..어, 안녕."
나 무서워... 왜 무서운 건진 모르겠는데 일단 무서워.....
"방금 부딪힌 건 저 망할 이ㅅ.. 아니, 저 친구 대신 제가 사과드릴게요. 어디.. 가세요?"
"괜찮아. 아는 형 좀 만나러 나가던 길이었어."
"아 그렇구나..."
"너는."
"저는.. 집에서 공부하고 있었죠... 매우 열심..히..."
"..그래, 열심히 해. 쉬엄쉬엄 하고."
죄송하지만 전혀 안 괜찮아 보이시는데요....
저 말을 끝으로 발을 돌려 갈 길 가는 아저씨를 바라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 일단 위기는 잘 넘긴 거지? 나 아저씨 좋아했던 거 안 들킨 거 맞지..?
이정재님의 존재에 급감사해졌어ㅠㅠㅠㅠㅠㅠ 앞으로 이정재가 나오는 작품은 다 챙겨 보리라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었어.. 비록 아저씨의 애매한 표정에 조금 많이 쫄아 있었지만 아무튼 상황이 종료되고 아저씨가 가고 나니까 비로소 내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함.
바로 이자매의 날 향한 뜨거운 관심^^...
.
"맞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음. 빼박이구만 빼박."
이렇게 된 마당에 내가 뭘 더 숨길 수 있겠음? 응 그래 나 체념했다니까.. 집에 들어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책 펴고 샤프를 쥐었는데 아까부터 ㅇ0ㅇ... 이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나만 보는 얘네한테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불기로 결심했지ㅋㅋㅋㅋㅋ..
"..응 맞아..."
"핵잘생겼던데..? 훈내 쩔..."
"대박ㅋㅋㅋㅋ 야 그냥 오빠라고 해도 괜찮겠던데 애 아빠 맞아? ㅇㅇㅇ 복 덜덜해.. 어떻게 옆집에 저런 사람이 사냐 부럽다..."
지금 얘네가 나보다 더 흥분한 것 같은 건 기분 탓?ㅋㅋㅋㅋㅋㅋㅋ 복은 염병 지금 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사를 가고 싶을 정도란다..
개훈남이라느니 애 아빠고 뭐고 일단 잘생겼으니 오빠라느니 어찌나 열정적으로 블라블라 말하는지 내 얼굴에 침 다 튀는데 미스트인 줄ㅎㅎ...
"ㅋㅋㅋㅋㅋㅋ너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ㅋㅋㅋㅋ 애초에 애기 아빠라 승산이 없는 것도 있지만 저분을 보아하니 저분은 쭉쭉빵빵한 언니들을 만나는 게ㅋㅋㅋㅋㅋㅋ"
[단독] ㅇㅇㅇ, 의문의 1패 거둬….
은근히 날 극딜하는 게 이수현이 정말 삶을 마감하고 싶나 봄?;
"나 이제 아저씨한테 관심 없다니까?"
"하나도?"
"진짜 하나도. 아니 너가 지금 간과하고 있는 게ㅋㅋㅋㅋ 나 남자친구 뻔히 있거든?"
"ㅋㅋㅋ아 알았어 미안해ㅋㅋㅋㅋㅋ 나 물 좀 마시고 온다? 아까 계속 침 삼키면서 흥미진진하게 봐서 목말라 죽겠..."
하나도 관심 없다는 내 대답에 이수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거 아니겠음? 날 못 믿겠다는 건가^^?
목마르다 하면서 물 찾으러 가는 척 하기는.. 사실 물 말고 다른 맛있는 거 뭐 있나 탐색할 거 다 아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냉장고로 가는 이수현 뒷통수를 진지하게 한 대 내려칠까 말까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데 이하이가 갑자기 날 향해 물음표를 띄웠어.
"야야. 근데 아까 너랑 둘이 왜 이렇게 어색했던 거?"
"응?"
"그 사람이랑 너랑. 그냥 그래 보이길래. 뭐, 아님 말고."
"딱 봐도 어색해 보여?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돼가지고... 묘하게 불편해졌다니까."
"ㅇㅇㅋㅋㅋㅋ 내가 다 어색해서 숨고 싶어지던데ㅋㅋㅋㅋㅋㅋ"
"아, 몰라.. 언제부터였는지를 모르ㄱ..."
하이랑 얘기하다가, 냉장고를 드디어 닫았는지 뚜벅뚜벅 걸어와서 다시 내 앞에 털썩 앉는 이수현을 아무 생각 없이 힐끔 봤는데 걔 손에 갈색병이 들려져 있더라? 그 갈색병에 파란색이 감싸져 있는 거임.
?????저거 박카스 아니야????
"...야 너 혹시 그 박카스 냉장고에 하나 남아 있던 거 먹은 거야?"
"맞는데?"
"뭐...?"
"헐? 구석에서 죽어가길래 불쌍해서 내가 구제해 준 건데 설마 먹으면 안 되는 거였음?"
...아저씨 만나면 주려고 했던 건데.....
잠깐 혈압이 상승해서 뒷목 잡을 뻔했지만 이내 심호흡을 통해 평정심을 되찾았어. 아무리 아저씨가 요즘 피곤해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아저씨한테 박카스를 굳이 왜 줘.. 줘서 뭐 하겠어 하긴. 그치?
생각해 보면 이제 예전처럼 친하게 말 주고 받는 사이도 아닌데 갑자기 만나서ㅋㅋㅋㅋㅋㅋ
'요즘 굉장히 피곤해 보이시네요! 이거 드시고 힘 내세요! 히힛-!☆'이러고 박카스 주는 것도 되게 웃기지 않겠음?ㅎㅎ.. 사실 만약에 주면 또 아까처럼 무섭게 포커페이스로 '나 박카스 싫어해.' 이러기라도 할까 봐 두렵기도 했어ㅋㅋㅋㅋ큐ㅠㅠㅠ
그런데 솔직히 아무리 신경 안 쓰려고 했어도 요즘 간간히 한 번씩 오고 가다 아저씨 마주치면 뭐랄까. 눈에 다 보일 정도로 어딘가 '또' 마음이 심란해 보인다고 해야 되나... 아름이도 독감 다 나았다고 해서 이제 아저씨한테 아무 일도 없는 줄 알았는데 왜인지 전보다 더 착잡해 보이길래 왜 그러나 궁금했어.
뭐 아무튼 그래서 박카스라도 주려고 했던 건데 우리 수현이에 의해서 강제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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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ㅇㅇ야."
"밑에 있지 왜 여기까지 올라왔어.. 우리 학교 언덕 무지 높은데."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서 그랬지ㅋㅋ 너 오빠 체력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이 정도 올라오는 건 안 힘들어, 나 그만큼 약골 아니야."
"ㅋㅋㅋㅋㅋ알았어 약골 아닌 걸로 쳐ㅋㅋㅋㅋㅋ ..오빠 근데 우리 일단 빨리 내려갈까?"
"왜?"
왜긴 왜야 우리 학교 여곤데요... 언덕길 내려가는 우리 학교 애들이 다 그쪽 티나게 힐끗힐끗 황홀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건 안 느껴지시나 봐요?
"남자다!" "야! 남자야 남자!" 이러고 수근거리는 건 덤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가 잘나게 태어난 걸 뭐 어쩌겠음.. 그냥 내가 빨리 여자애들이 못 보게 데리고 튀는 수고를 해야지^^ㅠㅠㅠㅠ..
"응 그래서 진짜 걔랑 나랑 웃다 쓰러질 뻔 했잖아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그렇다고 쓰러지면 안 되지 다쳐ㅋㅋㅋ"
"아무튼 학교에서 애들이랑 그러고 놀아ㅋㅋㅋㅋ 아.. 웃겨서 눈물났어ㅋㅋㅋㅋㅋㅋ"
"친구들이랑 엄청 재밌게 노나 보다ㅋㅋㅋㅋ"
아 여유롭다... 학교 마치고 나왔을 때 하늘이 까만색이 아니라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새삼 느꼈음....
내가 빨리 수능을 끝내서 오빠랑 그동안 밀린 데이트 다 하고 돌아다닐 거다ㅠㅠㅠㅠㅠ 망할 입시 나쁜 입시
한참 오빠랑 조잘대다 테이블 위 음료수를 마시려고 했는데 오빠한테 전화가 왔더라고.
"오빠 전화 왔어."
한빈이오빠 폰이 무음이거든? 오빠가 전화 온지 모르고 있길래 오빠 폰에 손을 뻗었는데,
탁.
"...오빠?"
"..아."
순간 오빠가 화들짝 놀라면서 핸드폰을 탁, 큰 소리나게 낚아 채가는 거야. 그 과정에서 괜히 오빠한테 손목 한 대 맞은 꼴이 돼버렸지.
오빠는 왜 그렇게 놀란 건지 나까지 덩달아 움찔 놀라버렸어... 그저 나는 전화 왔길래 핸드폰 주려고 한 건데 이러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하더라.
"말 없이 만져서 미안해. 전화 온 거 모르고 있길래 그냥 핸드폰 주려고 했던 거였어."
"난 오빠가 다른 사람이 핸드폰 만지는 거 이렇게 안 좋아하는지 알았으면 안 그랬을 텐데..."
"..미안, 나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이때 오빠랑 나 사이에 약간 거리감이 느껴졌어.
물론 허락 없이 폰에 손 대려고 했던 건 미안한 일이 맞긴 한데..ㅋㅋ 내가 오빠 폰으로 다른 거 뭐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전화 와서 폰 쥐어 주려고 했던 것 뿐이잖아?
나름 여자친군데 이렇게까지 반응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해서 서운함이 밀려왔음. 그런데 하긴 내 주변에도 자기 물건에 특히 더 민감해하는 사람들 꽤 있으니까 서운함은 잠깐으로 끝내고 그냥 이해하려고 했어.
나도 이제 이런 실수 안 하면 되는 거지 뭐...
쿨한 척 빨리 지워버리려고 했는데 아까 부딪혔던 한빈이오빠의 차가운 손이 자꾸 빙빙 돌았어 머리에서.
오빠가 나 데려다 주면서 오늘 몸 컨디션도 안 좋고 해서 실수로 민감하게 굴었던 것 같다고 사과하길래 서로 내가 더 미안 내가 더 미안 이러면서 훈훈하게 얘기 잘 끝냈는데 왤까?
오빠를 못 믿어서가 절대 아닌데 나도 이런 내가 답답하더라..ㅋㅋ 내가 원래 이렇게 속이 좁았나 그게 뭐라고 왜 이리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 건지...
이상하게 마음은 허한데 머리는 잡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음. 머리를 좀 비우고 싶어서 오늘처럼 어딘가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오는 옥상으로 향했어. 아마 우리 아파트에선 내가 옥상 특급 단골일 걸ㅋㅋㅋㅋ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한 층 더 걸어 올라가서 옥상 문을 열었어.
그런데 누가 난간에 기대 서 있는 게 보이더라. 누군지 보려고 조심스레 몇 발자국 걸어갔거든?
나 말고 단골이 하나 더 있었나.
아니, 사실 저 사람이 누군지 실루엣만 보고도 난 이미 알아차렸던 걸지 모르겠다. 너무 익숙했으니까.
아저씨인 걸 알고 또 피하려고 도로 문 닫으려는데 잠깐 생각해봤어. 언제까지 계속 피하면서 어색하게 지내야 돼? 내가 아저씨랑 거리 유지하려던 건 맞지만 이렇게 불편해 죽겠는 사이를 원했던 건 또 아니잖아.. 바로 옆집 이웃이니까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 얼굴 보고 지낼 텐데...
그런 의미에서, 도저히 지금처럼은 더 못 지내겠다 싶어서 오늘 이 어색함만 어떻게든 풀겠다 마음먹고 얼굴에 철판 깔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가갔어.
예전처럼.
"아저씨 뭐 해요 여기서? 혼자 담배 피면서 분위기 잡고 있었네요."
"...ㅇㅇ야."
오늘도 며칠 만에 보는 아저씨였어. 이정재 애드립을 쳐서 위기를 넘겼던 그날 뒤로 처음인가 아마...
그리고 이렇게 장난스레 내가 말 거는 건 어어어어어엄청나게 오랜만임ㅋㅋㅋ.. 난 아저씨가 놀랄 줄 알았는데 무슨 내가 올 줄 알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더라.
뜬금없이 내 이름 불러서 내가 더 놀랐는데 저번에 나한테 택배 전해줄 때 담배냄새만 풍겼다면 이번엔 술냄새 + 담배냄새가 나는 거야.. 내가 제일 싫어하는 냄새 둘이 합쳐지다니^^...
왜 술까지 취해 있는 거지.. 난 아저씨가 취한 건 처음 보는 거잖아? 아빠 취한 거 보는 것도 낯선데 아저씨가 취하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허우적댔어;
날 천천히 보더니 손에 들려 있던 담배를 끄더라. 이렇게 취해 있으면서도 담배 끌 정신은 있나 봐...
여전히 어색해서 억지로 대화 이끌어 내려고 취한 사람 붙잡고 어떤 말이든 유쾌한 척 주절주절 꺼냈음.
"아저씨 취했는데 빨리 들어가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데려다..줘요? 괜찮아요? 걸을 순 있나?"
"..어우, 술냄새. 그래도 술 마시고 온 사람 치곤 일찍 들어왔네요. 아직 열 시도 안 됐는데."
중요한 건 취해가지고 아저씨 정신이 멀쩡한지 안 멀쩡한지 파악이 안 됨ㅋㅋㅋ 내 말 알아듣고 있긴 있나
내가 보기엔 멀쩡한 것 같진 않았음.. 분명히 예전에 아저씨가 나한테 자기 주량 세다고 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지경이 된 거야.. 뭐가 뭔진 모르겠는데 일단 취했으니까 빨리 집에 들어가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 사람이 왔는데도 바로 눈치를 못 채요. 안 되겠다, 내려ㄱ..."
"아영이가 나한테."
"네?"
"..여자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어."
***
쓰차가 드디어 풀렸슴다ㅠㅠ
아 맞다 주토피아 아직 안 보셨다면 꼭.. 꼭 보러 가세요 꼭... 정말이지 디즈니는 항상 옳아.....
♥ 닉주디 결혼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