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ㅡ 꽃아.”
“지금 뭐하는 거야?”
“이러면 꽃은 더 예쁘게 핀대요ㅡ”
“그게 뭐야.”
“진짠데!”
OO이가 교복도 갈아입지 않은 채, 꽃을 향해 활짝 웃어주며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윤기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뭐하냐고 물었고 이러면 더 잘 핀다는 순수한 말과 미소에 웃다가도,
“좋아해, 꽃. 예쁘게 펴 줘.”
OO이에게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 해줬다.
“에휴ㅡ”
그런 OO이가 화단 앞에서 한숨을 쉬는 이유는 꽃이 며칠 전부터 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 봄을 보내기에는 아쉬운지 애써 봄을 붙잡았다.
그 모습을 OO이 집 안에서 보고 있던 윤기는 OO이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더니,
“꽃은 원래 지는 거야. 그래서 그 때 가장 아름다운 거고.”
“…….”
“꽃이 지는 게 서운해?”
“네…. 오빠가 준 꽃이라 더 그런 거 같고.”
“…어떤 생각인지 알지만 의미 부여하지 말자.”
“…….”
“그 꽃을 준 내가 옆에 있잖아.”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6
윤기는 OO이에게 꽃이 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축 쳐진 듯한 모습에 마음이 아팠는지, 다음날 OO이가 학교 간 시간에 근처 꽃집에서 영양제를 사서 올라가는 길이였다. ‘조금이라도 피면 활짝 웃겠지.’ 라는 단순한 마음으로.
화단과 화분에 모종삽으로 작게 구멍을 내 영양제를 넣었을까, 지잉ㅡ 울리는 핸드폰에 이로 목장갑을 빼내는 윤기였다. 윤기는 핸드폰으로 연락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기껏 해야 같이 음악 하는 애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가고 낯선 번호 11자리가 찍혀있었다. 처음 보는 번호는 받지 않는 윤기인지라 곧바로 거절을 누르려다가 기분이 쎄한 게, 통화 버튼을 누르는 윤기였다.
“여보세요.”
‘OO학생 보호자 되세요?’
“네? 네, 보호자 됩니다.”
‘지금 OO 학생 교통사고가 났어요. 지금 당장 와주셔야 할 거 같은데.’
윤기는 뒤통수를 누구에게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한참이고 아무 말을 하지 못하자 상대편에서는 ‘여보세요?’ 라는 말을 반복했고 그때서야 윤기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서 거기가 어디라고요?”
.
.
.
급하게 택시를 잡고 OO이가 있는 병원을 가는 길. 택시 안 창문을 보니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강을 보자마자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고개를 밑으로 떨어뜨려 눈을 감아버리는 윤기였다.
어느 정도 그 기억은 잊혔다고, 자신은 많이 성장해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그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윤기는 또 한 번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지 못할까 두려워,
“아저씨, 제발. 제발 조금만 더 빨리 가주세요.”
그 때보다는 조금 더 빨리, 용기를 냈다.
병원에 도착 했을 땐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데스크에 가득 줄 서있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윤기는 곧바로 앞으로 뚫고 나갔다. 줄 서있는 사람들은 윤기를 보며 한 소리 했지만 윤기는 개의치 않았다.
“OO학생이요, OO학생. OOO.”
“잠시만…, 아. 지금 1201호실에 있어요. 다음부터는 순서를…,”
“예, 수고하세요.”
1201호실 앞에 도착했지만 윤기는 쉽게 들어가지 못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들어가 크게 다친 건 아니냐. 불편한데는 없냐. 물어봐야하는데 전의 기억이 윤기를 괴롭혔다. 예전의 윤기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지 못한 그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에.
한참이고 기억을 떨쳐내려 노력한 윤기는 용기를 내 문을 열었다.
“…OO아.”
“….”
“…미안해, 미안해. OO아.”
OO이 얼굴을 보자마자 방금 전 곧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고민하던 자신의 모습이 바보 같다는 생각에 미안하다는 말을 연거푸 하며 눈물을 흘리는 윤기였다. 그 모습에 OO이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어정쩡한 포즈로 윤기의 등을 쓰다듬어줬다.
병원 자판기에서 음료수 두 개를 뽑아, OO이가 누워있는 침대에 윤기가 엉거주춤 기대어 앉아 있었다. 서로 할 말은 많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왜 다쳤어.”
“차 못 봐서….”
“조심 해야지. 내가 예전에 차 조심하라고 했잖아.”
“…죄송해요.”
“진짜 내 말 좀 잘 듣자, 응?”
윤기의 말에 OO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 쯤 차있는 음료수 캔을 만지작거렸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입도 오물조물 거렸다.
“…근데 돈은 어떡해요?”
“……내가 알아서 해. 걱정하지 마.”
윤기의 말에 OO이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더니 미안한 감정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듯 했다. 그 모습에 윤기는 조금 화가 난 듯,
“미안해하지 말랬지. 내가 몇 번을 말해. 이거 그냥 주는 거 아니라고. 나중에 다 갚아.”
“…….”
“너, 너 지금 나이 17살밖에 안 됐는데 빚쟁이야, 어?”
화난 목소리의 윤기 때문에 OO이는 더욱 힘이 없어보였다. 그 모습에 아차- 싶은 윤기는 곧바로 장난스러운 말을 꺼내었다. 그 말에 OO이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그때서야 윤기를 쳐다봤다. 그 웃음을 보며 윤기는 입 꼬리를 살짝 웃어보였다.
“한 번에 갚으려면 그냥 나랑 결혼해. 그럼 청산 돼.”
OO이는 자신을 배려해주는 윤기를 알기 때문에 괜히 울컥했지만 애써 꾹 참아보였다.
OO이가 다리를 다친 바람에 둘은 계속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어느 덧 병원에 달이 찾아왔다.
“잠 안 와요….”
“오빠는 잠 온다. 너도 자려고 노력 해 봐.”
“진짜 안 오는데…”
“…….”
OO이 말에 윤기는 ‘손.’ 이라는 말과 함께 손을 들었다.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윤기이기 때문에 병실침대에 누워있는 OO이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둘의 손은 그 중간, 어중간한 곳에 맞잡혀 있었다.
한참이고 말 없는 병실에서 윤기는 OO이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규칙적인 호흡에 간이침대에서 일어나 앉았을까, ‘끼이익ㅡ’ 거리는 소리에 윤기는 놀라 어정쩡한 자세로 잠시 멈췄다. 그러고는 OO이 눈치를 보다가 다시 일어나 똑바로 앉았다.
곤히 자고 있는 OO이를 빤히 쳐다보다 혹시나 추울까 이불을 덮어주는 윤기였다. 그러자 OO이는 움찔거렸다. 한참이고 쳐다보고 있었을까, 갑자기 OO이가,
“엄…마….”
잠꼬대를 했다.
윤기는 그 잠꼬대에 순간 몸이 굳은 듯했다. 윤기 앞에선 부모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OO이였기 때문에. 점점 엄마를 부르는 잠꼬대는 심해졌고 OO이 미간까지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결국 윤기가 “그래, OO아.”라고 말해줬고 그때서야 찌푸려진 미간은 풀리고 편하게 자는 OO이를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손을 꽉 잡고 자는 게, 참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운 윤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달동네로 이사를 한 건 내 인생에 가장 잘 한 일 아니었을까.
달동네에서 널 만났고, 사랑을 배우고,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만약에 내가 이사를 안 했더라면 누가 예쁜 너를 옆에서 보듬어줬을까.”
“박지민.”
“왜요, 형.”
“……고맙다.”
“…우리 사이에 낯간지럽게 무슨,”
“…….”
“그리고 사람이 다쳤다는데, 돈 보태준 게 고마울 일이예요? 당연한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
“……형이잖아. 윤기 형이니까.”
안녕하세요 오토방구입니다 ><*
달동네는 찌통이여야 제 맛이죠ㅡ! (근데 딱히 찌통이 아니라고 한다ㅠㅅㅠ...)
어찌됐든, 마지막 윤기와 지민이의 대화. 이해 되셨나요?
오늘의 글의 포인트는 꽃과 OO이의 상관관계 그리고 윤기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제가 슬슬 달동네의 마무리를 생각하고 쓰고 있더라고요... (눈물) 네... 그럽죠...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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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은 뒤로 둡시다. 사랑하기도 바쁜 시간이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