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 지난, 토요일 새벽 2시.
윤기가 집에 가기 싫다고 떼쓰는 덕분에 둘은 함께 OO이 집에 있게 됐다. 나란히 앉아 이야기꽃을 펼치고 있었을까, OO이가 자신의 발목을 주먹으로 살살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윤기는 말을 멈추고는,
“왜 그래. 아파?”
“네… 갑자기.”
아프다는 말에 윤기는 곧바로 OO이 발목을 자신의 허벅지로 올리더니 ‘여기? 여기?’ 라며 OO이 발목을 살살 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OO이 입에서 앓는 신음소리가 나온 곳은 바로 교통사고 난 그 부근이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인가 봐.
윤기는 조심스레 그 부분을 주물러줬고 속상한 마음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아프다고 해서 그렇게 주먹으로 내려치면 어떡하나, 이 아가씨야.”
언제 잠들었는지 모를 다음 날 아침. 아파오는 허리에 윤기가 눈을 떴을 땐, 벽에 기대어 어정쩡한 자세로 자고 있는 자신과 그런 윤기의 다리를 베고 곤히 자고 있는 OO이가 있었다.
그 모습에 아파오는 허리를 부여잡고 OO이를 내려다 봤을까, 그 모습이 예뻐 머릿결 따라 살살 빗어주고 고개를 들었을 땐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두운 달동네가 있었다.
오전 11시의 물을 머금은 달동네의 토요일.
OO이와 함께 있는 이 일상이 참 평범하지만 소중하다고 생각이 든 건지 씨익 웃었다.
그 조용한 달동네에 유난스럽게 울린 전화를 받기 전에는.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19
택시 안, 비 오는 창밖을 보며 울먹거리는 OO이의 모습은 윤기까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OO이가 자주 울진 않았지만, 항상 OO이의 눈물을 보면 마음이 저릿하게 아파오는 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윤기는 한참 이고 고민하다 OO이 손을 덥석 잡았다. 살짝 떨리는 OO이 손에 곧바로 조심스레 손등을 쓰다듬어주며,
“울지 말고, 뚝.”
괜찮아, 괜찮아.
라는 말만 반복해줄 수밖에.
◁◁◁
“여보세요.”
OO이는 첫 인사말을 끝으로 그저 ‘네’ 라는 단어와 고개를 끄덕거리기 바빴다. 그러다 곧장 예쁜 OO이 두 눈에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모습에 가만히 쳐다보던 윤기는 당황해 자신의 손으로 조심스레 눈가의 물을 닦아주었고 포스트잇에 써진 글에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ㅁㅁ병원 1202실’
택시 안에서도, 병원에 들어설 때도,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OO이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불안한 눈빛을 그대로 보여줬을 뿐.
하지만 할머니가 계신 병실에 들어섰을 땐,
“할머니ㅡ”
“누고… 아ㅡ! 우리 손녀 왔나ㅡ”
“응. 손녀 왔지ㅡ”
아까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밝게 웃으며 할머니 품에 안기는 OO이가 있었다.
그 모습에 윤기는 OO이가 마냥 애기가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자신보다 더 성숙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앞에서 일자 눈이 되어 웃는 OO이 때문에 윤기는 머쓱하게 서있었다. 그 모습에 할머니는 손짓으로 누구냐고 물었고 OO이는 그때서야 윤기가 생각이 난 건지 자신의 두 손을 짝 치더니,
“저번에 할머니 집 왔을 때 이사 왔었던ㅡ”
“아ㅡ 그… 할미가 늙어서 이름은 기억을 못 한다.”
그때서야 윤기는 90도로 인사를 하고
“민 윤 기입니다. 민, 윤기.”
한 글자씩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그래. 윤기, 윤기…’ 라고 윤기의 이름을 계속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해주셨다. 윤기의 이름을 외우려는 듯.
OO이는 할머니와 함께 침대에, 윤기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할머니께선 ‘OO아ㅡ 할미 할 말 있다.’ 라는 말을 하셨고 그 말에 윤기는 곧바로 일어났다. OO이는 어디 가냐고 물었고 윤기는 ‘음료수 사올게. 얘기하고 있어.’ 라며 자리를 피했다.
OO이에게 할 말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둘만의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이 들어 눈치껏 자리를 피한 윤기였다. 한참을 병원 앞 의자에 앉아 있었을까 병실에 귀를 가져다대고 언제 들어가나 눈치를 보다 벌컥 열린 문에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뭐해요…?”
“아니, 뭐…”
윤기가 웅얼거렸을까, 병실 안에선 ‘왜 거기 있나ㅡ 들어와라.’ 라는 말에 윤기 홀로 들어섰다.
OO이가 없는 병실은 어색함이 감도는 병실안에선 윤기의 헛기침 소리만 들렸다. 그러다,
“윤기ㅡ?”
“네.”
“아까 다 들었다.”
아랑 만난담서.
라는 말에 윤기는 고개를 떳떳이 들 수 없었다. 아직 할머니 눈에는 OO이는 애기처럼, 아니 누가 봐도 아직 OO이는 어렸다. 그런데 다 큰 성인이랑 만난다는 게.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나. 우리 손녀가 많이 좋아하던데.”
그 말에 윤기는 숙여진 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쳐다봤을까, 윤기를 향해 미소 지어주셨다. 그 모습을 보고나서야 윤기는 어깨에 힘이 풀렸고 역시 살짝 웃었다.
둘 사이의 어색함은 어느정도 없어졌지만 남아 있는 적막.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잘 부탁한다, 우리 손녀.”
“…네?”
“잘 부탁한다고ㅡ”
“…네. 많이 사랑해줄게요.”
“그 마음.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네. 걱정마세요.”
“그래. 됐다. 다 됐어ㅡ”
라는 말과 함께 할머니는 눈을 감으셨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오던 날.
비가 와서 그런지 계단은 축축히 젖었지만 OO이가 오늘따라 밖에 있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둘은 신문을 깔고 윤기 집 앞 계단에 나란히 앉았다.
생기 없는 OO이 모습에 윤기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OO이가 혹시나 추울까 자신의 겉옷을 다리에 놓아주었다. 그때서야 달을 응시하던 OO이는 윤기를 바라봤고 입을 뗐다.
“…이곳에서도 5년을 살았어요.”
“오래 살았네.”
“……멍청하게 기다렸나봐요.”
“……누구를?”
그 말에 한참이고 말이 없는 OO이를 조용히 기다리다 ‘……미운 사람.’ 이라고 입을 뗀 OO이였다. 그 말에 많이 밉냐는 윤기의 질문에 한참이고 고민하다가 윤기의 품을 파고들었다. 마치 그 모습이 어린 아이가 엄마의 체취를 찾는 듯. 그 모습에 윤기는 안은 채 머릿결을 따라 빗어주었다.
“분명 그 사람도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
“너가 기다리는 사람이 돌아왔을 때 잘 지내줘서 고맙다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잘 지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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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하게 읽으면 뭔가가 보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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